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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열된 과일들과 리우리앤
북경은 일 년 내내 과일이 풍부하다.
처음 시장에 가서 끝없이 진열된 과일을 보았을 때 그 종류가 다양함에 놀랐다.
온대지방인 우리나라에도 열대지방의 과일이 수입되기는 하지만 대체로 저장과 운송이 쉬운 과일에 한정 되어있다. 그런데 북위 20도에서 60도 까지, 기온의 차이가 많이 나는 큰 나라이다 보니 그냥 自國의 과일만으로도 이렇게 시장이 풍성해진다.
우리나라에서 나는 과일은 물론 중국에도 다 있다.
그리고 열대지방의 과일이 추가되어 진열대에 쌓인 과일의 가짓수가 아주 많다.
향기롭고 맛있는 망고도 그 가짓수가 꽤 많다. 여름에는 노랗고 큰 망고가 산더미처럼 쌓이고 그 옆에 초록색과 보라색이 섞인 좀 작은 망고가 독특한 향기를 자랑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계절이 바뀔 때 마다 새로운 망고가 나온다는 사실이다.
4월인 요즈음에는 아기주먹만한 크기의 앙증맞은 망고도 다른 망고들 틈에서 한 자리를 지킨다.
사과는 우리나라의 부사보다는 당도가 약간 떨어지지만 향기가 좋고 아삭아삭한 맛이 일품이다.
배는 12월에서 1월에 출하될 당시에는 아주 맛있는 배가 있었는데 두어 달 귀국했다가 돌아오니 3월경부터는 영 맛이 다른 배들이 나왔다.
길거리에서 팔고 있는 구운밤은 북경의 자랑거리라 할 만 하다.
밤 껍데기에 구멍을 내지 않고 구우면 내용물이 팽창하는 바람에 밤이 터지는데 어떻게 구운 것인지 북경의 구운밤은 껍질에 흠집이 없다.
이것을 벗기면 반들반들한 속살이 나오는데 아주 맛이 있다.
과일을 사 먹다 보면 보기보다 영 맛이 없어서 실망하는 경우도 많다.
그 대표적인 과일이 참외다.
수박은 항상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파는데 왜 내가 좋아하는 참외는 안보일까?
궁금해 하던 내가 판매대 위에서 참외를 발견했을 때는 고향의 친구를 만난 듯이 반가웠다.
우리나라의 참외보다 약간 크고 또 좀 더 길쭉하기는 했지만 노란 색깔이나 줄무늬 등 생김은 아주 똑 같았으므로 맛도 당연히 같겠지 하고는 집에 오는 즉시 사온 물건의 정리는 제쳐놓고 참외부터 깎았다.
어머머, 무슨 참외 맛이 이렇지?
참외의 그 아삭아삭 씹히는 맛과 달콤한 속살을 기대한 나는 완전히 실망하고 말았다. 속살이 물렁한데다 단맛도 없으니....
‘크고 단 참외는 없다.’는 속담이 중국에도 통하나?
참외의 경우와 반대로 혐오성 과일이 막상 먹어보고는 그 맛에 홀딱 빠지는 경우가 리우리앤이다. 혐오성과일이라는 표현이 약간 지나친 듯하지만 리우리앤의 모양 자체가 맛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과일은 대개 자신의 종족번식의 본능에서 빨갛고 노랗고, 어쨌든 나름대로 먹고 싶은 생각이 들 만큼 아름답게 생겼는데 리우리앤은 겉모양이 이리저리 튀어나와 울퉁불퉁하고 게다가 밤처럼 가시가 있다.
모양은 그렇다 쳐도 이 과일의 가장 장점이자 단점은 그 냄새이다.
세계의 모든 호텔들이 리우리앤을 반입금지 식품으로 정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그 냄새가 고약한데 이것이 또한 장점이라 함은 그 특유의 짙은 향기로 동물들의 후각을 자극하여 부른다는 것이다.
리우리앤을 맛보기 전에는 과일 전을 갈 때마다 그 옆을 피해서 다녔다.
리우리앤을 고르면 판매원이 그것을 쪼개서 속살만 꺼내어 팩에 포장을 해 준다. 그러니 그 역한 냄새가 사방에 진동을 할 수 밖에 없는데 솔직히 리우리앤 옆에 둘러선 중국인들의 후각과 미각이 의심스러웠다.
이런 내가 리우리앤을 먹게 된 동기는 항주에서 살다 왔다는 나라엄마 때문이다.
“항주에는 리우리앤이 아주 비싼데 그곳에 비하면 여긴 반값도 안돼요” 라고 하면서 냄새는 그래도 맛은 아주 좋다고 알려주었다.
설마 하면서도 딱 한번만 먹어 봐?
호기심에 사다가 머뭇머뭇 한 스푼 떠 먹어보니, 무어랄까? 한마디로 설명할 수 없는 맛이었다.
얇은 막에 쌓여 있는 리우리앤의 속살은 크림색인데 이것을 접시에 담고 아이스크림처럼 티스픈으로 한 수저씩 떠먹는다.
이 맛은 달콤하지만 아이스크림만큼 달지 않고, 향기롭지만 인공향의 거부감이 없고, 아주 부드럽지만 크림보다는 약간 씹히는 맛이 있다.
이렇게 감탄하면서 몇 수저 떠먹다가 그 속에 은밀하게 감추어진 씨앗을 발견했을 때는 탄성이 절로 나왔다.
부드럽고 축축한 크림 속에 있으면서 어떻게 이렇게 정갈하게 있었을까?
망고의 씨앗은 망고의 속살에 엉겨서 먹는 이들이 어쩔 수 없이 옥수수 먹듯이 씨앗과 씨름을 해야 하는데 리우리앤의 씨앗은 그런 점에서 아주 우아하다고 말 할 수 있다.
리우리앤의 호박색 씨앗은 각은 무디지만 삼각형 모양인데 죽 같은 속살이 한 점도 묻지 않고 고운 아씨처럼 수줍게 고개를 내민다.
어느 날인가?
돌아가며 진열된 과일의 가짓수를 세어본 적이 있다.
자그마치 서른두 가지나 되는 게 아닌가?
북경은 과일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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