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정 현 웅 그림 최 명 학 문군이 심각하면서 애틋한 표정을 지으면서 침묵하자, 나인숙과 박운종은 감히 분위기를 깨지 못하고 함께 침묵했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그는 감정을 삭이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래도 나는 그이를 떠나기로 했어요. 나도 그이와 헤어진 다음에 가슴이 아파서 담 밑에 쪼그리고 앉아 한동안 울었습니다.” 여기까지 이야기를 듣던 나인숙은 한편 감동적이면서도 징그러워 얼굴을 찡그렸다. 문군은 그 이후 마음을 잡지 못하고 방황을 하다가 영화배우가 되어 보려고 영화사 오디션에 참가했다. 제대로 연기 수업을 받아보지 못한 그는 당연히 떨어졌는데, 그의 미모에 반한 이 대표가 운전기사로 스카우트했다. 운전기사가 될 마음은 없었지만, 이 대표는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배우로 만들어주겠다고 약속을 했다는 것이었다. 박운종이 보기에는 이 대표가 데리고 놀려고 유혹한 말에 지나지 않았다. 문군은 연기자가 될 재질이 전혀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어쨌든 나인숙은 동성애자들을 경멸했는데, 이제는 자신이 그런 짓을 하고 있었다. 남자와 달리 여자에게는 어느 정도 동성애적인 요소가 있다고 하였다. 아니, 여자뿐만이 아니라 인간에게는 양성적인 요소와 동성애적인 요소가 잠재되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 나인숙이 하고 있는 행위는 그와 같은 양성적인 요소나 동성애적인 것이라기보다 해소하지 못한 성행위를 대체하고 있는 것이었다. 나인숙의 풍만한 육체와 러시아 체조 소녀의 날씬한 몸은 서로 조화를 이루면서 엉켰다. 러시아 소녀는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아주 징그러울 정도로 탐욕적이었다. 나인숙의 흥을 더욱 돋워주는 일이었다. “이렇게 동성애를 하면서도 오르가슴에 오를 수 있을까?” 나인숙은 마음속으로 물으면서 깊이 몰입하려고 했다. 러시아 소녀는 얄미울 정도로 나인숙의 성감대를 애무했다. 그녀의 유방은 물론이고, 손가락을 빨기도 하다가 어느 때는 발가락을 입 안에 넣고 소리가 나도록 빨았다. 더러는 엄지발가락을 깨물어 깜짝 놀라게 했다. 두 사람의 애무는 단순히 기계적인 동작이 아닌, 정성과 사랑이 담겨 있었다. 그렇게 하다 보니 정말 사랑의 마음이 싹트게 되고, 아래가 흠뻑 젖는 것이었다. 동시에 흥분의 감도가 높아지고, 서로의 은밀한 아래를 애무할 때는 두 여자의 입에서 신음 소리가 터졌다. 그것이 오르가슴인지, 또는 쾌락의 절정인지, 하긴, 같은 말이기는 하지만, 절정에 오를 때 여자들 한쪽에 널브러져 자고 있던 야무첸스코가 슬그머니 일어나 두 여자를 내려다보았다. 그는 여자들의 신음 소리에 잠이 깨었던 것이다. 아니, 그보다 훨씬 전에 잠이 깨었지만 두 여자의 흥을 깨지 않으려고 잠자코 있었던 것이다. 흥을 깨지 않으려는 것보다 그것을 즐기려고 관망했던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