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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공간의 존재론과 인간의 도덕성

2006.05.16 18:26 | Blog Ethics | lisa

http://kr.blog.yahoo.com/s27174/3928 주소복사

출처:Histomentary

사이버 공간의 존재론과 인간의 도덕성

추 병 완(춘천교육대학교)

Ⅰ. 머리말

시간을 돈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은 기차 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서 아침 식사를 급하게 해치우고 있었다. 입으로는 음식을 씹는 한편, 눈으로는 신문을 설탕 그릇에 비스듬히 기대어 놓고 읽고 있었다. 그러다 그만 포크로 오른쪽 눈을 찌르고 말았다. 포크를 빼내자, 눈이 포크에 찍힌 채 빠져 나왔다. 결국 안경을 써야 했다. 이렇게 쓸데없는 지출 때문에 그는 곧 가난해지고 말았다. 이리하여 시간이 돈이라 생각했던 그 사람은 항구가 끝나는 외딴 곳에서 낚시를 하면서 삶을 연명해야 했다.

이 예화는 인터넷 초강국을 외치고 있는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한 때 ‘산업화는 늦었지만 정보화는 앞장서보자!’는 논리 속에 시작된 우리의 정보화는 인터넷 사용 인구 3천만 명,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 세계 1위, 사이버 거래 순위 세계 1위, 가정에서의 인터넷 이용 세계 1위, 인터넷 이용률 세계 3위, 인터넷 사용 인구 세계 6위라는 영예를 가져다주었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컴퓨터는 거의 모든 가정의 생필품이 되고 있으며, 우리는 삶의 도구, 친구를 만나는 수단과 통로, 오락과 업무의 도구로서 인터넷을 이용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 보면, 우리는 지금 한글로 제공되는 유해 사이트가 지구상에서 영어에 이어 두 번째로 많으며, 세계에서 세 번째로 스팸 메일을 많이 발송하는 나라, 소프트웨어 불법 복제율이 48%인 나라에 살고 있다.

우리에게 있어서 사이버 공간은 정보의 나눔과 공유에 의한 공론적 담론의 장으로서의 기능 수행보다는 자질구레한 전자적?세속적 쾌락을 추구하는 통로로 오?남용되고 있다. 그런가하면, 우리는 지금 라인골드(Howard Rheingold)가 언급했었던 정보 통신 기술에 의한 ‘자유에 대한 위협, 삶의 질에 대한 위협, 인간의 존엄에 대한 위협’을 가장 실감나게 경험하고 있다.

이렇듯 우리는 지금 성찰이 없이 전개된 속도 위주의 정보화가 가져다주는 역기능이라는 새로운 철장 속에 갇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정보화의 역기능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크게 보아 법률적, 기술적, 윤리적 해결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윤리를 전공한 사람들은 대부분 윤리적 해결 방안을 통해 우리의 정보 문화, 인터넷 문화, 사이버 문화 자체를 바꾸어야 할 필요성을 강력하게 피력한다.

그것은 정보 통신 기술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지원을 받아 인간의 삶이 영위되는 정보 사회에서는 법률적, 기술적 해결 방안이 이전 사회처럼 크게 효력을 발휘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지속적인 계몽과 홍보 그리고 체계적인 교육을 통한 윤리 의식의 확립만이 정보화의 역기능을 해결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인간다운 삶이 고양될 수 있다는 논리이다.


하지만 윤리적 해결 방안, 그 중에서도 정보윤리교육이 기존과 동일한 윤리교육의 방식으로 정보 사회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사이버 공간에서도 그대로 통용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불행하게도 정보윤리교육에 대한 우리의 접근 방식은 산업 사회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실 공간과는 다른 특성을 가진 사이버 공간에 기존의 윤리교육 방안을 기계적으로 적용하고자 할 때, 오히려 사이버 공간에 대한 문화적 억압과 탄압 혹은 교화라는 오명에 접하기 쉽다. 더구나 사이버 공간은 인간의 도덕성을 근본적으로 약화시킬 수 있는 여러 가지 제약 요인들을 안고 있기에 기존과 동일한 윤리교육적 접근의 적용이 무력할 수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사이버 공간에서 인간의 도덕성은 어떤 존재론적 특성에 의해 약화되며, 그러한 현상의 해결에 적합한 정보윤리교육 방안은 어떻게 모색되어야 하는가? 여기서는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아보고자 한다.



Ⅱ. 사이버 공간의 개념과 특징

최근 인공 지능, 생체 기술, 가상 현실, 그리고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컴퓨터 매개 커뮤니케이션은 사이버 공간이라는 새로운 사회적 공간을 만들어 내었다. 사이버 공간은 장소와 물질에 기반을 두는 현실 세계와는 달리 컴퓨터 네트워크 속에 존재하는 초현실적 공간을 의미한다.

즉, 사이버 공간은 컴퓨터를 통해 세계적으로 긴밀하게 연결됨으로써 형성되는 커뮤니케이션의 새로운 공간을 의미한다. 정보 통신 기술의 혁명적 발전에 힘입어 사이버 공간은 우리에게 있어서 더 이상 낯설고 경이로운 공간이 아니라 일상적인 삶의 공간이 되고 있다.
이렇듯 오늘날 우리가 통상적으로 쓰고 있는 사이버 공간이라는 말은 원래 1984년 윌리엄 깁슨(William Gibbson)의 소설 『뉴로맨서』(Neuromancer)에서 사이버 스페이스라는 용어로서 처음 사용되었으며, 그 의미는 컴퓨터 기술이 형성하는 공감적 환상의 세계를 의미하였다.

그는 사이버 공간을 인간의 신경과 컴퓨터를 직접 연결하여 이루어지는 공감적 환상(consensual hallucination)으로 묘사하였다. 여기서 공감은 세상의 수많은 사람들이 컴퓨터 통신망으로 연결됨으로써 이루어진다.

그리고 환상이란 신경과 직접 연결된 컴퓨터의 작용을 통해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오늘날 사이버 공간은 컴퓨터 네트워크가 창출하는 공간적 은유를 의미하고 있으며, 구체적으로는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집단적으로 구성되는, 네트워크상의 가상 세계로서 일종의 사회적 공간이다.

그렇다면, 사이버 공간은 우리가 숨을 쉬며 살고 있는 현실 공간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 이 문제에 답하기 위해서는 사이버 공간의 독특한 존재론적 특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이버 공간은 한 마디로 말해 정보의 공간이다.

하지만 그 공간은 바로 옆에 상대방이 현전하는 것처럼 느낄 수 있을 만큼 아주 밀도 높은 매체에 의해서 생성되는 상호작용적 정보 공간이다. 하지만 사이버 공간에서의 정보는 보편자나 형상처럼 유형(type)으로만 존재한다.

그 공간은 오로지 정보의 유형들이 존재하는 곳이다. 정보는 원래 인간이 외부 세계와 교환하거나 상호작용하는 내용이며 유형이다. 유형으로서의 정보의 추상성은 물리 세계의 존재자들의 개별성과 대조된다. 이 점에서 물리적 실재 세계가 개별자들의 세계라면, 사이버 공간의 존재들은 유형으로서의 속성이거나 속성의 집합과 유사하다. 즉, 사이버 공간은 개별자들이 아니라 일종의 유사 속성들의 세계이다.

