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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 열등감이 너를 비상하게 하리라

2009.09.22 02:41 | 영화속 마음 읽기 | 싸이코짱가

http://kr.blog.yahoo.com/psy_jjanga/1461327 주소복사

-= IMAGE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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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국가대표>는 스키점프를 소재로 한 첫 영화다. 김용화 감독이 인터뷰에서 말한 것 처럼, “왜 진작에 이걸 발견하지 못했을까?” 싶을 정도로, 스키점프는 영화에 어울리는 요소들을 갖추고 있다.

일단 스키점프는 엄청난 스피드와 폭발적인 점프를 함께 보여주는 스포츠다. 중력의 힘을 이용해서 속도를 얻는 동안은 인간의 감각한계를 넘어서는 스피드의 시간이다. 하지만 그렇게 얻은 속도를 이용해서 잠시 동안 중력을 배반하는 순간은 고요한 부양상태다. 무시무시한 속도와 급작스러운 고요의 비행, 이 전환이 순식간에 일어난다. 이보다 더한 드라마가 있을까?

게다가 이 스키 점프는 지극히도 자기중심적이다. 육상경기들 중에도 스피드와 점프를 겨루는 경기가 많지만, 오로지 단 한명의 선수가 모두의 시선을 독차지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장대높이뛰기 챔피언인 미녀새 이신바예바도 달리고 창을 던지는 다른 종목 경기들과 함께 경기를 치룬다. 그외의 속도경기들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은 경쟁자들과 함께 엎치락뒤치락 하며 달려가며 사람들의 시선을 교대로 나누어가진다. 하지만 스키점프는 다르다. 바닥이 보이지 않을 만큼 높은 경사로의 위에 올라서서, 까마득하게 보이는 그 아래를 내려다보는 사람은 오직 그 선수 뿐이다. 그 어느 누구도 도와줄 수 없고, 곁에 있을 수 없다. 그 경기장에 모인 모든 사람들이 오로지 그의 점프만을 기다린다. 그리고 점프가 끝나면, 그는 모든 관중들에게 갈채 받는 영웅이 된다. 우리가 평생에 단 한번이라도 이런 상황에 처해본 적이 있던가. 영화에도 묘사되듯, 선수들을 얼어붙게 하는 것은 점프대의 높이가 아니라 바로 이렇게 생전 처음 경험하는 극도의 주목이다. 그러니 스키점프는 모든 사회적, 신체적, 물리적 자극의 극단이라 할 만한 순간이다.

이 영화 <국가대표>는 이런 스키점프의 묘미를, 점프하는 순간 선수들이 경험하는 바로 그 세계를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형태로 전달하는데 성공했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스키점프가 얼마나 힘든지, 그러면서도 또 얼마나 짜릿하고 끝내주게 멋있는지를 충분히 경험할 수 있다. 그래서 느끼는 뿌듯함은 영화라는 매체가 해 줄 수 있는 한계의 최대치다. 그러나 이 영화는 단지 감각적인 면에서만 스키점프를 다루고 있지 않다. 이 영화의 이야기구조 자체가 스키점프의 은유다. 다들 아시듯, 스키점프는 일단 빠른 속도로 바닥을 향해서 달려가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렇게 얻은 속도를 이용해 바닥을 치면서 뛰어오르는 것이다. 점프를 잘 하기 위해서는 일단 가파른 언덕을 빠르게 내려가야 한다. 그 추락의 속도가 빠를 수록 점프의 길이는 더 길어진다. 따지고 보면 점프 자체도 잘 통제된 추락이다.

이것을 인생에 비유하자면, 추락이 크고 강할수록 그 반동으로 인한 상승 역시 클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추락은 바로 내가 남들보다 못하다는 사실에 대한 인식, 즉 열등감의 원천이다. 열등감은 우리를 기죽고 위축되고 좌절하고 고통스럽게 만든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 열등감이 우리에게 에너지를 부여하기도 한다. 마치 스키점프처럼 말이다.

열등감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 처음으로 주목한 심리학자가 바로 알프레드 아들러(Alfred Adler)이다. 아들러는 인간을 움직이는 가장 기본적인 에너지는 사회적인 것, 그 중에서도 열등감을 극복하고 남들보다 우월해지려는 욕구라고 보았다. ‘인간이 된다는 것은 자신의 열등함을 인식하는 것이다’ 는 그의 말은 이런 원칙을 대표하는 문장이다. 아들러가 열등감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아마도 그의 성장배경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는 5남 2녀 중 막내였다. 그에게 열등감을 경험하게 한 첫 번째 요인은 그의 맏형이었다. 그의 형은 아들러보다 키도 크고 운동도 잘 했으며 학교에서도 더 우수한 성적을 보였다고 한다. 반면에 아들러는 태어날 때부터 몸이 약해서 폐렴이나 후두염 등의 온갖 질병으로 점철된 어린 시절을 보내야 했다. 게다가 구루병을 앓아 키도 매우 작고 운동도 제대로 못했으며, 학교에서도 별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세 살 때에는 한 침대에서 자던 손위 형제가 병으로 죽었는데 1년 후 아들러도 비슷한 증상으로 사경에 처해서 의사로부터 시한부 진단을 받기도 했다. 이런 그의 개인적인 경험은 끊임없는 열등감과 죽음에의 공포, 무력감 등을 자극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처음에는 약하고 뒤떨어진 학생이었던 아들러였지만, 스스로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모든 장애를 극복해냈다. 그는 마침내 1888년 비엔나 의과대학에 입학해서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으며 안과의사로 성공했으며, 신경학과 전문의로도 활동하는 성공적인 의사가 된 것이다. 열등감에 시달리던 존재에서 끊임없는 노력과 단련을 통해 모든 장애를 극복하고 우월한 존재로 삶을 마친 아들러의 인생 자체가 자기 이론의 가장 확실한 모범이라고 할 수 있다. 프로이트와 결별한 이후, 그는 자신의 이론을 ‘개인심리학’(Individual Psychology) 이라고 부르면서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파로부터 완전히 독립한다.


