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리에 들었다. 모포 다섯장을 빌려 세장은 깔고 두장은 이불로 썼다. 나는 침낭을 가져가서 그 침낭을 이용했다.
10시쯤 잠자리에 들었는데... 한시간쯤 자다가 깼다. 덥기도 하고, 공기도 탁했다. 코고는 소리 역시 장난이 아니다. 워낙 피곤하니 코고는 소리도 더 클것이다.
억지로 누워 있는게 불편해서 잠시 밖으로 나갔다. 멀리 진주의 불빛이 눈에 들어온다. 아름다운 모습이지만, 그런 불빛때문에 달빛은 연하천의 별빛만 못하다. 잠시 하늘을 보다가 다시 산장으로 들어갔다.
침낭속에서 한참을 뒤척이다 잠자리를 옮기기로 했다. 통로쪽에서 한쪽 면을 이용하면 사람들 다니기도 불편하지 않고 신선해서 괜찮을것 같았다. 친구들이 깨지 않도록 조심해서 침낭을 옮겻다.
그곳에서도 자다깨다 반복하며 선잠을 잤다. 다음날 아침... 4시부터 사람들이 분주하다. 준비를 하고 천왕봉을 향해야 하기 때문이다. 침낭에 일어나서 앉아 있는데 친구 한녀석이 내려왔다. 자다가 없어져서 찾았단다. "야... 이 산중에서 어딜가겠어..."
어떻든 잠못이룬 장터목의 밤은 지나고 신새벽이 밝아오고 있었다.
장터목의 아침은 늘 분주하다. 새벽4시쯤이면 그 분주한 소리에 저절로 눈이 떠지기도 한다. 나처럼 잠을 설친 사람들은 그 분주함이 오히려 반갑다. 부시시 일어나 산행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일행들도 이미 잠에서 깬 상태다. 아침은 준비해 간 죽으로 간단히 먹었다.
아침 5시 산행을 시작했다. 6시 이룰 예정이니 5시 출발이면 일출을 보기에 충분하지만 마음 급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4시 30분쯤부터 출발했다. 우리 일행이 산행에 나선 시간에는 이미 산장이 텅 비어 있었다.
렌턴을 밝히며 산행을 시작했다. 배낭을 장터목에 두고 와 가벼운 차림이지만 제석봉을 지나며 금세 숨이 가빠온다. 그래도 새벽 산행은 덜 지친다. 집중력을 밝휘하지 않으면 안전사고가 날수 있다는 생각에 잔뜩 긴장을 하며 산길을 걷기 때문이다.
30분쯤 지나니 앞서 산행에 나선 사람들과 만났다. 거친 바위길에서는 정체가 되기마련이니 앞선 사람들의 걸음이 늦어지게 된다. 그래도 그런 정체가 장관을 만든다. 불빛을 비추면 걷는 산길의 모습이 마치 초파일의 연등 행렬 같다. 그런 생각을 하며 가다보니 마침내 통천문을 지났다.
통천문을 지나면 마음이 급해진다. 어차피 지리산을 느끼러 온길이니 천천히 걸어서 더 오랫동안 지리산과 만나고 싶다는 더딘 걸음의 자위도 그 순간 무너지는 듯하다. 급한마음을 간사스럽게 느끼며 마침내 천왕봉에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