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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설일 : 2004/03/30
 


국회는 '신(神)의 직장'인가

무소불위, 안하무인… 국회 불법·폭력 끝장내야
'국회의원 만능' 견제할 유권자 소환제 검토할 때

공기업을 '신(神)의 직장'이라고 한다지만 진짜 '신의 직장'은 대한민국 국회다. 국회는 아무도 못 건드린다. 이 나라에 저렇게 안하무인이 없고 저렇게 무소불위(無所不爲)가 없다. 그 국회를 구성하는 국회의원이야말로 면책특권의 보호막 뒤에 숨은, 등 따습고 배부른 '대한민국의 신(神)' 그 자체다.

대통령도 잘못하면 탄핵의 대상이 된다. 장관은 그야말로 하루살이일 수도 있다. 대법관 등 헌법상 독립기관도 징계에서 벗어날 수 없다. 국민의 세금을 먹는 공복(公僕)이라면 당연히 국민 앞에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런데 유독 국회의원만은 국회 내에서 법을 어겨도, 국회의 기물을 때려부숴도 누구도 처벌받지 않는다. 폭력이나 소란행위에 대한 금지조항은 있지만 처벌규정이 없어 실효성이 없다. 국회의원에게도 징계규정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지난 30년간 104건의 징계사유 가운데 가결(可決)된 것은 한 건도 없다. 79년 유신 때 김영삼 당시 야당 총재가 제명된 것이 마지막이었다. 한마디로 국회의원은 국회 내의 행위나 발언으로 절대 징계당하지 않는다.

국회가, 국회의원이 오늘과 같은 지위를 갖게 된 데에는 그럴 만한 역사가 있다. 지난날 한국정치의 어두운 그늘 속에서 이 나라 민주주의의 틀을 지켜내는 데 국회의 의미는 컸다.

야당의 존재와 투쟁정신이 의회주의를 지켜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3선개헌 파동, 국가보위법 파동 등 한국의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정치적 공갈 등이 판을 쳤을 때 야당은 온갖 수단을 동원해 저항했다.

국민은 야당이 의사당을 점거하고 농성할 때 그들을 지지했고, 야당의원들이 의사당에서 끌려나갈 때 야당의원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냈으며, 여당이 '제3별관'에서 야밤중에 의사봉을 두드렸을 때 통곡하는 야당의원들과 함께 울었다.

점거·농성·몸싸움·명패부수기·의석바리케이드 등 그때 동원된 야당의 저항수단은 국민이 흔쾌히 수용했던, 오히려 장려했던 것들이었다.

그러나 이제 사정은 달라졌다. 국민은 더 이상 권력에 의한 민주주의 파괴를 용서하지 않는다. 국민의식이 현저히 달라졌고 정치권력도 국민이 허용한 틀 속에서 운신할 수밖에 없다.

엊그제 야당은 "여당이 대화를 거부한 상황에서 우리의 본회의장 점거는 마지막 수단"이라고 했다. '대화'가 없어 '본회의장 점거'라니 과거의 야당의원들이 들으면 하품 나올 소리다.

이제 이 국회를 신의 직장에서 끌어내릴 때가 됐다. 국회의원이라고 해서 무슨 짓을 해도 괜찮고 어떤 폭력을 휘둘러도 누구도 처벌받지 않는 '국회의원 만능'의 시대는 여기서 막을 내려야 한다. 우리는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는 만큼 국회를 해산할 권리는 어디에도 없다.

국회를 해산할 수 없다면 국회의원을 징계하거나 축출할 제도적 장치라도 있어야 하는 것이 균형논리에 맞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국회의원도 함부로 행동하면 징계받는다는 견제장치가 있어야 처신을 조심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국회의원 소환제를 신중히 검토해볼 시점에 왔다. 우리는 현재 지방자치단체장을 소환할 수 있는 제도를 갖고 있다. 그것을 국회의원에게도 확대하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해당선거구 유권자 상당수의 서명을 받아 소환하되 재신임 투표를 하자는 것이다. 학자들은 국회의원에 대한 통제는 선거라는 수단에 의해서만 가능한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지만 그 기회가 4년에 한 번 총선거로만 주어지는 것은 불합리하다.