또한 사이버 공간의 정보가 구현된 이미지들도 비록 그것이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형상을 하고 있을지라도, 개별자라기보다는 정보와 마찬가지로 속성들의 다발과 같은 방식으로 작용한다. 그런 점에서 사이버 공간의 존재론은 유사 속성 존재론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사이버 공간에는 대상이 없으며 속성들의 집합만이 있는 것이다. 사이버 공간에 있는 것은 실체적 대상이 아니라 속성적 대상, 즉 속성들의 집합으로 구성된 대상이다. 그러므로 사이버 공간에서는 개체와 속성의 구분이 유지되지 않으며, 개체의 경계가 존재하지도 않는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 세계는 개별자 존재론의 세계로서 개체와 속성의 구분이 존재하며 개체의 경계가 유지되고, 개별적인 몸을 가진 주체들이 물리적이고 생물학적인 제약을 받는 세계이다. 반면에 속성 존재론의 지배를 받는 사이버 공간에서는 개별자의 경계를 넘나들거나 물리적 제약을 초월할 수 있다.

현실 세계에서는 조합될 수 없는 속성들이 사이버 공간에서는 얼마든지 결합될 수 있기에, 원하는 존재들은 무엇이든 구성할 수 있으며, 상상의 세계를 사이버 공간에서 구체적인 모습으로 실현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러한 존재론적 특성을 지니고 있는 사이버 공간이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의 공간인지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자. 사이버 공간의 성격과 특징에 관한 기존의 견해들은 비트의 공간, 탈구조화된 공간, 탈육체적 공간, 탈중심화, 전지구화, 자유로운 접근, 익명성, 시간과 공간의 초월성, 정보의 개방성과 공유성, 유연한 자아 정체성의 표현, 텍스트 중심의 정보 교류, 수평적 대화 관계, 자기 성찰의 경험, 주관적 경험의 구체화, 다양성 등으로 귀결되고 있다. 이것을 보다 상세하게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사이버 공간은 제한된 감각을 특징으로 한다. 사이버 공간에서 타인을 만나는 감각 경험은 제한되어 있다. 사이버 공간에서 우리는 상호간에 육체적인 상호 작용을 할 수가 없다. 악수를 하는 것, 등을 두드리며 격려해 주는 것, 껴안아 주는 것, 입맞춤을 하는 것과 같은 육체적 상호 작용이 사이버 공간에서는 아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둘째, 사이버 공간에서의 의사소통은 주로 텍스트에 바탕을 둔 것이다. 사이버 공간에서 텍스트에 의한 의사소통은 제한된 감각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기 표현과 타인과의 관계를 위한 강력한 형식이 될 수 있다.

자신의 생각을 타이핑하고 타인의 메시지를 읽는 것은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고, 온라인 친구의 정체성을 지각하며, 하나의 관계를 형성하는 매우 독특한 방식이다. 텍스트 위주의 의사소통은 면대면 의사소통에서 가용한 표정, 몸짓, 신분, 외모 등과 같은 인간관계의 주요 단서가 없기 때문에, 의사소통의 효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단점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기호(emoticon)의 사용이나 배경 화면이나 배경 음악의 사용 등 시청각적 효과를 통해 어느 정도는 극복하고 있다. 한편, 텍스트 형태의 의사소통은 자기 성찰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즉, 텍스트 중심의 의사소통은 폭넓게 사고하도록 시간적인 여유를 제공함으로써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여 반응할 수 있으며, 이러한 다각적이고 종합적이고 비판적인 사고를 통해 자기 성찰의 기회를 가지게 된다.


셋째, 사이버 공간에서는 유연한 정체성의 표현이 가능하다. 사이버 공간에서 대면적 단서의 결여는 사람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 사이버 공간에서 개인의 첫인상은 ID에서 나타난다.

즉, 사이버 공간에서 각 개인은 자신이 만들어낸 ID를 통해 타인과 교류함으로써, ID를 통해 타인에게 나타나는 나 자신의 이미지를 내가 새롭게 만들 수 있다는 자유를 경험하게 되며, 자신의 정체성을 시험하고 확인하는 기회를 갖게 된다. 타이핑에 의한 텍스트에만 의존하는 의사소통을 통해 사람들은 자신의 정체성의 일부분만을 표현하거나, 상상적인 정체성을 가장하거나, 혹은 러커(lurker)의 경우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철저하게 익명적인 상태로 남을 수 있다.


이렇듯 사이버 공간에서 우리는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수많은 ID나 아바타(avatars)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따라서 사이버 공간에서는 복합적 자기 표현이 가능하다. 사이버 공간에서 개인은 하나의 고정된 실체로 나타나기보다는 만남의 맥락에 따라 각기 다른 사람으로 타인에게 각인될 수 있다. 사이버 공간에서 개인은 자신의 정체성을 제한적으로 나타내기보다는 다양한 모습과 이미지로 표현하려고 한다.

사이버 공간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정체성 중 일부만을 노출시키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자신의 신분을 여러 가지로 변화시킬 수 있다. 이것은 인간의 사고 능력 확장을 의미하는 것뿐만 아니라 사고 수단의 확장을 의미하기도 한다. 사이버 공간을 통해서 자신이 상상하는 모습의 존재, 특성, 사회적 관계를 만들어 내고 경험함으로써 현실 세계의 경험이나 학습 정도에 따라서 고착된 사고나 개념의 제한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넷째, 사이버 공간에서의 의사소통은 동등한 지위를 바탕으로 한다. 대부분의 경우 모든 사람은 인터넷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동등한 기회를 가지고 있다. 지위?부?인종?성별 등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이 동등하게 참여할 수 있기에, 이러한 특징을 일컬어 네트 민주주의(net democracy)라고 부르기도 한다. 현실 세계에서의 어떤 사람의 지위가 사이버 공간에서의 그의 삶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는 있다.

그러나 타인에 대한 그 사람의 영향력은 지위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그의 의사소통 기술, 인내심, 아이디어의 질, 기술적인 지식에 의해 결정된다. 이처럼 사이버 공간에서는 사회적 조건이나 제약들의 부재로 인해 집단을 지배하는 사람이 없이 모두가 평등하게 의사 결정에 참여하므로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평등한 기회를 가질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러한 평등성으로 인해 효율적인 의사 결정을 이루기 어렵고, 사회적 규준을 무시하고 자신의 생각을 자주 바꾸거나 제어되지 않은 행동이 나타나기도 한다.


다섯째, 사이버 공간은 변화된 지각을 유발한다. 컴퓨터 모니터 앞에 가만히 앉아 그것을 응시하는 것은 변화된 의식의 상태를 만들어낼 수 있다. 전자 우편을 읽거나 대화방에서 메시지를 읽을 때, 상당수의 사람들은 그들의 정신이 타인의 정신과 섞여지는 느낌을 경험한다. 이렇듯 변화되고 꿈같은 의식의 상태는 사람들로 하여금 컴퓨터에 매료되게 만드는 강력한 요인이 되고 있다.


