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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케나카 한베에, 구로다 간베에, 하치스카 마사카쓰, 전부 하시바 - 토요토미 히데요시의 가신이었다. 물론 하시바 히데요시는 오다 노부나가의 가신이다. 그러나 다케나카 한베에나 구로다 간베에나 사실상 오다 노부나가에 대해서는 아무런 의리도 없었다. 오다 노부나가 또한 그들에 대해서는 아무런 권리도 없었다. 그게 바로 봉건제다.
즉 다케나카 한베에는 하시바의 가신이지 오다가의 가신은 아닌 것이다. 오다는 하시바의 주군이지 다케나카의 주군은 아닌 것이다. 만일 하시바가 오다가에 반기를 들려 한다... 그러면 다케나카는 주군인 하시바의 편을 들어 오다가에 창을 겨누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오다도 다케나카를 움직이려 한다면 먼저 하시바를 통해야 한다.
병력을 동원할 때도 마찬가지다. 아마 재현하자면 싸움을 결정했을 때 이런 과정을 거쳤을 것이다.
"이번에 아자이를 치려 한다!" "아자이닙니까?" "그렇다. 그러니 이달 말까지 각자 300명 씩의 병사를 준비하도록!" "넷!"
그러면 하시바는는 영지로 돌아가 가신들에게 말한다.
"이번에 아자이를 치기로 했다. 우리 영지에 300명의 병사를 동원하라 지시하셨으니 한베에는 이리, 간베에는 이리 준비하라!"
그러면 또 다케나카와 구로다는 각기 자신의 가신을 불러 지시받은 사항들에 대해 다시 지시하고...
아마 세계사 시간에 배웠을 것이다. 피라미드 구조라고. 딱 다단계 피라미드 구조다. 주군이 있으면 가신이 있고, 다시 가신에게는 그를 주군으로 모시는 가신이 있고, 최종적으로 가장 아랫단계에 위치한 것이 일반 병사인데, 그들 또한 자기 바로 위의 주군에 대해서만 의리가 있었다. 저 위에 있는 오다 노부나가는 모른다. 그런 구조...
중세 유럽도 다르지 않다 생각하면 된다. 왕이 부르군디의 대공에게 병력을 동원할 것을 요청하면 부르군디의 대공은 자신에 속한 봉신들에게 다시 계약에 따라 병력을 동원할 것을 지시한다. 그렇게 층층이 명령은 내려가 정해진 날짜가 되면 부르군디의 대공은 자신에게 할당된 병력과 자원을 가지고 왕의 군대에 합류하는 것이다. 물론 싸우는 동안 왕이 간섭할 수 있는 건 지휘에 관련된 몇 가지 부분에 한정되어 있었고.
노부나가의 야망 시리즈를 하면서 항상 느끼던 불만이다. 약력에야 토요토미의 가신이네 시바타의 가신이네 마에다의 신하네 쓰여있다. 그러나 정작 하시바의 밑에 있던 무장을 마에다에게로 옮기고, 성주이던 마에다를 데려다 타키가와의 밑에 두어도 전혀 아무런 반발이 없다. 자기 밑의 가신을 빼내는데, 무려 성주인 자신을 일개 무장으로 전락시키는데...
싸움에서는 더 심해서 무려 부대를 하나하나 지시해 움직일 수 있다. 물론 부대단위로야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를 지시할 수 있다. 그러나 세부로 들어가면 하시바의 군대는 하시바에 의해서만 움직일 수 있다. 마에다의 병사를 하시바의 밑에 배속시킬 수는 있지만 마에다의 병사를 오다가 임의로 움직일 수는 없는 거다.
그런 점에서 참 재미있었던 것이 은하영웅전설 시리즈와 삼국지 가운데 무장제를 택했던 7, 8, 특히 10의 전투였다. 내 직할병력과는 달리 임의로 움직이는 아군병력이란. 은하영웅전설에서는 아예 아군의 움직임을 이용해 아군을 미끼로 나 혼자 공적을 쌓고 하는 게 가능했었다. 물론 적의 움직임을 잘못 예측하면 내가 미끼가 되고 아군이 뒤를 치는 어처구니 없는 사태도 가능했지만. 최고지휘관이 되어서도 할 수 있는 일이란,
"너는 여기서 여기로 이동하라!"
