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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설일 : 2004/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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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것 같았다. 윤계상의 인터뷰내용을 처음 보았을 때 처음 떠올린 것이 그것이었다.

"피라니아들이 떡밥을 물겠구나!"

아니나 다를까...

그러나 예상했음에도 나를 더욱 황당하게 화나게 만드는 반응들이 있었으니,

"모르면 입닥쳐!"
"배부른 줄 알아야지..."

몇몇은 나도 아는 자칭 좌파고, 몇몇은 좌파까지도 당당히 비판하는 고결한 민주개혁계열이었다. 윤계상의 인터뷰 내용이 얼핏 이해가 되었달까?

먼저 전자인,

"잘 알지도 못하면서 말한 게 문제다!"
"모르면 말을 말았어야 한다!"

묻는다. 과연 모든 사안에 있어 한 점 흠결 없이 오롯한 사실만을, 진실만을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대학교수? 아니면 저명한 언론인? 학자? 아니면 자칭 논객들?

자칭 진보입네 개혁입네 하는 인간들 쓴 글을 보더라도 얼마나 많은 오류들이 있던가? 오죽하면 내가 그런 말까지 한다.

"한국진보는 무식해!"

그러나 그럼에도 문제가 안되는 것은 그럴 수 있기 때문이다.

당연하지 않은가? 진보입네 개혁입네 지식인이고 논객이라 하더라도 각자 자기 전문분야라는 것이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전문분야를 넘어서면 결국 그들도 보통사람보다 조금 나은 수준의 지식만 가진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자신의 전문분야를 제외하고 아예 말도 꺼내지 말라고?

이건 민주주의의 기본에 대한 것이다. 당장 더 많은 보통 사람들이 그들만큼도 알지 못한다. 아예 모르거나, 잘못 알거나, 알아도 부실하거나... 그렇다고 그런 것들에 대해 자기 의견을 피력조차 할 수 없을까?

"국회의원도 잘 모르는 것을 국민이 어떻게 알겠습니까? 여론조사는 무의미합니다."

어떤가? 과연 이 말이 옳게 들리는가?

같은 거다. 모르면 배우면 된다. 잘못 알고 있으면 바로잡으면 된다. 어떻게 배우는가? 어떻게 바로잡는가? 먼저 듣고, 그리고 먼저 말하고, 먼저 말하고 나서 듣고...

표현하지 않는데 어찌 아는가? 내가 모르고 있는지 잘못 알고 있는지. 대화가 필요한 것은 그래서다. 소통이란 그를 위해 필요한 것이다. 그렇게 사람들은 어우러져 살아가는 것이다. 오류투성이이고 모든 것이 서툴고 미욱함에도. 알면 아는대로, 모르면 모르는대로, 잘못 알고 있으면 또 그대로, 그렇게 이야기하고 떠들고 소통하며 조금씩 바로잡아 나가는 것이다. 그게 공동체다.

그래서 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로 사상의 자유, 양심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드는 것이다. 아무리 학교도 못 다니고 낫놓고 기역자도 모르는 불학무식일지라도 스스로 당당히 자신의 생각을, 아는 바를, 주장하고 싶은 바를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간과하고 지나쳤을 수 있는 가능성을 찾기도 하고, 혹시라도 잘못 알고 있거나 하면 바로잡기도 하고, 바로 공동체이기 때문에. 모두가 그 공동체의 한 구성원이기 때문에.

논객입네, 지식인입네, 같다. 그들이라고 별다른 존재가 아니다. 그들이 자기 주장을 말할 수 있는 것? 그것은 그들이 많이 알아서가 아니다. 남들보다 생각이 깊고 풍부해서도 아니다. 별다른 존재여서가 아니라 단지 이 사회를 이루는 구성원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 사회를 이루는 구성원으로써 자기 생각을 말하고, 자기 주장을 말하고, 그런데 그 가운데 알고 보니 남들보다 많이 알고, 더 많이 생각하고 깊이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더라는 것이다. 그게 논객이다.

옳아서가 아니다. 오류가 없어서가 아니다. 무수한 이 사회를 이루는 개인 가운데 나중에 보니 그런 사람들도 있더라는 것 뿐이다. 그래서 그들 역시 여러 오류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지식과 생각과 주장을 당당히 펼 수 있는 것이고.

그런데 알지도 못하면서 어떻게 함부로 떠드는가? 비슷한 게 있다.

"어린 녀석이 어딜 감히!"

나이 지긋한 어르신께 자칫 말대답이라도 할라치면 돌아오는 대답이다. 그 차이는?

당장 작년 촛불시위 때도 그랬었다. 미디어법에 대해서도 그랬었다. 대운하도. 4대강도.

"국민들이 잘못된 정보로 인해 바른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단지 제대로 된 정보가 없어 잘못 알고 저러는 것이다."

과연 그 차이는?


여기에 더 어이가 없었던 것이,

"스타 아이돌 출신이라 받은 혜택이 있는데 너무 배부른 소리를 한다!"

이 비슷한 소리를 어디선가 들은 적 있다.

여객기 기장들이 파업을 하니까 그런 소리들이 들려왔었다.

"고액연봉을 받는 주제에 배부르다!"

대기업 노조가 파업을 하니까 역시 그런 소리가 들렸었다.

"중소기업 노동자를 생각해라! 배부른 짓거리다!"

중소기업 노동자들이 파업하니까 또 그런 소리가 들렸었다.