여섯째, 사이버 공간에서의 의사소통은 공간의 초월이 가능하다. 현실 세계와는 달리 사이버 공간에서 지리적 거리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우리는 서울에 있으면서 미국에 있는 사람과 싱가포르에 있는 서버를 통해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다. 사이버 공간은 결국 하나의 작은 세계인 셈이다. 이러한 지리적 거리의 무관함은 독특한 흥미와 욕구를 가진 사람들에게 중요한 함축 의미를 갖고 있다. 예를 들어, 현실 공간에서는 자기 주변에 자신과 유사한 흥미와 욕구를 가진 사람을 쉽게 찾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사이버 공간에서는 독특한 흥미와 욕구를 가진 사람들을 쉽게 만나 교류할 수 있다. 이러한 특징은 사이버 공간의 긍정적?부정적 모습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어떤 문제를 가진 사람들을 도와주기 위한 지지 집단(예: 소년 소녀 돕기 운동 동호회)의 경우에는 사이버 공간의 유익한 점이 될 수 있으나, 비도덕적?반사회적 동기를 가진 사람들(예: 도둑질 사이트)에게 있어서는 사이버 공간의 부정적인 모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곱째, 사이버 공간에서의 의사소통은 시간적 유연성을 특징으로 한다. 동시적 커뮤니케이션은 인터넷을 통해 동일한 시간(실시간)에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서로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을 의미한다. 대화방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전자 우편이나 뉴스 그룹은 비동시적 커뮤니케이션 형태이다. 전자 우편이나 뉴스 그룹은 같은 시간에 서로 상호 작용할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비동시적 커뮤니케이션이다.

비동시적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비디오 컨퍼런스나 인터넷폰을 제외한 동시적 커뮤니케이션 양자 모두에서는 시간의 확장이 가능하다. 현실 공간에서의 대면적 만남의 경우와는 다르게, 채팅을 하는 동안에 우리는 몇 초에서부터 1분 혹은 그 이상에 이르기까지 상대방에게 반응하는데 있어서 시간의 지연이 가능하다. 전자 우편이나 뉴스 그룹의 경우에는 상대방에게 반응하는데 몇 시간에서부터 몇 주가 걸릴 수도 있다. 그러므로 사이버 공간에서는 대면적인 만남의 경우와 달리, 어떤 것에 대해 숙고하여 반응을 만들어낼 수 있는 시간이 훨씬 많게 된다.


여덟째, 사이버 공간은 사회적 다양성(social multiplicity)을 특징으로 한다. 사이버 공간에서 우리는 현실 공간에 비해 상대적으로 아주 쉽게 다양한 삶의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접촉할 수 있고, 수많은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다. 채팅이나 메신저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우리는 상대방이 눈치를 채지 못하는 가운데 짧은 시간 동안에 혹은 동시에 여러 사람들과 많은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혹은 게시판에 글을 올림으로써 나의 관심사와 부합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나의 글을 읽게 만들 수도 있다. 또는 인터넷 검색을 하면서 특정한 사람들과 집단에 나의 관심을 집중할 수도 있다. 이렇듯 인터넷은 특정한 사람들을 검색?여과?접촉하기 위한 매우 강력한 도구가 되고 있다.

그런데 왜 우리는 관계를 맺기 위해 특정한 사람들과만 접촉하게 되는 것일까?
인터넷 사용자는 친구?연인?적을 선택함에 있어서 의식적인 선호와 선택에 의해서뿐만 아니라 무의식적 동기에 입각하여 행동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전이(transference)는 우리로 하여금 우리가 갖고 있는 기저의 감정과 욕구를 강화시켜 주는 특정한 유형의 사람들을 지향하도록 만든다. 즉, 사이버 공간에서는 이러한 무의식적 여과 기제가 작동한다.


끝으로, 사이버 공간에서의 의사소통은 기록의 보존성(recordability)을 특징으로 한다. 전자 우편이나 채팅을 포함한 대부분의 온라인 활동들은 컴퓨터 파일에 기록되거나 저장될 수 있다. 실세계에서의 상호작용과는 달리, 사이버 공간에서의 이용자들은 언제, 누구에게, 무엇을 말했는지를 영구히 기록할 수 있다. 이러한 상호작용이 문서에 기반을 둔 상호작용이기 때문에, 사이버 공간에서의 관계는 문서이고, 그러한 관계는 온전한 상태로 영구히 보존될 수 있다고까지 말할 수 있다.

이러한 기록들은 사용자에게 매우 편리함을 준다.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관계를 다시 경험하거나 다시 평가할 수 있다. 우리는 인용 문구를 상대방에 대한 피드백으로서 사용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렇듯 기록된 동일한 문서들이 우리의 마음 상태에 따라서 얼마든지 달리 평가될 수 있다. 그것은 우리가 기록된 글들에 대해서 모든 종류의 의미와 의도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Ⅲ. 사이버 공간에서 도덕성의 약화 요인

시첼(Sichel)이 지적한 것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도덕성은 아주 부서지기 쉬운 연약한 기획(fragile enterprise)에 불과하다. 사이버 공간에서 인간의 도덕성은 현실 공간에 비해 더욱 약화되는 경향이 있다. 사이버 공간에서는 다른 사람들을 물리적으로 직접 만나지 않기에 우리의 도덕감 자체가 느슨해지게 된다.

마이클 하임(Michael Heim)이 지적했듯이, 인간의 얼굴을 직접 경험해보지 않는다면, 도덕 의식은 오그라들고 무례함이 판을 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은 너무 피상적이고 단편적이다. 사이버 공간에서 인간의 도덕성이 약화되는 요인은 도대체 무엇인가?


사이버 공간에서 인간의 도덕성이 약화되는 요인에 대한 국내외의 연구는 아직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먼저 우리는 정보 통신 기술이 인간의 도덕성에 행사하고 있는 유혹 요인들을 생각해 볼 수 있는 바, 이에 대해서는 루빈(Rubin)의 견해가 가장 설득력이 있다.

그에 의하면 정보 통신 기술은 우리들을 윤리적 관심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드는 유혹 요인들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루빈은 속도, 프라이버시와 익명성, 매체의 본질, 심미적 매료, 최소 투자에 의한 최대 효과, 국제적 범위, 파괴력 등 모두 일곱 가지의 요인들이 인간의 도덕적 나침반을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아울러 그는 이러한 유혹 요인들에 의한 도덕성 약화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조직적, 전문가적, 개인적 영역에서의 대응 방안이 요구된다고 주장하였다. 먼저 조직 차원에서는 윤리적 행동을 조장하는 조직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조직의 리더들은 솔선수범을 통해 윤리적 행동에 전념해야 하고, 문서화된 윤리 정책을 마련해야 하며, 윤리적 인식력을 지닌 사원을 채용해야 하고, 윤리 관련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


전문가적 영역에서는 정보 통신 기술 분야의 전문가들이 지녀야 할 자세가 중시된다.
전문가는 정보 기술의 윤리적 사용을 공표해야 하고, 전문가 협회는 윤리적 행동을 위한 훈련과 조언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끝으로 개인적 영역에서는 개인의 구체적인 행동 지침이 강조되고 있다.

