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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엄마 혜경은 목청을 가다듬으며 축원문을 장구와 징소리에 맞추어서 풀어 나가고 있었다. 곧이어 산천거리에서 산의 맑은 정기를 받는 예식을 차리고 초부정 거리에서 만 신령님을 모시고 있었다.
칠성재석리에서 명과 복을 불러들이고
사냥. 타살)군웅거리에서 닭. 돼지. 소를. 잡아 신에게 제물로 바친다.
대감.신장.말명거리에서 신령님과 만신의 흥을 돋우고 재물을 불러들인다.
조상거리에서 조상들을 불러들여 원 과 한 을 풀고 달래고 놀린다.
조상거리에서 정국의 어머니가 등장한다. 정국이 어려서 유방암으로 일찍 세상을 하직하였기 때문에 정국은 항상 어머님을 그리워하곤 했었다.
혜경은 정말로 엄마의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아이고 내 자식이 이렇게 어른이 다 되었구나. 이 어미는 죽어서도 구천을 헤매고 있었단다. 어린 너를 두고 세상을 하직해야 한다는 목숨은 아깝지 않았지만 어린 너를 두고 죽어야만 한다는 것에 세상을 두고 원망도 많이 하고 한탄도 많이 하였지만 이렇게 어른스럽게 자라서 가정을 꾸린 너를 보니 이제는 이 어미도 편히 눈을 감고 마음 편히 쉴 수 있겠구나!”
정국의 눈에서도 소영이의 눈에서도 굵고 맑은 빗방울이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혜경은 소영이 한데 다가서고 있었다. 아니 시어머니의 혼이 다가서고 있는 것이었다.
“며느리 고생이 얼마나 많으냐. 집을 떠나 객지생활로 떠도는 남편으로 인하여 얼마나 많은 고통과 방황 속에서 헤맸느냐
소영은 시어머니의 말 한마디에 또다시 울음이 아니 통곡을 하고 있었다. 구경을 하던 많은 사람들이 같이 동참하여 굿당은 다시 한 번 연민과 슬픔으로 얼룩지고 있었다.
시어머니로 변한 혜경도 너무나 울어서 탈진 상태였다 그래도 혜영은 쉬지 않고 다시 손자인 태양 이에게로 다가서고 있었다.
“아이고 이게 우리 맏상제인가 내가 네 할미다 할미 장군처럼 기골이 장대하구나. 너의 앞길은 할미가 수호신처럼 따라 다니며 보호 할 테니 무럭무럭 자라거라
손자를 보면서 할머니의 혼은 울지를 않았다 밝은 표정 이었다 희망이었다. 일찍 저 세상으로 떠나왔지만 이렇게 성장한 아들과 손자를 그리고 며느리를 보며 정국의 어머니는 신이 났던 것이다
상위에 차려진 온갖 음식들을 듬뿍듬뿍 손으로 담아 구경꾼들에 나눠주고 있었다. 복 이었다 행운의 재물이었다. 사람들은 기쁜 마음으로 황송한 마음으로 음식들을 소중한 보물처럼 조심스럽게 받아가고 있었다.
정국의 어머니는 이렇게 기쁜 마음으로 이승과 하직하고 있었다. 이제는 구천을 헤매지 않으시고 편안히 눈을 감을 것이다 하고 생각든 정국의 마음도 홀가분하고 평화스러웠다 꿈에도 그리는 엄마의 혼이나마 맞이하였으니 얼마나 기쁘고 행복할 것인가
내림굿도 서서히 막을내려가고 있었다.
작두 거리 할 차례였다
시퍼렇게 날 이선 두 칼날이 드럼통위에 쌀 자루위에 언 쳐지고 혜경은 버선을 벗고 있다 맨발로 적두위에 올라가야 하기 때문이었다.
상처하나 없이 작두거리를 마쳐야 영험한 무당이고 액운이 없어진다고 믿기 때문이다 장구와 징소리가 속도를 더해 가고 있었고 혜경은 눈이 까 집히고 입에서는 거품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신이 이제 극도로 오르고 있다는 증거였다
입에서는 이상한 목소리의 주문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때였다 정국도 신이 오르고 있었다. 입에서 혜경이의 주문보다도 더욱 우렁찬 목소리가 굿당을 울리고 있었고 주의의 사람들도 심상치 않은 눈길로 정국과 혜경을 번갈아 보고 있었다.
나는 화덕벼락장군 이시다 나는 월성신이로다 나는 약사보살 이로다 나는 용장군 이니라. 나는 칠성신이다 나는 일월성신 이다 나는 옥황천존 이로다 나는 말문신장 나는 천신대감이고
그리고는 아주 어린 아기의 목소리가 카랑카랑하게 들려오고 있었다. 나는 애기동자입니다
모두다 혜경의 신보다 한 등급씩 높은 신이거나 지배세력 이었다
높은 신들이 나타나자 혜경은 벌러덩 누우며 사시나무 떨듯 거품을 흘리며 혼절해 가고 있었고 사람들은 우르르 몰려와 혼절해있는 혜경 을 주물러대고 있었다.
정국은 날아갈듯 시퍼렇게 날 이선 작두위로 사뿐히 올라선다. 대나무에 의지하지 않은 채 곳곳하게 서서 속도가 빨라진 장구와 징소리에 퍼얼쩍 퍼얼쩍 작두를 부셔버리듯 뛰고 있었다. 아니 작두 위를 날고 있었다.
입에서 나오는 음색들이 구색을 맞추지 못하고 제각각 놀고 있으니 의사 전달이 전혀 되지못하고 장구나 징은 강약을 맞추지 못한 채 팔이 떨어져 나가라 하며 치고 있었다.
정국도 신에게의 시달림과 날 이선 작두의 자르듯 하는 고통 속에서 몸은 탈진되어가고 있었지만 정국의 몸은 신기가 더해 가고 있었고 정신은 점점 맑아지고 있었다.
이대로 주검이 찾아온다 하여도 두렵지 않을 것 같은 생각에 정국은 아내 소영과 아들 태양이의 천진한 모습이 주마등처럼 스치고 있었다.
그리고는 정국의 입에서는 그동안의 고뇌를 비통한 목소리로 하지만 시원하고도 명쾌하게 시로 읊조리고 있었다.
하늘을 우러러 스스로 별이 되고 달이 되기를 주저하지 않은 사람아
하늘가에 매단 수많은 사연들 별이 되어 찬란하고 달이 되어 온 누리 밝혀도 우리들 지난자리는 핏빛 생채기로만 아득하였네.
밤길로만 걸었던 수많은 사연 사연들 차마 떨구지 못해 신당의 촛불이 제 몸 사루며 먹빛 어둠 밝히듯 제 아픔 스스로 갉아먹으며 남몰래 떨구던 눈물 삼불제석님도 막지 못하였다네.
아, 가슴 저리고 시린
눈물 떨군 사연 웃음 머금은 사연들 하나 둘 잔뿌리로 깊숙이 뿌리내려 사랑 꽃으로 피어나 별이 되고 달이 되고 마침내는 사랑 꽃으로 화들짝 피는 날 온 누리에 사랑 꽃향기 가득하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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