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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안개 피는 호반 옛 추억의 풍경화 |
깊어가는 가을 아침, 오리무중의 세계로‥ 오래된 가을의 전설을 들으려면, 새벽 호숫가로 내려가야 한다.
수풀처럼 우거진 어둠을 헤치고 길의 끝에 서면 아스라한 옛 일들이 잔물살처럼 밀려온다.
메마른 손 내밀어 호수의 촉촉한 뺨을 만져보라.
심연에 가라앉은 수많은 가을, 단풍잎같은 나날의 기억이 아련하게 전해져올 터이다.
바람 한점 없는 수면 위로, 무수히 피어오르는 저 기억의 흰 실마리들… 물안개.
추억에서 깨어날 때쯤 물안개는 한데 모여 일렁이며 새 세상을 펼쳐보인다.
호수를 장악하고, 산허리를 휘돌아 골골이 소문처럼 번져나간다. 수초와 갈대들이 밀어올리고, 수면을 박찬 물새떼가 이끌어가는 거대한 파도의 일렁임이다. 이 풍경화의 한가운데서 그물 걷는 고깃배 한 척을 만난다면 감동의 파도는 더 높아진다. 소리소문없이 장면을 바꿔가는 호수의 가을 아침 축제는 햇살이 산등성이를 비출 때까지 이어진다.
호반길, 강변길로 눈부시게 일렁이는 물안개의 파도를 만나러 가보자.
일교차가 커지는 가을 아침이 물안개를 만나기 좋은 때다. 그러나 아무 때나 이 축제를 만날 수 있는 건 아니다. 운이 따라야 한다. 물안개는 물과 대기의 온도 차이에 의해 생긴다. 물 위의 습도 높은 공기가 찬 공기와 만나게 되면 기온이 떨어져 미세한 물방울로 응결된다. 이 물방울들이 떠오르며 빛의 산란작용에 의해 하얀 구름처럼 보이는 것이 물안개다. 일교차가 크게 벌어질 때 주로 발생한다.
기온이 급강하 하는 날 아침이면 강이나 호수 수면을 뒤덮은 물안개를 만날 수 있다. 따라서 물안개를 보기 좋은 때는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는 가을 이른아침이다. 산에서 발생하는 물안개는 땅에서 증발한 수증기나, 식물이 잎의 기공을 통해 물을 내보내는 증산작용에 의해 생긴다. 안개나 구름의 낱알 크기는 얼마나 될까. 지름 0.004~0.1㎜쯤이다. 1세제곱센티 안에는 100~400개의 낱알이 들어 있다고 한다.
가을 여행길에 호수 주변에서 하루 머문다면, 일기예보를 챙겨 보는 게 좋다.
만약 전날 비가 뿌린 뒤 개이고 아침 기온이 뚝 떨어진다면, 물안개의 축제는 예약한 것이나 다름없다.
산색도 빛바래가는 늦가을. 몽환의 아침 호반에 펼쳐진, 아득한 오리무중의 세계로 빠져들어가 보시라. 단, 물안개가 심하면 찻길을 뒤덮는 경우도 있으니 운전조심은 필수 중의 필수.
차 타고 즐기는 물안개 호반길 저수지와 호수들 중엔 주변 순환로를 따라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는 곳이 많다.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즐기는 아침 드라이브 길에 운좋으면, 수면을 덮고 번져가는 물안개를 만날 수도 있다. 물안개를 거느리고 아침을 맞을 수 있는 호반길로 가본다. 물안개를 만나지 못하더라도 늦가을 정취를 즐기기에 좋은 곳들이다.
산빛 물빛 품은 그래 내 맘마저 가둬주오 진안 용담호
용담호는 전북 진안군 금강 상류에 용담댐 건설로 4년 전 만들어진 인공호수다.
마치 용처럼 굽이치는 물줄기들이 빼어난 경관을 펼쳐보이는 곳이다. 가을 아침이면 물에 잠겨 섬이 된 산봉우리들 사이로 깔리는 물안개가 아름답다. 호수 둘레를 따라 50㎞에 이르는 포장길이 있어,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날이면 환상적인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다.
용담호반 마을인 상전면 월포리 주민 정동문씨는 말한다. “물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안개방울들이 물에서 불쑥 솟아올라 톡 터지듯이 피어오릅니다. 그게 모여 일렁이며 호수를 뒤덮지요. 장관입니다.” 굽이치는 물줄기 사이 섬이 된 산봉우리들 망향의 절경 일렁이고 호숫가 길로 차를 몰며 곳곳에 마련된 전망대에 오르면 시원하게 펼쳐진 호수와 산줄기를 조망할 수 있다. 진안읍 운산리 삼거리가 용담호 순환도로의 출발점.
795변 지방도로 좌회전하면 정천면소재지 거쳐 용담댐~13번 국도~안천면소재지~30번 국도~불노티터널~월포대교로 이어지는 드라이브길을 따라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오게 된다.
