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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DAY #17 (1) 080225 Hannah Point in Livingstone Island

2009.08.25 23:11 | 스크랩 | 사비나

http://kr.blog.yahoo.com/savinayoo/17645 주소복사


-남극의 아침-


여행하면서 신기한 건, 어디서나 늦잠의 유혹이 있다는 것.
지구 어느 곳이건 시차라는 게 있는데도
늘 일찍 일어나는 건 괴롭고 늦잠은 꿀맛이고...

이미 해는 중천에 떠 하늘을 파랗게 물들이고
9시부터 랜딩이란 방송에 얼른 아침을 먹고 준비에 들어갔다.


-아닌 척 해도 설레임까진 감출 수 없다-              


어제 하루 랜딩 경험으로 다들 뭔가 아는 척, 익숙한 척하며
Scott 팀과 Amundsen 팀은 차례를 지키며 탐험 두번째 랜딩에 들어갔다.
그래도 표전엔 다들 설레임이 가득.


             -본격적인 남극탐험의 시작-

전날의 랜딩이 저녁에 이루어져 다소 두려움이 있었다면
아침 일찍 햇빛 속에 이루어진 오늘 랜딩은 희망과 설레임 그 자체였다.
본격적인 남극탐험의 시작이랄까.
그래서 그런지 zodiac에서 내리는 모든 이들의 발걸음은 씩씩했다.


-발에 채이는 게 펭귄이더라-


내리자마자 우리를 맞아주는 건 역시나 펭선생들.
이른 시간이라 아직 잠들이 안깼는지 다들 차렷 자세로 움직임이 없었다.

평화로운 남극의 아침.
눈을 떴을 때 바로 앞에 자기들과 다른 종족인 인간들이 우글거리는 걸 보면
펭귄들은 어떤 생각을 하게 될지.
우리가 아침에 일어났는데 외계인들이 길거리를 활보하는 걸 봤을 때의 황당한 기분과 똑같겠지.


-서서 자고 엎드려 자고... 이른 아침, 아직 잠이 덜깬 펭귄들-


-제일 파프 CF 한 컷!-



-샤워를 하지 않은 젠투펭귄들-


-5m법에 따라 펭귄과는 멀리 떨어져야한다-


맑은 하늘, 멀리 보이는 눈덮힌 땅, 그리고 펭귄들...
여전히 믿어지지 않지만
여기는 분명 남극이다.


-아직 자고 있는 친스트랩 펭귄들. 대체로 귀엽지만 가끔 악마같은 녀석도...-



-남극에서 맞는 청정의 아침. 내가 생활하는 공간이 늘 이럴 순 없는 건지...-


늦잠의 유혹이 거셌지만
남극의 아침은 그 늦잠을 상쇄시킬만큼 상쾌하고 신선했다.
그 어디서 이런 오염없는 맑은 순수 공기를 마실 것이며
그 어디서 이런 깨끗한 바람과 투명한 햇살을 맞을 것인가.
내가 생활하는 공간의 아침이 늘 이랬으면...

랜딩 땐 늘 Staff들이 선발대로 들어가서 이상이 없는지 확인을 한 후
트래킹 코스에 빨간 깃발을 꽂아둔다.
그 깃발만 따라가면 되며 그 깃발 밖으로 넘어가선 안된다.
무리에 섞여 움직이는 것이 좋으나
무리가 안보일 땐 빨간 깃발을 찾아가면 길을 잃지 않는다.


   -까만 흙 위에 펭귄 발자국-

랜딩하자마자 펭귄과 바다와 하늘을 보며 남극의 아침에 너무 빠져있었다.
정신을 차리니 시간은 어느새 1시간이나 흘렀고
동료들이 거의 보이지 않더군.
펭귄 발자국을 따라, 빨간 깃발을 따라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발을 옮겼다.



-저 갈색 덩어리들의 정체는?-                                


순간 와~
저 바다 앞에 굴러다니는 덩어리들은 뭔가.
흑백의 것들은 펭귄임을 금방 알겠는데
흙색과 비슷한 저 덩어리들은...


                -아직 잠을 자고 있는 바다코끼리 떼-

가까이서 봤더니 새로운 생명체다.
역시나 아직 잠을 자고 있는 저것들은 바다코끼리.
어제 오늘 펭귄만 보다 저런 커다란 바다코끼리를 바로 눈앞에 보니 신선하더군.
아, 바다코끼리들은 이렇게 자는구나.
그리고 이렇게 덩어리들로 모여있는 모습은 상상도 안해봤기에
먀낭 신기할 수밖에.



-남극의 아침이 시작됐다-                      


잠에서 깬 놈들은 하품을 길게도 하고...
오늘 하루 남극의 생물들은 어떤 일정을 가지고 움직이는지.
한겨울엔 이놈들은 어디서 생활하는지.
세상엔 궁금한 것들이 너무 많다.


