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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전문대학원 준비코스 대입 정시 인기 급상승
빈사에 빠진 순수 과학 대학·정부, 회생책 내놔야
김수봉·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매년 대입 정시 원서 등록시기가 되면 수능 점수별 지원가능 대학과 학과를 기록한 표가 만들어진다. 이과의 경우 어느 대학을 막론하고 이 표의 최상단에는 의대·치대·약대가 자리한다. 그 다음으로 사범대와 공대의 학과들이 열거되고 자연과학의 학과들이 그 뒤를 차지하곤 했다. 그런데 작년부터 생명과학과 화학과가 최상단의 바로 아래에 자리 잡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기초과학을 전공하려는 열기가 아니라 '의학전문대학원'의 입시 준비 때문이라고 하니 어쩐지 씁쓸하다. 이런 대학입시 상황에서 고교 교육 현장은 과연 어떠할까?
우리나라의 고등학교 과학교육 현장은 거의 뇌사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입시에 떠밀려 공교육은 사교육에 자리를 내준 지 이미 오래다. 흥미와 호기심으로 넘쳐야 할 과학이 점수를 따기 위해 외우는 과목으로 전락하고 있다. 어떤 고등학교에서는 '물리2'를 수강하려는 학생의 수가 12명밖에 안 되어 그 학생들은 다른 과목을 택하든지 학원에 가서 수강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노벨과학상의 꿈나무들을 기대하면서도 정작 우리의 교육 현장은 이토록 참담하다.
우리나라 과학교육의 수준을 국제올림피아드 수상 성적과 동일시하는 것은 무리이다. 국제 공인 과학영재조차 몇몇 유명 학원의 사교육에 의해 속성으로 배출되었음을 인정해야 한다. 그나마 선행 학습으로 문제풀기 귀신이 된 이들 과학영재조차 올림피아드에서의 수상 경력을 의대 진학의 발판으로 삼을 뿐이다. 서로의 과학 재능을 겨루어 보는 경연이 아니라 그 결과가 대학입시에 큰 역할을 하므로 영재 아닌 영재를 사교육이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평소 과학교육에 관심이 많은 노벨물리학상(1988년) 수상자 레더만은 고등학교에서 물리를 먼저 배운 후, 화학 그리고 생물학을 마지막으로 배워야 과학을 외우지 않고 흥미롭게 배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비록 이 논리에 동의하지 않는 이라도 학생들이 과학을 암기 과목으로 여기면 당연히 싫어할 수밖에 없을 거라는 데 동감할 것이다. 입시 때문에 실험교육이 경시되는 것도 과학이 재미없고 어려운 과목으로 전락하는 또 하나의 이유이다.
비정상적인 고등학교의 과학교육을 어떻게 바로잡을 것인가? 국가의 미래를 짊어질 인재 양성을 위해 대학은 단편적 지식을 암기하는 과학이 아니라 흥미와 호기심으로 '생각하는 과학'을 유도하기 위해 무엇보다 입시 제도를 혁신해야 한다. 최근 대학의 자율화와 함께 입시정책 개혁의 주도권이 대학으로 넘겨졌으므로, 이제 대학이 사교육 부담을 줄이고 공교육을 부활하는 책임을 떠맡아야 한다. 고등학교 과학교과 과정을 정상화시키고 과학 공교육의 수준을 높일 그런 입시 제도를 고안해야 한다.
한편 교육당국은 과학 공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해 우수한 과학교사의 발굴과 사기진작, 실험교육의 정상화, 교내 방과 후 과학 활동의 활성화에 힘써야 한다. 지금까지 정부는 과학 특목고에만 이런 지원을 집중하여 왔으나, 점차 일반고교에도 확대하여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호기심을 바탕으로 훌륭한 과학자가 되는 꿈나무를 발굴하는 데 게을리해서는 안 될 것이다. 대학입시에서도 고교과정에서의 실험 능력과 과학 활동을 반영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
과학과목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교사의 자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제도적으로 교사 임용 때의 전문성 요건 강화와 자연과학 박사 취득자에게 교사 임용에 대한 문호 개방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이를 통해 기초과학 분야에의 우수 인력 유입과 우수 과학교사의 배출이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천연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는 우수한 인재만이 부국강국의 유일한 재산이다. 요즘처럼 세계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중국처럼 과학교육으로 국가를 발전시키는 전략과 인재강국 정책을 추진하여야 할 것이다. 특히, 교육과학기술부의 출범을 계기로 '교육'과 '과학기술'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것은 과학교육에서도 교육계와 과학기술계의 효율적인 역할 분담과 협력을 절실히 요구함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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