시간이 지나면 쉽게 잊어버리는 우리 풍토하에서 당해 의원의 불법-폭력행위에 대한 국민적 심판이 몇 년을 기다려야 한다면 그것은 별 의미가 없다.

또 다른 학자는 소환제가 정적(政敵)탄압용으로 악용될 가능성을 경계하지만, 소환-재투표가 정치적으로 악용되는 데서 오는 폐단과 국회의 불법-폭력행위 용납에서 오는 정치불신과 국회 위상 추락의 폐단을 비교하면 소환제는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일 수 있다는 생각이다.

우리는 국회가 정치권력의 거수기가 되고 여당이 정부의 하수인이 되는 것을 야당이 견제해주기 바란다. 권력이 정치적 야욕으로 헌법의 틀을 부수거나 국리민복을 현저히 침탈할 때는 온몸을 던져 그것을 막아야 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지금이 그런 상황인가? 그것이 야당의 시국인식이라면 거기엔 동의할 수 없다. 국회는 견고하게 지켜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적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국민들이 국회를 정치 깽판의 본무대나 여야의 격투기장(格鬪技場)쯤으로 여기며 조롱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현 시점에서 국회를 지켜내는 일은 국회의 실용성과 권위와 존재이유를 깎아내는 의원들을 몰아내는 길밖에 없다.

국회가 살기 위해서는, 한국의 민주주의가 더 튼튼해지기 위해서는, 유권자의 힘으로 국회의 이름을 더럽히는 의원들과 그 조종자들을 국회에서 퇴출시켜야 한다.


팽나무차상(茶床)

글을 쓰는 사람은 책상에 관심이 많다. 다른 사람의 서재에 가거나 사무실에 갔을 때 서안(書案)이나 경상(經床)이 있으면 유심히 들여다보는 습관이 있다.

하루 일과 중에서 책상에 팔꿈치를 맞대고 있는 시간이 많기 때문이다. 재질은 어떤 나무인가, 디자인은 어떤가, 결구(結構) 처리를 어떻게 했는가, 나무의 무늬는 어떤가를 살핀다.

지리산의 어느 암자에 놀러 갔다가 눈에 띄는 찻상(茶床)을 하나 보았다. 재질은 팽나무였다. 바닷가 쪽에 있는 팽나무가 바닷바람을 받아서 나무의 재질도 단단하다. 너무 바닷가에 있는 팽나무보다는 육지 쪽으로 5리 정도 들어간 지점에서 자란 팽나무가 좋다.

원목을 톱으로 베는 시기도 1년 중 동지(冬至) 무렵이 적당하다. 하지를 지나면서부터 동지에 이르기까지 물이 나무의 뿌리 쪽으로 내려가기 시작한다. 동지 이후부터 물이 줄기 쪽으로 올라가기 시작한다. 동지가 지난 2~3일 후에 나무를 잘라야 나무가 덜 뒤틀린다.

나무를 운반해서 초가지붕 또는 처마 밑에서 말린다. 지붕에서 떨어지는 물이 나무에 스며들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이 기간이 3년 정도 걸린다. 나무를 이쪽저쪽 돌려가면서 말린다.

비가 오면 처마 밑으로 떨어지는 빗물이 나뭇결의 틈새 속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어가 산수화 또는 비구상작품을 연상시키는 무늬를 만들어 낸다. 그런 다음에는 치자 물을 들인다. 약하게도 칠하고 강하게도 칠한다. 치자 물이 들면 나무판의 색깔이 노란빛을 띠므로 따뜻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 다음에는 동백기름을 두세 번 정도 연하게 바른다. 여기에다가 다시 먹는 잣의 기름을 내어 아침 저녁으로 바른다. 잣을 믹서기로 갈아서 광목보자기에 싼 다음에 나무에 문지른다. 잣기름을 바를 때에는 방에 장작을 때고 따뜻하게 해 놓은 방에서 발라야 한다. 방안이 더워야 잣기름이 잘 스며든다.

