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일 오전 10시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이주노동자 보고서 기자회견에서 노마 강 무이코 국제 앰네스티 동아시아담당 조사관이 인권상황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 하단에 펼쳐진 것이 이번에 나온 보고서다.
ⓒ 권박효원
2008년 9월 정부 "연말까지 불법체류자를 20만 명 선으로 감소" 발표. 미등록 이주노동자 체포 2만9906명, 50% 증가. 매달 수천명 단속. 11월 한나라당 이주노동자 임금 중 식비·숙박비 차감하는 최저임금법 제출.
같은 해 임금체불 이주노동자 3269명 발생. 전년도에 비해 3배 증가. 이주노동자 관련 산재 5221건 발생. 전년도에 비해 상해 32% 증가.
지난 2004년 고용허가제를 시행하면서 아시아에서 최초로 이주노동자의 법적 권리를 인정한 인권국가 대한민국의 성적표는 초라했다. 임금 체불, 강제 노동, 구타에 성적 착취를 위한 인신매매까지 부끄러운 사례들이 다양하게 드러났다. 국제 앰네스티 한국지부(이하 앰네스티)가 21일 발표한 대한민국 이주노동자 권리 보고서의 제목은 '1회용 노동자'였다. '인간'이 아니라 쓰고 버려지는 '노동력'으로만 존재한다는 뜻이다.
이날 오전 10시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보고서 발표 기자회견에서 노마 강 무이코 앰네스티 동아시아 담당 조사관은 "고용주가 처벌에 대한 두려움 없이 인권침해를 저지르기 때문에, 이주노동자들은 착취를 참아가며 등록 노동자로 남거나 도망쳐 미등록 신분이 되는 선택을 하게 된다"고 밝혔다.
특히 이주노조 지도부에 대한 표적단속과 관련, 앰네스티는 "대한민국 헌법 및 국제법에 의해 보호되는 기본적 노동권을 박탈하려는 시도"라고 비난했으며, 노조 지도자들을 "노동권을 평화적으로 실현하려고 했다는 사실만으로 구금된 양심수"라고 평가했다.
이날 발표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이주노동자는 안전장비 없이 위험한 화학물질이나 중장비를 다룬다. E-6 예술흥행비자로 입국한 여성들은 계약과 달리 술시중을 들거나 성관계를 가져야 한다. 이런 착취를 견디지 못하고 사업장을 이탈하면 이들의 신분은 '미등록' 소위 말하는 '불법인간'으로 바뀐다. 손발 부러져도 일했다, 그러나 잘렸다
한국의 이주노동자는 내국인과 차별을 받지 않는다. 법에 따라 임금체불이나 산업재해를 당하면 배상도 받을 수 있고, 결사의 자유 및 단체교섭·단체행동의 자유를 보장받는다.
그러나 이들은 사업장을 3번만 변경할 수 있고 2달 안에 재취업하지 않으면 한국을 떠나야 한다. 이주노동자들이 성희롱·폭력·임금차별 등을 당해도 쉽게 직장을 떠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앰네스티 측과 인터뷰한 필리핀 출신 A씨는 크리스마스 하루 휴가를 요구했는데, 결국 휴가 다음날 바로 해고당했다.
스리랑카 출신 B씨는 작업 중 발가락 5개와 손가락 2개가 부러지는 사고를 겪었다. 두 달 동안 병원에 입원해야 했지만 12일째 되는 날 사장이 해고하겠다고 협박하자 다시 출근을 했다. 그러나 그는 서 있기도 어려운 상황이었고 결국 사장은 고용비자를 취소했다.
E-9 비자를 받은 여성들은 계약과 달리 미군에게 술을 팔아야 하고, 그렇게 해서 받은 월급도 매니저에게 빼앗긴다. 필리핀 출신 C씨는 클럽에서 가수로 일하는 줄 알고 한국에 왔지만 고용주는 남자고객들과 성관계를 가질 것을 강요했다. C씨가 이를 거부하자 고용주는 그를 때리고 욕하면서 "필리핀으로 보내겠다"고 위협했다고 한다.
그러나 앰네스티 측을 만난 출입국관리소와 법무부 관계자들은 "인신매매 케이스를 한 건도 접해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앰네스티는 "출입국관리소는 왜 이 여성들이 도망치는지 이해하려는 노력을 거의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무이코 조사관은 "한국에서 인신매매는 좁은 의미로 이해된다"면서 "경찰은 여성들이 성관계를 강요당하기 전에 도망치면 인신매매가 아니라고 생각해 수사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왜 한국 정부는 인신매매 몰랐나? 앰네스티는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이번 보고서에서 앰네스티는 "대한민국 정부가 단속정책을 계속 시행함에 따라 모든 이주노동자들이 주변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앰네스티가 조사 과정에서 만난 정부 관계자와 이주노동자들은 단속 상황에 대해 전혀 다른 주장을 펼쳤다.
정부는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은 지역주민들 뜻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앰네스티 측이 만나본 이주노동 활동가나 고용주들은 오히려 "이주노동자 단속 때문에 지역경제가 나빠진다"고 주장했다.
또한 지난해 11월 마석 집중단속과 관련, 출입국관리소는 앰네스티 측과의 면담에서 "구급차를 대기시켜두었고 다친 사람이 없기 때문에 후송된 사람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앰네스티는 마석이나 다른 단속 과정에서 부상을 입은 사건들을 보고서에 기록했다. 앰네스티 측이 만난 방글라데시 출신 D씨는 마석 단속 과정에서 지붕에서 떨어져 양다리를 다쳤다. 단속반원들은 그에게 수갑을 채웠고 5시간이 지나서야 병원에 데려갔다. 앞서 2008년 9월 버마 출신 노동자 D씨가 외국인보호소에 이송되던 중 가슴통증을 호소했으나 치료를 받지 못하다가 결국 단속 13시간 뒤 급성심근경색으로 사망하는 일도 있었다.
출입국관리소는 앰네스티 측에 "체불임금을 돌려받으려는 이주노동자들을 결코 강제출국시키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앰네스티가 마석 단속에서 체포된 이주노동자 7명을 인터뷰한 결과, 이들은 모두 체포 일주일만에 본국으로 강제출국됐으며 출입국 직원들에게 어떤 도움도 받지 못했다.
▲ 경기도 남양주시 외국인근로자복지센터는 지난 2007년 10월 12일 당시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였던 이명박 대통령이 마석가구단지를 방문해서 다문화 가정 이주여성 및 이주노동자들과 기념촬영한 사진으로 달력을 제작했다.
이명박 후보와 기념촬영을 한 이주노동자와 촬영은 하지 않았지만 주변에 있었던 이주노동자들 중에서 여러명이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강화된 단속에 의해 본국으로 강제추방되었다. 빨간 원안 인물들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단속에 의해 추방된 이주노동자들이며, 여성들은 한국인과 결혼한 뒤 가정을 이룬 다문화 가정 주부들이다.
ⓒ 권우성 오마이뉴스 권박효원 기자]
3년만에 다시 보고서 만든 까닭... "개선점이 있었더라면" 이날 앰네스티는 한국 정부에 ▲이주노동자 고용 사업장 조사 및 처벌 ▲이주노동자 인권침해 진정기구 설립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 과정에서 법적 보호 ▲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노조 설립·가입 권리 보장 등을 요구했다.