여기서 루빈은 도덕적 이탈이 생길 가능성을 제거하기 위해 우리들 각자가 반드시 수행해야 할 의무를 제시하였다. 그는 정보 전문가는 유능해야 할 의무, 안전하고 정확한 전자 기록을 유지해야 할 의무,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해야 할 의무, 모든 처리에서 정직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보았다.


이렇듯 루빈은 정보 통신 기술이 가지고 있는 유혹 요인들 자체가 우리의 도덕성을 크게 약화시킬 우려가 있으므로 이에 대한 대응책이 절실함을 잘 보여준 바 있다. 루빈의 본래 전공 분야가 문헌 정보학임을 감안하여 볼 때, 그가 기술적 요인에 대해 깊이 있는 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음은 당연한지도 모른다.

또한 그는 사이버 공간에서의 도덕성 약화보다는 정보 사회에서의 전반적인 도덕성 약화를 배타적으로 범죄 행위와 관련시켜서만 논의하고 있기에 분명한 한계를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정보 통신 기술의 어떠한 속성이 인간의 도덕성을 약화시킬 수 있는가에 대한 출발점 논의로서는 매우 적절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사이버 공간에서의 도덕성 약화 요인에 관한 원인을 규명함에 있어서 우리는 컴퓨터 매개 커뮤니케이션의 특성을 고려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흔히 사이버 공간에 진입하게 될 때에 현실의 규제로부터 풀려나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심리학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일컬어 탈억제(disinhibition)라고 부른다.

엄밀하게 말해서, 탈억제란 자기 표현과 타인의 판단에 대한 관심에 있어서의 명백한 축소내지 감소에 의해 특징지어지는 일련의 행동들을 지칭하는 것이다. 컴퓨터 매개 커뮤니케이션에서의 탈억제된 의사소통에 대한 연구들은 사이버 공간에서의 인간의 도덕성을 약화시키는 원인들을 설명하는데 부분적으로 도움을 준다. 그러한 연구들은 탈개성화(deindividuation), 축소된 사회적 단서, 사회적 실재감 등의 용어를 통해 잘 파악된다.


탈개성화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한 르 봉(Gustave Le Bon)은 군중 속의 일원이 되는 것은 침몰, 즉 개별 행동에 대한 정상적인 제약들이 제거되는 상태를 유발한다고 주장하였다. 탈개성화는 한 개인이 집단 속에서 개별화되지 않을 때에는 내적 제약의 감소가 발생하기 쉬움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의하면 익명성, 각성, 감각적 과부하, 기분 전화용 약물, 자기 초점에서의 감소 등은 탈개성화를 유발하여 탈억제적이며 공격적인 행동을 일삼기 쉽다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컴퓨터 매개 커뮤니케이션 연구자들은 사용자들에 의해 의사소통이 익명적으로 이루어질 때, 그래서 그가 내적 기준이나 수혜자보다는 눈앞의 과제에만 초점을 맞출 경우에는 탈개성화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보통의 컴퓨터 매개 커뮤니케이션 사용자들을 탈개성화되는 것으로 보는 이러한 관점은 오늘날 많은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조인슨(Joinson)에 의하면, 컴퓨터 매개 커뮤니케이션 참가자들이 익명이 아닐 때에도 탈억제된 행동을 보인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한 바 있다. 이것은 탈개성화의 필수적 전조라는 익명성이 온라인에서의 탈억제된 행동에 있어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닐 수도 있음을 잘 보여준다.


축소된 사회적 단서 이론에 따르면, 컴퓨터 매개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의 한정된 대역폭과 그에 따른 상호작용 동안의 사회적 단서의 축소가 사회적 규범과 제약의 영향으로부터의 축소를 유발하여 반규범적이고 탈규제적인 행동을 낳는다고 한다. 하지만 축소된 사회적 단서 이론은 컴퓨터 매개 커뮤니케이션으로부터 사회성을 제거했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았다.

컴퓨터 매개 커뮤니케이션이 협소한 대역폭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온라인 관계의 발전, 대인 관계적 사회적 단서의 발전(예: 이모티콘), 전자 우편의 헤더와 서명에 담겨진 범주적 단서(예: 성, 지역, 직업) 등은 컴퓨터 매개 커뮤니케이션이 사회성을 결여하지 않고 있음을 암시해주기 때문이다.


사회적 실재감 이론은 상이한 커뮤니케이션 미디어가 상이한 실재 수준을 전달한다는 생각에 기반을 둔 것이다. 사회적 실재감은 미디어를 이용할 때에 그 미디어가 사용자와 의사소통하고 있는 상대방의 존재를 어느 정도 인식할 수 있게 해주느냐의 문제와 관계된다. 대면적 커뮤니케이션은 가장 높은 사회적 실재감을 보여주는 반면에 컴퓨터 매개 커뮤니케이션은 상당히 낮은 사회적 실재감을 나타낸다.

따라서 낮은 사회적 실재감은 탈인격화된 커뮤니케이션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그 결과 컴퓨터 매개 커뮤니케이션에서 사용자들은 덜 우호적이고, 감정적?개인적이며, 보다 사무적이거나 과제 지향적이 된다. 그러나 충분하게 토의할 수 있는 긴 시간이 주어질 경우에는 컴퓨터 매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교환되는 사회적 정보의 양이 증가하고, 사용자들 간의 관계의 발전도 찾을 수 있다는 반대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렇듯 사이버 공간에서의 탈억제 요인을 규명함에 있어서 컴퓨터 매개 커뮤니케이션의 연구 결과들은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기에, 어느 한 가지의 요인만으로 사이버 공간에서 인간의 도덕성이 약화되는 원인을 설명한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다. 기술적 특성, 커뮤니케이션의 특성만이 아니라 그러한 특성과 결합된 사용자 자신의 성격 특성 또한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사이버 공간에서의 탈억제 원인과 관련된 종합적인 견해를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너는 나를 알지 못한다.’는 식의 익명성이다. 인터넷 서핑을 하면서 우리가 만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리가 누구인지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시스템 관리자나 기술적 지식이 해박하거나 혹은 우리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동기가 강한 사람들은 우리의 전자 우편 주소나 인터넷 주소를 알 수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리가 우리 자신에 대해 그들에게 말한 것만을 안다. 그러므로 우리가 원한다면 우리의 정체성을 숨길 수도 있다. 익명성이라는 말이 암시하듯이, 우리는 사이버 공간에서 이름을 갖지 않거나 숨긴 채 행동할 수 있다. 그러한 익명성은 탈억제 효과를 위해 효과적으로 작용한다.


