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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설일 : 2004/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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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아니 오늘이던가? 100분토론을 보았다. 그러더라.

"법리에 대한 문제인데 어떻게 일일이 노동계의 의견까지 듣고 조율하느냐?"

그러고 보니 전에도 그랬다.

"국회의원 자신도 잘 모르는 문제를 국민들에게 물어 정한다는 것은 무리다."

그러면서 한결같이 말하고 있었다.

"법을 정하는 것은 오로지 입법부인 국회다."

이게 뭐와 같느냐면,

"어리석은 백성들이 뭘 알겠는가? 사대부들이 그들을 가르치고 이끌어야 하는 것이다."

다르게는,

"가난하고 무지하고 게으른 노동자며 농민이며 다 우리처럼 많이 배우고 교양도 있는 부르주아들이 이끌어야 한다."

사실 그나마 파시즘은 상당히 진보된 정치체제다. 최소한 파시즘은 국민의 지지를 전제하거든.

독일 제 3제국의 나치즘만 보더라도 그렇다. 괴벨스와 히틀러, 라디오와 영화 등 각종 미디어를 활용한 선전과 탁월한 언변을 내세운 선동과, 그리고 그에 감정적으로 동조하며 휩쓸리는 대중과, 그리고 이어지는 다수의 폭력... 파시즘이다.

파시즘이란 말하자면 민주주의에서 나타난 돌연변이라 하겠다. 민주주의라는 것이 나타나는 순간부터 동전의 앞뒷면처럼 항상 잠재해 오던 모순이라 하겠다. 다수결이라... 그런데 누군가 그 다수를 임의로 움직일 수 있다면? 미디어의 발달은 그것을 가능케 했고, 아직 보편화되지 못한 인간의 사고는 감정을 자극하는 어설픈 선동에도 곧잘 넘어가곤 했었다. 그래서 나타난 것이 퇴역 하사관 출신의 히틀러라는 얼간이였고, 괴벨스라고 하는 불우한 천재였던 것이었다.

그러면 그 전에는? 파시즘 전에는 뭐가 있었을까? 전제주의가 있었고, 공화주의가 있었다. 물론 후자의 공화주의는 근대적인 의미의 공화주의가 아닌 봉건적인 공화주의다.

예를 들어 신라의 화백과 같은 것이다. 화백이 무슨 민주주의인가? 기껏해야 각 지방세력의 대표가 모여 만장일치의 회의를 한 것 뿐인데. 그런 정도는 세계 거의 모든 문화권에서 나타난다. 소수의 특권집단이 독점적으로 그 지위를 인정받고 모든 입장과 이해를 대표하는 형태의 것으로. 아니 심지어 어떤 경우는 단지 대표자 자신의 개인적인 입장이며 이해인 것이지 그 소속집단과는 상관없는 것들도 많았다. 투표도 하고 다수결도 하지만 그들끼리만의 리그.

당연한 말이지만 조선은 그런 단계로까지는 진입하지 못했다. 내가 선조를 개자식이라 부르는 이유, 바로 기축옥사로 말미암은 처절한 피의 복수극 때문이었다. 적당히 타협하고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해낼 수 있어야 했지만, 그러기에는 감정의 골이 너무 깊었고, 기축옥사로 죽어나간 동인의 동량이 너무 많았다. 어느 정도 힘의 균형이 맞아야 그런 것도 가능했는데.

지금도 딱 그 수준이다. 정권을 잡으면 상대당에 대해 정치보복을 가하고,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려 하지 않고 - 솔직히 특정 정당에 대해서는 그것이 옳다고 본다. 왜냐면 이 글 내용 그대로인 때문이다. - 그러면서 그들만의 싸움에 다른 사회구성원들은 참여시키려 하지 않는다.

"국민이 뭘 알겠는가?"
"법을 만드는 것은 국회의원이다."
"국회의원이 법을 만들지 다른 누가 만드는가?"
"왜 사회 각계의 의견을 일일이 들어가며 법을 만들어야 하는가?"

그래서 나중에는 심지어,

"그러다가 나중에는 법을 만들 때마다 사회 각계의 의견을 듣고 조율하고 해야 할 텐데 그에 대해 책임지겠느냐?"

책임은 무슨? 그게 정상이거든? 그럼에도 그런 소리를 당당하게 떠들 수 있는 것,

결국은 그런 게 통하더라는 것이다. 아다시피 그 정당 지지율이 30%를 넘어간다. 어떻게 해도 30%이고, 대선 때면 필수로 40%를 넘어간다. 정치에 아무런 생각이 없는 계층이 30% 이상이고 보면 그들이야 말로 우리 사회의 주류다.

그렇다는 말은? 그래서 요즘 기분이 좋더라는 것이다. 내 개인적으로야 뭐 이런 게 있는가 싶지. 그러나 사기종인 아니던가. 멸사봉공이고, 사소취대고, 즉 나보다는 전체고, 나 자신의 의견보다는 사회 전체의 의견이다. 말했지? 다수가 그렇다고? 그 말은 곧 지금의 모습이야 말로 한국인 다수가 바라는 모습이더라는 것이다. 단지 대통령이 대통령이라 일방적으로 욕을 들을 뿐.

나는 기본적으로 자살할 권리도 인정하는 사람이다. 자기파괴의 권리다. 그러고 싶으면 자기 자신을 내동댕이치고 짓밟고 부숴버릴 수 있는 거다. 국가라 아닐까? 사회라 아닐까?

참 한심한 노릇이다. 개명한 21세기에, 국회의원이라는 사람이,

"법은 국회의원이 만드는 거지, 사회각계의 의견을 들어가며 만들면 책임질 거냐?"

라고 당당히 말하고 있으니. 그럼에도 그 정당이 높은 지지를 받고 있고. 그래서 그 정당에서 대통령도 나오고, 지자체장도 거의 나오고, 국회도 거의 3분의 2를 장악한데다, 지방의회까지 거의 독점되어 있다. 바로 위대한 국민의 선택에 의해서.

21세기라는 거다. 19세기도 아니고 18세기도 아니고 21세기라는 거다. 믿기지 않지만.

참고로 내가 한국사회에 대해 희망이 없다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그거다.

"인권이란 더할수도 뺄수도 없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다."

이 말을 이해시키기가 그렇게 힘들더라는 것. 그래서 인권위도 축소되었지? 그들이 바라는대로.

축하드린다. 이것이 바로 당신들이 바라던 세상. 앞으로 당신들이 살아갈 세상이다. 결혼 안하기를 정말 잘했다는 것이, 나혼자 열받으면 그만이지 후손까지 열받게 할 필요는 없잖아? 그거 하나는 정말 잘한 선택이다. 만만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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