또한 이주노동자에 대한 국제노동기구의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 협약', '단결권 및 단체교섭에 관한 협약', '강제노동에 관한 협약', '강제노동 폐지에 관한 협약'을 비준하라고 요구했다. 한국 정부는 이에 대해 지난 2006년과 2008년 인권이사회 선거 공약에서 "비준을 고려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번 보고서 작성을 위해 앰네스티는 지난해부터 네 차례에 걸쳐 60명이 넘는 이주 노동자, 이주노동자 인권활동가, 고용주 등은 물론 한국 출입국관리소·법무부·노동부·외교부 관계자들과도 면담했다.
지난 2006년에도 앰네스티는 '이주노동자도 사람이다'는 보고서를 발표하고 고용허가제 인권침해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무이코 조사관은 "그 뒤 개선점이 있다면 이번에 다시 보고서를 작성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8년도 이주노동자 체불임금이 산업연수생 제도 때보다 높아지는 등 착취 관행이 여전히 있다는 것이다.
앰네스티가 다시 후속 보고서를 낼지는 아직 정해진 바가 없지만, 한국 이주노동자 인권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예정이다. 무이코 조사관은 "보고서 발간뿐 아니라 인권의식 향상과 문제점 개선을 위한 활동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OEM은 Original Equipment Manufacturer의 약자로 A, B 두 회사가 계약을 맺고 A사가 B사에 자사(自社)상품의 제조를 위탁하여, 그 제품을 A사의 브랜드로 판매하는 생산방식을 의미합니다.
이에 비해서 ODM은 Original Development Manufacturing의 약자로 제조업자 개발생산 또는 제조업자 설계생산(Original Design Manufacturing)이라고도 합니다.
여기서는 제조업체가 보유하고 있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제품을 개발해 유통업체에 공급하고, 유통업체는 자사에 맞는 제품을 선택함으로써 유통에 핵심역량을 집중하게 됩니다.
즉, 판매업자(주문자)가 건네준 설계도에 따라 단순히 생산만 하는 OEM방식과는 달리, 판매업자가 요구하는 기술을 자체 개발해서 납품하기 때문에 제조업체로서는 부가가치가 높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 자체 개발해서 생산하기 때문에 해외 시장에 판매할 경우 개발 로열티를 받을 수 있고, 부품을 구매할 때도 제조업체가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 원가를 낮추는 데도 도움이 되는 등 고부가가치형 생산체제로 평가받습니다.
한국의 경우 주로 대기업들이 이 방식을 도입했으나, 2001년에 들어서는 중소기업에서도 적극 도입하기 시작해, 대형 농기계 생산업체인 국제종합기계(주)에서 자체 개발 생산한 트랙터 부착용 작업기를 미국 회사와 오디엠 방식으로 수출 계약을 맺는 등 갈수록 확산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우리나라로서는 OEM수출보다는 ODM수출이 경제에 더 유리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정리해보기...
OEM 수출 - 주문자의 지시나 만들어준 설계도에 따라 제품을 생산하여 주문자의 상표를 부착하여 수출하는 거래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서울세관 별관, 지난해 6월 말 이곳에서 노동자 1500여 명이 모여 밤샘 노숙농성을 벌였다. 올해도 어김없이 6월27일 이곳에 수많은 노동자들이 모여 밤을 새워가며 노숙농성을 벌일 예정이다. 서울세관 별관에는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가 자리잡고 있는데, 2008년에 적용될 법정 최저임금이 6월28일까지 최임위 전원회의에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은 회의장 바깥에서 최저임금 현실화를 요구하면서 올해는 몇%를 더 올릴까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 “최저임금을 현실화하라.” 여성노조가 6월13일 국회 앞에서 최저임금 93만원 쟁취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입에 칼을 물고 인상 막겠다”
최임위 멤버는 총 27명(노·사·공익 위원 각 9명씩)으로 구성되는데, 최저임금은 해마다 노사 대표위원들 간에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지다가 막판에 공익위원들이 나서 표 대결을 벌인 뒤 최종 결정되는 방식이었다. 최근 3차 전원회의를 끝낸 뒤 공익위원들은 노사 대표위원들에게 각각 수정안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올해 적용되고 있는 법정 최저임금은 시급 3480원(일급 2만7840원)으로, 월 환산액은 72만7320원이다. 노사의 최초 제시안을 보면,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으로 구성된 노동계의 최저임금연대는 2008년 1∼12월까지 적용되는 최저임금으로 시급 4480원(일급 3만5840원, 월급 환산 93만6320원)을 요구했다. 월 93만6320원은 전체 노동자 임금 평균의 50%다. 노동계는 2001년부터 최저임금 싸움을 본격화하면서 해마다 ‘전체 노동자 평균임금 대비 50%’를 적정 최저임금 수준으로 요구하고 있다.
반면, 한국경영자총협회 등으로 구성되는 사용자 대표위원들은 2008년 최저임금을 올해 수준(시급 3480원)으로 동결하는 안을 제출했다. 민주노총 여성연맹 이찬배 위원장(최임위 노동계 위원)은 “2000년 이후 사용자 쪽이 해마다 그래도 2∼3%(50∼90원) 정도는 인상하는 안을 최초 제시안으로 들고 나왔으나 올해는 아예 동결안을 내놓았다”면서 “노동계는 인상폭을 조정한 수정안 제출을 검토했으나 사용자 쪽은 애초의 ‘동결’ 방침을 굽히지 않은 채 수정안을 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입에 칼을 물고 최저임금 인상을 막겠다”고 말하는 사용자 쪽 위원까지 있다고 한다. 사용자 대표위원들은 해마다 10원, 20원 더 올려주겠다면서 최저임금 수정안을 제시하곤 했다.