둘째, ‘너는 나를 볼 수 없다.’는 식의 불가시성(invisibility)이다. 많은 온라인 환경에서 타인은 우리를 볼 수가 없다. 우리가 사이트나 게시판을 검색할 때 혹은 대화방에서 채팅을 할 때, 사람들은 우리가 누구인지를 전혀 모를 수도 있다. 이러한 불가시성은 우리의 모습이 타인의 눈에 띌 경우에는 감히 갈 수 없는 장소나 할 수 없는 행동을 할 수 있는 용기를 부여해 준다. 익명성은 정체성의 은닉이기에 불가시성은 익명성과 중복될 수 있다.

그러나 익명성과 불가시성은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전자 우편이나 채팅 혹은 메신저와 같은 텍스트 커뮤니케이션에서 상대방은 우리가 누구인지에 대해 상당히 많이 알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은 여전히 우리를 볼 수가 없고, 우리의 목소리를 들을 수도 없다. 모든 사람의 정체성이 노출된 경우라고 할지라도, 육체적으로 보이지 않는 기회는 탈억제 효과를 증폭시킨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가 어떤 행동을 했을 때 타인이 우리를 어떻게 보거나 무슨 말을 하는가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다.


셋째, ‘나중에 다시 보자’는 식의 비동시성(asynchronicity)이다. 전자 우편이나 게시판에서의 의사소통은 비동시적이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과 실시간에 상호작용을 하지 않는다. 우리가 말한 것에 대해 상대방이 응답하는 데에는 몇 분에서부터 몇 달이 걸릴 수도 있다. 타인의 즉각적인 반응을 다룰 필요가 없다는 사실 자체가 탈억제의 이유가 될 수 있다. 타인으로부터의 즉각적이고 실시간의 피드백은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드러내 놓는 정도의 지속적인 흐름에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전자 우편이나 게시판의 경우처럼 피드백에 있어서 시간적인 지연이 있을 경우에, 사람들의 사고의 사슬은 그들이 생각하거나 느끼는 것에 대한 보다 심층적인 표현을 향해 확고하면서도 신속하게 나아가게 된다. 어떤 사람들은 비동시적인 의사소통을 사적?감정적?적대적인 메시지를 보낸 후에 도망가는 것으로서 경험할 수도 있다. 따라서 비동시성은 ‘치고 빠지는 식’의 일탈 행동에 관여하도록 만든다.


넷째, ‘그건 모두 내 머리 속에 있다.’는 식의 유아적 투입(solipsistic introjection)이다. 대면적인 단서가 결여된 상태에서의 텍스트 커뮤니케이션은 사람들에게 매우 흥미로운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이버 공간에서 때때로 사람들은 그들의 정신이 마치 온라인 동료의 정신과 융합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타인의 메시지를 읽는 것은 마치 자신에게서 나오는 목소리로서 경험된다. 즉, 마치 타인이 자신의 정신세계에 마법적으로 들어와 있는 것처럼 느끼게 된다. 사실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우리는 상대방이 어떻게 생겼는지 혹은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대한 시각적인 이미지를 부여할 수 있다.

온라인 동료는 우리의 정신세계 안에서 하나의 인격체가 된다. 그리고 그러한 인격체는 텍스트 커뮤니케이션에서 그가 실제로 자신을 우리에게 어떻게 표현했는지 뿐만 아니라 우리의 기대?소망?욕구에 의하여 부분적으로 형성된다. 어떤 사람이 우리가 알고 있는 사람을 생각나게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우리는 그러한 아는 사람에 대한 기억을 인격체의 이미지 속에 채워 놓게 된다.

이렇듯 인격체가 우리의 정신 속에서 보다 정교하고 실제적인 것이 됨에 따라서, 우리는 타이핑에 의존한 대화가 우리의 머리 속에서 모두 일어나는 것으로 생각하기 시작할 수도 있다. 즉, 우리는 그 대화가 우리 자신과 우리의 상상 속의 인격체와의 대화인 것처럼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안전한 곳이라 할 수 있는 우리의 상상 속에서 우리는 현실에서는 결코 하지 않는 모든 유형의 말과 행동을 전혀 거리낌 없이 하게 된다.



다섯째, ‘그것은 단지 게임이다’는 식의 분열(dissociation) 현상이다. 유아적 투입과 사이버 공간에서의 도피 가능성의 결합은 탈억제를 불러일으키는 새로운 힘을 만들어낸다. 우리는 우리가 만들어낸 상상적 인격체가 다른 공간에 존재하고 있다고 느낄 수도 있다.

즉, 우리는 우리의 온라인 인격(persona)과 온라인 타자들이 현실 세계의 요구와 책임과는 분리되어 있는 거짓 혹은 가장의 차원에 살고 있다고 느낄 수도 있다. 따라서 우리는 오프라인의 사실과 온라인의 허구를 분리시키거나 분열시킨다. 그러기에 많은 사람들은 온라인에서의 삶을 현실 공간에서의 삶에 적용되지 않는 규칙과 규범을 가진 게임으로 여기고 있다.

그 결과, 그들은 컴퓨터의 전원을 끄고 일상으로 돌아오면, 이제 게임을 끝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들의 온라인 정체성도 함께 사라지게 된다. 이것은 현실과 무관한 거짓 혹은 가장의 무대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왜 내가 책임을 지어야 하는가와 같은 사고를 조장하게 된다.

그런데 이러한 분열 현상은 낮은 사회적 실재감(sense of social presence)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사회적 실재감이 낮을수록 의사소통의 내용이 사무적이며(impersonal), 개인적 특성을 띠지 못하며(depersonalized), 과업지향적인 특성을 지니게 된다. 대면적 교류 상황에서는 다양한 물리적 환경(서로간의 거리, 대화 장소 등), 서로가 지닌 상대적 지위(몸짓, 의상, 자세 등), 지배적 성향(위압적인 몸매, 태도, 행동거지) 등이 의사소통 내용에 대한 적절한 해석의 틀을 제공하거나, 소통 행위의 정도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사회적 맥락 단서이다.

이러한 교류의 맥락 단서가 결여되었기 때문에, 사이버 공간에서는 흥분하기 쉽고, 규제되지 않은 언사, 타인지향적이기보다는 자기도취적이며, 상호의 지위를 동등화시키는 표현들이 나타나기 쉽다.


여섯째, ‘우리는 동등하다.’는 식의 지위의 중립성(neutralizing of status)이다. 온라인에 있는 동안 현실 공간에서의 우리의 지위는 상대방에게 알려지지 않거나, 현실 공간에서와 같은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사이버 공간에서는 지위?성별?부?인종에 상관없이 누구나 동등하게 참여할 수 있다. 현실 공간의 경우 사람들은 권위 있는 사람들 앞에서는 자신이 실제로 생각하는 것을 말하는 것을 주저하게 된다. 그러나 사이버 공간의 경우에는 누구나 동등하다고 느끼기 때문에 자기가 생각하고 느끼는 것을 불승인이나 처벌의 두려움이 없이 쉽게 말할 수 있다.