그 과정에서야 컴퓨터가 뭔 짓을 어떻게 하든 내가 관여할 수 있는 건 없었고. 그 의외성이 재미있었는데.
삼국지 시리즈도 그랬다. 사실 그게 맞다. 삼국지에서 동원되던 병력들... 그 가운데는 군주가 보유한 중앙군도 있지만 각 장수가 보유한 사병들이 적지 않았다. 정사를 보더라도 그런 정황이 드러난다.
"누구가 죽으니 그 병사를 다른 누구에게 속하도록 했다."
당장 요화와 주창만 하더라도 관우가 죽을 때까지 함께 했던 관우의 가신 아니던가? 단지 일찍부터 관료제가 발달한 나라답게 중앙집권 역시 이미 상당한 수준에 이르러 그만큼 중앙의 통제가 강력했었을 뿐.
그러나 일본 전국시대는 그 정도가 아니었다. 물론 오다가의 경우는 농민병보다는 용병을 고용하여 편성한 상비병의 비중이 컸기에 상대적으로 가신에 대한 의존도가 적었지만 그렇더라도 봉건제의 전통은 가신의 가신과 병사는 오로지 가신에 속한 가신이고 병사라는 것이었다. 이래라저래라 주군으로써 지시할 수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그에 대한 권리는 노부나가에게 있었다. 노부나가가 하시바의 가신인 와키자카더러 자살을 명령했다? 자칫 그것을 빌미로 하시바가 반기를 들어도 할 말 없는 일이었다.
물론 이해는 한다. 얼마나 답답하겠는가? 앞서 예로 든 게임들에서도 멍청한 아군으로 인해 열불터지던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 거의 혼자서 적의 절반을 해치우는 사이 알아서 적의 함정으로 기어들어가 전멸당하는 아군을 보면서 차라리 배반을 때리고 저놈들부터 죽이고 말겠노라... 게임이 허락했다면 실제 행동으로 옮기고 싶던 때가 허다했다. 만일 아자이의 고타니성을 치려 하는데 기껏 끌어모은 하시바의 군대가 혼자 삽질하느라 전선의 한 귀퉁이가 무너진다... 용서 못한다.
그렇다고 각각의 무장들에게 특징을 부여하자니 게임이 너무 복잡해지고, 또 그들을 상대하는 입장이 되었을 때 그게 보통 짜증이 아니다. 과거 시리즈에서 우에스기 겐신이라면 우에스기 겐신으로 플레이할 때는 말 할 나위 없이 든든한 일인군단이지만 적으로 만나면 저걸 어떻게 때려잡나 머리를 감싸쥐던 것처럼. 딱 하시바는 통솔 87에 무용 76 정도면 적당하지 그 이상은 괜히 쓸데없이 게임만 복잡해지게 만들고 플레이어는 성가셔질 뿐인 것이다. 그렇다 보니 컴퓨터에 위임해 움직여야 할 다이묘의 병력이란 쓸데없고, 또 아무리 다이묘의 가신이라고 그것을 마음대로 하지 못한다는 것도 유저에게 불만일 것이고.
다 이해하는데... 그래도 역시 이건 전국시대가 아닌 것 같다는 것이다. 가신이라 하면 땅 뚝 떼어 한 5천 석 정도 주고 알아서 가신단 꾸리고 병력도 모으라. 하시바에게는 1만 석, 시바타에게는 2만 석, 마에다에게는 5천 석, 전체 10만 석 가운데 가신들에게 한 5만 석 떼어주고, 내 직할 가신들에 또 나누어주고, 나머지로 병력... 그리고 전장에 나가서는 그들만 통제하고.
그리고 또 하나 이것과 관계가 된 것인데 바로 봉록이다. 원래 전국시대의 봉록이란 현금으로도 지불했지만 영주쯤 되면 영지로 주었고, 영주의 경제력이란 주로 영지에서 생산되는 특히 쌀에 기반하고 있었다. 전국시대 다이묘의 급을 나눌 때 카가 100만 석, 센다이 60만 석 하는 것이 바로 그 쌀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고, 센다이의 경우 60만석에 다시 농민들로부터 쌀을 강제로 구매하여 대신 잡곡을 팔고는 100만석의 규모를 유지하고 그랬었다.
