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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설일 : 2004/03/30
 



장생도 서영찬, 그림 제공 포털아트
 
언젠가 후배 소설가 하나가 국적 포기 소송을 내고 싶다는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하고 싶다는 말에 적잖은 사람이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습니다.

정치인과 기업인 사이에 천문학적인 비자금이 오가고 사회 지도층 인사가 부정과 부패로 검찰 수사를 받거나 감옥으로 가고 오리발로 일관하던 고위공무원의 비리가 백일하에 드러나는 일이 잇달아 터지던 무렵이었습니다.

후배 소설가는 윗물이 모두 썩어 아랫물은 지은 죄도 없이 오장육부가 다 썩어 문드러진다고 개탄하며 술을 마셨습니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지극히 평범한 말을 상기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노자의 ‘도덕경()’에 ‘상선약수()’라는 말이 있습니다. 세상에 가장 훌륭한 일은 물처럼 사는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그것이 ‘도덕경’의 핵심입니다. 물은 자신의 형상을 고집하지 않고 주변의 모든 형상을 감싸 안아 변화무쌍하고 무한한 포용력을 지닙니다.

그뿐만 아니라 자연의 이치를 거슬러 역류하는 일이 없고 자기 이외의 모든 것을 섬기는 일을 근본 덕으로 삼습니다. 섬김의 미덕으로 물만 한 게 없으니 군주의 도가 되고 지도층의 덕이 됩니다. 그래서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상징적인 경구가 탄생했습니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고 생장하게 하면서도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낮은 곳으로만 흐릅니다. 물이 없어진다면 이 세상 모든 생명이 사라질 것입니다. 물이 곧 생명이라는 의미입니다. 우리 몸의 70%가 물이라는 건 우리 몸이 곧 물임을 입증하는 수치입니다. 물인 인간, 인간인 물, 그 점을 제대로 인식하면 상선약수는 완성됩니다.

물은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태초부터 지금까지 인류의 생명에 이바지했습니다. 하지만 인류는 물길을 끊고 물을 오염되게 만들고 물이 고갈되게 만드는 데 앞장섬으로써 인류의 생명을 스스로 위태롭게 만들었습니다. 21세기, 물의 오염과 고갈을 해소하지 않는 한 인류의 앞날은 암울할 수밖에 없습니다. 인간이 물의 마음과 물의 자세를 회복하지 않는 한 다른 대안은 없습니다.

우리 사회의 윗물은 도덕적 해이와 부패의 상징이 된 지 오래입니다. 도덕적 책무를 삶의 바탕으로 삼아야 할 공직자가 사리사욕으로 스스로 오염되고 타락하니 상수원을 더럽히는 일과 하등 다를 게 없습니다.

상수원이 더러워지면 세상 모든 물이 외면당하고 불신의 대상이 됩니다. 스스로 정화되지 않으면 자신도 오염된 물을 먹고 부패의 길을 가야 합니다. 탁류가 된 세상을 어떻게 정화해야 할까요.


맑은 윗물이 풍부한 세상이 그립습니다. 윗물이 잘 보존돼 맑은 물이 풍부한 나라가 부럽습니다. 스스로 맑은 윗물임을 자처하는 사람이 많은 나라, 스스로 맑은 윗물이 되고자 솔선수범하는 사람이 많은 나라가 돼야겠습니다. 물은 생명의 근원이고 도덕의 근원입니다.

그것의 오염은 생명의 위기를 반영하고 정신의 타락을 증명합니다. 맑은 윗물이 왜 소중한지 근본 이치를 이해하고 깊고 깊은 자정의 시간을 가져야겠습니다. 생명 세상, 물에서 시작해 물에서 끝나기 때문입니다.


작가 박상우의 그림 읽기

설마 했더니 사실이었다. 고려대에서 청소 아주머니들이 청소하면서 나오는 이면지나 신문, 종이상자, 버려진 책을 모아 팔아오던 것을 앞으로 못하게 했다는 보도를 보고 반신반의했다.

한두 달에 한 번 꼴로 걷힌 것을 팔면 1인당 2만~3만원 정도. 아주머니들은 이걸로 쌀을 사 아침과 점심 하루 두 끼 밥을 지어 먹었다고 한다. 그 쥐꼬리만한 부수입을 앞으로는 업체가 직접 챙기겠다고 나섰다는 것이다. 학교는 뒷전에서 모르쇠다.