길을 따라 가다 보면 정천면 모정리 망향의 광장을 시작으로, 용담·상전·안천 전망대 등 4개의 전망대를 만날 수 있다. 댐 건설로 물에 잠긴 마을 주민들을 위로하는 뜻에서 망향의 광장으로 이름붙인 이 전망대들은 산줄기를 따라 굽이굽이 이어진 호수 풍경을 감상하기 좋은 지점에 들어서 있다. 마을에 있던 공덕비·열녀비 등 비석들과 고인돌, 연자방앗돌 따위들도 옮겨 놓았다. 호수에 뜬 섬들은 운치를 더해준다. 물에 잠겨 섬이 된 산봉우리들은 용담댐에서 안천면 사이에서 자주 볼 수 있다. 댐 앞의 송풍삼거리 길옆엔 드넓은 억새밭이 조성돼 있어 차를 멈출 만하다.
안천면 소재지에서 30번 국도로 바꿔타면 불로치(불노티)터널을 만난다. 이 고개는 코큰이고개로도 불리는데 6·25 때 미군 장교(딘 소장)가 포로로 잡힌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상전 망향의 광장은 용담호반을 따라 용두봉까지 산행(2.6㎞ 거리)을 즐기는 등산로의 들머리다. 용과 옥씨 삼형제에 얽힌 전설이 전해오는 용바위도 전시돼 있다. 용이 살던 못이 있어 용담이라는 지명이 붙었는데, 용담호를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산골짜기를 구석구석 파고든 호수의 물줄기가 꿈틀거리며 승천하는 용의 모습을 닮았다고 한다. 호숫가 일부 주민들은 허가를 받아 용담호에서 민물고기를 잡는데, 저녁에 그물을 치고 이른아침에 나가 거둬들인다. 시간을 잘 맞추면 잔잔한 수면에 뜬 고깃배들이 빚어내는 그림같은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호수 주변에 수려한 바위계곡인 운일암반일암, 산줄기 절벽을 갈라 물길을 내며 섬이 된 죽도와 죽도폭포, 운장산과 운장산 자연휴양림 등이 있어 둘러볼 만하다.
진안의 대표 관광지인 마이산도 물론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용담호 가기=수도권에서 경부고속도로 이용해 대전으로 간 뒤 대전~진주 고속도로를 타고 무주나들목을 나간다. 30번 국도 타고 20여분 달리면, 용담호가 나타나고 20분쯤 더 가면 진안읍에 이른다. 호수 주변 찻길가에 용담호에서 잡은 붕어·쏘가리·메기 등으로 찜과 매운탕을 내는 집들이 있다. 불로치고개의 용쏘나루터 (063)432-9973. 월포리의 토지가든 (063)432-5566. 토지가든에선 숙박(3만원)과 함께 전통 한증막에서 피로도 풀 수 있다. 진안군청 문화관광과 (063)430-2228.
춘천 의암호 서울과 춘천을 잇는 46번 경춘국도는 언제 달려도 아름다운 강변길·호반길이다.
길을 따라 은행나무 등 막바지 단풍빛을 즐길 수 있는 드라이브 코스다. 춘천 의암호의 서쪽에 자리한, 서면 일대의 길과 섬을 만나보자.
의암댐에서 춘천댐에 이르는 403번·70번 지방도는 물안개가 아니더라도, 경관이 아름답고 볼거리도 쏠쏠하게 숨어 있는 호반길이다. 강촌 지나 의암교 앞에서 화천 팻말 보고 빠져나가 다리 밑을 지나면 의암댐이 나온다. 여기서 직진해 호숫가를 따라 달리는 20㎞ 드라이브코스가 이어진다. 경치가 아름답고 길이 평탄해 흔히 마라톤코스의 일부로 사용되는 2차선 길이다.
붉은 단풍잎은 시들어가고 샛노랗게 물들어가는 은행나무들이 가을길을 밝혀주고 있다. 오전엔 의암댐에서 춘천댐 쪽으로, 오후엔 반대쪽으로 차를 몰면, 역광을 받아 한층 눈부시게 빛나는 가을나무들을 만날 수 있다. 길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호수엔 붕어섬을 시작으로 하중도·상중도, 고구마섬, 고슴도치섬이 차례로 나타난다. 섬과 섬 사이를 이어주는 것은 물안개이거나, 잘게 부서지며 빛나는 햇살이거나, 떼지어 날아오르는 철새들이다.
햇살 부서지는 강변 안개는 섬을 휘휘돌고 막바지 단풍 불타고‥ 고대 토기류서부터 전통 농기구에 이르기까지 우리 옛 생활문화를 살펴볼 수 있는 현암민속관, 애니메이션 문화의 모든 것을 보고 체험할 수 있는 애니메이션박물관, 춘천을 인형극의 본고장으로 만든 춘천인형극장이 이 길을 따라 이어진다.
