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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설일 : 2004/03/30
 

정해년(丁亥年)의 새 아침이 밝았다. 지난 연말 ‘대통령의 말’로 워낙 어수선하게 보낸 터라 새해를 맞이한다는 감흥은 훨씬 덜하지만 어쨌거나 ‘결전의 2007년’은 시작됐다. 대선주자들 중 누가 ‘황금돼지꿈’을 꾸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국민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한해가 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다.

지난 연말 송년회 자리에서 한 친구는 “오늘은 밤 10시가 될 때까지는 절대 정치와 부동산 이야기는 하지 말자”고 건의했다.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 서로의 안부 등 이야기를 나누기도 전에 대선과 부동산이야기를 하면 열만 받고 괜히 술만 더 마시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참석자들이 모두 동의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대화의 주제는 자연스럽게 대선과 부동산 이야기로 옮아갔다. 특히 진보, 보수적 성향을 막론하고 집값상승으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친구들의 정권에 대한 불만은 ‘울분’ 수준이었다. “세금 잘내고, 열심히 일하고, 바르게 살았는데 내가 찍은 대통령이 왜 이런 고통을 주느냐”는 항변이었다. “부동산 말고 꿀릴 것 없다”, “할 말은 하겠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자신에 찬’ 말은 범부(凡夫)들에게는 상처에 소금뿌리는 격이다.

정치분석가들에 따르면 올해 대선은 높은 국민적 관심속에 역대 선거중 가장 혼란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 다이내믹할 것으로 예상된다. 선거를 1년 앞두고 여당은 마땅한 후보가 없어 우왕좌왕하고 있는데 반해 야당은 세 후보의 지지율만 합해도 60~70% 가까운 압도적인 우세를 점하고 있다. 여기에 역대 선거때 중립을 지켜왔던 현직 대통령이 선거판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려는 의도를 내비치고 있는 상황이다. 여권의 막판 세결집도 예상되고 있다.

87년 민주화 운동 이후 20년, 외환위기 사태 이후 10년만에 치러지는 이번 대선이 더욱 각별한 의미를 지니는 것은 지난 10년간 집권해온 진보 세력에 대한 총체적인 평가의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일보가 신년을 맞아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노 대통령에 대한 국정 지지도는 12.1%에 머물렀다. 지난 한해 내내 10%대를 맴돌았다. 집권당인 열린우리당의 지지도는 한자릿수인 9.7%이다. 87년 이후 집권했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 대한 지지도 조사 결과 노무현 정부는 노태우 정부(7.5%)와 비슷한 7.6%를 차지했다. 외환위기 사태를 몰고왔던 김영삼 정부(13.3%)보다 더 낮은 지지도다.

노무현 정부 4년동안 집권세력은 ‘진보 = 무능력’이라는 도식을 만들어 냈다. 민주화를 위해 피와 땀을 흘렸던 많은 사람들에게 심한 자괴감을 가져다 주었다.‘꿀릴 게 없는’노 대통령이야 퇴임해서 봉하 마을로 내려가면 그만이지만, 이 정권 창출의 주축인 진보세력이 떠안을 ‘무능력’, ‘독선’이라는 굴레는 상당기간 벗어나기 힘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열린우리당을 비롯한 진보세력은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은 외면하고 새로운 권력을 매개로 한 세력규합에만 온통 정신이 쏠려 있다. 국정실패의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 여전히 전면에 서서 포장을 달리한 개혁과 민주, 평화를 팔고 있다.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고 대통령을 비판하면 곧 선(善)이고 주목받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올해 선거는 한국이 선진국으로 진입하느냐, 아니면 중진국의 문턱에서 좌절하느냐를 가름하는 중대한 선거라는 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지역감정’‘반미’‘빈부갈등’과 같은 갈등구조로 덕을 보는 선거판이라면 우리에게 희망이 있을까. 올 한해 국민들이 더이상 마음의 상처를 받지 않도록 두눈 부릅뜨고 지켜봐야 할 것이다.

[[이현종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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