믿겨지지 않았다. 그거 얼마나 된다고 그렇게 각박할까 싶었다. 학교를 찾아가봤다. 초겨울 을씨년스러운 날씨였지만 캠퍼스는 활기차고 윤기가 흘러 보였다.

곳곳에 LG-포스코 경영관, CJ인터내셔널하우스, 아산 이학관 등 기업 기부금으로 지어진 건물이 즐비했다. 100주년 기념관은 삼성이 낸 400억원으로 지은 건물이다.

LG 창업고문, 피죤 회장, 코리아나화장품 회장, 하나은행장, 삼성그룹 부회장의 이름을 표시한 강의실과 세미나실이 보였다. 의자와 책상에도 모모 하는 기업인들의 이름이 붙어 있었다. 이곳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을 바른 교육으로 큰사람으로 만들어 달라는 게 기부 취지다.

학교는 뒷전에서 ‘모르쇠’ 일관

캠퍼스 한 구석 학생회관 1층 끝 방에 핑크색 유니폼을 입은 청소 아주머니들이 있었다. 알아 보니 내용은 이랬다. 학교는 올 3월 폐기물 관리업체와 계약을 맺었다. 교내 모든 쓰레기를 처리하되 폐지 같은 재활용품 판매대금까지 업체가 가져가는 조건이었다.

업체는 “등록금 동결로 용역비가 줄어 우리도 적자이니 재활용품에 손대지 말라”고 청소 용역업체에 통보했다.

학교 청소원은 50~70대 아주머니 210명. 매일 새벽 첫 차를 타고 일하는 곳으로 달려오는 그들의 개개의 사연은 묻지 않아도 기구할 것이다.

주 6일 토요일까지 일하고 한 달 97만원을 가져간다. 구겨진 종이를 펴고, 물 묻은 신문지를 말려 흰 종이는 ㎏당 170원, 신문지 같은 누런 종이는 100원을 받는다.

폐기물업체는 재활용품에 손대지 않는 조건으로 청소 아주머니들에게 월 1만원씩을 주겠다고 했다가 1만5000원을 요구하자 없었던 일로 했다고 한다.

이런 옥신각신하는 과정에 학교는 없었다. 단순하게 얘기하면 아주머니들에게 폐지 값으로 1만원씩을 더 주면 한 달에 210만원이 든다.

학교가 그 돈을 보전해준다면 청소원들과 업체 간의 ‘폐지 전쟁’은 진작에 종지부를 찍었을 것이다. 고려대 올해 예산은 5963억원. 지난 한 해 기부금만 352억여원을 거둬들인 부자 학교다.

21년째 일해온 일흔살 최경순 할머니는 새벽 4시 버스를 두번 갈아타고 출근해 해질 무렵 돌아간다고 했다. 최 할머니는 “폐지보다 못하게 취급받고 무시당하는 것 같아 억울하고 분하다”고 했다.

비즈니스 논리라면 폐기물업체와 청소원의 문제일 뿐 학교가 개입할 여지는 없어 보인다. 학교 측은 “업체와 그렇게 계약을 했으니 학교가 나서 조율하고 말고 할 입장이 아니다”라고 했다. 학교 관계자는 “쓰레기도 엄연히 학교의 재산”이라고 했다. 쓰레기가 누구 거냐는 논쟁은 하고 싶지 않다. 아웃소싱을 한 이유는 비용절감을 기대했기 때문일 것이다.

돈에 매달리는 태도에 분노감

하지만 사람 사는 이치가 그렇게 한두 푼 이문만으로 엮이지는 않는다. 비용 절감이 먹이사슬의 맨 아래 청소 아주머니들에게 전가되는 현실도 고약하지만, 이런 일이 상아탑에서 벌어졌다는게 더 놀랍다.

십시일반(十匙一飯), 측은지심(惻隱之心)을 요체로 하는 부자의 도리를 꺼낼 것도 없이 학교는 삶을 올바르게 살아가는 방식을 가르치는 곳이다. 최소한 학교는 약자에게 강하고 강자에게 약한 정글이 되어서는 안 된다. 경향신문이 누차 ‘벼룩의 간을 빼먹는 폐지 전쟁’에 관심을 갖고 보도하는 이유다.

이기수 총장은 새로 고대생이 된 김연아 선수가 세계대회를 우승하자 “고대 정신을 집어넣은 결과”라며 환호작약한 바 있다. 1년에 한두 번 학교에 나올까 말까 하는 김 선수보다 매일 학교를 쓸고 닦는 청소 아주머니들에게 고대 정신은 아니더라도 폐지 값은 돌려줘야 되는 것 아닌가.