낙엽길이 아름다운 고슴도치섬(위도)을 둘러보는 것도 즐거움이다. 의암호반의 섬들 중 가장 크고 시설이 좋은 하중도는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지만, 고슴도치섬은 신매대교가 섬을 지나기 때문에, 걸어서 들어갈 수 있다. 신매대교 앞 삼거리 왼쪽에 고슴도치섬 전용 주차장에 차를 대고 다리 왼쪽 보도를 따라 가면 다리 중간에 섬으로 내려서는 길이 나온다.
은행나무·떡갈나무·단풍나무들이 각기 제빛깔의 나뭇잎으로 이룬 낙엽길이 운치있다.
서면 서상리 길가 배추밭엔 지붕돌에 두꺼운 이끼를 얹은, 고려시대 양식의 삼층석탑이 천년 세월을 버티고 서 있다. 이 지역은 양화사라는 큰 규모의 절터로 전해진다. 춘천댐을 만나 직진하면 춘천호반을 따라 화천의 화천댐까지 이어지고, 더 멀리는 해산터널 지나 평화의 댐에 이르게 된다. 춘첨댐을 건너 물줄기를 따라 내려가면 춘천시내로 들어가게 된다.
애니메이션박물관 (033)250-3414. 고슴도치섬 관리사무소 (033)254-7650.
춘천시청 (033)258-0088. 소양5교 북쪽 율문리의 시골막국수(033-242-6833)는 다른 곳과 달리 육수 대신 동치미국물을 써 시원한 맛의 막국수를 낸다. 근화동 영빈장모텔 (033)253-1530. 춘천세종호텔 (033)252-1191. 고슴도치섬 방갈로(14동)에서 묵을 수도 있다. 4인 기준 주중 5만7000원, 주말 7만8000원.
청송 주산지
연못속 왕버들, 물안개와 환상 조화 주산지는 300여년 전에 만들어졌다는 작은 저수지다. 청송군 부동면 이전리 주왕산 자락이다.
길이 100m, 폭 50m에 불과한 이 연못이 유명해진 것은 물속에서 자라는 왕버들 덕분이다. 100년 이상 된 능수버들과 왕버들 30여그루가 철에 따라, 그리고 시간에 따라 새로운 그림을 그려 보여주기 때문이다. 봄 가을로 숱한 사진작가들이 몰려들어 봄이면 연초록 새순과 어우러진 연못을, 가을엔 단풍, 물안개와 조화를 이룬 신비로운 연못을 찍는다. 이른아침 물안개 속에서 자태를 드러내는 나무들의 모습이 아름답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을 찍은 곳이기도 하다. 연못 둘레에 산책로가 있다.
주산지가 자리한 주왕산은 단풍이 아름다운 곳중 하나다. 주방천 골짜기를 따라 기암절벽을 감상하며 내원동마을까지 올라갔다 내려오는 트레킹 코스가 인기있다.
4시간 남짓 거리. 주왕산 주변에 달기약수, 고택체험을 할 수 있는 송소 고택 등이 있다. 주왕산국립공원 관리사무소 (054)873-0014.
충주·청풍호 물살 가르며 번지점프 즐길거리 준비 충주호는 충주시와 제천시, 단양군에 걸쳐 있는 남한강 줄기의 다목적 호로, 국내 최대 규모의 호수다.
주변에 월악산국립공원, 단양팔경, 청풍문화재단지와 고수동굴 등 볼거리가 즐길거리가 즐비한 곳이다. 호수가 넓은 만큼 드라이브코스도 다양하다. 40분 걸리는 짤막한 호반길에서부터 사륜구동차를 이용해야 하는 험준한 비포장길까지 고루 갖췄다.
충주시에서 출발해 계명산휴양림을 거쳐 충주호와 충주댐박물관을 돌아 충주나루로 내려오는 코스, 마즈막재~충주호~목벌~남벌을 둘러보는 코스, 탄금대와 중앙탑, 중원고구려비를 둘러보고 조정지댐 지나 충훈사와 김생사지, 목행대교를 거쳐 돌아오는 코스들이 인기를 끈다. 제천 청풍호반 금성면 소재지에서 호수 북쪽 산자락을 따라 황석리·후산리 거쳐 충주 동량면 경계지역까지 이어지는 비포장길(일부 구간 포장)도 돌아볼 만하다.
드라이브길보다 인기를 끄는 것은 유람선과 청풍호반 레포츠시설들이다.
충주·월악나루에서 배를 타고 제천의 청풍나루, 단양의 장회나루까지 유람을 할 수 있다. 물살을 가르며 단풍을 즐기고, 호수를 향해 뛰어드는 듯한 번지점프도 체험해볼 만하다. 수안보온천·앙성온천 등 온천 휴양지에서 피로를 풀 수 있다.
충주시청 문화관광과 (043)850-5165. 청풍랜드 (043)648-4151.
글 이병학 기자, 사진 윤운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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