법정 최저임금을 적용받고 있는 노동자는 몇 명이나 될까? 최저임금이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한테 먹고사는 문제와 직결되는지는 한눈에 알 수 있다. 2006년 8월 현재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에서 최저임금(시급 3480원) 이하를 받고 있는 노동자는 213만 명(전체 노동자의 13.9%)이다. 이 가운데 2007년 적용 법정 최저임금(3480원)의 수혜자는 69만 명(4.5%)이고, 나머지 144만 명(9.4%)은 최저임금 적용에서 제외되는 노동자들이거나 최저임금법 위반업체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로 추정된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유선 소장은 “2006년 8월 현재 가내 노동자와 장애인, 감시·단속적 노동자가 최저임금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고, 수습 근로자가 최저임금의 90%만 적용받고 있음을 감안하더라도 최저임금조차 탈법적으로 적용되지 않고 있는 노동자가 광범하게 존재한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이하를 받고 일하는 노동자들은 우리 사회에서 비록 잘 보이지 않지만 두터운 층을 형성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흔히 최저임금은 10대 청소년이나 은퇴한 고령자, 생계를 임금에 의존하지 않는 미혼 단신 노동자들이 주로 받는다고 주장한다. 과연 그럴까? 김유선 소장의 분석에 따르면, 최저임금 적용 대상 노동자 중 기혼자가 무려 73.2%에 달하고, 35∼54살 인구가 40.1%에 이른다. 55살 이상은 28.9%로 나타났다. 최저임금위원회 안옥자 사무국장은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할 때 생계비, 유사근로자 임금 수준, 노동생산성, 소득분배율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하는데, 이런 변수들이 지난해 대비 몇% 올랐다 내렸다는 것을 주로 따진다”며 “생계비 변수로는 최임위가 15∼29살 미혼 단신 근로자 실태 생계비를 따로 조사해 활용해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로 최저임금 적용 대상자는 미혼 단신 근로자가 아니라, 부양할 가족을 둔 청·장년기 노동자들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
현행 최저임금 수준은 과연 저임금 노동자의 생계 보장이라는 법의 취지를 달성하고 있을까? 2007년 최저임금 수준은 노동자 3인가구 생계비(288만원)의 25.2%, 최저임금위원회가 조사한 1인 가구 실태생계비(122만원)의 59.4%에 불과하다. 2007년 5인 이상 사업체 노동자의 한 달 정액 급여(195만2천원)에 비하면 37.3%에 그친다. 법정 최저임금은 2003년 10.3%, 2004년 13.1%, 2005년 9.2%, 2007년 12.3%가 올랐음에도 1988년 최저임금제 시행 이후 전체 노동자 평균 임금의 3분의 1 수준을 맴돌고 있다. 김유선 소장은 “최저임금제가 저임금 노동자들의 생활조건을 개선하고 임금소득 불평등을 해소하는 데 기여하려면 매년 인상률이 최소한 전체 노동자의 평균적인 임금인상률보다 높아야 한다”며 “2000년 이후 최저임금 인상률이 평균 임금인상률보다 높았던 해는 2001년과 2004, 2005년 세 해뿐이었다”고 말했다.
현행 법정 최저임금(한 달 72만7320원)을 받고서 가족은 둘째치고 누군가 살아가는 것이 가능할까? 최저임금 수준이 워낙 낮다 보니 최저임금 영향률(전체 노동자 중 최저임금 적용 수혜자 비율)은 2002년에 한때 0.8%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최저임금제가 있으나 마나 한 제도가 되고 만 것이다. 2007년 현재 최저임금 영향률은 4.5%이다. 노동부는 최저임금 영향률을 13.9%라고 집계하지만, 이는 최저임금조차 실제로 받지 못하고 있는 144만 명(9.4%)까지 포함한 것이다.
그러나 사용자 쪽은 ‘중위임금’(근로자가 받는 임금을 액수로 나열해 가장 중간에 위치하는 임금액) 대비 최저임금을 최저임금 기준선으로 제시하면서 “현행 최저임금 수준(시급 3480원)은 중위임금과 대비해 51%에 달해 최저 생계보장이라는 정책적 목표를 충분히 달성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또 한국경영자총협회는 “2000년 이후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연평균 11.8%에 달하는 놀라운 상승률을 기록했다“며 “영세·한계 기업이 국내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저임금 근로자의 고용 안정을 위해서도 최저임금은 동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리한 최저임금 적용이 오히려 저임금 노동자들의 대량해고 사태를 야기할 것이라는 얘기다. 최저임금 인상이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해고통지서를 전달하게 만든다는 것인데, 물론 법정 최저임금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고용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지만, 국제적으로 최저임금이 고용을 줄인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는 거의 발견되지 않고 있다.
최저임금제는 노조 조직률이 10.3%에 불과한 현실에서 저임금 노동자의 생계를 보장해줄 수 있는 유일한 제도인데, 최저임금 적용 대상자 중 94.4%가 비정규직이다. 어쩌면 최저임금 싸움은 단순히 저임금 노동자에 국한되는 것을 넘어, 외환위기 이후 확산되고 있는 전체 노동자의 저임금화 경향에 대한 사회적 투쟁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한국 최저임금 OECD 꼴찌
시간당 임금 대비 최저임금 수준, OECD 국가 중 가장 낮아
최저임금을 전체 노동자의 시간당 임금, 하루 임금, 월 임금과 각각 견줘볼 때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다른 나라들에 비해 어느 수준일까? 우선 시간당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국가들과 우리나라 최저임금 수준을 비교하면, 2006년 우리나라의 시간당 임금(1만3881원) 대비 최저임금(3100원) 수준은 22.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속한 비교대상 13개 국가 중 최하위다. 국제적으로 2006∼2007년 시간당 임금 대비 최저임금 수준은 미국 24.7%, 영국 38%, 프랑스 41.5%, 독일 38.9%, 뉴질랜드 53%, 일본 25.3∼30.0%, 이탈리아 39.6%, 오스트레일리아 41.3% 등이다. 그런데 학계 일부에서는 ‘중위임금’(전체 노동자가 받는 임금을 액수로 나열해 가장 중간에 위치하는 임금액) 대비 최저임금 비중은 한국이 40.7%로 미국(32.2%)보다 훨씬 더 높다면서 한국의 최저임금이 낮은 편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은 “우리나라의 경우 정액급여가 전체 임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기 때문에 시간당 임금 대비 최저임금 수준이 낮고, 또 임금소득 불평등이 크기 때문에 중위임금과 견준 최저임금 수준이 미국보다 높게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루 임금과 최저임금 수준을 대비해 따져보면, 2006년 우리나라 전체 노동자들의 하루 임금(11만1048원) 대비 최저임금 수준(1일 2만4800원)은 22.3%이다. 멕시코는 2006년에 하루 기준으로 국가 최저임금, 지역별·직종별 최저임금제를 운영하고 있는데 20.0∼21.2% 수준이다. 우리와 멕시코가 비슷한 수준인 것이다. 한 달 기준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나라들과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2007년 전체 노동자 월 임금(272만2769원) 대비 월 최저임금 수준(72만7320원)은 26.7%이다. 반면, 스위스는 월 임금 대비 최저임금 수준이 76.1%, 포르투갈 61.2%, 스페인 28.7%, 네덜란드 44.1%, 벨기에 40.6% 등으로, 체코(1.2%)와 슬로바키아를 제외하고 우리나라보다 훨씬 높다.
‘저성장 4년’ 식어버린 엔진… 주력산업 중국에 내줄 판 올해 ‘조선 수주 1위’ 中에 뺏겨… “반도체도 2년내 역전” 高부가 성장동력 키우고 투자 되살릴 공감대 마련 시급
“중국의 반도체 기술은 이미 우리를 3~4년 차이까지 쫓아왔습니다. 이런 스피드라면 2년 뒤쯤엔 우리가 앞설 거라고 장담 못합니다.” 반도체 설계회사 텔레칩스의 서민호 사장은 “중국이 얼마나 위협적인 존재인지 한국만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중국의 선전(深?) 연구소의 연구인력을 현재 11명에서 연말까지 30~50명으로 늘릴 예정이다.
한국의 3분의 1 임금 수준에 고급 엔지니어를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성과 위주 보수체계는 미국을 뺨친다. 최고급 기술자의 월급이 2만8000위안(약 340만원)에 달해 한국과 비슷한 수준인 반면, 어떤 기술자는 3000~4000위안밖에 못 받는다. 하지만 누구도 불평하지 않는다고 한다.