Alfred Adler 1870-1937


아들러의 이론은 인간의 사회적인 신분상승 욕구를 성적욕구 같은 다른 욕구의 변형으로 설명하지 않고 그 자체로 의미 있다고 보았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아들러는 내적인 욕구나 무의식에만 신경쓰던 정신분석학자들로 하여금 인간과 사회와의 관계에 눈을 돌리게 만드는 계기였다. 아들러의 열등감 이론이 의미하는 바는 우리는 부족함을 느낄 때 그것을 보완하기 위한 노력을 하게 되며 그 노력이 자기 성장의 밑바탕이 된다는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부족함이 없이 풍족하게 자라난 사람들이 오히려 어른이 되어서 별다른 성취를 하지 못하는 반면에, 어린 시절 위기를 겪고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난 사람들이 이후 더 많은 성공을 거두는 경향이 있을 것이라는 그의 예상은 적어도 일부분은 사실이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스키선수들은 바로 아들러가 말한 열등감 극복의 사례, 추락을 통해 열등감을 통해 삶의 에너지를 얻어 비상에 성공한 표본들이다. (실제 국가대표 스키 선수들이 아니라 영화속에 등장하는) 이들은 거의 대부분 한때 잘나가던 스키선수들이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그 위치에서 밑바닥으로 전락했다. 약물중독에 빠진 경우도 있고, 억울하게도 바로 그 약물중독자와 한 팀이었기에 도매급으로 취급된 경우도 있으며, 어려운 가정형편과 군입대에 발목을 잡혀 무릎을 꿇은 경우도 있다. 물론 어린 시절에 부모에게 버려져서 해외 입양되었다가 다시 부모를 찾기 위해 돌아온 경우도 있으나, 그도 좌절을 계속 겪는다. 애초에 이들을 가르치겠다고 나선 코치부터 한번도 스키점프를 해본 적이 없이 어린이 스키학교를 운영하던 사람이었으니(다른 이들의 사연은 몰라도 이건 실제와 같다고 한다) 할 말 다한 거 아닌가. 이들은 스스로 자신들이 인생의 패배자, 루저(loser)임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것 말고는 다른 길이 없기 때문에 스키점프를 택한 것이다. 스키점프를 선택하고 나서도 추락은 계속된다. 장비도 없고 시설도 없다. 시속 90킬로로 달리는 버스 지붕위에 올라타서 속도감을 익히고, 리어카를 타고 점프 타이밍을 익히고, 점프연습대에 물이 끊기자 근처 후룸라이드에서 점프를 한다. 그 와중에 뜬금없이 나타난 조폭 사채업자들에게 굴욕을 당하고, 스키협회에게 이용당하고 버려질 위기에 처하기도 한다. 심지어 실제 경기에 나가서도 외국선수들과 시비붙어서 출전금지를 당하거나, 악천후에 점프를 강요당해 부상을 입는 등, 이들의 삶은 끝없는 좌절과 고난의 연속이다. 하지만, 바로 그런 추락이 쌓이고 쌓여서 이들의 스피드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 스피드는 이들을 저 높이 저 멀리 날려 보낸다. 나가노 동계올림픽에서 깜짝 반전을 연출하게 만든 것이 바로 그 추락의 힘이었고, 그 이후에도 계속 그들이 선전할 수 있게 만든 에너지의 원천이었다.

열등감을 두려워하지 말라, 그것이 당신을 밀어 올리도록 만들라. <국가대표>와 아들러가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아마 그것이리라.


- 계간 청소년문학 2009.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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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어핀드 2009.09.22  11:38

오늘도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전쟁사학자 존 키건의 말 중에 "(무기 등 전쟁 수행의 체계는) 패배하지 않으면 발전하지 않는다." 라는 말이 있는데, 인간사 모두에게 다 적용되는 일인 것 같네요.

참, 이번에 짱가님 책 주문하면서 아들러에 관련된 책도 한 권 읽어보려고 하는데, 문외한이 어렵지 않게 이해할 만한 쉬운 개론서 한 권 추천해 주실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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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코짱가 2009.09.22  23:25

아들러 책은 제대로 읽어본게 없어서...-_-;;;;;;
근데 아들러나 융의 책은 대부분 참 길고 어렵게 썼어요. 당시 유행이었던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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