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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의 어원은 어려울 간(艱) 어려울 난(難) '어렵다'는 의미가 중첩된 한자어 '간난(艱難)', 동음생략으로 앞쪽의 'ㄴ'이 떨어져 나가 가난이 됐다. 어떤 사람들은 집 가(家) 어려울 난(難) '가난'(家難)과 연관이 있다고 우기지만 '家難'은 '집안의 재난'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살림살이가 어려운 것과는 거리가 멀다. 가난의 동의어로 쓰이는 '빈곤'(貧困)을 들여다보면 가난의 실체가 보인다. 가난할 빈(貧)은 돈(貝)을 쓸 곳은 많은데 아무리 나눠도(分) 여의치 않은 형편을 일컫고, 괴로울 곤(困)은 나무(木)가 울타리(口)에 막혀 있는 형상, 돈이 없어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한다는 의미다. 영어 'poor'와 'poverty'의 뿌리 역시 '적다' '모자라다'라는 의미의 라틴어 'pauper'다.
일찍이 에스토니아 출신 미국의 경제학자 R. 누르크세(Ragnar Nurkse)는 자본부족→저생산성→저소득→저저축→자본부족, 빈곤→영양부족→불건강→저생산성→빈곤, 빈곤→저교육수준→저숙련도→저생산성→빈곤 등의 세 가지 유형을 제시하면서 개발도상국의 고질인 '빈곤의 악순환(vicious circle of poverty)'을 지적했지만 가난에 찌든 사고방식이나 가치관 또한 악순환을 거듭한다. 쓰지도 않는 물건이나 가구를 차마 버리지 못해 좁은 아파트 공간을 더욱 좁게 만듦으로써 스스로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도시서민들, 습관적인 경제적 불안감 때문에 돈을 쌓아놓고도 여가나 엔터테인먼트를 즐기지 못하는 졸부들, 작은 돈 아끼려다 큰돈 잃고 땅을 치는 구두쇠들....이곳 한인 사회를 둘러봐도 어떤 물건을 살 때 "바나나 몇 박스를 팔아야 하는데..." "와이셔츠 몇 십장을 다려야 하는데....." "주급의 몇 배나 되는데..." 하고 머뭇거리는 사람들이 많다.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아까워서' 못 쓴다.
'시사저널'이 황 교수의 재산을 조사한 결과 막 박사 학위를 받은 1980년대 초반부터 서울의 최고 부촌 강남 소재 아파트에만 거주해왔고 현재 100억대 부동산을 소유한 땅 부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뿐만 아니라 그간 500억 원의 정부지원 연구비와 후원회 접수 33억 원 외에 대기업 지원금 수 십억 원을 자신의 쌈짓돈으로 써왔다는 게 까발려졌다.
논문을 조작하여 재물을 취득했으므로 사기죄로 처벌해야 한다는 의견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그간 특허 출원 비용이 없다고 엄살을 떨고, 고물 실험 기자재를 바꾸지도 않고, 연구원들에게 라면만 사 먹이면서 '가난한 과학자'를 자처해온 황 교수의 이중적 태도에 연민의 정을 금할 수 없다.
다섯 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이발비가 없어 머리도 못 깎고, 차비가 없어 고향집에도 못 가던 한을 아직도 풀지 못했기 때문은 아닌가? 의대에 갈 수 있었는데도 수의대를 고집했다고 자랑하면서도 의대 교수들이 쩔쩔 매는 줄기세포 연구에 집착한 것은 가난으로 부풀려진 열등감을 보상받기 위해서가 아닌가? 그런 그가 일약 국민의 영웅으로 떠올랐던 것도 한국사회가 아직까지도 가난극복을 의식의 공통분모로 삼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한국이 세계 10권에 진입한 부자나라가 됐다지만 사람들의 의식은 아직도 가난의 질곡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본다. 그래서 아무리 채워도 채워지지 않고, 왠지 조금씩 부족한 것 같고, 늘 불만족에 시달리고 있는 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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