얼마전 세계 1위 반도체 장비업체인 미국의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스(AMAT)’는 한국에서 연구개발(R&D) 센터를 철수한다고 발표해 충격을 주었다.
대신 중국에 200㎜ 반도체장비 연구 및 생산 시설을 이전할 계획이다. 올해 초엔 인텔이 한국내 R&D 센터를 없애고 중국에 더 큰 규모로 세우겠다고 발표했었다.
지난 10년간 한국 경제의 성장동력 역할을 해준 IT산업. 그 두뇌에 해당되는 연구·개발 근거지가 중국으로 옮겨가는 것은, 역동성을 상실한 우리 경제의 현주소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잇단 위기론
한국 경제의 자존심이었던 조선도 1~2월 선박 수주량이 중국에 추월당했다. 다른 분야는 말할 것도 없다. 지난해 말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중국에 진출한 465개 한국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국과 중국의 기술이 동등하거나 오히려 중국이 앞섰다”는 대답이 무려 30% 가까이 나왔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이미 MP3플레이어와 모직(毛織)산업의 경쟁력이 중국에 밀렸고, 2010년에는 디지털TV와 이동통신 장비, 철강도 중국에 뒤질 것으로 전망됐다.
외환위기를 겪은 지 10년. 그동안 한국은 구조조정과 개방의 격랑을 헤쳐왔지만, 이제 다시 경제를 근본적으로 개혁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차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구택 포스코 회장 등 재계 인사들이 잇달아 위기론을 제기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서울이 몽유병에 걸렸다. 아시아의 수출 챔피언이 길을 잃을 위기에 놓였다”며 한국 제조업이 동력을 잃고 중국과 일본 사이에 끼인 샌드위치 신세가 됐다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경제의 역동성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중국은 최근 4년 연속 10% 이상의 고성장을 거듭하는 가운데, 한국은 지난 4년간 잠재성장률(물가를 자극하지 않고 달성 가능한 경제성장률)에도 못 미치는 연 평균 4.2% 성장에 머물렀다.
기업가들이 투자의욕을 잃은 탓에 투자 부진도 심각하다. 96년 GDP(국내총생산)의 15.6%에 이르던 기업 설비투자가 작년엔 11.1%로 떨어졌다.
삼성경제연구소 정문건 전무는 “그동안에도 개혁을 외쳐 왔지만 성장동력은 약화되고 노사갈등만 심화됐다”면서 “총체적인 한국 경제 시스템의 활력 회복을 위한 진정한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4대 위기요인
과연 우리 경제의 어떤 모습이 위기인가? 본지가 ‘조선경제포럼’ 회원인 기업인·교수 15명과 국내 주요 대기업 9곳의 기획·전략 담당 임원에게 왜 위기인지 설문조사해 보았다. 응답자들은 ▲경제성장 동력의 상실(67%) ▲중국·일본 사이에 끼인 기술력 샌드위치 상황(38%) ▲정부에 대한 불신 확대(33%) ▲노사대결 심화(29%)의 네 가지를 위기요인으로 꼽았다 (복수응답 허용).
이현승 GE에너지코리아 대표이사는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이 수익성과 현금 중시 경영을 하다 보니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노력이 없었다”면서 “성장동력은 하루아침에 나오는 게 아니라는 점에서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태식 한양대 공대 교수는 “플랜트산업 등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기존 산업 중에서도 고부가가치 산업을 집중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사양산업으로 간주되는 가죽제품에도 인건비 비중이 10%도 안 되는 자본·기술 집약적 산업이 있다는 것이다.
강석훈 성신여대 교수는 “샌드위치 위기론이 나오기 이미 10년 전부터 이른바 넛 크래커(nut cracker·호두까기) 경제라고 해서 선진국과 후진국 사이에 끼인 구조가 문제라는 지적이 나왔지만 지금까지도 극복 전략은 없었다”면서 “10년 전엔 개념적으로 말하던 것이 지금은 현실로 다가왔다는 것이 큰 차이”라고 말했다.
이병남 보스톤컨설팅그룹 서울사무소 대표는 “외환위기 때처럼 정부가 앞장서 전 국민이 경제위기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만 이런 걱정을 하는 게 아니다. 영국 런던의 주택가격은 지난 6년간 연평균 12~15% 올랐다. 작년 시내 중심가 지역은 최고 25%까지 급등했다. 부자 동네인 첼시의 60평짜리 아파트가 86억원이나 한다. 집값이 오르니 월세도 덩달아 오른다. 가파르게 오르는 월세에 교사·소방관·간호사들이 런던을 탈출하고 있다.
러시아 모스크바는 지난 2003년 이후 연평균 25%씩 폭등했다. 2002년 ㎡당 아파트 가격은 900달러였지만, 작년 말에는 4000달러(평당 가격으로 환산하면 1220만원, 1평=3.3058㎡)를 훌쩍 뛰어넘었다. 고급 주거지역은 평당 2500만원을 넘어섰고 최근에는 평당 9000만원이 넘는 최고급 아파트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인도 뉴델리는 지난해 집값이 45% 치솟았고, 고급 아파트 매매가는 평당 2000만원을 넘어서고 있다. 중국도 정부가 치솟는 집값에 양도세 등 세금규제를 가하고 있고 시민들이 ‘원가공개’를 요구할 정도로 계속 오르고 있다.
작년 미국 집값이 안정세로 돌아섰다고 하지만 1990년대 후반 이후 전 세계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치솟았던 집값은 여전히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이러다 보니 부동산가격의 급락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올 다보스 포럼은 석유파동과 달러 하락,
중국 경제 경착륙 등과 함께 부동산 버블붕괴를 올해 지구촌을 위협할 주요한 ‘글로벌 리스크’로 꼽았다. 중국 사회과학원도 “중국 부동산 버블을 효율적으로 제거하지 않으면 1990년대 일본의 부동산 버블 붕괴와 유사한 상황을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도이치뱅크도 “부동산 거품이 유럽에서 가장 심한 아일랜드를 비롯해 스페인 등지의 부동산 가격도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버블 붕괴론’은 어제오늘 제기된 주장이 아니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002년부터 ‘버블 붕괴론’을 줄기차게 외쳐왔다. ‘주택가격의 스토커’라고나 할까? 모건스탠리의 수석이코노미스트 스티븐 로치도 대표적인 버블론자.
그는 지난 2002년 “1997년 이래 미 주택가격은 27%가 상승했고, 이는 같은 기간 주택 임대료 상승률의 3배에 이른다”며 “주택경기 거품은 현재 미국이 경험하고 있는 경제거품의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버블 붕괴론자들은 1970~1980년대 선진국 집값이 오른 만큼 내렸다는 사례를 들어 향후 집값 붕괴가 세계 경제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것이라고 예언하고 있다.
버블 붕괴론은 이른바 투기적 가수요에 의한 ‘비이성적 과열(irrational exuberance)’로 집값이 급등했고, 결국 그 거품은 터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들이 제시하는 비이성적 과열로 인한 투기와 그 비참한 종말의 사례는 역사상 수도 없이 많다. 17세기 네덜란드의 튤립 투기 열풍, 1980년대 말 일본의 집값 급등, 1990년대 말의 인터넷 관련 주식 투기 붐….