<박래용 논설위원>

지난 30여 년 동안 중국의 대외전략을 논할 때 전가의 보도처럼 회자되던 한자성어가 있다. ‘도광양회(韜光養晦)’다. 덩샤오핑이 1980년대 개혁·개방을 주도하면서 중국인 모두에게 신신당부했던 말이다. 한데 ‘빛을 감추고 어둠 속에서 힘을 기른다’는 이 성어의 뜻을 알고 나면 의문이 남는다. 힘을 기른 후 무엇을 하겠다는 건가.

중국이 내놓은 답은 항상 은유적이다. 며칠 전 홍콩의 한 대학에서 중국대외정책을 강의하는 중국인 교수와 저녁을 하면서 ‘도광양회’ 이후를 물었더니 답이 걸작이다.

“중국은 이미 어둠 속에서 나왔다.” 그는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2003년 주창한 ‘화평굴기(和平崛起)’ 아니겠느냐며 해석을 곁들인다. 기른 힘을 평화적으로 우뚝 서는 데 쓰겠다는 거다.

후 주석의 답은 더 함축적이다. 2006년 4월 일이다. 당시 미국을 방문 중이던 그는 한 모임에서 이백의 유명한 행로난(行路難)이라는 시를 읊었다.

‘길은 험하고 험하다.
굴곡도 갈림길도 있었는데 지금 어디인가.
모진 풍파 이겨내고 때가 되면
돛 높이 달고 창해를 건너리.’
(行路難 行路難 多岐路 今安在 長風破浪會有時 直掛雲帆濟滄海)

아무리 동양문화에 일천한 미국인이라도 시의 함의를 모를 리 없다. 미국과 맞짱 뜰 수 있는 힘을 기르기 전까지 참겠다는 거다.

한데 요즘 중국 행보를 보면 평화굴기 다음 단계가 진행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때가 됐다는 거다. 특히 지난달 1일 신중국 건국 60주년 이후가 그렇다.

기념식 군사 퍼레이드에서 50여 종의 신무기를 공개하며 군사력을 과시하더니 그 며칠 후 북한을 찾은 원자바오 총리는 한국전 당시 전사한 마오쩌둥의 장남 묘소 앞에서 ‘조국은 이미 강국’이라는 말을 했다. 신중하기로 유명한 원 총리의 입에서 이런 직언이 나왔다.

11월 2일, 쉬치량 중국 공군사령관은 원 총리 발언의 의미를 좀 더 구체화했다. 우주에 무기를 배치하고 필요하면 국경 밖 목표물까지 타격하겠다는 말을 했다. 이후 미국이 항의하고 중국 위협론이 확대되면서 외교부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지만 군 최고 지휘자의 발언이 그냥 나왔다고 보긴 힘들다.

다시 중국인 교수에게 화평굴기 이후가 뭐냐고 물었다. 그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려는 것 아닌가” 하고 되묻는다. 그랬다. 도광양회 이전의 중국의 대외전략, ‘기미’였다. 주변국을 중국의 세력 범위 안에 묶어두고 통제하는 마오쩌둥의 전략이다.

1951년 티베트 합병, 62년 중-인도, 79년 중-베트남 국경 전쟁이 모두 기미라는 정책기조 아래서 이뤄졌다. 뒤늦게 나약한 중국을 통찰한 덩샤오핑이 도광양회로 선회하면서 잠시 접었던 바로 그 기미다. 역사를 봐도 그랬다.

한(漢)과 당(唐), 그리고 원(元)과 청(淸)의 주변국 정책이 이와 무관하지 않았다. 그리고 연합과 분열·이간·포섭, 즉 종횡패합(縱橫捭闔)을 구사했다. 교수의 말이 이어진다. “이제 중국에 주변국은 세계다.”


최형규 홍콩 특파원

백(百)의 옛 우리말은 ‘온’이다. ‘온누리’의 ‘온’처럼 ‘모든’이라는 의미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1700여 년 전 백제 관리의 벼슬 이름에서 온의 원형을 발견할 수 있다.

수학자인 김용운 단국대 석좌교수에 따르면 16단계 관직 중 서열 3위는 은솔(恩率)인데, 앞 글자인 은이 백을 뜻한다. 일본에서 이 은(恩)은 ‘온’으로 읽힌다.

