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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주력(呪力)
무협지를 읽다 보면 중국 사람들, 참 포(?)가 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중국보다 한 수 더 뜨는 나라가 인도이다. 그 엄청난 상상력과 스케일은 시간개념에서도 드러난다.
인도인들이 사용했던 시간 개념 가운데 하나가 '겁'(劫·kalpa)이다. 사방 4000리나 되는 돌산에 하늘나라 선녀가 100년마다 한 번씩 내려오는데, 한 번씩 스치는 그 선녀 옷자락에 4000리 되는 돌산이 모두 닳아 없어질 때까지의 시간이 바로 '겁'이다.
'겁'의 차원에서 바라다보면 만 년도 순간이고, 천 년도 찰나이다. 하물며 인생 백 년의 시간은 논할 필요도 없는 찰나에 지나지 않는다. 찰나를 가지고 아등바등하지 말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는 시간개념이다.
종교학자 엘리아데가 쓴 '이미지와 상징'(이재실 옮김)을 보면 이런 인도의 시간관(時間觀)을 보여주는 신화가 소개되어 있다. 고행자 나라다가 도를 열심히 닦아 마침내 비슈누 신의 은총을 입었다.
"비슈누 신이시여, 저에게 당신이 가지고 있는 마야의 주력(呪力)을 보여주시오." 비슈누 신은 태양이 작열하는 어느 들판으로 나라다를 데리고 가던 도중에 갈증을 느끼자 인근 동네에 가서 먹을 물을 좀 떠오라고 심부름을 시킨다.
나라다가 동네의 어떤 집 문을 두드리니 아주 예쁜 아가씨가 문을 열어준다. 아가씨의 부모는 고행자인 나라다를 극진하게 대접한다. 나라다는 마침내 이 집 딸과 결혼한다. 12년의 시간이 흘러 세 아이를 낳고 농사를 지으며 살게 된다.
장인이 죽은 후에는 농장 주인이 되었다. 어느 날 홍수를 만나 가축들과 집이 떠내려갔다. 한 손으로는 아내를 붙들고, 한 손으로는 두 아이를 잡고, 어깨에는 막내를 메고 간신히 급류를 헤쳐 나가던 도중에 막내를 그만 강물에 빠뜨렸다. 떠내려가는 막내를 잡으려고 하다가 이번에는 아내와 두 아이마저 강물에 휩쓸려 버렸다.
나라다가 처자식을 잃고 슬피 울고 있는데,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얘야, 심부름 시킨 물을 왜 안 가지고 오느냐? 30분도 더 기다렸구나!" 나라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급류가 흐르던 자리에 햇볕이 내리쬐는 들판이 보였다. 우물쭈물하다가 2008년도 이렇게 흘러가 버릴 줄 알았지만, 왜 이렇게 서글픔이 남는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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