하지만 대다수 경제학자들의 관심은 종말론적 ‘거품 붕괴론’보다는 집값 급등현상을 초래한 펀더멘털(근본 구조)에 맞춰져 있다.
우선, 전 세계적으로 동시다발적이고 상승 기간이 사상 유례 없이 길다는 점이다. OECD 이코노미스트 마이크 케네디(Mike Kennedy)는 “독일과 일본을 제외한 선진 17개국의 주택시장이 10년 이상 호황을 누렸다”며 “이렇게 많은 나라에서 이렇게 장기 호황을 누린 사례를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투기적 수요에 의한 ‘비이성적 과열’ 현상의 대표적인 특징은 상품·종목 불문의 가격 폭등이다. 흔히 집값 버블의 대표 사례로 꼽는 1980년대 말 일본만 해도 일본 전역의 집값·땅값이 급등했다.
하지만 이번 집값 폭등의 경우 동일한 국가 내에서의 지역적 편차가 엄청나게 커졌다. 지난 5년 동안 미국 워싱턴DC·플로리다·캘리포니아·하와이·네바다·메릴랜드 등은 집값이 100% 이상 올랐다. 반면에 미시간·인디애나의 주택가격 상승률은 20%에 미달했다.
영국은 집값이 가장 비싼 런던지역의 평균 가격이 31만4550파운드(5억7200만원)인 데 반해 가장 싼 지역의 평균가격은 7만6493파운드. 러시아에서도 모스크바의 집값이 폭등을 했지만 집값이 미동도 하지 않은 지방도시도 많다. 인도도 뭄바이·뉴델리 등 경제가 급성장하는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폭등하고 있다.
도대체 과거와 다른 집값급등 현상이 왜 발생하는 것일까? 경제학자들은 우선 글로벌경제의 확산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믿고 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각국 정부가 자신의 국가 상황에 맞춰 금리를 책정할 수 있었지만 글로벌 경제하에서는 광속도의 자본 이동으로 세계 주요 국가의 금리가 연동화되고 있다.
캘리포니아대(어바인) 케리 밴델(Kerry Vandell) 교수는 “세계동시다발적 집값 급등은 세계경제가 글로벌하게 연결돼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하버드대 니콜라스 레시나스(Nicholas Retsinas) 교수는 “세계적 집값 급등은 머니마켓에 뿌리를 둔 트렌드”라고 지적했다. 세계적 저금리 현상은 저임금·막대한 노동력을 갖고 있는 인도·중국이 전 세계에 저렴한 공산품을 쏟아내면서 가능해졌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중앙은행은 물가안정이 최우선 목표였고 물가안정을 위해 고금리 정책을 쓰는 사례가 많았다. 하지만 인도·중국산(産) 공산품의 홍수로 저물가가 유지되면서 저금리 정책을 쓸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된 것이다. 러시아의 물가상승률은 1992년 1571%, 터키는 1994년 104%의 살인적 물가 상승률을 기록했고 이를 억제하기 위해 대출 금리를 각각 320%와 86%까지 올렸다.
그러나 물가상승률이 2005년 러시아는 11.4%, 터키는 26%로 떨어졌고 대출금리도 1990년대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영국·미국·프랑스도 1980년대 말 10%가 넘던 대출금리가 2000년대 들어 6%대로 떨어졌다.
소득의 양극화, 주택수요와 투자의 글로벌화 현상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이다. 런던이나 미국의 샌프란시스코·뉴욕의 고가주택 수요자는 단순히 자국민들이 아니다. 풍부한 오일머니를 배경으로 한 중동국가 등 다양한 투자자와 수요자들이 몰려들면서 집값을 급등시켰다.
펜실베이니아대 주르코(Gyourko) 교수 등은 ‘수퍼스타 도시들(superstar cities)’이란 논문을 통해 미국의 경우, 고소득 수요자들의 선호도와 주택공급 규제 여부에 따라 지역별 가격 상승률에 큰 차이가 난다고 주장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의 고급 주택가인 퍼시픽 하이츠의 전경. 주요 선진국들의 집값은 최근 유례를 찾기 힘든 글로벌 저금리 현상과 새 주택대출 상품 출시 등의 금융 기법 발달로 뚜렷한 동조화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한 국가 내에서 도시와 비도시 간 가격 상승률 격차가 과거 어느 때보다도 커지는 등 양글화 현상은 더욱 심화됐다.
주요 국가의 집값 변동률을 정기적으로 조사 발표하고 있는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Economist)에 따르면 1997~2006년 10년 기간 중 주요 선진국들의 집값 상승세는 놀라울 정도다. 아일랜드는 무려 252%가 뛰었고 영국(192%)·스페인(173%)·호주(132%)가 뒤를 이었다. 이들뿐인가. 프랑스(127%)·덴마크(115%)·미국(100%) 등도 같은 기간 배 이상 뛰었다. 독일(-1%)과 일본(-32%)만 하락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현상이 바로 동조화(同調化) 흐름이다. 선진국의 집값은 통일에 따른 부담, 10년 장기 불황의 터널에 허덕이던 독일 일본 두 나라를 제외하고는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지난해부터 미국의 주택가격 상승세는 꺾였다. 하지만 나머지 주요 국가들의 주택가격은 여전히 강세다. 영국·호주에서는 집값 상승세가 2004~2005년 둔화됐지만 2006년 들어 상승폭이 다시 커졌다. 2차대전 이후 이런 현상은 없었다.
■글로벌 저금리·거시경제의 연계성
선진국 주택가격 상승의 동조화 현상은 왜 발생할까?
첫째, 글로벌 저금리 때문이다. 이는 그간 유례를 찾기 힘든 현상이다. 글로벌 저금리의 원인 역시 여러가지다. 우선 중국 인도가 세계 경제에 본격 합류하면서 값싼 제품이 대량 수입됨에 따라 물가가 안정됐다. 물가가 안정되면 금리는 굳이 올릴 이유가 없다.
자연히 저(低)금리현상이 굳어진다. 국제 자본이동이 급속히 늘고 자본시장 간 연계가 강화된 것도 저금리를 불러 온 원인이다. 2005년 한 해 동안 국제 자금이동은 무려 6조 달러에 달했다. 전세계적으로 거래되는 금융상품의 종류가 크게 늘고 자본 시장 내 경쟁이 심화되면서 증권화를 통한 대출위험의 재분배가 가능해졌다. 이로 인해 주택금융도 확충됐다.
둘째, 세계경제의 성장세가 지속되고 거시 경제의 연계성이 강화됐다. 국가간 경제관계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면, 즉 상호 의존도가 높아지면, 한 나라의 주택가격 상승이 다른 나라로 파급되기가 훨씬 쉬워진다. 1990년대 이후 미국 주택가격 상승?소비 증가?
유럽아시아로부터의 수입 증가 현상이 두드러졌다. 유럽아시아 국가 입장에서는 수출이 증가하므로 소득이 증가하고 이는 주택수요를 촉발시켜 주택가격을 상승시킨다.
