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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 포기하게 만드는 이 대통령 "너무합니다!"
2008/07/06 오후 5:03 | 일반폴더

잘 살게 해주겠다던 대통령, 알고보니 그 말도 거짓말


  
▲ 개망초. 밭에 개망초꽃이 활짝 피었다. 더덕을 심은 밭이지만 더덕은 보이지도 않았다.
ⓒ 강기희
더덕

 

농사보다 촛불 드는 일이 더 급해요

 

아침부터 어머니는 더덕을 까고 있었다. 사각사각, 더덕 까는 소리와 함께 더덕향이 집안에 진동한다. 감기 기운에다 몸까지 아파온 어머니. 어머니는 환자처럼 머리띠를 두른 채 핼쑥한 눈을 하고 있었다.

 

"어머이, 오늘 서울 가야 하는데"

"또 가?"

"응, 볼 일이 있어서…."

 

아들의 말에 어머니 표정이 좋지 않다. 가뜩이나 몸이 좋지 않아진 터라 덜컥 겁이 나기도 했던 모양이다. 이틀 전 어머니는 병원에 가서 영양제를 맞았다. 생각해보니 작년 이맘 때도 영양제를 맞았다.

 

"밭에 풀이 꼭 찾는데… 능쟁이도 뽑아야 하고… 비료도 줘야 하고…."

 

어머니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하지만 아들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 지난 5월부터 아들은 매주 서울로 갔다. 가서는 며칠씩 머물다 집으로 돌아왔고, 며칠 집에 머물다 또 서울에 가곤 했다. 그러니 집에 있는 시간과 서울에 머무는 시간이 비슷했다.

 

어머니를 산촌에 혼자 있게 하고 집을 떠난 건 좀체 없던 일이었다. 어쩌다 행사가 있어 집을 떠나더라도 반드시 하룻밤 안에 돌아왔던 아들이 며칠씩 집을 비운 것은 순전히 촛불 때문이었다. 그러나 아들은 서울 가는 이유를 촛불 때문이라고 말하지는 않았다.

 

그런 이유로 어머니는 늘 그랬듯 아들이 서울로 돈벌이 하러 간 것쯤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아들이 정신차리고 돈을 벌고 있다고 생각해 내심 좋아할 지도 모를 일이기도 했다.

 

그러나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지난 두 달간 아들은 돈을 벌기보다 없는 돈 써가면서 서울 나들이를 부지런히 한 것이다. 아들은 서울에 있으면서 체류 비용을 줄이기 위해 밤새 촛불 현장에 있다가 아침이 되면 피곤한 몸을 끌고 사우나에 가서 눈을 붙이거나 시청앞 광장에 신문을 깔고 잠을 청하기도 했다.

 

  
▲ 더덕. 어머니는 이 더덕을 까 닷새 마다 돌아오는 장날 판다.
ⓒ 강기희
더덕

비싼 비료 값으로 농사 포기하는 농민들 많아

 

하루 두 끼 먹는 일이 버릇이라 식사를 해결하는 것도 한 끼만 사 먹고 나머지 식사는 단체에서 제공하는 김밥으로 끼니를 떼웠다. 그렇게 지난 두 달을 보냈다. 대통령 하나 잘 못 뽑아 그런 고생을 한다고 생각하니 화가 치밀어 오르기도 했지만 어리석은 국민이 한 일이니 누굴 탓할 수도 없었다.

 

"풀은 그냥 두지 뭐… 능쟁이(명아주)는 서울 다녀와서 뽑을 게."

 

어머니는 며칠 전 밭에 있는 능쟁이를 뽑느라 더위를 덜컥 먹었다. 아들이 서울에 있던 날이었다.

 

"비료 값이 2만원이 넘어… 그러니 비료 값도 나오지 않아."

"비료 값이 그렇게 비싸냐?"

"응, 비료 값 때문에 자빠지는 농사꾼들이 많아."

"이젠 농사도 못 짓겠구나."

 

가격이 올랐다니 어머니도 비료를 포기한 듯했다. 옥수수와 고추에 비료를 주면 좋겠지만 비료 값도 나오지 않을 게 분명했다. 지난 5월에 심은 옥수수는 풀에 가려 보이지도 않고, 고추 모종 역시 꽃을 피우다 말았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잘 살게 해주겠다고 큰소리 치더니 어째 갈수록 사는 게 힘들어지는지 모르겠다."

 

어머니도 이명박 대통령이 한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

 

"대통령이 그럴 능력도 없이 거짓말을 쳤다며 난리가 났어."

"대통령이 거짓말로 속이면 국민이 살기 힘든 법인데…."

 

일제강점기부터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을 봐 오며 살아온 어머니. 말은 않지만 어머니가 역사의 산증인임은 분명했다. 그러하니 누가 대통령 짓을 잘했고 못했고를 어머니도 알고 있는 거 아니겠는가.

 

  
▲ 파. 누군가 준 파 모종을 옮겨 심지 못했다.
ⓒ 강기희

 

촛불 들기 위해 노모 홀로 두고 서울로 간다

 

어제 오후 밭을 둘러 보았다. 다른 집 옥수수는 옥수수 통이 나오는데 우리집 옥수수와 고추는 풀과 함께 야생이 되고 말았다. 이런 상태로 두어서는 올해 옥수수와 고추는 하나도 먹을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렇다고 손을 쓸 상황도 아니었다. 손을 쓰려고 해도 너무 늦은 탓이라 올해 농사는 미련없이 포기하는 게 나을 듯 싶었다.

 

"어제 아랫집 할머니 드릴 소주 사다 놓았어."

 

아들이 집을 비우면 아랫집 할머니가 어머니를 동무했다. 어머니와 주무시면서 한 잔씩 하시게 준비하는 소주인 것이다. 어머니와 한 살 차이인 할머니는 어머니와 옛날 이야기를 하면서 술잔을 가끔 기울였다. 물론 어머니는 술을 마시진 않는다. 한 번 고생을 하고나선 술을 끊었고, 몇 해는 된다.

 

풀이 가득한 밭, 올해는 촛불 때문에 제대로 밭을 건사한 기억이 없다. 밭이야 내년에도 밭이겠지만 촛불은 한 번 꺼지면 다시 켜들기 힘든 일이니 농사를 망치더라도 촛불을 들어야 하는 것이다.

 

아침부터 무덥다. 잠시만 움직여도 땀이 비오듯 한 날씨. 골짜기엔 매미소리만 들려온다. 해는 쨍하고 떴고 어머니는 그늘에서 더덕을 깐다. 하얗게 깐 더덕은 장날을 지나면서 어느 집의 식탁으로 오를 테고, 아들은 그런 어머니를 홀로 두고 촛불을 들기 위해 서울로 간다. 

   

  
▲ 풀과 옥수수. 우리집 밭은 풀밭이지만 아랫집 밭의 옥수수는 곧 먹을 때가 되었다. 비슷하게 심은 우리집 옥수수는 풀에 가려 보이지도 않는다.
ⓒ 강기희
옥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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