일곱째, ‘피해자가 보이지 않는다.’는 식의 결과의 무시와 왜곡(disregard or distortion of consequences) 현상이다. 일반적으로 자기 제재의 약화는 행동의 결과에 대해 고려하지 않거나 행동의 결과를 잘못 해석하는 경우에 발생한다. 사회적 유인에 의해 혹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한 개인이 남에게 해로움을 입힐 행동을 선택할 때,

그 사람은 자기가 야기한 해로움의 결과를 회피하거나 축소해 버린다. 그런 사람들은 자신들이 보게 될 이득만 생각할 뿐 그것의 해로운 결과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결과를 의도적으로 모른 체 하거나 결과를 왜곡함으로써 자신들이 야기한 해로움의 증거들을 불신하려고 적극적으로 시도한다. 특히, 다른 사람에게 해로움을 입힐 때에 상대방이 보이지 않거나 행위자가 피해자로부터 시간적?공간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을 때에는 그런 행동을 더욱 저지르기가 쉽다.


여덟째, ‘네가 잘못했기 때문이야!’라는 식의 비난의 전가(attribution of blame) 현상이다. 자신이 혐오하는 사람이나 대상 혹은 상황에 대한 비난 또한 자기 제재를 약화시킨다. 이 과정에서 사람들은 자기 자신은 무고한 피해자라고 여기고, 그들의 해로운 행동은 자신들의 강력한 분노에 의해 어쩔 수 없이 강제된 것이라고 믿는다.

예를 들어, 사이버 공간에서 상대방에 대한 언어폭력이나 성폭력의 원인 가운데 일부는 피해자의 도발적인 행동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야기된 것이라고 믿는 것이 여기에 속한다. 네가 먼저 내 감정이나 기분을 상하게 만들었으므로, 나의 보복적 행동은 당연한 것이라고 치부하는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에 속한다.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들을 중심으로 하여 살펴본 바와 같이 인간의 도덕성은 사이버 공간에서 매우 취약해지는 속성을 안고 있다. 기술적 특성, 미디어의 특성, 사용자의 성격 특성 등이 서로 결합하여 다양한 형태의 도덕적 이탈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러한 취약한 사이버 도덕성의 한계를 인정하는 가운데, 사이버 공간에서의 역기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윤리적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매우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이제 우리의 논의를 돌려 이러한 과제를 해결해 나가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아이디어를 탐색해 보기로 하자.


Ⅳ. 사이버 도덕성 강화를 위한 정보윤리교육의 방향

일반적으로 도구적 이성이란 우리가 주어진 목적을 위한 수단을 어떻게 하면 가장 경제적으로 응용해낼 수 있을까를 계산할 때 의지하게 되는 일종의 합리성이다. 최대의 효과, 즉 가장 적절한 투자-소득의 비율이 사업 성공의 척도인 것이다.

정보 통신 기술이 가지고 있는 막강한 권위나 사람들이 그것에 대해 느끼는 화려한 영광 속에서도 도구적 이성의 지배는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기술적인 해결책과는 분명히 다른 도덕적?정신적 계몽 같은 것이 요구되는 상황이나 경우들이라고 할지라도, 도구적 이성은 결국 우리들로 하여금 그런 문제를 해결해 줄 기계적?기술적 해결책만을 찾는 것이 마땅하다고 믿게끔 조작하고 있다.

이러한 도구적 이성의 대표적인 사례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인터넷 실명제에서 여실하게 드러난다. 사이버 인권 침해와 폭력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것에 대해서는 공감한다. 하지만 원인 규명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그리고 아직 실효성도 증명되지 않은 인터넷 실명제를 졸속으로 도입하려는 것은 분명히 잘못된 처방이다.

사이버 폭력의 근본적인 원인으로는 타인의 프라이버시나 인권에 대한 불감증, 그리고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 등 다른 이유들의 중요성이 더욱 크다. 우리나라는 사실상 이런 인권에 대한 교육을 제대로 실시하지 않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현실 속에서 사이버 폭력의 원인을 익명성으로 단정하고 실명제를 추진하려는 것은 문제가 너무 많다.

그런데 도구적 이성의 횡포는 정보윤리교육 분야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정보윤리의 대표적인 연구 주제나 정보화 역기능 문제들을 내용으로 편성하여 졸속하게 교재를 만들어 단기간에 주입식 강의를 통해 정보 윤리 의식을 함양하려는 시도들이 만연하고 있다. 그 결과 지금 우리는 지금 학습자의 특성을 제대로 고려하지 못한 정보윤리교육이 성공을 거두기를 바라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사이버 공간에서의 인간의 도덕성 약화에 대응하기 위한 정보윤리교육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가? 여기서는 이 문제를 다루되, 현재의 정보윤리교육에서 소홀하게 다루어지고 있는 분야들만을 중심으로 하여 논의를 전개하고자 한다. 따라서 구체적인 정보윤리교육의 방법보다는 정보윤리교육이 지향해야 할 교육의 기본 방향을 제시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1. 몸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교육

사이버 공간에서의 도덕성 약화에 대응하기 위한 정보윤리교육은 무선 몸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 전통적으로 우리는 도덕적 책임이 성립하는 도덕 공동체는 개별적 몸들이 만나서 이루어지는 인격 공동체라고 생각해 왔다. 동시에 우리는 몸은 정신의 사원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사이버 공간은 육체와 물질의 세상이 아니라 마음과 정신, 사상과 생각이 오가는 지식과 정보 네트워크의 공동체이다. 이러한 네트워크 혁명의 시대에서는 몸은 컴퓨터의 모니터 앞에 남겨진 채 탈육체화한 정신만이 사이버 공간에 진입하게 된다.

그 결과 사이버 공간에서 우리의 몸은 무기력하고 한갓 쓸모가 없는 폐기물에 불과해진다. 따라서 사이버 공간은 몸의 해체를 통하여 인간 주체를 해체하게 된다. 이제 인간의 몸은 정보를 담아내는 그릇으로 전락하게 되고, 책임 주체로서의 몸의 의미가 무력해지고 만다. 우리의 몸과 물리적 조건으로부터 벗어나 언제든지 변형?분리?융합이 가능한 무정형의 인간 정신에 대해 책임 주체로서의 인격의 지위를 부여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렇듯 사이버 공간에서는 유기적으로 통일된 몸, 시공적으로 지속하는 몸의 중요성이 점점 약화되므로, 정보윤리교육에서는 이에 대한 대응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이에 대한 부분적인 해결 방안은 깁슨을 통해 발견된다. 깁슨은 컴퓨터 매트릭스로부터 본능적으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 인간 집단에 대한 이미지를 제시하면서 그들을 자이온 사람들(Zionites)이라고 명명하였다. 그들은 컴퓨터보다 음악을 더 좋아하고 계산보다는 직관적인 충성심을 더 선호하는 종교적인 부락 집단이다.

자이온 사람들은 뉴로맨서의 황폐한 환경 속에서 인간적인 자취를 구축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사이버 공간의 흥미진진한 미래를 향해 나아갈 때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은 자이온 사람들, 즉 땅의 정기에 뿌리를 내린 채 살아남은 육체 인간들과 계속해서 접촉하는 일이다.

