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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 밭, 노루가 보이나요?
 보이는가. 노루며 고라니가.
무성한 잎들 사이에 잎 없이 삐죽 삐죽 서있는 고구마 줄기들. 그 빈자리에 노루며 고라니가 있다.
취나물이나 쑥 종류, 제대로 대접 받는 나물은 잘 모르면서 제비꽃이며 개미취 등, 남들은 먹을
생각 잘 안 하는 것들을 입에 넣어 보고 나물로 무쳐보는 내 행태를 두고 친구들은 놀려대지만
그러다 몇 년 지나면 그게 유행하는 음식이 되기도 하는데.
고구마랑 줄기는 시장에서도 파는데 잎은 어떨까나, 호기심으로 데쳐서 먹어 봤더니 음,그럭저럭
먹을 만 했다. 대단한 향이나 역겨운 맛은 없지만 아주 부드럽고, 한편 미끄럽기도 하고 씨그럭거리
기도 하고....으흠,
시골엔 먹을 것도 많고 고구마 잎은 싱싱한 채로 장에 내기 힘들어 줄기만 쓰는구나, 짐작을 했다.
그러면서도 먹어도 되나 하고 뒤늦게 알아 보다가, 일본 어느 지방 사람들이 안과 질환이 유난히
적어서 그들의 식습관을 알아 봤더니 고구마 잎을 먹더란 기사를 보고 용기를 얻었는데.
그러다 드디어 남원 추어탕 집에서 데쳐서 된장과 들기름에 무쳐 내는 걸 먹어보게 됐다. 올커니!
그런데 고백리 우리 고구마 밭의 고구마 잎을 누가 똑똑 따간 흔적이 있다.
이 동네 사람들은 고구마 줄기도 혈압 높아진다고 안 먹는다고 헸는데 누가 이리 따갔을까....
궁금증은 아저씨께서 풀어주셨다.
아저씨 말씀, 우리 밭에 노루가 자주 온단다! 전에는 다 큰 녀석 둘이 오더니 요즘은 어린 놈 하나만
온다나.
고구마는 여름 지나 누른 잎이 지면서도 한편으론 한로까지 자줏빛 새잎을 올려 무성하게 넌출댄다.
그곳에 와서 연한 새 잎 골라 얌얌거리는 노루들이 있었겠다! 벌레들도 뽕뽕 먹어대고....
절로 웃음이 나온다. 고구마 캐러 와서 노루랑 벌레랑 놀다 가누나.
행복해라. 철없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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