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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익 논설위원
경북 팔공산 선본사 주지 향적 스님이 며칠 전 출간한 '프랑스 수도원의 고행'(금시조)에 프랑스 수도원이 다른 종교에 얼마나 개방적인지 체험했다는 대목이 있다. 묵언과 엄한 계율로 유명한 베네딕트교단의 수도원이 동양의 승려를 조건 없이 1년간 머물도록 했다는 게 그에겐 우선 놀라웠다. 첫날 어느 신부의 방에 인사 갔더니 벽에 관세음보살 벽화 사진이 걸려 있었다. 도서관 서가에는 '한글대장경'과 '고려대장경'이 꽂혀 있었다.
▶매주 월요일 저녁 아시아 종교를 연구하는 모임에서는 '법화경'을 공부했다. 회원들은 특히 관세음보살의 중생구제 사상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 그들은 관세음보살과 성모 마리아는 다 같은 자비와 사랑의 화신인데 동·서양에 다른 모습으로 나타났을 뿐이라고 했다. 향적 스님은 "대자연과 소통하고 대중을 위무한다는 점에서 종교의 본질은 같다는 걸 확인했다"고 썼다.
▶요즘 들어선 우리나라에서도 종교 간 벽 허물기와 화해의 몸짓이 그리 낯설지 않다. 각 종교 지도자가 상대 종교의 행사에 참석하기도 하고, 젊은 성직자들은 화합을 다지는 축구대회를 열기도 한다. 얼마 전 있었던 북한 지원 관련 4대 종단 합동 행사에선 원불교 인사가 사회를 보는 가운데 "미움이 있는 곳에 사랑을, 상처가 있는 곳에 용서를…" 하는 기독교 성가가 울려 퍼졌다.
▶서울 은평구 진관동에 있는 삼천사(三千寺)가 노인복지시설 인덕원을 300여 병상 규모로 확대해 새로 문 열면서 '붓다의 마을'과 함께 '예수마을' '마리아의 집'이라 이름 붙은 방들을 만들었다. 불교 사찰이 설립했지만 개신교도나 천주교도 등 누구든 와 몸을 의탁하고 자유로운 신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개방하겠다는 뜻이다. 자원봉사자 역시 종교와 관계없이 누구든 봉사하며 자기가 믿는 종교를 전교(傳敎)할 수 있게 했다.
▶세계적으로 드문 다(多)종교사회 한국에서 종교 간 평화로운 공존은 다른 종교에 대한 이해와 포용을 확대하는 길밖엔 없다. 문제는 얼마나 진정 어린 것이냐다. 삼천사 주지 성운 스님은 "(사회봉사 활동에 적극적인) 기독교가 없었다면 불교는 여전히 잠에서 깨어나지 못한 채 중생들과 고락을 함께 하지 못했을 테니까 기독교는 한국 불교를 깨워준 은인"이라고 했다. 그의 방에 걸린 '松茂柏悅(송무백열)'이란 김구 선생의 글씨가 스님의 그런 마음을 넌지시 일러주는 듯하다. 소나무가 무성하면 잣나무가 기뻐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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