구락(Gurak) 역시 유사한 논조를 펼친 바 있다. 그는 사이버 시대에서 우리는 몸이 우선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우리의 진짜 몸에 생기는 일이 먼저인 것이기에 결국 몸이 큰 척도라고 말한다. 사이버 공간이 많은 것을 주기는 하지만, 그곳은 결코 현실의 공간이 아니다. “결국 몸이 법이다. 당신이 독감에 걸리면, 온라인에서 몇 시간씩 친구들과 채팅할 힘을 갖지 못할 것이다. 당신은 다시 나아질 때까지 현실 세계에 묶여 있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당신이 아플 때 병원에 데려갈 수 있을 만큼 가까운 곳에 있는 이들은 당신의 진짜 이웃들인 것이다.”라는 구락의 지적에도 우리는 귀를 기울여야 한다.
정보윤리교육을 통해 우리는 사람들에게 몸의 소중함, 육체에 대한 존중감을 일깨워 주어야 한다. 즉, 우리는 정보윤리교육에서 몸과 마음의 유기적 통일체로서의 인간 존재만이 참다운 인격적 지위를 가진 도덕적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강조해야 한다.

동시에 우리는 정보 통신 기술이 지향하는 것, 그리고 그것이 진보라고 믿는 것이 모든 인간적 가치를 부인할 만큼 절대적인 것은 아님과 동시에 진보의 방향 설정에 있어서 인간의 숙고와 결단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해야만 한다.

2. 상호 의존의 도덕적 의미를 강조하는 교육

사이버 공간은 그 본질상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는 컴퓨터, 네트워크를 통해 전달되는 지식과 정보, 그리고 그러한 네트워크를 사용하는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우리는 사람을 중시하지 않는 경향이 많다.

우리의 정보화 캠페인은 주로 기술과 정보를 중시했지 사람을 중시하지 않았다. 사람이 중요한 이유는 사이버 공동체를 통해서 쉽게 확인된다. 사이버 공동체는 네트워크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의사소통과 그것을 지속하려는 공동의 의식적인 노력을 통해서 가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상을 움직이는 것이 인간이듯이, 인터넷과 사이버 공간을 움직이는 것도 결국 바로 우리 인간임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근대 개인주의가 국가나 공동체와 같은 집단의 부당한 압력에 대해 개개인의 독립성을 강조했다면, 네트워크 혁명의 시대에서는 나와 연결되어 있는 다른 사람도 잘 되어야 나도 잘 될 수 있다는 새로운 이념과 사고를 필요로 한다. 사이버 공간에서는 무엇보다도 이타적 개인주의 혹은 협동적 개인주의가 요구된다.

그것은 개인의 삶을 성공적으로 꾸리는 것은 개개인의 몫이자 프로젝트임을 인정하지만, 이를 위해서 개인의 고립화와 원자화만을 강요하는 시장 시스템과 개인들 사이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집단주의를 모두 거부한다. 왜냐하면 네트워크 혁명의 세상에서 내가 잘되기 위해서는 상호 의존과 공생의 사회적 네트워크가 만들어지는 것이 필수 조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교육을 통해 이러한 상호 의존의 도덕적 의미를 숙지시켜 주어야 한다.

제프 멀건(Geoff Mulgan)은 네트워크 혁명의 시대에서 우리의 일차적인 책임은 상호 의존이라는 새로운 현상과 더불어 사는 법을 발견하는 일이라고 주장한다. 네트워크로 연계된 세상은 우리가 다른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더 생각하게 하고 단순히 기계적으로 옳고 그른 것을 판단하는 것을 뛰어 넘는 도덕적 유창함(moral fluency)을 요구한다는 의미에서 도덕적인 차원을 수반한다.

진정한 인간적 성숙은 우리의 참다운 자유가 다양한 상호 의무의 그물망을 수반한다는 것을 사실을 배우는 과정을 포함한다. 멀건은 이를 다음과 같이 비유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생애를 통해 우리가 가족에 의존하던 어린 시절에서, 독립을 하는 10대와 20대를 거쳐서, 자신이 선택한 파트너?자식?친구와의 상호 의존 단계로 넘어가듯이, 우리의 사회도 비슷한 전이를 겪는다는 것이다.

전통적인 농경 사회는 사람들을 세속적이고 영적인 권위에 의존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사람으로 따지면 유년기와 흡사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근대 사회는 사춘기와 비슷한데 그 이유는 근대 사회가 무엇보다도 자기를 계발하고 도피하고 욕망을 채우는 자유를 강조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연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금 부상하는 새로운 사회는 사람들이 상호 의존의 그물 속에 살고 있음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과정을 통해 어른이 되는 것과 유사하다.”

정보윤리교육을 통해 상호 의존의 도덕적 의미를 숙지시키기 것은 네티즌십(netizenship)의 핵심이 될 수 있는 인격 특성의 함양에 주력해야 함을 일깨워준다. 현실 공간에 비해 사이버 공간에서 더욱 중시되는 공감, 역할채택, 공동체 의식, 해악 금지, 존중, 책임감 등의 인격 특성들을 강조하는 정보윤리교육이 실행되어야 한다. 특히 이러한 인격 특성의 함양에 있어서는 사이버 공간에서 왜 그러한 인격 특성들이 더욱 중시되는 것인지를 분석적?감성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

3. 정체성의 혼돈을 예방하는 교육

한 마디로 말해 사이버 공간은 정체성의 실험장이다. 그 곳에는 각 개인이 실험을 해볼 수 있는 놀이 도구와 청중 그리고 놀이 참가자들이 널려 있다. 네트워크 사회의 형성과 더불어 오늘날 우리는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다.

그것은 바로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공간이 이중화된 데서 비롯된다. 현실 공간과 사이버 공간, 물질 세계와 비물질적 세계, 규범적 공간과 탈주적 공간 등 이런 이중화된 공간이 지금 정보 통신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우리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는 세상은 다양한 방식으로 그리고 종종 모순되는 방식으로 개개인의 정체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복합적 자기 표현 혹은 다중 정체성(multiple identities)은 사이버 공간에서의 정체성의 특징을 잘 설명해 준다.


한 사람이 교수, 아버지, 장남, 운전자, 보행자, 생산자, 소비자 등과 같은 다중의 역할을 동시에 하게 된 것은 이미 오래된 일이지만, 사이버 공간에서는 이러한 다양한 역할을 하는 개인이 하나의 정체성으로 통합되어 있지 않고 서로 다른 기능적 세상을 돌아다니면서 매 순간 마다 각각의 세상에 관여하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러므로 사이버 공간에서의 삶은 서로 다른 가상적 세상을 순환하며 각각의 세상에서 서로 다른 정체성을 갖는 다중적 인격체의 모습을 잘 드러내어 준다. 한 마디로 말해, 사이버 공간은 다차원이고 개방적인, 동태적이고 유동적인 자아 정체성 형성을 위한 무한한 자유와 실험 가능성을 우리에게 열어주고 있다.