동백기름을 사전에 칠한 이유는 잣기름이 너무 많이 스며들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이다. 잣기름을 너무 많이 먹이면 색깔이 시꺼멓게 변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이 공정은 1주일 정도 걸린다. 전체적으로 3년 이상의 공정이다. 이런 명품 찻상이나 서안에서 차를 마시거나 책을 보면 마음이 훤하게 밝아지는 것 같다.

이선민 논설위원


1947년 말 미국 워싱턴의 브루킹스 연구소는 상원 외교위원회로부터 마셜 국무장관이 제안한 유럽원조 계획의 구체방안을 만들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브루킹스 연구소는 모든 연구인력을 이 과제로 돌려 4주 만에 20쪽짜리 보고서를 만들었다. 유럽원조의 구조와 초점, 실행절차 등에 관한 8가지 상세 제안을 담은 브루킹스 보고서는 유럽을 2차대전의 폐허에서 부흥시키는 마셜플랜의 토대가 됐다.

▶'미국 싱크탱크의 모델'로 불리는 브루킹스 연구소는 1916년 '정부조사연구소(IGR)'로 출발했다. 정부의 공공정책을 분석 연구해서 과학적 대안을 내놓는다는 취지였다. 설립자 중 한 명인 사업가 로버트 브루킹스는 '경제연구소'(1922년)와 '브루킹스 대학원'(1924년)을 차례로 설립했고 이들 세 기관이 1927년 합쳐져서 지금의 이름을 갖게 됐다.

▶브루킹스 연구소는 미국 역사의 고비마다 한몫을 했다. 대공황이 일어나자 루스벨트 대통령의 요청으로 그 원인을 연구했고, 2차대전 때는 정부의 전쟁 수행을 지원했다. 종전 후엔 유엔 설립의 청사진을 만들었고, 존슨 행정부에선 빈곤·인종차별 철폐를 위한 '위대한 사회'의 정책을 제공했다. 예산국과 의회예산처의 설치를 주도하는 등 미국 재정의 건전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데도 역할을 했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가 전 세계 학자와 전문가에게 '미국 최고 싱크탱크'를 물은 설문에서 브루킹스 연구소가 1위로 꼽혔다. 브루킹스는 연구원(140명), 자산(3억2000만 달러), 연간 예산(6000만 달러), 언론인용 빈도 등에서 200개가 넘는 미국 싱크탱크 중 단연 선두권이다. 이번 조사는 수전 라이스 유엔대사 지명자 등 브루킹스 출신이 여럿 오바마 행정부의 요직을 맡은 시점이라 더 눈길을 끈다.

▶브루킹스 연구소는 '학생 없는 대학', 그 연구진은 '학자적 실천가'로 불린다. 학술연구를 상대적으로 중시하기 때문에 단기정책 수립과 영향력 확대에 집중하는 다른 싱크탱크와의 경쟁에선 불리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전통적으로 민주당과 가까운 중도좌파로 분류되지만 필요하면 공화당 지지도 마다하지 않는다. 최근엔 보다 선명한 입장을 보이며 급성장하는 미국진보센터와 경쟁하는 양상이다. '질(質)'과 '독립성'을 중시하면서 미국을 꾸준히 변화시켜 온 브루킹스의 90년 역사는 국가와 사회 발전에서 지식과 지식인이 해야 할 역할을 잘 보여준다.



이하원·워싱턴 특파원


자동차의 운전석에 버락 오바마(Obama) 대통령 당선자가 핸들을 잡고 있다. 그 옆의 조수석엔 힐러리 클린턴(Clinton) 국무장관 내정자가 타고 있다. 클린턴 내정자는 몸을 왼쪽으로 숙여 자신이 핸들을 잡고 운전을 하려고 한다. 오바마 당선자의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오바마 당선자가 내년 1월 20일 취임 후, 처할 수 있는 상황을 풍자한 미국 신문의 만평이다. 사상 유례 없는 경제위기 속에서 출범하는 '오바마 시대'가 직면할 수 있는 혼돈과 불확실성을 단적으로 묘사하고 있는 장면이다.