-나도 늦잠이 좋아-


저놈이 깨어나서 저 큰 배를 보면
마치 우리가 집앞에서 비행접시를 본 느낌이 아닐까?


                                  -우리는 지구별 한 가족-

생각할수록 신기했다.
이렇게 머리 떨어진 추운 곳에도 생물이 존재하다니.
펭귄, 바다코끼리, 물개, 고래, 그리고 인간...

지구상에 인간 혼자 살고 있다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많은 생물이 살고 있는 건 알고 있지만
막상 이렇게 많은 종들을 사진 한 장에 같이 찍어두고 보니
왠지 이상한 기분이다.
아프리카 사파리 때도 많은 생물을 봤었지만
남극이란 공간 때문이지 신기한 마음은 훨씬 더 컸다.



-이렇게 큰 생물을 코앞에서 본 건 처음이었다-


-이건 뭐...저 고깃덩어리들-


냄새는 무척이나 심했다.
펭귄들의 냄새도 만만치 않은데 바다코끼리까지 가세했으니...
닭장 옆 토끼 우리 정도 생각하면 되겠다.

피부는 지들끼리 싸우다 그런건지, 헤엄치다 그런건지 상처가 많았다.
예전 탐험가들은 이놈들 고기도 먹었을 텐데 과연 고기 맛은 어떨지.
겉보엔 평화로운 남극 아침이지만
실제 이놈들 성질이 어떤지는 알 수가 없어
자고 있더라도 아주 가까이는 가지 못하겠더라구.


  -두 종족간에 남극 평화조약이라도 맺었을까?-

펭귄들은 바로 옆에서 자고 있던데
두 종족간 사이는 나쁘지 않은가보다.


-현실과 비현실... 혼란스런 그 경계-


이렇게 사는 방법도 있는거다.
세상의 모든 걱정과 근심에서 벗어나
오늘 하루를 즐겁고 재미있게 보내면 되는 거.
오늘 하루 좀더 새로운 걸 보면 되는 거,
오늘 하루 좀더 맑아진 정신과 깨끗해진 마음으로 살면 되는 거.

그러면 되는데 어찌하여 현실은 그렇게가 안되는 건지.
그런 것들은 오직 비현실에서만 가능한걸까?
그렇담 난 끊임없이 비현실을 찾아다녀야할까?
비현실적인 현실은 존재하지 않은 걸까?


-안녕, 물개. 다시 보긴 어렵겠지?-        


무수한 질문들을 뒤로 한 채,
멀리 물개의 배웅을 받으며 Hannah Point를 떠났다.
아직까지 잠에 빠진 남극의 아침,
남극의 평화를 깨지 않기 위해 조심 조심 움직이는 우리 팀 모습이 이뻐보였다.


-랜딩 후엔 장화를 소독하고 젖은 옷을 말린다-


남극 여행 내내 머리 속을 맴돌던 현실과 비현실의 문제.
그런데 이날 오후,
가장 비현실적인 공간에서
가장 비현실적인 경험을 하게 될 줄이야.
정말 내가 살고 있는 현실이 비현실이 될 순 없는 걸까?
이런 생각을 자꾸 하는 내가 너무 현실 불만족인 걸까?


-여행 TIP-

1. 탑승 후 첫 식사 이후 물을 제외하고 모든 음료는 유료다.
   식사 때마다 지불하는 것이 아니고 마지막날 한꺼번에 지불한다.

2. 남극 보호를 위해 깨름한 짓은 절대 하지 말자.
   생물들은 어떻게 돌변할지 모르니 가까이 다가가거나 괜히 건들지 말자.

3. 사람들과 같이 움직이는 편이 안전하며
    무리에서 이탈됐을 경우 빨간 깃발을 쫒아가면 된다.

4. 배 안에 있는 동안 수시로 방송을 때린다.
   하루 일정부터 현재 위치, 특이한 생물 출현, 무지개 발생 등 여행객들이 신기해할만한 것들은 수시로 방송으로 고지하니
   늘 방송을 주의깊게 듣자.

5. Zodiac을 탈 땐 구명자켓을 입고 랜딩 후 내릴 땐 구명자켓을 반납한다.
   다시 모선으로 이동할 때 구명자켓은 아무거나 골라 입는다.
   구명자켓으로 인원수를 파악하므로 꼼쳐놓거나 하는 짓은 하지 말아야한다.

6. 현지의 모든 것(돌맹이...)은 가져오는 것이 원칙적으로 금지돼있다.

7. 펭귐, 바다코끼리 등은 일생을 통해 한번도 이를 닦지 않으므로 물리지 않게 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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