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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설일 : 2004/03/30
 

‘갸름한 얼굴에 반달 같은 눈썹과 오뚝한 코의 젊은 기녀(妓女)인 부네가 눈꼬리와 입가에 웃음기를 비친 채 치마를 들추고 소변을 본다.

엿보던 파계승은 흥분을 참지 못하고 부네를 끼고 도망을 친다. 이어서 거드름을 피우면서 자신의 지체와 학식이 더 높다고 서로 자랑하던 양반과 선비 역시 부네를 차지하기 위해 싸우다 하인인 초랭이에게 망신을 당한다.’ 경북 안동의 하회마을에 전해오는 하회가면극(假面劇) 주제 부분인 ‘파계승’ 마당과 ‘양반과 선비’ 마당이다.

이 가면극이 국내외의 주목을 받아오고 있는 핵심 요인은 가면, 곧 탈이 당사자의 신분적 특성과 행태를 두드러진 해학성과 조형미로 절묘하게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사자·각시·스님·양반·선비·초랭이·부네·백정·할미탈 등 하회탈 11점이 가면미술의 세계적 걸작으로 평가받아 하회 이웃 마을의 병산탈 2점과 함께 국보 제121호로 지정된 이유도 그 때문이다.

탈의 역사는 원시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수렵생활을 하던 원시인들이 사냥할 동물에게 접근하기 위한 위장(僞裝)용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이래 잡아먹은 동물의 영혼을 위로하면서 그 주술적 능력을 몸에 지니기 위한 목적에 이어 토속 신앙의 의식용으로 변모하고, 더 나아가 연극·연희용으로 진화해온 것이 세계 각지에 공통된 현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석기시대 유물로 부산 동삼동에서 출토된 패면(貝面)과 강원 양구의 토면(土面), 신라시대에 역신(疫神)을 쫓기 위해 장례에 사용한 목심칠면(木心漆面) 등도 이를 입증한다. 조선시대의 가면극이 탈의 익명성·해학성을 통해 현실을 풍자하면서 공동체에 웃음의 카타르시스를 제공해온 것도 그렇다.

가면은 익명성이 본질이면서도 특정 인물·사물 등을 감추기보다 상징화해 나타낸다는 점에서 얼굴 전부 또는 일부를 가려 자신의 정체를 숨기기 위한 복면(覆面)과는 크게 다르다.

‘복면강도’가 그렇듯 복면은 대개 범죄를 저지르면서 검·경의 체포를 피하기 위해서거나, 떳떳하게 자신을 밝히지 못할 처지여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불법 시위의 복면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국가인권위원회는 시위 때의 복면 금지가 복장의 자유를 제한한다면서 ‘복면의 권리’를 내세우고 있으니, 그야말로 소가 웃을 일 아니겠는가.


[[김종호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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