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공지영님의 글을 열심히 읽고 있다.
[네가 어떤 삶을 살던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즐거운 나의 집]의 2탄 격으로,
큰딸래미에게 보내는 편지 모음인데....
책 읽는 버릇이 안 들어 있으니,
소설책이 아닌 산문집은 읽는 속도가 엄청 느리다.
그래도 인간을 보는 눈이 남달리 깊은 공지영님의 글이기에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입장에서
반은 공감하며, 반은 자책하며... 열심히 읽고 있다.
아직 앞부분을 읽고 있는 중이지만,
가슴에 깊히 박히는 말이 있다.
사랑한다는 걸 희생한다는 말로 잘못 알고
상대방에게 희생하다가 결국은 불행한 사람 둘을 만든다는....
참 오묘한 진리의 말이다.
작년 보민이의 2학년 담임선생님이
친구와 싸워서 슬프다는 보민이의 일기에 댓글을 달아놓으셨었다.
" 네 마음에 안 들면, 억지로 친구와 화해하려 하지 말아라.
그 애가 아니더라도 친구는 많단다..."
그땐 선생님의 말씀이 정말 이해가 안 되었다.
친구와 싸우면 나쁘다는 교육을 받고 자란 나로서는 더더욱....
( 물론 보민이는 그 친구와 화해를 했고 하루는 싸웠다가, 하루는 화해했다가를 반복하며 지금도 둘도 없는 친구로 지내고 있다. )
그런데, 이런 글이 공지영님의 글에도 나오는 것이다.
무엇이든지 자기마음대로 하라는 것이다.
[이기적]이라는 말은 자기 마음대로 할 때 쓰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한테 자기 마음을 강요할 때 쓰는 말이라는 것이다.
단순한 이 말이 왜 이렇게 충격적일까!
나는 이제껏 내 마음이 하고 싶어하는 소리를 못 들은채
어떨땐 남에게 맞추다가, 어떨땐 내마음을 강요하다가...
그렇게 그렇게 줏대없이 살아왔었구나......
말그대로 38년을 산 게 아니라
1년짜리를 38번 반복했구나....
때 늦은 자책감과 함께
우리 아이들에게는 이런 실수를 하지 않도록
자기뜻대로 ! (이 짧은 말이 이토록 큰 의미로 다가오다니..!!)
살수 있도록 도와줘야한다는 의무감이...
그리고 나도 앞으로는 나의 뜻대로! 살아야겠다는 각오가
나를 부르르 떨게 만든다.
하지만 얼마전에 일어난 일이
나를 맥빠지고 힘빠지게 만든다.
좀더 여유있고 현명한 엄마가 되고 싶었는데.......
#############################################
보민이가 친구와 싸웠다고 뿔이 단단히 났다.
평소에는 이때가 좋은 기회라 생각하며
현명한 엄마로써
"너의 생각을 굳건히 하고, 친구와의 합의점을 잘 찾아보라~"고
여유를 갖고 부드럽게 타이르고 싶었는데.....
현실은
퇴근하고 돌아와 바쁘게 저녁상을 차리는 중에
움직이기 불편하게 옆에 바짝 붙어서서
친구와 싸운 상황을
뭔소리인지 알아듣지 못할 말로
중구난방으로 떠들어 대는 보민이..
시계는 8시를 향해 가는 늦은 시간에
급하게 반찬 한가지라도 만들려면
필요한 재료....조리방법... 여러가지 생각도 좀 해야되는데..
옆에서는 참새새끼마냥 쫑알쫑알.
그 옆에는 경민이가 자기 얘기도 들어달라고 칭얼칭얼....
또 그 옆에는 나를 도와주려고 애들을 야단치는 할머니와 아빠의 고함소리.......
결국
" 알았으니까, 좀 조용히 해!!!
친구들이랑 쫌 싸우지 말고 지내!
숙제는 했니? 준비물은 다 챙겼고?
배고프다, 얼른 밥 먹자!!!"
.....로 상황이 종료되어 버렸다.
그렇게 얼렁뚱땅 넘어가도
설겆이 해놓고, 애들 숙제 봐주고, 재우고 나면 어느덧 10시반...
아무리 마약보더 더 중독이 강한 드라마를 끊었다 해도
애들아빠랑 다정하게 얘기 나눌 시간도,
책한권 여유있게 읽을 시간도 모두 모자란다.
이것이 현실!
다른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살고 있는 걸까?
다들 이 만화속의 사람들처럼 살고 있는 걸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