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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나비는 긴 침으로 꽃의 씨방을 더듬었다. 꽃은 활짝 벌어지며 씨방 언저리를 넓혔다. 호랑나비의 긴 침은 꽃이 열어놓은 길을 따라 씨방 문을 찾아냈다. 침은 씨방의 진액에 빨려들듯 씨방 안으로 파고들었다. “아~ 꽃이 파르르 경련을 일으켰다. “흐흐.으 호랑나비가 큰 날개를 퍼득거렸다. 수없이 많은 꽃들이 흐트러지게 낀 꽃밭이었다. 아니 아득하게 넓은 푸르른 들판 이었다. 아니 그것도 아니었다. 물결 눈부시게 반짝거리는 아슬한 바다였다. 꽃밭이었다가 들판 이었다. 바다였다가 그것들이 한덩어리로 뒤 엉키며 흔들리고 출렁거리고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그녀는 혼미한 황홀감 속에서 기다림의 응어리도 그리움의 응어리도 흔적 없이 녹아 내리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석류의 신맛도 아니었다. 홍 씨의 단맛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유자의 향기로운 맛도 아니었다. 안개에 묻힌 것인가 구름에 실린 것인가 바람을 타고 쏟는 것인가....... 활활 타오르는 불길 이었다 억세게 쏟아져 내리는 폭포수 이었다 땅을 박차며 뛰는 백말 이었다. 그 불길에 타는 황홀함이여 그 물줄기에 부서지는 아련함이여 그 발굽에 짓밟히는 후련함이여 더 타 올라라 더 쏟아져라 더 뛰어라 더 높이 날아라.
소영은 온몸이 지칫거리고 간질거리고 부풀어 오르는 절묘함에 취하고 또 취하며 정국의 동작에 맞추어 몸짓하고 있었다.
온몸으로 태우는 굴이었다. 온몸이 빨려 들어가는 굴이었다. 온몸이 녹아내리는 굴이었다. 끝이 어딘지 모를 굴이었다.
그 크지 않은 몸에 이리도 깊은 굴이 있을 수 있는가 정국을 화끈거리고 옴죽거리고 짜릿 거리는 굴의 오묘함에 마취되면서 마침내 폭발하고 있었다. “으윽 흐흑 히힝 아~아 흐흐 흐흑! 그 터져 오르는 불길에 소영은 온몸이 산산이 부서지는 막바지 황홀감에 휩쓸리며 정국을 부둥켜안고 떨었다
수없이 많은 불똥들이 튀고 있었다. 온몸의 피가 다 빠져나간 것 같았다 온몸이 재가 되어 버린 것 같았다 그러나 그 후련하고 말끔한 기분은 어떤 일에서도 느낄 수 없는 흡족함 이었다
한해가 가기 전에 찾아온다던 귀인은 우연의 일치로 만나게 된다. 지하철역 계단에 걸인 같기도 아닌 것 같기도 한 여자인 것도 같고 남자 인 것도 같은 성별 구분이 어려운 사람을 계단에서 맞닥뜨리게 된다. 차림이 궁색해보여서인지 사람들이 지나가던 발걸음을 멈추고는 지폐와 동전을 적선하고 있었다. 정국도 주머니에서 만 원짜리 지폐를 꺼내어 걸인 같기도 한 사람에게 돈을 주려 엎드리자 그 사람은 대뜸 이렇게 주절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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