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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化粧)은 '얼굴을 다스리는 것', 조선 후기의 실학자 안정복의 문집 '순암집'에 실려 있는 '여용국전(女容國傳)'도 그 점에 착안하여 나라 다스리는 일을 화장에 비유하고 있음을 본다. '효장황제장대기공록(孝莊皇帝粧臺紀功錄)'이라고도 불리는 '여용국전'은 작자 연대 미상의 '여용국평란지'를 안정복이 한문으로 옮긴 것으로 추정되는데 '여자 얼굴 나라'의 효장황제가 잠시 게으름을 피워 나라에 난이 일어났을 때 거울 승상, 세숫대야 수군도독, 족집게 장군, 참빗 장군 등등이 나서서 평정했다는 이야기다. 임금이 정사를 돌보지 않아 나라에 혼란이 일어나는 것을 여자가 화장을 게을리 하여 얼굴에 때가 끼고 머리카락에 이가 득실대는 것에 비유한 아기자기한 재치가 번득인다.
화장(化粧)의 어근은 단장할 장(粧), 가루 분(粉)자의 생략형인 쌀 미(米)자와 평평할 팽(庄)자가 합쳐진 것으로서 '가루를 발라 거칠어진 피부를 평평하게 한다'는 의미다. '화장품'을 의미하는 영어 'cosmetic'의 뿌리 역시 '잘 정리된' '잘 꾸며진'이라는 의미의 그리스어 'kosmetikos'이고 'kosmetikos'는 '질서'를 의미하는 'kosmos'에서 나왔다. 화장을 뜻하는 영어 'makeup' 또한 본래는 '보충하다'라는 의미였었다. 한국의 전통사회에서도 장(粧) 가볍게 하는 담장(淡粧), 짙게 하는 농장(濃粧), 요염하게 꾸미는 염장(艶粧), 꾸미는 정도가 심하면 응장(凝粧)으로 나누고 응장의 한계를 벗어나면 야용(冶容)이라고 했다.
장(粧) 앞에 화(化)자를 붙은 것은 일본인들로서 말 그대로 해석하면 '변화되게 단장하는 것'이므로 야용에 해당한다. 여염집 여성들은 야용을 기생이나 사당패들이나 하는 단장이라고 하여 경멸했었으나, 일제 36년을 거치면서 뚜렷한 단순미를 강조하는 일본식 화장이 유행하게 됐고, 지금은 한술 더 떠 화장품으로 떡칠하여 열등감 느껴지는 자신의 얼굴을 감추고 있음에 쓴웃음을 금할 수 없다. 자기를 주장하기보다는 타인의 시선과 유행에 부합하려는 한국인들의 의식구조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것만 같아 씁쓸하기도 하다.
2005년 한국 내 화장품 시장 규모가 전년 대비 약 3.6% 증가한 5조 3천7백억원으로 추정되고 있는 가운데 '뽀샤시'한 피부를 선호하는 한국 여성들이 '안목 높은 소비자'로 인정받으면서 세계화장품 업체들이 '신제품 테스터(tester)'로 삼고 있다고 한다. 한국 여성들이 아시아의 화장품 취향을 주도하면서 세계 시장을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엊그제 프랑스 랑콤 연구소의 베로니크 델뷔느 소장은 각국 취재진 40여명이 참석한 신제품 설명회에서 "한국인의 미용습관이 세계에서 가장 까다롭고 복잡하다"고 말하면서 "한국은 세계 7위의 큰 시장이고 '세계 최고의 얼리어답터(early adopter)'라고 할만큼 여성들 수준이 높아 훌륭한 테스트 마켓"이라고 한껏 추켜세우기도 했다.
기분 좋은 소식으로 받아들여야 하나? 꾸미기 좋아하는 민족이라는 게 까발려진 것을 부끄러워해야 하나? 혹시 한국 여성들의 '수준 높은 화장'이 황우석 교수의 '논문 조작'과 같은 사고방식에서 나온 것은 아닌지? 화장을 지운 한국여자들의 얼굴과 논문 조작이 들통 나 사과와 반성의 기자회견을 갖던 황 교수의 얼굴이 자꾸만 겹쳐진다.
| 코리아타운 반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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