따라서 네트워크 혁명은 일원론적인 자아의 존립 근거를 무색하게 만드는 가운데 우리로 하여금 다중 인격 장애와 유연한 자아 간의 선택을 요구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터클(Sherry Turkle)은 유연한 자아 개념을 수용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유연한 자아 모델의 가장 큰 특징은 자아의 여러 측면 간에 의사 소통의 길이 활짝 열려져 있다는 점이다.

의사 소통의 길이 열려 있다는 것은 내 안의 여러 측면과 다른 사람들의 다양한 자아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태도를 의미한다. 이 유연한 자아가 프로테우스 신처럼 자유자재로 변신하되 일관성과 도덕적 관점을 유지할 수 있을 경우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으며, 진정한 자기 인식을 열어줌으로서 건강한 자아가 다양하게 꽃을 피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유연한 자아가 잘못 되었을 경우에는 립튼(Robert Lifton)이 언급한 바와 같이 도덕적 알맹이나 자아의 내적 형식을 포기 못한 채 끝없이 겉돌 수도 있게 된다.


네트워크 시대에서 자아의 다양성과 일관성이라는 모순된 특성이 조화를 이루지 못할 경우 우리는 립튼이 말한 바와 같은 비극에 처할 수 있다. 다중 인격 장애 혹은 정체성의 분열은 전자적 쾌락을 쫓으려는 인간의 원초적 본능을 강화시키고, 도덕적 행위의 대상인 타자의 존재를 거부하는 것을 용이하게 함으로써 인간의 도덕성을 매우 취약하게 만들 소지가 많다.

그러므로 정보윤리교육에서는 분열되고 파열된 자아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자아에 대한 배려, 본능적 충동에 휩쓸리지 않으려는 절제력 있는 자아의 발현을 위한 자아에 대한 존중과 격려, 자신의 정체성을 도덕의 관점에서 정의하려는 열정과 의지를 지닌 정체성의 형성이 개인적 삶과 사회 발전을 위해 필수 불가결한 것임을 일깨워주어야 한다. 왜냐하면 자아의 일관성은 도덕적 행동을 위한 동기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4. 정보 사회의 문제에 대한 윤리적 사고력을 길러주는 교육

정보윤리교육에서는 정보 사회에서 제기되고 있는 제반 문제들을 윤리적 관점에서 조망하고, 올바른 윤리적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 강조되어야 한다. 정보 사회에서 제기되는 윤리적 문제들에 대한 논의는 주로 정보윤리학 관련 학자들의 논의 속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서양의 정보윤리학자들이 제기했었던 대표적인 정보윤리의 연구 주제들을 제시하면 <표 1>과 같다. 그리고, <표 1>에 나타난 연구 주제들은 우리의 정보윤리교육 내용 체계 설정에 커다란 시사를 줄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주제 못지 않게 우리 사회에서 특히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우리만의 독특한 문제들(예: 게임 아이템 판매 및 해킹, 노예팅)에 대한 윤리적 판단력을 길러주는 것도 중요하게 여겨져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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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추병완, 개정판 정보윤리교육론, 서울: 울력, 2005, p. 151.


그리고, 정보 사회의 제반 문제들을 윤리적 관점에서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기 위해서는 먼저 그러한 문제들의 윤리적 차원을 인식할 수 있는 도덕적 인식력과 도덕적 민감성을 길러주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 즉, 왜 그것이 윤리적 문제가 될 수 있는지,

왜 그것에 대해 윤리적으로 민감하게 반응해야 하는지를 학습자들이 스스로 깨달을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교육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나아가 그러한 문제가 윤리적 관점에서 왜 문제가 되는 것이며, 왜 해야만 하고 왜 해서는 안 되는지를 올바르게 추론하고 판단하며 의사결정 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우리의 정보윤리교육은 이러한 윤리적 사고력의 함양보다는 정보윤리의 역기능 문제에 대한 이해의 수준에 그치고 있다. 따라서 향후 정보윤리교육에서는 다양한 문제 사례에 대한 토론을 활용한 윤리적 사고력의 함양을 도모함으로써, 비대면적 상황에서조차도 타자의 존재를 인정하고, 자율적인 윤리적 판단력의 행사를 통해 사이버 공간에서의 도덕성 약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


Ⅴ. 맺음말

사이버 공간에서의 역기능이 심화됨에 따라 이에 대한 정책적 대응 방안의 마련이 매우 시급한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행해지고 있는 대응 방안들은 주로 법률적, 기술적 해결 방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장기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있으며, 그것의 문화적 파급 효과가 큰 윤리적 해결 방안은 커다란 주목을 받지 못했다. 진정한 정보화와 새로운 커뮤니케이션은 기술이나 하드웨어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사람들과 그들이 만들어 낸 문화에 좌우되는 것임을 우리는 간과했었다고 볼 수 있다.


우리에게 사이버 공간은 현실과 분리된 공간이 결코 아니며, 사회적 맥락으로부터 괴리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 이제 사이버 공간은 우리 삶의 일부이고 우리 삶의 일부가 바로 사이버 공간인 셈이다. 따라서 현실과 사이버를 대립시키고 사이버만 정화하면 문제가 해결된다는 식의 논리는 설득력을 가질 수 없다.

사이버 폭력에 대한 법률적?기술적 규제도 중요하지만, 폭력을 미화하고 폭력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의 사회적 상황을 개선하여 평화의 문화를 창조하는 것도 중요한 것이다. 이 점에서 윤리적 해결 방안은 그 타당성이 더욱 제고될 수 있다.

사이버 공간은 인간의 도덕성을 매우 약화시키는 존재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정보 통신 기술의 특성, 커뮤니케이션의 특성, 네트워크 사용자의 성격 특성 등이 한데 어우러져 인간의 도덕성을 더욱 약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리적 해결 방안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정보윤리교육은 여전히 도구적 이성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 채 답보 상태에 놓여져 있다.

사이버 공간에서의 도덕성 약화에 대응하기 위한 정보윤리교육은 ‘몸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교육, 상호 의존의 도덕적 의미를 강조하는 교육, 정체성의 혼돈을 예방하는 교육, 정보 사회의 문제에 대한 윤리적 사고력을 길러주는 교육’이라는 기본 방향 위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다.

몸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교육을 통해 도덕적 주체로서의 인간의 의미에 대해 성찰해 보게 하고, 상호 의존의 도덕적 의미를 강조하는 교육을 통해 네티즌십을 함양하게 하며, 정체성의 혼돈을 예방하는 교육을 통해 자아의 일관성 및 도덕적 정체성의 형성을 도모하고, 정보 사회에서의 문제들을 윤리적 관점에서 조망하고 판단할 수 있는 윤리적 사고력의 함양을 도모할 때에 사이버 공간에서의 도덕성 약화에 제대로 대응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보윤리교육은 사이버 공간의 역기능 해소를 위한 가장 값싼 투자라는 공감대 형성이 관건이 된다. 이 점에서 우리는 레비(Pierre Levy)의 경구를 다시 한 번 되새길 필요가 있다. “우리는 글자 그대로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정보의 바다에 견고한 바닥이란 없다. 그것을 새로운 조건으로 수용해야 하며, 아이들에게 헤엄치고 떠다니고 항해하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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