경상대 조규태 교수는 2006년 논문에서 “백을 뜻하는 온은 고대 튀르크어나 위구르어에서 십(十)을 뜻하는 ‘온(on)’이 차용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른(설+은) 등 10단위 수사에 들어 있는 ‘은’ 소리 역시 온에 기원을 둔 것으로, 합성어에서는 제 의미인 10으로 사용되지만 단독으로 사용될 때는 100으로 바뀐 것 아닐까 하는 게 그의 추론이다.

일본인은 수효가 많다는 의미의 ‘팔백(八百)’을 ‘야오’로 발음한다. ‘백’을 ‘오’로 읽는다는 점에서 우리말 ‘온’의 체취가 느껴진다.

사실 한국어와 일본어는 많이 닮았다. 그렇지만 언어 간 가까움을 측정하는 척도라는 수사에선 상관성 규명이 잘 이뤄지지 않았다. 3·5·7·10의 일본어 수사가 옛 우리말에 대응한다는 것을 1910년대 신무라 이즈루(新村出) 등 몇몇 일본 학자가 밝혀내긴 했다.

예를 들어 『삼국사기』에 ‘난은별(難隱別)’이라는 곳을 ‘칠중현(七重縣)’으로 한다는 기록이 있는데 ‘난’은 ‘7’을 뜻하는 일본어 ‘나나’나 몽골·만주어 ‘나단’과 대응한다는 식이다. 그러나 나머지 수사는 오리무중이었다.

김 교수가 최근 실마리를 찾아 미해결 수사를 모두 풀어냈다고 주장한다. 그가 일본어의 백, 즉 ‘모모’의 유래를 풀이한 대목도 흥미롭다.

모모는 우리말 ‘모두’의 옛말 ‘모도’가 ‘모노’를 거쳐 변한 것으로 설명된다. ‘모노’는 ‘미나’로도 바뀌었는데 ‘모두’라는 뜻이다. 온의 쓰임새와 비슷하다.

사흘 전 명명식을 치른 첫 쇄빙연구선의 이름이 ‘아라온’이다. 바다나 큰물을 의미하는 ‘아라’에 ‘온’을 붙인 것이다. 두꺼운 얼음을 부수며 남극·북극을 포함해 온 바다를 누빈다는 뜻을 담았다고 한다.

올 7월 말 첫선을 보인 국산 헬기 ‘수리온’도 독수리(수리)에 온을 조합해 지은 이름이다. 한자어 홍수에 떠밀려 조선 후기에 사라진 순우리말을 멋지게 되살린 것이다. 아라온의 탄생만큼이나 온의 귀환도 반가운 일이다.


허귀식 경제부문 차장

네안데르탈인, 왜 인류 조상이 아닌가?

2009.11.11 08:47 | 대표폴더 | 황령산kkk

http://kr.blog.yahoo.com/pks13693094/49681 주소복사

DNA로 풀어보는 고대의 미스터리

사진左)네안데르탈인은 현생인류의 조상과 이종교배를 했으며 그 후손이 현재 인간이라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사진右)인간도 다른 동물과의 교배가 가능할까? 인간의 이종교배에 의해 생산된 후손을 상상해 그린 그림
네안데르탈인에 대한 고고학적 연구는 대단히 활발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네안데르탈인의 멸종원인이 현생인류가 잡아먹었기 때문이라는 주장은 네안데르탈인의 유골들이 짐승의 유골과 같이 출토 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그 시기가 현생인류가 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대거 유입했던 시기와 일치하기 때문이다. 인구는 많고 사냥감은 줄어들거나 힘이 들었다. 그러나 네안데르탈인은 사냥하기가 쉬웠다.

현생인류와 네안데르탈인과 교배했다?

일반 짐승처럼 빠르지도 않다. 그리고 맹수처럼 무서운 이빨이나 발톱을 갖고 있어서 위협이 대상이 되는 것도 아니었다. 고작 그들이 갖고 있는 돌도끼나 나무로 만든 창 정도는 현생인류의 무기와는 비교가 안 되었다. 너무나 손쉬운 사냥감이었을 거라는 추측이다.

