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투판에서 자주 쓰이는 운칠기삼(運七技三). 기술이 빼어난 노름꾼이라 하더라도 뒤패가 딱딱 붙어주는 상대방을 당해낼 재간은 없는 노릇이다.
세상을 조금 살아본 사람은 대체로 수긍한다. 요즘 들어서는 보다 진화된 말이 시중에 나돈다. 제아무리 ‘머리짱, 얼짱, 몸짱, 돈짱이라도 운이 따르는 운짱을 못 당한다고.
21일 검찰총장에 내정돼 26일 국회에 인사청문요청서가 제출된 천성관 서울중앙지검장은 운이 좋은 사람이다. 유력후보 누구는 대구·경북(TK) 출신이어서 안되고, 또 다른 누구는 저래서 안되는 통에 선배 기수들을 제치고 검찰의 정점 자리까지 쳐다보기 때문이다.
특정 지역을 가급적 배제하기로 한 배경은 이랬다. 2008년 3월8일 김경한 법무부 장관은 취임 이래 첫 검찰 인사를 단행했다. 검사장 승진자 11명중 경북고 출신 3명이 포함됐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TK 약진’이라고들 했다. 김 장관도 경북고를 졸업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질책했다. 이 대통령이 그새 그런 일 잊겠는가.
같은 21일 국세청장 내정자로 지명된 백용호 전 공정거래위원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복이 없는 건지, 전공이 따로 있는데 계속 무관한 분야를 맡게 된다. 공정위를 맡을 때도 경쟁법 전공이 아니라고 비판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뉴욕주립대에서 주식가격 결정모형을 주제로 박사 논문을 썼고, 증권회사 사외이사와 증권거래소 증권선물위원을 거친 자본시장 전문가여서 금융위원회를 내심 희망했다. 정색하고 한 얘기는 아니겠지만, 운 타령은 글쎄다 싶다.
1996년 총선에서 마신 고배의 전화위복(轉禍爲福)인가, 당시 선거법 위반으로 ‘야인’생활을 하던 MB와 인연을 맺고 그 핵심 브레인으로 자리를 굳힌 그도 ‘행운아’인 셈이다.
억세게 운이 좋다가도 막판에 뒤집히는 일도 다반사다. 김석기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은 2009년 1월19일 경찰청장에 내정돼 인사청문회를 준비하다가 용산 참사에 대한 도덕적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앞서 2008년 경찰종합학교장으로 퇴직을 준비하던 그가 새 정부 들어 요직을 두루 거치면서 승승장구할 당시만 해도 운을 타고났다고들 했었다.
운은 준비된 자의 몫이되, 운 좋은 사람은 자만(自慢)을 경계해야 한다.
[[문성웅 /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