지난달 4일 미국의 첫 흑인 대통령으로 당선된 오바마에게 일방적으로 쏟아지던 찬사가 잦아들면서 그의 시대를 냉정하게 조망하려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최근 워싱턴 포스트,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미국 언론은 그의 내각 인선(人選)을 집중 분석했다. 그 결과 대부분의 언론매체가 오바마 내각은 '실용주의 성향'을 띠고 있다고 평가했다. 노동부 장관에 친(親)노조 인사인 힐다 솔리스(Solis) 하원의원이 지명된 것은 노동정책의 변화를 바라는 '리버럴(진보주의자)'을 충족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켄 살라자르(Salazar) 내무장관, 톰 빌색( Vilsack) 농무장관, 아른 덩컨(Duncan) 교육장관 지명자는 "보수와 리버럴 양측에 양다리를 걸쳤다"는 비판을 받는다.

한국의 이명박 정부도 그렇지만 실용주의를 내세운 정부의 최대 약점은 정체성이다. 정책방향을 파악하기 어려운 '불확실성(uncertainty)'을 필연적으로 수반한다. 부시 대통령의 보좌관을 지낸 피터 웨너(Wehner)가 "누군가 오바마 정부의 정치 철학을 분명히 내게 말해줄 수 있다면 아무에게라도 최고급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살 것"이라고 비꼰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특히 오바마 차기 행정부의 불확실성은 남북한과 관련한 사안에서 두드러진다. 그는 대선 기간에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포함, "적국의 지도자를 아무런 조건 없이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차기 백악관 법률고문에 내정된 그레고리 크레이그(Craig)는 북핵 해결을 위해 신정부 출범 후 100일 내에 대북 특사를 파견하자는 제안도 했다. 하지만 오바마 당선자 측의 관계자들 중에서 "대선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당장 북한 문제에서 급진전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 오바마 당선자 측이 "6자회담을 계속하겠다"는 원칙만 갖고 있을 뿐, 구체적인 정책이 없다는 비판도 나오기 시작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도 마찬가지다. 오바마 당선자는 그동안 자동차 문제를 거론하며 한미 FTA 에 대해서 비판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이와는 반대로 그의 주변에서는 "오바마 당선자가 재협상을 주장하는 것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일 뿐"이라며 한미 FTA는 원칙적으로 반대하지 않으니 기다려 달라는 메시지도 나오고 있다. 한반도 문제와 관련, 엇갈린 신호들이 동시에 나와 오바마 차기 정부의 구체적인 입장을 파악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내년에 심화될 가능성이 큰 경제위기와 맞물려 더 큰 불확실성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출범을 한 달도 남겨 두지 않은 '오바마 시대'에 대응할 수 있는 전략과 정책 마련이 시급한데도 국회 의사당이 무법천지가 될 정도로 정치권이 대치하는 모습은 목불인견(目不忍見)이다. 우리가 먼저 단합해서 확실한 정책과 전략을 갖고 있어도 대응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말이다.


생명과학·화학과(科) 왜 뜨나 했더니…

2008.12.31 08:36 | 일반폴더 | 황령산kk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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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전문대학원 준비코스 대입 정시 인기 급상승
빈사에 빠진 순수 과학 대학·정부, 회생책 내놔야

김수봉·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매년 대입 정시 원서 등록시기가 되면 수능 점수별 지원가능 대학과 학과를 기록한 표가 만들어진다. 이과의 경우 어느 대학을 막론하고 이 표의 최상단에는 의대·치대·약대가 자리한다. 그 다음으로 사범대와 공대의 학과들이 열거되고 자연과학의 학과들이 그 뒤를 차지하곤 했다. 그런데 작년부터 생명과학과 화학과가 최상단의 바로 아래에 자리 잡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기초과학을 전공하려는 열기가 아니라 '의학전문대학원'의 입시 준비 때문이라고 하니 어쩐지 씁쓸하다. 이런 대학입시 상황에서 고교 교육 현장은 과연 어떠할까?