즉 사실상 쌀본위제이던 일본에서 경제력이란 곧 쌀생산량이었다. 경제활동이란 역시 그 쌀생산에 기반했고, 현금수입이라는 것도 그 쌀을 팔아 얻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따로 금광이라던가 수입원이 있는 경우라면 모르겠지만 대부분이 그랬다. 즉 쌀이 10만 석 생산되면 여기에서 가신의 봉록 한 몇 만 석 빠지고, 나머지 가운데서 다시 병사들 봉록 빠지고, 그 밖에 필요한 여러 경비들도 쌀 팔아 처리하고... 이래저래 다 빼고 나면 실제 싸움에 나가 병사들 먹일 쌀이란 그 나머지로 해결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마 50만석의 영주였던 히데요시가 포위전을 펼치면서 필요한 식량을 조달하느라 빚을 내가며 시중의 쌀을 사들이던 것도 그런 맥락이다. 또 바로 그런 게 있으니 영주들도 악착같이 쌀을 거두어들여 시장에 내다팔아 돈을 만들려 했던 것이고.
병사 300만... 그것도 통일하고 나서가 아니라 딱 66개의 거점 가운데 22개로 3분의 1을 차지했을 때의 병력이다. 그리고 그 병력을 충분히 움직일 수 있는 식량이 있다. 만일 임진왜란 때 이 정도 병력에 식량생산이었다면 이순신이 아니라 조선의 모든 장수와 병사가 모두 이순신이고 정기룡이고 김시민이었어도 어림도 없었을 것이다. 그것이 불가능했던 이유... 그만큼 모으자면 인구가 되어도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긴 그 전에 식량이 경제의 근간이라고 개간을 한다고 식량생산이 갑자기 몇 십 배 늘어나거나 하지는 않는다. 개간을 하자면 사람의 노동력이 필요한데, 노동력은 또 그만큼 먹는다. 농경사회에서 경제규모나 인구에서 상당한 정체가 보이는 이유다. 경제규모가 커지고 인구가 팽창하다가도 곧 한계에 직면하는 이유다. 더구나 싸움질한다고 매번 장정을 징집해 가지 않던가? 장정을 징집하면서 몇 십 배에 달하는 개간지를?
결국 게임이라는 건데 덕분에 너무 현실과 동떨어지더라는 것이다. 어떻게 병력 300만에, 말 300만 마리, 철포 300만정이 가능한가? 말도 너무 싸고, 철포도 너무 싸고, 그러나 사람값은 더 싸고. 아니면 재미가 없으니까.
나도 그렇다. 병력 한 1만 5천 명 데리고 1만 2천 명 버티는 그것도 성을 공격하면서 이것저것 머리 굴리는 것 싫어한다. 예전엔 했는데 지금은 않는다. 한 5만 명 데리고 들어가서 그 가운데 4만 명까지 죽을 각오 하고 그냥 들이민다. 지금의 노부나가의 야망은 딱 그런 게임스타일에 맞춘 것이다. 알아서 진격하고, 알아서 전법 발동시키고, 여기에 현실적인 여러 요인들을 집어넣어 병력을 모으거나 하는데 제약을 준다면 아마 게임을 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때로는 이런 너무 뻔한 게임보다는 조금 더 고도의 역사적인 체험을 해보고 싶기도 하다는 것이다. 토탈워도 솔직히 완전 게임이고, 심시티는 완전 시뮬레이션이니 시이저 정도가 적당하겠다. 내정도 좀 진지하게 하면서 정말정말 어렵게 싸움 한 번 하고, 싸움 한 번 하고 나서는 그 피해를 수습하는데 또 한 세월 보내고...
가끔 역사와 게임을 착각하는 사람들 덕분에 더욱 드는 생각이다. 무작정 병력 늘리고, 무작정 무기 늘리고, 왕조 바꾸는 것도 쉽고... 그러나 현실은 결코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병력 10만을 늘리면 생산인구도 10만이 준다. 그리고 그로 인한 비용은 단순히 10만 더 느는 정도가 아니라 그 몇 곱으로 더 들고. 게임으로서야 지금 정도가 딱 정도하지만 말이다.
그저 게임 가지고 너무 심각한 걸까? 그러나 때로 심각해지며 즐기는 것이 게임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자세한 이야기는 다른 블로그에. 여기는 게임블로그가 아닌 고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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