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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이순신을 보며 가장 아쉬웠던 것...

2009.10.25 21:20 | 잡다구리 | 가난뱅이

http://kr.blog.yahoo.com/sawoochi/1245040 주소복사

물론 아쉽지 않은 부분을 찾기가 더 힘든 개망작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가장 아쉬웠던 것은 이순신이 전라좌수사로 부임해서 전선을 건조하고 병사를 훈련시키는 등 전력을 정비하는 것을 마치 일본군을 막기 위해서인 양 묘사한 것. 사실 그건 이순신 전기를 보면서도 항상 느꼈던 것이었다.

물어보자. 이순신이 만일 전쟁위협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전라좌수사로 부임했어도 남들처럼 그렇게 널럴하게 놀면서 근무했을까? 일본의 침입의 걱정이 없었다면 아무것도 않고 그냥 놀고 있었을까?

실록이나 난중일기, 징비록 등 여러 사료들을 읽으며 내가 깨달은 것이 그것이다.

조금 과장해서 예를 들어보자. 어느날 유성룡과 이산해, 정탁 등이 공모해서 이순신을 왕으로 만들어주겠다며 올라오라 부른다.

"모월모일 군사를 이끌고 오면 성을 열고 내응하리다. 모든 준비는 다 끝났으니 공은 그저 군사를 이끌고 올라오면 되오."

그러면 이순신은 대답한다.

"그날은 제가 근무가 있어서..."

유성룡이 대답하지.

"그러면 비번인 날로..."

이순신은 대답한다.

"근무외 시간에 사적인 이유로 병사를 움직이는 것은 법에 어긋납니다."

유성룡이 그래도 포기하지 않는다.

"그러면 명령서를 써서 보내면?"

그래도 이순신은 대답한다.

"군은 왕명에 의해서만 움직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순신에 의한 쿠데타는 미연에 미수로 그치고 말았다는... 여기에 원망을 품고 유성룡이 선조가 이순신을 죽이려 할 때 한 팔 거들고 나섰다던가?

물론 농담이고, 아무튼 이순신의 성격이 그렇다. 힘 있고 명성도 있고 하면 당연히 쿠데타 일으켜 왕자리 차지하고 앉아야 한다고 믿는 어떤 사람들과는 달리 이순신은 어떤 상황에서도 원리와 원칙을 고수하는 원칙주의자였다. 아마 지금 당장도 쿠데타 일으키라고 하면 교통법규 지키다 진압당할 걸? 그게 이순신이 그토록 고생한 이유이고, 이순신이 위대한 이유다.

사실 내가 이순신을 존경하는 것은 그의 군사적 역량 때문이 아니다. 그가 세운 공적 때문도 아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심지어 불리할 것이 뻔한 상황에서조차 원리원칙을 지키려 했던 그 완고함, 그 고지식함 때문이다.

군사적 역량이 뛰어났던 사람이야 찾아보면 또 없을까? 나라를 지켜낸 공적도 대단하기는 하지만 찾아보면 또 그만한 사람이 아주 없지는 않다. 그러나 그 인품에 대해서는, 그 절박한 상황에서도 끝내 자신을 지켜낸 그 고결함이란 감히 누가 흉내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길이 아니면 가지 말고 예가 아니면 행하지 말라."

그대로.

헛되이 욕심을 부리지 않고, 허튼 탐욕에 빠져들지 않고, 쉽게 돌아가는 길보다는 어렵더라도 꿋꿋히 바른 한 길로,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과 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불교 최초의 경전인 법구경 - 수파니타파에 나오는 귀절이다. 역시 그대로.

그야말로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이며,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이며, 진흙에도 물들지 않는 연꽃이었다. 그리고 무소의 뿔처럼 묵묵히 혼자서 오로지 옳은 외길로만 나아갔다. 설사 어떠한 고난이 있고, 고통이 있고, 심지어 그것이 자신을 죽일지라도.

말하자면 그는 위대한 영웅이라서 성웅이 아니라, 성인으로서 영웅이라 성웅이다. 최소한 내게는 그렇다. 그의 군사적 역량보다도, 역사에 남긴 업적보다도 그의 위대한 인간으로서의 면모가 나를 감복케 하는 것이다.

"신에게는 아직 배 12척이 있습니다."

지금도 읽고 있으면 눈물이 왈칵 쏫아질 것 같은 한마디. 이 귀절을 읽고 눈물을 흘리지 않으면 그건 남자도 아니다. 아니 인간이 아니다. 백척간두에 단 한 걸음을 내딛기가 그리 어려우련만 그야말로 무소의 뿔처럼 묵묵히 혼자서...

누가 알아주기를 바랐을까? 누가 알아주고 대우해주기를 바랐을까? 그랬다면 이미 예전에 병조판서의 서녀를 첩으로 들여 한 자리 했을 것이다. 그랬을 거라면 종씨이기도 한 이이를 찾아 장래를 부탁했겠지. 오동나무 하나가 별 거라고. 상관의 부탁 한 가지 들어주는 게 뭐 그리 대단한 거라고. 유력한 당파에 들어 그들과 무리를 지어 작당하는 것도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순신이 전라좌수사로서 군비를 갖추는데 전념했던 것도 같다.

일본이 쳐들어 온다? 일본이 쳐들어 오지 않는다? 일본이 장차 언제 어느때 쳐들어 올 것이다? 혹은 아닐 것이다? 상관없다.

누군가 묻는다.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힘들게 전선을 만들고 훈련을 받아야 하는 겁니까?"

이순신은 대답한다.

"그게 내 일이니까."
"그게 우리 일이니까."

다른 대답이 필요한가?

"군인으로서 당연히 그래야 하니까."

그것을 고작 일본의 침입을 막으려는 한 가지 목적으로 한정한 것이...

아, 이순신 빠라고? 신도라고? 부정은 않는다. 역사상 진정으로 존경할만한 인물로 이순신만한 이가 또 없으니. 좋아하는 사람도 많고 감탄하는 사람도 많지만 진정으로 존경할만한 것은 아마 이순신 정도일 것이다. 너무 존경해서 그가 왕이되었으면 하는 따위의 속된 바람조차도 거부감을 느낄 정도로.

그는 이순신인 채가 좋다. 삼도수군통제사로서. 자신의 위치에서 자신의 역할에 충실했던 군인으로서. 한 인간으로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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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슴 2009.10.27  23: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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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s4384 2009.11.27  20:31

좋은글입니다. 담아가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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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rich2005 2010.01.15  00:52

Me t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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