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고객과 거래하다 보면 “일본은 휴일이 왜 그렇게 많아요?”라는 말을 들을 때가 있다. 사실 한국에 비해 일본은 휴일이 압도적으로 많다. 다음주는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3일간 휴일이라 토요일부터 5일간 쉬게 된다. 목요일, 금요일 이틀간 휴가를 얻으면 9일간이나 쉴 수 있다. 일본의 장기 휴일은 5월의 골든 위크가 유명했으나 올해 9월에 골든 위크에 필적하는 장기 휴일이 생겼으므로 “실버 위크”라는 말이 생겼다.
골든 위크와는 달리 실버 위크는 매년 장기 휴일이 보장되는 것이 아니다. 실버 위크가 생기게 된 배경은 “국민의 휴일 제도”이다. 골자는 몇몇 공휴일이 일요일이나 토요일에 겹치지 않도록 월요일로 변경된 것과 징검다리 공휴일인 경유에 가운데 낀 평일도 “국민의 휴일”이라는 명칭으로 공휴일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다만 가운데 낀 평일이 하루일 경우에만 적용된다.
올해 9월의 실버 위크는 9월 21일 (월)이 경로의 날이고 추분(23일)이 수요일이기 때문에 가운데 낀 22일 화요일이 국민의 휴일이 되기 때문에 생겼다.
내년 9월은 경로의날이 9월 20일 (월)이고 추분(23일)은 목요일이 되기 때문에 가운데 끼는 21, 22일이 평일이므로 국민의 휴일 제도가 적용되지 않게 된다. 9월에 실버 위크가 생기는 것은 올해가 지나면 2015년, 2026년이라고….
아무튼 일본의 휴일을 정리해 보면 이렇다.
설날 (양력 1월 1일): 법적으로는 1월 1일만 휴일이지만 대부분의 회사들은 연말 12월 28-30일경부터 1월 3일까지 쉬는 경우가 많다.
성인의 날 (1월 제2월요일) 원래 1월 15일이었는데 휴일과 겹치지 않도록 변경
건국기념일 (2월 11일)
춘분 (매년 3월 20일 전후) 일본은 춘분, 추분에 쉬는 이유를 몰랐는데 원래는 메이지유신 이후에 황족의 제사를 봄과 가을에 한꺼번에 치르기 위하여 춘계황령제, 추계황령제라는 휴일이 춘분, 추분이라는 휴일로 남은 것이라고 한다.
쇼와의 날 (4월 29일) 원래 히로히토 천황 (쇼와천황)의 생일이었다. 히로히토 천황이 사망한 이후 “녹색의 날”로 바뀌었다가 2007년에 “쇼와의 날”로 바뀜
헌법기념일 (5월 3일): 2차대전 이후에 구 대일본제국 헌법 대신 새로 일본국헌법이 제정된 날
녹색의 날 (5월 4일): 4월 29일이었던 녹색의 날을 5월 4일로 변경했다. 5월의 연휴 골든 위크를 확실한 휴가 기간으로 만들기 위한 목적
어린이날 (5월 5일): 5월 5일이 어린이날인 것은 원래 단오절이 일본의 남자 어린이 축제였던 것에 기인한다. 한국과는 달리 양력 5월 5일이 단오절도 겸한다. 한국과 비슷한 풍속은 창포물에 목욕 (머리감는 것이 아님)을 하는 점이다.
바다의 날 (7월 제3월요일): 원래는 7월 20일이었는데 겹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2003년에 변경
경로의 날 (9월 제3 월요일): 원래는 9월 15일이었음
추분 (9월 23일 전후): 춘분과 같은 이유로 휴일임
체육의 날 (10월 제2월요일): 원래는 10월 10일이었음
문화의 날 (11월 3일)
근로감사절 (11월 23일)
천황 탄생일 (12월 23일): 아키히토 현재 천황의 생일
그밖에 8월 중순에는 일본의 추석과 비슷한 “오봉”이라는 기간이 있어서 3-5일간 쉬는 경우가 많다. 법정 휴일은 아니기 때문에 회사에 따라서 쉬는 경우와 쉬지 않는 경우가 있다. (우리 회사는 외국계 기업이라 그런지 쉬지 않는다)
국민의 휴일 제도로 월요일로 변경된 공휴일이 많아졌으므로 공휴일과 일요일이 겹치는 경우는 줄었으나 천황 생일 같은 공휴일은 일요일에 겹칠 수 있다. 이런 경우 월요일이 대체 휴일이 된다. 다만 토요일에 겹칠 경우는 주휴 2일이 정착된지 오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대체 휴일이 없어서 공휴일 하루를 손해보게 된다. 아직 법적으로 일요일 밖에 휴일로 지정이 되어 있지 때문이라고…
한국은 일요일과 공휴일이 겹칠 경우에 대체 휴일을 만들자는 의견도 찬반 양론이 많다고 들었는데 일본은 이에 비해서 완전히 휴일 천국이라고 할 수 있다.
“일 안하고 놀기만 하면 어떻게 하냐”라는 의견도 있지만 “휴일을 통하여 소비를 촉진시키고 경제를 활성화시킨다”라는 논리도 있다. 일본 정부가 골든 위크나 실버 위크 등을 통하여 장기 휴일을 늘리고 휴일 고속도로 요금 할인 적용을 통하여 여행사들이나 자동차 업계, 교통기관, 숙박업계등이 경제적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까지 나는 한국의 제헌절이 공휴일에서 빠진 것을 모르고 있었다. 토요일에 쉬는 것이 보편화되면서 기존의 공휴일을 없앴다는 것이 일본인은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모양이다. (사실 나도 이해가 되지 않음)
그건 그렇고 이번 실버 위크 기간동안 한국으로 가는 것이 정식으로 결정되었다. 아버지 병세가 더 악화되기 전에 손자들과 지낼 시간을 드리는 것이 목적으로 회사측에는 “자택근무 청원서”를 제출하여 승인을 받았다. 9월 24일부터 11월 22일까지 2개월간 한국의 시골집에서 자택근무를 하게 된다. 사실 인터넷과 전화만 있으면 업무는 가능하지만 아이들이 떠드는 집안에서 업무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 불안한 점도 있고 2개월간 출장이 두번 잡혀 있다. (10월초에 독일 출장, 10월말에 일본 출장)
그리고 이번에 한국에 갈 때는 예전부터 하고 싶었던 자동차로 한국까지 가는 계획을 드디어 실행에 옮긴다. 22일 자택을 출발하여 오사카에서 하루 숙박한 후에 23일 오사카에서 PanStar Ferry를 타고 24일 부산에 상륙하여 집까지 갈 예정이다. 자세한 여행기는 한국 도착 후에 쓰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