최근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인기다. 그러나 원래 하이브리드는 멧돼지와 집돼지 사이에 이종교배로 태어난 새끼돼지를 일컫는 말이다. 사진은 현대자동차가 출시한 아반테 하이브리드
그런데 현생인류와 네안데르탈인 간의 이종교배(異種交配)가 이루어졌다는 주장도 끊임 없이 제기됐다. 원래 종이 다른 이종(異種) 간에는 교배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심하게 이야기해서 인간과 원숭이가 아주 비슷한 영장류지만 교배한다고 해서 자손을 낳을 수 없다. 생김새가 또 비슷하지만 호랑이와 표범이 교배시킨다고 해서 자손을 낳는 게 아니다.

생물학적으로 종이란 생물분류의 기본 단위로 일반적으로 생물의 종류라고 하는 것이 이것에 해당한다. 개체 사이에서 교배(交配)가 가능한 한 무리의 생물로 다른 생물 군(群)과는 생식적(生殖的)으로 격리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사실은 반드시 이렇게 명쾌하게 선이 그어지는 것은 아니다. 다시 말해서 다른 동 간에도 교배해서 자손을 낳는 경우가 있다.

하이브리드는 멧돼지와 집돼지 사이에 태어난 새끼 돼지를 의미

프랑스의 고전주의 화가인 자크 루이 다비드의 작품 ‘알프스 생베르나르산을 넘는 나폴레옹’. 나폴레옹이 타고 있는 멋진 백마는 사실 이종교배의 산물인 노새다.
최근 하이브리드 자동차 생산 경쟁이 치열하다. 우리나라도 올해부터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출시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란 단일 동력원의 일반 자동차와 달리 2개 이상의 동력원에 의해 구동되는 차량을 말한다.

다시 말해서 휘발유나 경유, LPG 등을 연료로 하는 내연기관과 전기로 움직이는 전기모터라는 두 가지 동력원을 지닌 하이브리드 전기자동차를 주로 가리키는 용어다.

이처럼 하이브리드의 의미는 특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2개 이상의 요소가 합쳐진 것을 말한다. 그러나 원래 하이브리드는 원래 멧돼지와 집돼지를 교배해 생겨난 새끼 돼지를 일컫는 말이다.

멧돼지의 강한 생명력과 집돼지의 다산성이란 장점을 모두 갖고 태어나는 하이브리드는 키우기 좋고 고기 양이 많아 인기가 높다.

잡종 또는 혼혈이라는 의미를 가진 하이브리드의 대표 동물은 노새이다. 암컷 말과 수컷 당나귀 사이에서 태어나는 노새는 그야말로 양쪽의 장점을 다 지니고 있다.

끈기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당나귀는 오랜 시간 물을 마시지 않고 견딜 수 있으며 아무거나 먹여도 병에 잘 걸리지 않는다. 따라서 사막이나 험준한 산악지대를 통과해야 하는 상인들의 화물차 역할을 예로부터 책임져온 동물이다.

이런 당나귀의 장점에다 기운 좋기로 소문난 말의 체질까지 이어받은 노새는 당나귀에 비해 몸집이 훨씬 크고 거친 성격을 갖고 있다. 또 피부가 워낙 튼튼해 웬만한 비바람이나 뜨거운 햇볕에서도 잘 견딘다.

種間雜種은 종족번식 안 돼

프랑스의 고전주의 화가인 자크 루이 다비드가 그린 ‘알프스 생베르나르산을 넘는 나폴레옹’이라는 그림 속에서의 나폴레옹은 멋진 백마를 타고 있지만, 사실 나폴레옹이 험준한 알프스 산맥을 넘을 때 탄 것은 노새였다.

수컷 사자와 암컷 호랑이 사이에서 태어나는 라이거도 이종교배의 산물이다. 그러나 이러한 아종(亞種)의 치명적인 결점이 있다. 생명체의 기본 특성인 종족 번식을 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들의 숙명이다.

예를 들어 말의 염색체 수는 64개, 당나귀의 염색체 수는 62개이다. 따라서 말의 난자에는 32개의 염색체가 있고 당나귀의 정자는 31개의 염색체를 지닌다. 이것이 합쳐져 태어난 노새는 63개의 염색체뿐이다. 때문에 노새는 체세포 분열을 통한 성장 발달에는 문제가 없지만, 생식세포를 형성하는 감수분열을 일으키기 힘들어 생식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 이러한 이종교배가 네안데르탈인과 현생인류 사이에 이루어졌다는 주장이 꾸준하게 이어져 왔다.