우리나라의 고등학교 과학교육 현장은 거의 뇌사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입시에 떠밀려 공교육은 사교육에 자리를 내준 지 이미 오래다. 흥미와 호기심으로 넘쳐야 할 과학이 점수를 따기 위해 외우는 과목으로 전락하고 있다. 어떤 고등학교에서는 '물리2'를 수강하려는 학생의 수가 12명밖에 안 되어 그 학생들은 다른 과목을 택하든지 학원에 가서 수강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노벨과학상의 꿈나무들을 기대하면서도 정작 우리의 교육 현장은 이토록 참담하다.

우리나라 과학교육의 수준을 국제올림피아드 수상 성적과 동일시하는 것은 무리이다. 국제 공인 과학영재조차 몇몇 유명 학원의 사교육에 의해 속성으로 배출되었음을 인정해야 한다. 그나마 선행 학습으로 문제풀기 귀신이 된 이들 과학영재조차 올림피아드에서의 수상 경력을 의대 진학의 발판으로 삼을 뿐이다. 서로의 과학 재능을 겨루어 보는 경연이 아니라 그 결과가 대학입시에 큰 역할을 하므로 영재 아닌 영재를 사교육이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평소 과학교육에 관심이 많은 노벨물리학상(1988년) 수상자 레더만은 고등학교에서 물리를 먼저 배운 후, 화학 그리고 생물학을 마지막으로 배워야 과학을 외우지 않고 흥미롭게 배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비록 이 논리에 동의하지 않는 이라도 학생들이 과학을 암기 과목으로 여기면 당연히 싫어할 수밖에 없을 거라는 데 동감할 것이다. 입시 때문에 실험교육이 경시되는 것도 과학이 재미없고 어려운 과목으로 전락하는 또 하나의 이유이다.

비정상적인 고등학교의 과학교육을 어떻게 바로잡을 것인가? 국가의 미래를 짊어질 인재 양성을 위해 대학은 단편적 지식을 암기하는 과학이 아니라 흥미와 호기심으로 '생각하는 과학'을 유도하기 위해 무엇보다 입시 제도를 혁신해야 한다. 최근 대학의 자율화와 함께 입시정책 개혁의 주도권이 대학으로 넘겨졌으므로, 이제 대학이 사교육 부담을 줄이고 공교육을 부활하는 책임을 떠맡아야 한다. 고등학교 과학교과 과정을 정상화시키고 과학 공교육의 수준을 높일 그런 입시 제도를 고안해야 한다.

한편 교육당국은 과학 공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해 우수한 과학교사의 발굴과 사기진작, 실험교육의 정상화, 교내 방과 후 과학 활동의 활성화에 힘써야 한다. 지금까지 정부는 과학 특목고에만 이런 지원을 집중하여 왔으나, 점차 일반고교에도 확대하여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호기심을 바탕으로 훌륭한 과학자가 되는 꿈나무를 발굴하는 데 게을리해서는 안 될 것이다. 대학입시에서도 고교과정에서의 실험 능력과 과학 활동을 반영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

과학과목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교사의 자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제도적으로 교사 임용 때의 전문성 요건 강화와 자연과학 박사 취득자에게 교사 임용에 대한 문호 개방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이를 통해 기초과학 분야에의 우수 인력 유입과 우수 과학교사의 배출이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천연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는 우수한 인재만이 부국강국의 유일한 재산이다. 요즘처럼 세계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중국처럼 과학교육으로 국가를 발전시키는 전략과 인재강국 정책을 추진하여야 할 것이다. 특히, 교육과학기술부의 출범을 계기로 '교육'과 '과학기술'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것은 과학교육에서도 교육계와 과학기술계의 효율적인 역할 분담과 협력을 절실히 요구함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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