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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변 용정의 ‘이야기왕’ 황구연 구술 책으로

중국에서 ‘이야기 왕’으로 손꼽히는 민담 구술가 황구연 선생이 1984년 자신을 찾아온 민간문예가협회 회원들에 둘러싸여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진=연변인민출판사 제공]
83년부터 5년간 26차례 채록 중국서 1000여 편 출간 단군·고주몽·항일투쟁사 등 소재 다양 “민족의 역사·문화 담긴 소중한 문화 유산”
중국의 유명한 민담구술가 황구연(黃龜淵, 1909~1987 )이 구술한 이야기 1000여 편이 최근 중국에서 한국어로 출간됐다. 연변인민출판사(대표 이성권) 측은 “황 선생이 구술하고 조선족 민간문학가인 김재권 씨(70·연변 민간문예가협회 회원)가 이를 기록한 『황구연 전집』(총 10권)이 최근 완간됐다”고 밝혔다. 황 선생이 구술한 이야기는 신화, 전설, 설화에서부터 역사, 이민사, 항일투쟁사는 물론 민담과 속담 등 소재와 내용이 풍부해 국내 출판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전집은 또 중국어로도 소개될 예정이다. 중국어 번역과 출판은 중국길림인민출판사에서 맡았다.
황구연은 중국 길림성 용정시 (吉林省 龍井市) 에서 ‘옛말 대왕’ ‘황대포’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이야기 꾼으로 이름이 높았던 인물. 평생 농사일을 해온 그가 풀어놓은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기록’된 것은 83년 당시 연변민간문예가협회 부주석인 김씨를 만났을 때부터다. 50년 대부터 민간 이야기를 수집해온 김씨는 83년에 황 선생을 찾아가 만났다. 이후 같은 해 7월부터 1987년 까지 만 5년 동안 26차례에 걸쳐 그의 이야기를 녹음했다. 이렇게 모아진 200여 편은 『천생배필』(1986, 연면인민출판사)『파경노』(1989, 민족출판사)『황구연 이야기집』(중국어, 중국민간문예출판사)의 책으로 중국에서 이미 출판된 바 있다.
경기도 양주군에서 태어난 황 선생은 조선 초기 재상인 황희(黃喜, 1363~1452)의 22대 손으로 알려져 있다. 5세 때부터 천자문을 배우고 7세 때부터 한학 공부를 했다. 어릴 때 서당에서 10년 간 공부하던 시기에 훈장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들이 그가 전하는 이야기의 ‘씨앗’이 됐다. 1931년에 서울중등농업학교를 졸업하고, 37년 중국으로 이주해 측량학교와 경찰학교를 나왔지만 줄곧 농업에 종사하다 생을 마감했다.
황 선생이 전한 이야기에는 ‘단군’ ‘고주몽’ ‘왕건’ ‘이성계’와 같은 건국 신화에서부터 ‘선덕여왕’ ‘박문수’ ‘정몽주’‘황진이’ 등 인물 이야기도 있으며 시조와 판소리 등도 있다. 전집은 이 이야기들을 제 1권 『장편이야기』에서부터 소재를 중국·역사·명인·지혜·사랑·향토·어린이·동식물·우스운 이야기 등으로 나눠 각 권에 담았다.
이 책을 엮은 김 씨는 “황 선생이 탁월한 기억력과 구술력으로 1133편의 이야기를 쏟아낸 것은 아라비안나이트의 풍부한 이야기와 견줄만 하다”며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어릴 때 읽은 책과 들은 얘기를 줄줄 쏟아내 듣는 이의 감탄을 자아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특히 ‘향토 이야기’편에는 백두산 전설부터 해방 투쟁사와 조선족 이주사 등을 담고 있다”며 “중국어로 발간되면 한·중 문화교류에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성권 연변인민출판사 대표는 “구비문학은 민족의 역사의 문화가 고스란히 담긴 소중한 문화유산이”라며 “이 전집이 한국 구비문학 연구에 좋은 자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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