지난 2007년 1월 네안데르탈인과 현생인류의 특징을 모두 갖고 있는 두개골이 출토돼 이에 대한 연구결과가 발표되면서 다시 한 번 두 집단 간에 이종 교배가 있었는지의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루마니아 북부 해골동굴에서 발굴된 이 두개골은 네안데르탈인의 특징으로 통하는 넓은 눈 위 뼈가 없고, 현생 인류와 비슷한 머리 구조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편평한 앞 머리뼈와 귀 뒤쪽의 큰 뼈, 큰 윗어금니 등은 네안데르탈인이 갖고 있는 특징들이었다.

물론 두 집단의 특징이 함께 나타난다고 해서 반드시 두 집단 간에 교배가 있었다고 할 수는 없다. 사실 네안데르탈인과 현생인류 간의 이종교배에 대한 학설은 오래 전부터 제기된 문제다.

인간의 반쪽은 네안데르탈인?

네안데르탈인과 현생 인류와의 연관 관계에 대한 논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스쿨과 타분이라는 두 동굴에서 화석이 발견되면서부터였다. 두 동굴은 단지 수백 미터밖에 떨어져 있지 않는데 타분에서는 네안데르탈인이, 스쿨에서는 현생 인류를 닮은 화석이 발견된 것.

이후 현생 인류의 진화적 기원론에 대해서 다지역 진화설과 아프리카 기원설이라는 두 가지 모델이 등장하게 되었다. 다지역 진화설은 약 200만년 전 아프리카를 떠난 호모 에렉투스가 다양한 지역의 그룹과 유전형질을 교환하면서 현생 인류가 발생했다는 설이다.

이에 비해 완전히 진화된 현생 인류의 직계 조상이 10만년 전 아프리카에서 갑자기 출현하여 이미 살고 있던 네안데르탈인 등의 다른 인종을 대체했다는 설이 아프리카 기원설이다.

이에 대해 DNA 분석기법이 도입되면서 아프리카 기원설 쪽으로 기우는 경향을 보였다. 오직 모계로만 유전되는 특징을 지닌 미토콘드리아 DNA 염기서열 400개를 비교 분석한 결과, 현대에서 살고 있는 각 인종 간에는 8.0, 네안데르탈인과 현대 인류 사이에는 27.2, 현대 인류와 침팬지 간에는 55.0의 차이 횟수를 나타냈다.

인간과 네안데르탈인 사이의 유전자 차이가 침팬지와 인간 사이의 유전자 차이의 절반쯤 되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인간 DNA에 네안데르탈인 유전자 섞이지 않아”

이를 두고 일부 과학자들은 네안데르탈인이 현생 인류의 유전자 형성에 아무런 기여를 하지 않은 증거라고 해석했다. 또한 다른 많은 DNA 분석 결과에서도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가 현생 인류에 섞여 든 증거는 발견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번에 발표된 루마니아 해골동굴의 두개골처럼 1998년 포르투칼 라가르 벨호에서 발견된 어린이의 유골도 한때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그 유골을 토대로 묘사한 가상인물도에 의하면 이빨과 두개골은 현생 인류와 닮았고, 신체의 비례와 얼굴 근육, 골격 등은 네안데르탈인과 아주 흡사한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또 2006년에는 네안데르탈인이 이제껏 알려진 것보다 훨씬 뒤인 최대 2만4천년 전까지 생존했었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현생 인류가 유럽 서쪽으로 세력을 확장한 것으로 추정하는 시기는 대략 3만5천년 전.

그렇다면 네안데르탈인과 현생인류가 최소한 수천 년에서 최대 1만년 정도까지 같은 지역에서 공존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토록 오랜 기간 동안 공존했다면 과연 두 집단 간에 전쟁만 하고 성적인 교류는 일어나지 않았을까?

일부 과학자들은 인간 게놈프로젝트 이후 밝혀진 인간 유전자 정보의 작은 차이를 발견하고 현생인류의 조상과 고대인들 사이에 이종교배의 증거라고 주장하는가 하면, 오늘날 유럽인의 2% 정도가 두개골 뒤쪽이 약간 내려앉은 네안데르탈인의 특징을 지니고 있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그러면 네안데르탈인과 현생 인류는 완전히 다른 이종(異種)이 아니라 동종(同種)일까? 만일 이종이라면 그 사이에서 태어난 2세는 생식 능력을 가질 수 없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진화론적 해부학적으로 보아 네안데르탈인과 현생 인류는 전혀 별개의 종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그러면 이종교배로 생긴 種間雜種도 생식이 가능했다는 이야기인가? 그게 지금 우리라는 이야기인가? 결론은 아니다. (계속)

김형근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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