"비정규직 노동자를 생각하면 배부른 소리다!"

이번에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파업했다.

"실업자를 생각해라! 차라리 다 잘라버리고 실업자들 취직이나 시켜라!"

같은 논리대로라면 어렵사리 배역 하나 따낸 어떤 배우들도 자신들의 어려움을 이야기해서는 안되겠네?

"그나마 당신들은 배역이라도 얻었지, 세상엔 배역 하나 따내지 못해 배우가 부업이 된 사람도 수두룩하다."

재벌기업 회장이더라도 다 자기 나름의 사정은 있는 거다. 대학교수고, 국회의원이고, 대통령이고, 하다못해 범죄를 저지르고 감옥에 갇힌 흉악범도 자기 나름의 사정은 있고 고충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사정이 어떠하니 말하지 말까?

앞서 말했다. 사상의 자유, 양심의 자유, 표현의 자유, 여기에는 그 신분이나 계급, 현재 처한 상황에 따른 터부가 있어서는 안된다.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흉악범일지라도, 당장 이 사회를 위협하던 스파이거나 적군 포로일지라도 인간으로서 당연히 자기 입장을, 생각을, 주장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나름의 어려움을, 고충을, 고민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단, 그건 있다. 말한다고 다 들어주는 건 아니라는 것. 즉 말이야 하는 사람의 자유더라도 그것을 들어주는 것도 듣는 사람의 자유라는 것이다. 그럴만 하면 들어주는 것이고, 아니면 무시하는 것이고. 그만한 사정이 있다 인정하면 그것을 들어주는 것이고, 영 개소리 헛소리다 싶으면 한 번 면박도 주고 하는 것이고.

배부른 소리 한다가 아니라, 이러이러한 정황이 있으니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당신이 납득하고 넘어가야 한다... 그 사정을 들어주고 이해하려 노력하고 그러면서 보다 냉정하게 객관적으로 사실을 보고 분석하고 들려주고...

그러라고 배우는 것 아닌가? 그러라고 글도 쓰고 말도 하고 논리적으로 쓰고 말하도록 훈련받는 것 아니던가? 스스로 모르면 아예 말을 말라 할 정도라면 당연히 그것이 기본일 것이다.

그런데 하는 소리가,

"배부른 소리 하고 앉았네, 닥쳐!"

나나 내 주위에서는 그런 소리 한다. 왜? 그렇게 장황하게 논리적으로 이야기할 충분한 지식이나 훈련이 되어 있지 않으니까. 마찬가지로 윤계상과 같이 잘 알지도 훈련도 되지 않은 무식한 사람들이니까. 같이 놀려고?


웃기는 건 이따위 소리를 하는 인간들이 평소 진보입네 개혁입네 근엄떨던 인간들이라는 것이다. 인간에 대한 애정이 어째? 서민이 어떻고 소외받는 계층이 어째?

내가 윤계상의 말에 대해 어느 정도 공감한 것도 그런 점들 때문이다. 나 역시 말했듯 경험한 바 있으니까. 자칭 진보, 자칭 개혁들의 그 허위의식을. 보통의 수많은 사람들에 대한 그들의 고약한 우월의식과 특권의식을.

"어리석은 대중의 하나에 불과하니 신경쓸 필요 없습니다."
"그래봐야 대중은 어리석으니까요. 무시하세요."

나는 그런 말이 자칭 좌파의 입에서 나올 수 있다는 사실에 처음 굉장히 놀랐었다. 그러나 이내 알게 되었다. 그것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인식이라는 것을. 이번 윤계상의 경우처럼.

묻는다. 과연 윤계상이 배우가 아니었다면 저런 소리들을 들었을까? 윤계상이 대학도 나오고 그래도 먹물티도 나는 배우였다면 저렇게까지 모욕적인 소리들을 들어야 했을까? 연예인 가운데서도 가장 천시되는 아이돌 - 잘난 척 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가수도, 배우도, 뭣도 아닌 보이는 게 전부인 그런 부류라는 것이 과연 아무런 영향도 주지 않은 것일까?

참 슬픈 현실이다. 저따위 인간들이 진보입네 한다는 것이. 개혁입네 한다는 것이. 저 입으로 관용을 말하고 민주주의를 말한다는 것이. 자유를 말하고 인권을 말하고.

물론 전부는 아니다. 전부였다면 나는 애저녁에 그쪽 인사들을 포기했을 것이다. 말했듯 누구나 오류는 저지르고, 단지 그 오류를 제하고 나면 나름 쓸만한 사람들이다. 그 오류가 때로 사람 속 뒤집어지게 만들 뿐.

돌이켜 보기를 바란다. 과연 자신을 그리 어떤 오류도 잘못도 없이 완전무결한가? 나는 과연 나의 생각이나 주장을, 나의 어려움이나 고민을, 말할 자격이 있는가? 나는 특별한가?

모를 수도 있다. 실수할 수도 있다. 그 잘못을 지적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이 과연 그 모든 말과 주장을 원천적으로 막고 부정할만한 이유가 되는가? 더구나 깔끔하게 인정하고 사과까지 한 것을 그렇게까지.

파블로프의 개도 아니고 너무 뻔한 반응들이라 하겠다. 뼈다귀 던져주면 물고 헥헥거리고... 붕어마냥 어제 한 일도 잊고 다시 헥헥거리고... 그게 또 네티즌이라는 거겠지만. 인간이라는 것일 테고. 하여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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