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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설일 : 2004/04/30
 

애인

          -임찬일

 

 

사랑은 왜 첫마디가  눈물이더냐

마음에서 시작된 울음의 말이더냐

서른 아니라 마흔 넘어서도

다 이룰 수 없는 이 울음 같은 사랑을

서로 보태어도 양이 차지 않는

사는 날의 외로움

한 살림 잘 이룬듯 푸르고 무성하던

여름 수풀에도 외로움은 혼자 익어서

몰래몰래  흔들리는 가을 잎사귀들

바람은 그냥 지나가는 사랑이더냐

낙엽은 그냥 홀로 물든 마음이더냐

하늘과 땅 사이에 한 사람이 있어

눈빛과 눈빛 사이에 한 사랑이  있어

우리는 그를 두고 애인이라 말한다

3인칭도 아닌 2인칭도 아닌

내 마음에 물들어 흔들리는 그 잎새 한 장을

어쩌면 어쩌면 살아서 가장 슬픈 촌수인

그 사람의 이름을 애인이라 말한다 

세월의 갈피에서 한 잎 단풍처럼

나만 아는  그 페이지에 숨어서

아직도 그 사랑을 다 읽지 못한 책처럼

아니, 아니, 참고 참아야 할 눈물같은 모습으로

우리는 등을 돌리고 돌아섰지만

들어라, 세상 사람들아

마주보고 서로 품어 안는 것만  사랑이라더냐

등을 돌려 서로  기대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더냐

누가 뭐래도 지금 우리는 서로 말을 아낀 채

등을 돌린 듯이 가만히 등을 기대고  있는 것이다

마음의 등바닥을  가만히  기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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