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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설일 : 2004/12/07
 

[김영택의 펜화로 본 한국] 강화 전등사와 정수사

2005.12.09 19:10 | 사찰 | 하늘

http://kr.blog.yahoo.com/ppis4988/11124 주소복사

[김영택의 펜화로 본 한국] 강화 전등사와 정수사(49)
그림 같은 꽃살문, 막 꺾은 연꽃을 꽂아놓은 듯
문살이 아닌 통판 전체에 조각, 한 폭의 그림을 새긴 것처럼 섬세하고 아름다워

▲ 정수사 대웅보전, 2005, 종이에 먹펜, 48*36cm

건축문화재가 있는 현장에서 펜화를 그리고 있을 때 옆에서 서너 시간씩 지켜보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런 분 중 반수 이상이 화가입니다. 같은 화가인데도 펜으로 기와 한 장, 벽돌 한 장까지 꼼꼼하게 그리는 것이 신기한가 봅니다. “어떻게 그리 꼼꼼할 수 있느냐”는 분도 있고, “힘들지 않느냐”는 분도 있습니다.

▲ 정수사 대웅보전
세밀한 묘사를 하는 경우에는 하루 온종일 그려도 10×10㎝ 정도밖에 못 그립니다. 그러니 펜화가라고 어찌 지겹지 않겠습니까. 특히 벽돌 건물을 그리려고 수만 장의 벽돌을 한 장 한 장 그릴 때면 한숨이 절로 납니다. 한번은 꾀를 내서 손재주 좋은 후배에게 대신 그리게 하였습니다. 연필로 완전하게 잡아놓은 밑그림을 따라 단순한 선만 그으면 되는 것이었거든요. 그런데 저녁에 보니 후배의 선과 펜화가의 선이 전혀 다른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림 한 점을 망쳐 놓고서야 선 하나도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제는 하나의 선도 우연이 아닌 필연으로 만들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주간조선 연재가 1년을 넘었습니다. 주간연재를 위하여 1주일에 한 점의 펜화를 그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보통 4절(48X36㎝) 규격의 펜화 한 장 그리는 데는 열흘 정도가 걸리거든요. 더구나 취재에 이틀 정도 걸리니 4~5일에 한 장을 그려야 하는 셈이지요. 그러니 하루 16~18시간 작업을 하여 이틀치 작업을 하루에 해결합니다. 마감 전날은 꼬박 날밤을 새는 것이 습관처럼 되었습니다.

▲ 삼랑성 남문
이번 추석합본호 덕분에 1주일의 여유가 생겼습니다. 그 덕에 그동안 미루었던 강화 정수사(淨水寺) 법당을 그리게 되었습니다. 정수사 대웅보전의 꽃살문과 공포의 첨차, 화반은 아름답고 섬세한 목각이어서 세밀한 묘사가 필요하거든요. 일부분이 세밀해지면 전체가 같은 필법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곱으로 늘어납니다.

정수사 대웅보전은 정면 3칸, 측면 4칸으로 정면보다 측면이 긴, 보기 드문 규격의 건물입니다. 본래 측면 3칸의 건물에 앞쪽으로 한 칸의 퇴칸을 달아낸 것이지요. 그 때문에 지붕 용마루가 뒤쪽에 치우쳐 있어 측면 풍판의 모양이 이상합니다. 안동 개목사 원통전과 함께 드문 형태의 건물입니다. 작은 법당에 여러 사람이 예불할 수 있도록 개조한 것입니다. 작년에 끝난 8중창 공사 때 목재의 벌채연도를 측정해본 결과 툇간을 내단 것이 1524년으로 추정된답니다. 정수사는 신라 선덕여왕 8년(639)에 창건되었다고 합니다.

