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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세계대전의 패전에서 다시 나치즘의 대두와 2차세계대전으로 이어지기까지의 당시 독일에 대해서 어떤 지식인은 이와 같이 평가했다.
"패전의 굴욕감이 독일인들을 도덕적으로 비굴해졌다."
비굴하다고 하는 것은 자신이 없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맹자가 말한 자포자기다. 스스로를 귀히 여기지 못하고, 스스로를 중히 여기지 못하여, 아무렇게나 던지고 굴리게 되니 도덕적으로 무감각하게 된다. 당장 목구멍이 포도청인데 무슨 도덕이며, 당장 몸이 고단한데 무슨 윤리냐는 것이다.
실제 얼마전에도 뉴스로 보도되었던 노숙자 사이에서 폭행과 살인, 혹은 강간등의 범죄도 결국 거슬러 올라가면 그러한 이유에서 일어나는 거다. 구걸을 하고 쓰레기통을 뒤지고 사람들이 보는 앞에 더러운 몰골로 쓰러져 자는 사이 자기 자신을 하찮게 여기게 되고 그럼으로써 그 생각과 말과 행동마저 덩달아 하찮아지는 것이다. 그렇게 되고 나면 일을 해서 먹고 살려는 의지도 없고, 뭔가 제대로 해서 지금의 상황에서 벗어나려는 생각도 없어진다. 그저 뭔가 좋은 건수 없을까 한 탕이나 노리는 게 고작이다.
바로 그러한 때에 히틀러가 나타난 것이다. 모든 건 전승국과 유대인 때문이라며, 나쁜 건 공산주의자들 때문이라며, 아무렇게든 위대한 독일을 건설하자며 말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하는 히틀러라고 하는 광대가 출현한 것이다. 저렴해진 만큼 판단력도 저렴해진 독일인은 그럼으로써 히틀러를 지지하여 마침내 2차세계대전까지 갔다.
지금 우리나라의 현실도 그렇다. 솔직히 당시 독일에 비한다면야 한참 상황은 낫다. 여전히 경제성장율은 5%를 바라보고 있고, 무역량이나 무역수지도 사상 최대를 기록하고 있다. 군사적으로 주위에 강대국들이 포진해 있어 그렇지 세계적으로도 강국에 속하고. 그럼에도 한국 사람들은 항상 말한다.
"우리는 여전히 약하고 가난해."
세계적으로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바라보는 나라가 도대체 얼마나 된다고, 국민소득 3만 달러, 4만 달러만을 바라보며 여전히 약하고 가난하다 주장한다. 그래서 심지어 아프리카나 팔레스타인 등의 어려운 다른 나라에 정부가 자금지원을 한다라는 뉴스라도 나오면 쌍지팡이부터 든다.
"나라가 어려운데 그런 돈이 어디 있느냐?"
말하자면 곳간에서 인심이 난달까? 문제는 곳간에는 쌀이며 피륙이며 돈이며 잔뜩 쌓여 있는데, 워낙 곳간을 크게 지어 놓고 있다 보니 만석지기로도 여전히 곳간이 텅 비어 있는 것 같아 도저히 인심이 나지 않는다고 하는 것과 같다. 배포만 커서 4만 달러 크기의 창고를 지어 놓고는 그거 차기만 기다리니 그 동안은 그저 가난뱅이에 불과할 밖에.
그런 사람들이니 도덕이니 윤리니 하는 것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도둑질을 해서라도 먹고 살아야 하는 노숙자처럼, 어린 여자아이를 때려죽이고도 크게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그 비천함처럼, 당장 들어올 이익만을 바랄 뿐이다. 그렇게 해서라도 커다랗게 지어 놓은 창고를 채울 일만 생각할 뿐이다.
그렇다 보니 부동산 정책을 비판하면서도 부동산 가격을 올려줄 것 같은 후보를 선택한다. 사회기강이니 부정부패니 비판하면서도 부패해도 능력만 있으면 좋다고 말한다. 탈세니 위장취업이니 도덕성을 가지고 비난하고 욕하다가도 이익이 될 것 같으면 그런 게 무슨 문제냐고 한다. 그것이 이번 대선의 결과다.
여기에 대해서 나는 자칭 개혁세력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한다. 개혁을 하자고 하면서 정작 어떠한 가치를 가지고 개혁을 하자고 하는 것이 없었다. 어떠한 비전을 가지고 어떻게 개혁을 하자고 하는 것도 없었다. 철학도 없고 신념도 없고 그러다 보니 눈에 보이는 것에만 집착하고 도리어 그들로 인해 사회는 사람들은 더욱 비굴해지고 비루해진 것이다.
솔직히 이미 예상하고 있던 결과라 별 충격은 없다. 다들 그렇지 않을까? 극히 일부의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이번이 선거결과에 대해 대부분 짐작하고 있었을 것이다. 아니 오히려 이러한 결과가 아니었다면 그야말로 놀랄 일이었을 것이다. 그만큼 시작하기도 전에 결론이 나 있던 선거였으니까.
다만 한 가지 말하자면 앞으로 결코 우리 사회의 도덕성에 대해 말하지 않을 것이라는 거다. 누가 사기를 치든, 누가 도둑질을 하든, 누가 불법을 저지르고 편법을 저지르는, 나는 결코 우리 사회의 도덕성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 것이다. 비판도 않는다. 욕도 않는다. 결국 그것이 우리 사회의 수준이니까. 능력만 있으면 다 좋다고 대통령까지 뽑아주는 나라에 무슨 도덕이고 윤리인가?
아무튼 우리 사회의 도덕성에 대해서는 더 이상 기대가 없다. 48.7%라고 하는 지지율 앞에 더 이상 기대할 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다. 그저 저렴한 국민성만이 남아 있을 뿐. 비루하기 이를 데 없는 이 사회와 국민 앞에 도덕과 윤리란 너무나 과분한 사치일 것이다. 아무리 럭셔리한 것을 좋아한다고 거지에게 루이뷔통을 들려줄 수는 없는 법이라.
그나저나 앞으로 국회에서 인사청문회라도 하게 되면 아주 재미있어지게 되었다. 지난 정권에서도 위장전입이나 부동산투기, 탈세 등이 문제가 되어 낙마한 사람들이 한둘이 아닌데, 과연 앞으로 인사청문회를 할 때 그 부분들이 어떻게 처리될지. 만일 그러한 이유들로 떨어지게 된다면 무척 억울하지 않을까? 이 사회의 저렴한 도덕성이 만드는 한 바탕 코미디를 기대해 봐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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