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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설일 : 2004/04/30
 

어제 공작산 산행을 한 후, 홍천 동면에 있는 숙박업소에서 하루를 묵었는데 아침에 일찍 잠이 깼다. 남편이 바람도 쐴겸 아침 드라이브를 하자고 해서 7시 반쯤 밖으로 나가니  안개가 짙어서 100m앞도 보이지 않았다. 천천히 차를 몰아 홍천읍을 한바퀴 돌았는데도 8시가 겨우 지났다.

남편이 친구랑 만나기로 한 건 10시 반이었는데 남편이 갑자기 횡성을 가보자고 했다.
시간이 여유가 있어 횡성 방향으로 출발했다. 차차 안개가 엷어져서 가을 들판이 보였다.
추수가 끝나 가는 가을 들녘은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차창 밖으로 풍경을 내다 보는데 창밖으로 길가에 세워진 불상이 보였다.
차를 후진시켜 차에서 내려 보니 아담한 불상과 석탑이 있었다.





상동리 석불 좌상 (上洞里 石佛 坐像)  강원도 유형 문화재 20호
강원도 횡성군 공근면 상동리 소재

원본 크기의 사진을 보려면 클릭하세요


이 불상은 통일 신라 후기에 만들어진 불상이다. 몸에서 나오는 빛을  나타내는 광배는 없어졌다.
머리부분 역시 잃어버려 새로 만든 것이다. 왼손은 손바닥을 위로 향하게 하여 배 앞에 놓고 오른손은
무릎위에 얹어 땅을 가리키고 있다.

원본 크기의 사진을 보려면 클릭하세요

강원도 횡성군 공근면 상동리 삼층 석탑   강원도 유형 문화재 21호

길가에 나 앉은 불상은 처음 봤다. 그런데 머리  부분만 하얗게 보여서 얼굴만 씻고 몸은 씻지 않은 것 같았다. ^&^    표지판을 읽어보니 없어졌던 머리를  최근에 새로 만들어 얹었다고 했다. 삼층 탑은 밭에서 출토된 것을 주민들이 이 곳에 옮겨 놓았다고 한다.





멀리 보이는 산도 가을빛이고 벼를 베지 않은 논이 황금색으로 아릅답다.







외딴 곳의 어느집 농원인데 길이 아름다워서 참시 차를 세우고 농원 사이길로 들어가 봤다.
주인 없는 농원 근처를 돌아다니니 어쩐지 맘이 편치 않아 얼른 되돌아 나왔다.




벼를 벤 논은 또 다른 모습으로 가을의 정취를 느끼게 해 주었다.



여기 저기 둘러보며 운전하던 남편이 멀리 보이는 느티나무를 보더니 농로길로 들어섰다.
어쩐일인가 싶어 남편을 바라봤더니 "여기가 돌아 가신 어머니 고향이야!" 하며 차를 세웠다.

시어머니께서는 손위 언니와 함께 어린 나이에 양친 부모가 한꺼번에 돌아가셔서 외삼촌 댁에서 자라게 되었는데 부모님 앞으로 되어 있던 재산은 외삼촌이 다 없앴다고 한다.  하나뿐인 언니가 시집 가자 의탁 할 곳이 없어 남의집으로 들어가게 되었는데 그때 나이 열여덟이셨다니 그 설움이야 이루 말로 할 수 없으셨을 거다.

그러다가 열 아홉에 우리 시아버님께 시집을 오시게 되었다는데 시아버님께서는 아들 형제를 두신 재혼이셨다. 전부인  아들 둘에다 시어머님께서 낳으신 7남매까지 모두 9남매를 키우시느라 고생이 많으셨다고 한다. 게다가 할머니께서 어찌나 무서우셨던지 피눈물 나는 시집살이도 하셨다니 돌아 가신 시어머님이 너무나 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곳에 가서야 남편이 아침 드라이브를 하자고 했던 마음을 그제서야 알 수 있었다.
어머니께서 늘 지나는 말로 몇번 말씀만 하셨지 단 한번도 고향에 가시고 싶다는 말씀을 하시지 않으셨다고 한다.
찾아 가 봐야 아무도 아는이가 없는 고향이니 그러실만도 했다.

저 느티나무를 올려다 보던 남편은 차에 오르더니 홍천으로 되돌아 가면서 말이 없었다.
고생만 하시다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을 거다.




평생 시어머님께선 자기 주장을 해 보신 일이 없으시다.
늘 "난 괜찮다!"  "그래 그렇게 해라." 였다.오직 자식들을 위한 삶이셨다. 

어머니란 이름을 가진이들은 왜 모두들 자식들을 위해서라면  괜찮은가!

안개가 채 걷히지 않아 부옇게 보이는 창밖을 내다보며 남편 옆얼굴을 흘낏 바라보니 귀밑머리와 눈썹이 하얗다,
어머니 가신 후, 남편이  부쩍 늙은 것 같아 안된 생각이 든다.

어머니 떠나시고 나니 이제 우리 차례구나 싶다.
가슴에  휑하니 스산한 바람이 분다.
쭉정이 많은 내 삶의 농사도 이제 결산을 봐야할때가 된 것 같다.














올리브그린 2009.11.03  09:56

가을 사진을 바라보니..제맘이 휑해지는거 같아요..
아마도 그리워서 그러리라..생각합니다^^*
안나님의 시어머님의 이야기도..제맘에 벅차게 와 닿습니다..
그렇게..
누군든지..뭐든지..
비슷비슷한 모습으로 채워간다는게.. <삶>인듯..해요!! 안나님..
두분..언제나 건강 하셔야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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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2009.11.03  10:01

방금 다녀 가셨군요. 반가워요.
올리브님 계시니 날씨는 추워도 마음은 훈훈합니다
늘 너무 고마워요.

안단테 2009.11.03  21:59

안나님, 빈들녁도 ,수북히 쌓인 낙엽도,서러웠을 어머님의 삶도
먼길 떠나신 어머님의 고향을 찾으신 노부부의 모습도
모두모두 쓸쓸한 가을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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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2009.11.04  12:34

안단테니므 정말 시어머님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픕니다.
너무나 박복한 삶을 사시고 떠나셨습니다.
좀더 잘 해 드리지 못한 것이 한이 됩니다.
가슴 아파 하는 남편을 짐켜 보며 전 참 좋은 며느린 못되었따는 자괴감에 빠집니다.

고은네 2009.11.04  10:56

그러셨군요.
어려선 아버지를, 시집가선 남편을, 늙어선 자식을 의지하고 살수 밖에 없었던
수많은 여성들의 한숨과 탄식이 귓가에 들리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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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2009.11.04  12:36

정말 저의 시어머님께선 자신을 위해서는 아무것도 못하신 분이십니다.
왜 할 말을 당당하게 못하시냐고 시어머님께 쫑알댔던 일들이 너무 가슴아픈 후회로 남았습니다.

하여 2009.11.05  02:45

어머니 떠나시고 나니 이제 우리 차례구나 싶다.
가슴에 휑하니 스산한 바람이 분다.
쭉정이 많은 내 삶의 농사도 이제 결산을 봐야할때가 된 것 같다.....
바로 이 느낌, 안나님이 잘 대변 표현해 주시는군요.
이만한 아들도 며느리도 그 중에 있었으니 시어머님 그만하면 행복하셨을 겁니다.
다시 한번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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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2009.11.24  20:14

그래 맞다. 이제 우리 차례다.
시어머님 떠나시고 나니 그리 허전하고 허망할 수가 없다.
생존해 계실때 잘 해 드리지 못한게 너무 맘에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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