정수사가 유명해진 것은 퇴칸보다는 아름다운 꽃살문 때문일 것입니다. 사분합문인 꽃살문은 화병에 꽃이 꽂혀 있는 모양을 통판투조방식으로 만든 것입니다. 쉽게 말씀드리자면 두께 45㎜의 널판에 꽃을 조각하여 문울거미에 끼워넣은 것입니다. 가운데 두 짝은 연꽃, 연봉, 연잎과 줄기를 새겼고 좌우 두 짝에는 목단 꽃, 봉오리, 잎과 줄기를 널판 가득하게 조각해놓았습니다. 불상 옆에 장엄을 하던 크고 화려한 조화를 문짝에 옮겨놓은 것으로 보여집니다. 문살 자체에 무늬를 새긴 꽃살문이나 살교차점에 꽃을 붙인 꽃살문은 연속무늬 형태를 갖게 됩니다. 그러나 통판에 조각한 정수사 꽃살문은 꽃 그림을 보는 듯한 개성이 넘치는 문입니다.

꽃살문과 똑같은 디자인을 법당 정면 공포의 첨차와 창방 위의 화반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첨차 좌우에 연봉을 새겨놓고 소로를 받치게 하였습니다. ‘연봉형 첨차’로 보기 드문 걸작입니다. 투각된 연봉과 줄기를 보고 있노라면 너무 예뻐서 꺾어다가 화병에 담고 싶어집니다. 창방 위의 화반은 넓적한 수반에 연꽃과 연잎을 꽂아놓은 꽃꽂이 작품처럼 아름답습니다. 모두 집을 짓는 대목의 솜씨가 아닌 가구를 만드는 소목장의 솜씨인데 뛰어난 창의력이 돋보입니다.

▲ 정수당 법당 꽃살문(왼쪽), 함허대사 부도(가운데), 정족산 사고(오른쪽).

정수사는 법당이 둘, 요사채가 하나인 작은 절입니다만 꽃살문과 연봉형 첨차, 화반만으로도 보는 이를 행복하게 합니다.

강화도를 한반도의 중심부라고 합니다. 한반도에서 지기가 가장 센 곳이라는 마니산(摩尼山)에 단군왕검이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참성단(塹城壇)이 있습니다. 마니산은 ‘우두머리산’이라는 뜻으로 마리산(摩利山) 또는 두악(頭岳)이라고도 불렀습니다. 마니산 동쪽 기슭에 정수사가 있고, 가까운 정족산(鼎足山)에는 단군이 운사 배달신에게 명하여 쌓았다는 삼랑성(三郞城) 안에 전등사(傳燈寺)가 있습니다.

강화도는 수도 서울의 입구인 한강을 방어하는 요충지로서 삼별초의 대몽항쟁, 병인양요, 신미양요, 운양호 사건, 강화도 조약 등 큰 사건이 일어났던 곳입니다. 해안을 따라 12진보, 54돈대, 5포대가 잇달아 늘어서 있습니다. 전등사는 호국사찰로서 수도방위와 왕실의 원찰 기능을 함께 담당하였습니다.

▲ 전등사 전경
전등사는 1920년대에 발간한 조선고적도보의 사진과 현재의 모습에 큰 차이가 없습니다. 큰 불사를 일으켜 절을 키우는 것이 자랑이 된 요즈음 변함없는 모습을 하고 있는 전등사에 정이 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요. 거목이 된 은행나무뿐만 아니라 절마당의 느티나무도 엄청 큰 덩치를 자랑하고 있고, 보제루 옆의 단풍나무까지 큰 고목이 되어서 전등사의 역사를 말해줍니다. 절 뒤편 잡목들을 베어내서 잘 생긴 소나무들이 드러나 보이는 것이 참 좋습니다. 스님 말씀이 소나무의 생장에도 좋아서 매년 잡목제거 면적을 넓혀나갈 예정이랍니다. 소나무와 잡목이 섞여있는 숲을 가진 절에서 참고할 만한 일입니다.

절 뒤편 서쪽 숲에 자리 잡은 정족산사고(鼎足山史庫)는 복원된 지 5년밖에 안되었는데 목재들이 습기에 검게 변하여 보는 이를 안타깝게 합니다. 주위의 나무가 너무 잘 자란 것도 탈이 되네요. 잡목들을 제거하여 통풍이 잘 되게 하여야 해결될 것이랍니다.

바다가 보이는 전등사에서 맞는 일출도 장관이어서 정월 초하루 새벽에는 절 마당이 인산인해가 된답니다.

그림ㆍ글ㆍ사진=김영택 펜화가(honginart@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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