셋째, 금융기법이 발달하면서 새 주택대출 상품이 출시된 것도 집값 상승의 중요한 원인이다. 새 상품은 이른바 비(非)전통적 모기지(mortgage)상품을 말한다. 미국의 경우 ?이자만 상환하는 대출(interest-only mortgage) ?대출 초기에는 낮은 고정금리를 부담하고, 일정 기간 후에 금리가 상승하는 대출(hybrid adjustable rate mortgages) 등 다양한 신주택 대출 상품이 출시되고 있다.
MIT 위튼(Wheaton) 교수는 최근 미국 주택가격 상승이 과거와 구별되는 특징으로 ‘비전통적인 주택금융의 확충과 대출심사의 완화’를 꼽았다. 전통적인 장기 고정금리 모기지 대출을 받기 어려운 소비자들에게 대출의 길이 열리면서 주택수요가 늘었다. 이에 따라 1965~1995년(30년) 기간 중 63~64%였던 자가(自家)보유율은 1995년 이후 10년 사이 역사상 최고 수준인 70%까지 높아졌고, 집값도 올랐다.
■美·中·유럽에도 ‘수퍼 스타 시티’ 있어
전세계적으로 볼 때 주요 선진국의 집값 상승세(국가전체)는 숫자로도 여실히 증명됐다. 하지만 한 국가만 들여다 본다면 얘기는 좀 달라진다. 글로벌 집값 상승의 특징으로 ‘한 국가 안에서 도시 지역간 가격 상승률의 격차가 과거 어느 때보다 커졌다’는 점이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유럽 러시아 중국 등 대부분 국가에서 일부 도시의 가격 상승률은 전국 평균보다 훨씬 높다. 서울의 강남 등 버블세븐 지역처럼. 펜실베이니아대 주르코(Gyourko) 교수는 특정 대도시권 및 대도시권 내 특정 지역의 주택가격 차별화 현상을 운동선수나 연예인 중에서 평균보다 훨씬 높은 연봉을 받는 ‘수퍼스타(super star) 현상’에 비유했다.
현상의 본질을 들여다 보자. 수퍼스타 도시에 거주하는 것은 귀한 사치품을 소유하는 것과 비슷하다. 어떤 이유로든 그 도시에 살기 원하는 고소득자가 충분히 많다 치자. 그런데 주택공급이 부족하면 집값은 큰 폭으로 오른다. 피할 수 없다. 특히 최근처럼 저금리가 지속되고 유동성이 풍부한 때라면 상승폭은 더 가파를 수밖에 없다. 고소득 가구가 증가하면 할수록 이러한 지역간 가격 격차는 심화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하버드대 글래이저(Glaeser) 교수는 “미국에서 집값 높기로 유명한 보스턴은 ‘부티크 시티’(Boutique city)라 부를 수 있다”고 말했다. 집값이 크게 오르면 저소득 계층은 도시의 중류 이상 주택가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다. 대신 고소득 계층이나 특정 유망직종 종사자들이 그 자리를 메운다. 다양한 상품을 파는 백화점이 아니라 특정 고가 상품만 파는 부티크처럼 고소득자만의 도시로 변한다는 의미다.
글로벌 경제는 주거지도 글로벌하게 변한다는 것을 뜻한다. 미국의 갑부가 베이징(北京)의 고급 아파트를 거금을 주고 사고, 화상(華商) 재벌이 뉴욕 맨해튼의 수백만 달러 짜리 고급아파트를 매수할 수 있다는 뜻이다. 2006년 런던 요지의 집값은 29%가 상승,
1 평당 주택가격은 약 8800만원에 달했다. 뉴욕 맨해튼의 고급 아파트 가격보다도 63% 높은 수준이다. 런던에서도 집값이 가장 비싼 첼시지역은 최고급 레스토랑과 명품 부티크들이 가까이 있어 해외 부호들이 선호하는 지역이다.
■수요 늘때 공급 충분히 늘지 않아
집값이 폭등한 도시들의 공통점은 ‘수요가 증가할 때 신규공급이 충분히 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공급이 쉽게 늘지 않는 것은 자연적인 택지 부족 탓도 있지만 주로 토지이용과 건축에 관한 정부 규제 때문이다. 특히 미국의 경우 자가(自家)보유자들이 늘면서 이들이 자신들의 재산가치를 보호하기 위해 지방정부를 통해 주택공급을 억제한다는 것이다.
집값이 급등한 도시에서는 특히 사회초년병들의 내 집 마련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미국의 경우 1995~2005년 기간 동안 실질 주택가격이 전국 평균 45% 상승한 반면 근로자 평균 실질소득은 10%, 개인소득은 20% 상승하는 데 그쳤다. 주택구입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널리 쓰이는 ‘PIR’(연소득 대비 주택가격 배율, 연소득이 1억원이고, 주택평균가격이 5억원이라면 PIR은 5.0)도 급상승 중이다.
다만 PIR이 상승했다고 해서 주택구입 능력이 낮아졌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융자를 받아 주택을 구입할 경우 현금 기준 주택보유비용은 주택가격에 대출금리를 곱한 수치이므로 금리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 PIR이 상승해도 소득대비 주택보유비용이 상승하지 않을 수 있다. 미국의 경우 PIR은 상승했지만 전국 평균 소득대비 주택보유비용은 상승하지 않았다.
금리가 급격히 상승하지 않는 한 전국적으로 주택 구입능력이 악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공급이 부족한 도시에서는 PIR이 급상승해 주택구입이 어려워 지는것이 불가피하다. 2006년 ‘주택구입능력 국제조사’(Demographia International Housing Affordability Survey)는 ?‘PIR 3.0 이하’면 주택구입 능력이 양호 ?3.1~4.0이면 구입능력이 다소 낮음 ?4.1~5.0이면 매우 낮음 ?5.1 이상이면 극도로 낮음으로 분류했다.
2005년 9월 현재 PIR 평균치는 ?미국(67개 도시) 4.6 ?캐나다(9개 도시) 3.6 ?영국(12개 도시) 5.5 ?아일랜드(더블린) 6.0 ?호주(8개 도시) 6.2 ?뉴질랜드(3개 도시) 5.9 등이다. 그러나 미 LA(11.2)·샌프란시스코(9.3)·뉴욕(7.9), 캐나다 밴쿠버(6.6), 영국 런던(6.9), 호주 시드니(8.5) PIR은 전국평균에 비해 훨씬 높았다.
■집값 잡는 특효약은?
주택가격의 급격한 변동은 거시경제의 안정성을 저해하고 자원배분의 왜곡과 자산격 차의 심화를 초래할 수 있다. 당연히 정책당국의 중요한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최근 선진국 집값 상승의 중요한 원인이 저금리였으므로 금리 인상이 집값 안정에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금리 인상은 주택수요, 특히 대출을 이용한 투자수요를 억제해 전반적인 집값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 그러나 중앙은행이 통제할 수 있는 금리는 단기금리일 뿐이다.
장기금리는 미래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를 반영하기 때문에 시장에서 결정된다. 따라서 물가가 안정돼 있으면 중앙은행이 단기 금리를 인상해도 주택대출 금리의 기준치인 장기금리는 안오르거나, 거꾸로 내릴 수도 있다. 또 금리 인상은 지역별 가격격차 해소에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금리는 전국적으로 같지만 주택시장은 국지적 수요공급 요인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금리는 주택뿐 아니라 경제의 다른 부문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도 정책당국의 선택을 제약한다.
