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소장된 수월관음도. 관음보살은 어둠 속의 빛처럼 앉아 있고 발치에는 예배하는 여러 중생들이 작게 묘사돼 있다./국립중앙박물관 제공
고려불화는 대부분 극락세계나 지옥구제 같은 내용이지만, 그중 수월관음도(水月觀音圖)는 복을 주고 고통과 재난에서 구제해주며 나아가 극락세계로 이끌어줄 뿐 아니라 불법을 구하는 수행의 방법까지도 암시하고 있다.
관세음보살의 모습이 물에 비친 달처럼 고요하고 아름답다고 하여'수월관음도'란 이름이 붙여졌고, 현재 40여 점이 남아 있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수월관음도는 세로 113.7㎝, 가로 55.3㎝의 크기로 비단 바탕에 천연안료와 금을 사용해 그렸다.
관세음보살이 바위 위에 책상다리[半跏] 자세로 앉아 있고 그 앞에 버드나무 가지가 꽂힌 정병(淨甁)이, 등 뒤에는 대나무가 그려져 있다.
화면의 기본 구도는 일반적인 고려 수월관음도와 큰 차이가 없으나, 아래에 한 무리의 공양자(供養者)들이 그려져 있는 점이 특이하다.
채색과 문양은 고려불화의 전통을 따르고 있는데, 아주 섬세하여 천의 짜임 무늬가 보일 듯 말 듯 투명하게 표현된 베일, 원색을 사용했으나 거슬리지 않고 부드러운 붉은 치마, 마치 생명력을 불어넣기 위한 듯 몸체와 문양 등에 사용한 금니(金泥) 등에서 화려함보다는 고결하고 수려한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공양자를 그린 고려의 수월관음도는 희귀하여 일본 교토(京都) 다이토쿠지(大德寺)에 한 점 더 있는 정도다.
이 그림의 제작시기는 다이토쿠지 수월관음도보다 조금 늦은 14세기 중반쯤으로 짐작되는데, 공양자들을 맞이하는 관음보살의 흐트러짐 없는 자세와 부드러운 표정, 그리고 양자의 극적인 만남에서 느껴지는 화면의 긴장감이 매우 뛰어나다.
특히 이 그림은 이번 전시를 통해 일본 이외 지역의 고려불화가 처음으로 국내에 공개된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