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의 큰아들 정남은 어린 시절 아버지의 귀여움을 독차지했다. 생일엔 군복 차림에 대장 계급장을 달고 으스댔다. 5월 10일 생일을 앞둔 4월 중순이면 북한은 선물구매단을 꾸렸다. 관저에 물자를 대는 호위사령부 2국9부 사람들이 일본·홍콩을 거쳐 독일·오스트리아를 돌았다. 다이아몬드 박힌 시계, 금도금한 장난감 권총, 전자오락기, 명품 옷과 신발까지 정남의 생일선물을 100만달러어치씩 싸 들고 왔다(이한영 '김정일 로열패밀리').
▶김정일은 1980년 정남을 제네바 국제학교로 유학 보냈다. 정남의 유창한 영어와 불어는 이때 익힌 것이다. 정남이 나가 있는 사이 김정일은 무용수 고영희와의 사이에 둘째 정철과 셋째 정운을 뒀다. 정남에 대한 김정일의 사랑도 분산됐다. 정남은 후계경쟁에서 항상 첫손가락에 꼽히다 1990년대 후반 고위층 자녀들에게 "내가 후계자가 되면 개혁·개방을 하겠다"고 한 게 문제가 됐다.
▶그러던 정남이 올 1월 "아버지만이 결정할 일"이라며 북한에서 금기시하는 후계문제를 거론했다. 열흘 전엔 "(북한 미사일에 대한 일본의 요격 방침은) 자위(自衛)를 위해 당연하다"고 해 "요격은 전쟁"이라는 북한 공식 입장을 뒤집었다. 8일 보도된 일본 TV 인터뷰에선 "내가 후계자라면 마카오에서 이런 옷(운동복)을 입고 여행하고 있겠느냐"고 했다. 정남의 거리낌없는 언행은 후계구도에서 멀어진 탓 아니겠느냐는 분석을 낳는다. 북한에선 신(神) 같은 존재 김정일도 자식만은 뜻대로 할 수 없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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