금리조정이 한계가 있다는 사실은 각국 사례에서도 증명된다. 미국 영국 등이 단기 정책금리를 인상했지만 주택가격 상승은 쉽사리 진정되지 않았다. 사실 이들 국가가 금리를 인상한 1차 목적은 집값보다는 인플레이션 압력 차단에 있었다. 미국의 경우 연방기금금리는 2003년말 1%에서 출발하여 2006년 6월까지 5.25%가 올랐다. 그간 금리는 무려 17차례나 인상됐다.
영국의 경우 정책금리는 2002년 4%에서 2003년 3.75%로 인하된 후 2004년에는 4.75%까지 인상됐다. 하지만 2005년에 4.5%로 재인하됐다. 이후 2006년 8월과 11월, 그리고 2007년 1월에 각각 인상돼 현재 5.25%다.
호주 역시 정책금리(cash rate)를 2001년 12월 4.25%에서 2003년 5.25%, 2005년 5월 5.50%로 인상했다. 2006년 들어 세 차례 금리를 인상해 현 정책금리는 6.25%. 그러나 미국의 집값 오름세는 2006년 들어 꺾였지만 영국·호주의 경우 금리 상승 후에 주택가격이 안정됐다가 상승세로 돌아섰다.
주택금융의 금리구조는 주택가격의 변동성을 결정하는 중요 변수다. 1971~2003년 18개 주요국의 주택가격 변동성과 주택대출 유형별 구성 간의 관계를 분석한 IMF의 연구결과를 보자. 고정금리(fixed rate) 대출비중이 높은 나라일수록 주택가격 변동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변동금리(floating rate) 대출이 주택금융의 주종을 이루고 있는 영국의 경우 금리 변동에 따른 주택가격 변동폭이 고정금리 위주의 주택금융 구조를 지닌 미국·덴마크에 비해 훨씬 높다.그러나 최근 미국에서 변동금리를 포함한 비전통적인 모기지대출이 크게 늘어났다. 2005년 신규 대출의 25%, 대출잔액의 8%를 차지했다. 따라서 금리가 갑자기 오를 경우 낮은 변동 금리로 대출받은 차입자들의 지급불능 사태가 발생하고, 이에 따른 주택매각으로 주택가격이 급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세제정책은 특효약 될 수 없어
재산(보유)세를 통한 가격상승 억제의 필요성은 영국의 일부 전문가에 의해 제기되었다. 뮐바워(Muellbauer) 교수는 영국의 주택가격 상승을 진정시키고 주택가격 상승이 거시경제에 미치는 불안요인을 완화하기 위해 재산보유세(국세) 도입을 제안했었다.
현재 영국의 주택 보유세는 지방세인 카운슬 택스(council tax)인데 그 실효세율이 집값이 많이 오른 지역에서 더 낮고, 같은 지역 안에서는 고가 주택일수록 낮아 역진적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따라서 주택수요 억제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전국적으로 동일한 실효세율의 재산보유세를 부과하면 집값 상승의 일정비율만큼 자동적으로 보유세가 늘어나 주택보유의 수익률이 하락하고, 집값 오름세가 진정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정책에 반영되지 않았다.
우리나라 보유세제 강화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널리 언급된 미국의 재산세 실효세율은 전국 평균 1% 정도다. 하지만 도시별로 차이가 크다. 미국의 재산세는 지방정부가 공급하는 공공(公共)서비스의 비용을 조달하는 수단이며 투기억제 주택가격 안정을 위한 정책세제가 아니다.
양도소득세를 강화하면 주택수요가 줄어들어 가격이 안정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반대편에는 오히려 주택시장의 불안을 심화시킨다는 연구도 있다. 미국·영국·덴마크의 경우 주로 거주하는 주택 한 채에 대해서는 실질적으로 양도소득세를 과세하지 않는다.
■향후 전망은 여전히 엇갈려
장기적으로 집값이 안정되려면 주택 수요 증가에 대응해 주택 공급이 탄력적으로 늘어나야 한다. 문제는 주택 공급시스템이 수요에 대응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주택은 공산품과 달리, 택지개발·인허가·건축기간 등으로 인해 적기에 공급하는 데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영국의 주택 가격 상승 원인을 공급측면에서 분석한 바커(Barker) 보고서는 ‘집값 상승의 원인은 규제에 의한 택지공급 부진과 주택업계의 비효율성’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 분석을 토대로 영국 정부는 지방자치단체들이 시장 가격 변수들을 감안해 미리 주택 공급을 조절하는 체제 구축을 모색하도록 하고 있다.
부동산 버블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추가적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선 미국의 경우, 향후 집값에 대해 엇갈린 시각이 공존한다.
아직까지는 하락 전망이 우세하다. 지역적으로는 별장 등 ‘2차 주택(second home)’ 및 투자 목적의 주택 구입이 많았던 플로리다·애리조나·캘리포니아 일부 도시의 주택, 특히 콘도미니엄(아파트)의 하락폭이 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최근 비즈니스위크(BusinessWeek)가 실시한 ‘2007년 미 경제예측’ 설문조사에 포함된 주택가격 변동률 전망을 보자. 52명(전문가 포함) 응답자 중 33명이 하락을 예측했고, 6명은 정체(0% 상승)를 전망했다.
전체 응답자의 가격 변동률 예측치의 평균은 -1.7%였다. 패니 매(Fannie Mae)사(社)의 보셀(Boesel) 박사는 2007년 주택가격지수가 3% 하락할 것으로 전망, 미 역사상 처음으로 전국 주택매매가격지수가 하락할 가능성을 예견했다.
하지만 주택건설업협회(NAHB)의 전망치는 0%(정체)였다. 프레디 맥(Freddie Mac)도 2007년 명목 주택가격 상승률이 인플레이션보다 다소 높은 3.4% 정도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부동산 중개업협회와 일부 미국 언론은 주택 시장이 벌써 바닥을 쳤다는 낙관론까지 펴고 있다.
영국의 주택가격 전망도 엇갈리고 있다. 네이션 와이드(Nation wide)는 “2007년 영국의 전국 평균치는 7%, 런던은 10%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05년 금리인상으로 주택가격이 이미 조정받은 만큼, 다시 상승세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의미이다.
그러나 모건스탠리의 이코노미스트 데이비드 마일즈(David Miles)는 “1~2년 내에 (영국의)주택가격이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일즈는 “영국의 집값은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로 많이 올랐다”며 “기대심리는 무한정 지속될 수 없기 때문에 정확한 시점을 예측할 수는 없지만 집값은 결국 하락세로 반전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영국의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컨설팅업체 롬바드 스트리트 리서치(LSR)가 산출한 주택가격부담지수를 근거로 최근 15년간 최고 수준으로 과대평가돼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거품붕괴와 주택발 경기침체 논쟁
논쟁과 관심의 핵심은 버블 붕괴 여부다. 물론 현재까지의 상승이 펀더멘털이 아닌 단순한 버블현상인지에 대한 논란은 여전하다.
과연 거품은 꺼질 것인가? 그 핵심은 역시 미국의 주택 가격의 향배에 있다. 미 주택 가격이 미 경기를 움직이고, 미 경기가 세계 경제의 뇌관(雷管)으로 연쇄 작용하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주택 가격 폭락 가능성·거시경제의 침체 가능성’ 논란은 두 가지 영역으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쟁점은 주택 가격에 형성된 거품이 꺼지면서 집값이 대폭 하락할 것인지 아니면 국지적인 조정이 일어나더라도 전체 주택 가격이 완만하게 하락할 것인지에 관한 논쟁이다. 두 번째 쟁점은 주택가격이 하락하면 경기침체에 빠질 것인가에 관한 이른바 ‘주택발(發) 경기침체’의 가능성 여부다.
거품논쟁은 주택가격 상승이 ?1인당 실질소득·인구·금리 등 시장기본가치를 반영한 것인지 아니면 ?추가적인 가격상승에 대한 기대로 인한 투자수요 때문인지에 관한 것이다. 쉴러(Shiller)·리머(Leamer) 등 일부 학자·전문가들은 집값 대비 임대료 비율이 크게 하락했다는 사실을 근거로 “주택 가격에 거품이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 1995~2005년 기간 동안에 실질 주택가격은 45% 상승한 반면 임대료는 10% 상승하는 데 그쳐 주택 가격 대비 임대료 비율은 35% 하락했다. 그러나 금리는 무위험 자산의 수익률이므로 금리가 하락하면 주택의 수익률인 매매가격 대비 임대료도 하락해야 한다. 또 주택 가격 대비 임대료 비율을 비교하려면 각각의 평균치 비율이 아닌 동일한 속성을 지닌 자가주택과 임대주택 사이의 비율을 계산해야 한다. 이런 방식으로 계산된 주택 가격 대비 임대료의 비율은 금리에 비해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위튼(Wheaton) 교수는 결국 주가수익률(PER)에 해당하는 ‘주택 가격/임대료 배율’이나 그 역수는 측정오차가 있기 때문에 이를 근거로 거품의 존재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주택 가격 거품에 대한 논쟁이 지속 중이다. 하지만 학술적 분석보다는 민간경제연구소들에 의한 몇 가지 정황증거나 일본과 유사점에 기초한 직관적인 판단이 대종을 이루고 있다.
‘PIR’은 진정한 주택구입 능력을 나타내지 않으며 주택구입 능력이 저하된다고 해서 반드시 거품이 존재한다고 말할 수도 없다. 주택구입 가능성 지수는 주택 가격을 결정하는 여러 변수들 중에서 현재소득과 이자율을 반영하지만 미래 소득이나 임대료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매매 가격/임대료 배율’ 또는 ‘매매 가격 대비 임대료 비율’ 역시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
■거품의 존재 증명은 불가능
결론적으로 학계에서는 가격 거품의 존재를 정확하게 검증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보고 있다. 가격 거품은 실제 가격 중 시장기본가치에 의해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므로 시장기본 가치를 정확하게 정의하지 못하면 거품의 존재에 대한 판정에 오류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가격거품의 존재여부에 대한 검증(檢證)은 시장기본가치가 정확하게 식별되었는가의 검증과 동시에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는 증권에서 적정 주가를 알 수 없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주택 가격 변동은 ‘자산 효과’를 통해 소비에 영향을 미친다. 자산 효과는 자산 가격이 높아지면 소비가 늘어나는 효과다. 주택가격 상승은 주식 가격 상승에 비해 소비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최근 관심사는 주택 가격이 하락할 경우, 민간 소비가 얼마나 큰 폭으로 감소할 것인지에 모아지고 있다.
영국·호주의 경우 금리 상승 후에 주택가격이 하락했지만 경기침체는 발생하지 않았다. 경제성장률이 일시적으로 낮아졌다 회복되어 연착륙이 이루어졌다. 이를 근거로 미국에서도 경기 연착륙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한국 문제, 유별난 가격상승인가, 유별난 정책 탓인가”
2001년 이후 우리나라 주택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지만 선진국들에 비해 상승폭은 작은 편이었다. 뿐만 아니라 가격상승이 주로 서울 강남 등 버블 세븐 지역에 국한됐다. 주택 가격 상승은 저금리·주택담보대출의 급격한 증가·시중 유동성 및 토지매입 보상금 증가 등 거시 금융적 요인이 이유였다. 지역 간 가격상승률 차별화 현상은 사람들이 원하는 지역의 주택공급 부족을 반영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을 확대하는 대신 수요 억제와 포괄적인 공급 확대 정책으로 대응했다. 최근 3년간 수도권 주택 공급은 목표치의 3분의 2에 그쳤다. 우리나라의 주택 가격 상승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유독 심각했던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정책 대응이 유별났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 개입에도 불구하고 주택 가격은 대책 발표 후 얼마간 잠잠하다가 다시 오르는 숨바꼭질을 반복하였고 대책이 거듭될수록 가격 안정 기간은 짧아졌다.
연초부터 1·11 대책, 1·31 대책이 발표된 후 주택시장은 소강상태지만 집값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해 보인다. 그러나 2006년 11·15 대책 이후 주택대출에 대한 관리가 강화되고 한국은행의 지급준비율 인상에 따라 주택대출 금리가 상승함에 따라 주택수요가 급격히 위축돼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공급 제약 정책은 재고해야
가계 채무상환능력·융자비율·은행권 대출에 대한 연체율을 감안할 때 주택대출증가가 가계부실을 초래할 가능성은 낮다. 반면 추가적인 대출이 제한되고 금리가 큰 폭으로 상승하면 경착륙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급격히 늘어난 주택담보대출이 만기가 도래할 때 강화된 대출기준이 적용된다면 재대출이 어려워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주택가격 연착륙을 유도하려면 주택대출에 따르는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되 금리인상과 다양한 주택관련 규제가 누적적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정책배합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일본의 경우에도 부동산 가격 버블이 붕괴된 직접적인 원인은 중앙은행이 1년여 사이에 금리를 2배 이상으로 인상하고 대장성(大藏省)이 부동산 여신총액규제를 도입한 데 있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장기적으로 ‘단기 변동금리 대출’ 위주인 주택대출 시장구조를 ‘장기 고정금리 대출’ 위주로 개선해야 한다.
우리나라 주거 수준은 지난 20년 동안 눈에 띄게 향상됐지만, ‘1인당 주거 면적’이나 ‘인구 1000명 당 주택 수’ 등 주요 지표는 아직 선진국들에 비해 훨씬 낮은 수준이다. 앞으로 주거 수준을 지속적으로 향상시키려면 소비자들이 원하는 유형·입지의 주택이 적기에 공급되도록 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분양가 규제·원가 공개·재건축 억제 등 주택의 탄력적인 공급을 제약하는 정책들은 재고되어야 한다. 민간에 의한 공급을 어렵게 만드는 규제를 도입하고 그에 따른 공급 감소를 메우기 위해 공공의 역할을 강화하는 것이나 여유자금을 국내 주택보다는 해외 부동산 매입에 투자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나 모두 역설적인 정책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