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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설일 : 2004/03/30
 

미국 경제학자들은 1970년대를 스태그네이션(침체)과 인플레이션(물가앙등)을 합친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묘사했다. 경기는 침체해 있는 데도 물가가 뛰는 바람에 종전의 경제이론을 무색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요즘은 그때와 정반대다. 경제는 고성장을 구가하는데도 물가상승 압력이 크지 않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이런 새로운 현상에 ‘골디록스’라는 이름을 붙이고 있다.

골디록스는 본래 영국 전래 동화에 나오는 주인공의 이름으로 금발머리를 뜻한다. 주인공인 금발머리 소녀가 곰이 끓인 세가지 수프, 즉 뜨거운 것과 차가운 것, 적당한 것 중 적당한 것을 먹고 기뻐하는데 이것을 경제상태에 비유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호황을 지칭한다. 2004년의 중국 경제가 9.5%의 성장률을 기록했음에도 인플레가 나타나지 않자 파이낸셜 타임스가 “중국 경제가 골디록스에 진입했다”고 평하면서 널리 사용하게 됐다.

세계 언론은 새해의 미국 경제에도 골디록스가 재현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지난 연말에 미국 금융가인 월스트리트에서 초호화판 연말보너스 잔치가 벌어졌다더니 이런 활력이 올해까지 그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소식이다.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사실 골디록스 경제는 2004년의 중국이 최초가 아니다. 미국에서는 이미 1997년에 조짐을 보인 바 있다. 당시만 해도 미국의 잠재성장률(인플레를 일으키지 않는 최대성장률)은 2.25~2.5%에 불과했으나 그해 1분기 경제성장률이 인플레없이 연 5.6%를 기록, 적정 성장률의 2배를 넘어선 것이다.

노무현 정부 들어 한국경제가 저성장 추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03년에 3.1%, 2004년 4.7%, 2005년 4.0%였다. 2006년에 5%를 기록했다지만 내년에 다시 4%대 초반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노 대통령 공약인 7%는 언감생심이고 소위 잠재성장률조차 채우지 못하는 상황이다.

골디록스가 보여주듯 잠재성장률이란 고정돼 있는 수치가 아니다. 모두가 ‘하기 나름’이다. 다만 중앙계획경제가 아니라 시장을 믿고 시장 기능의 활성화를 위해 노력할 때 이뤄지는 목표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할 뿐이다. 새해에는 한국경제의 골디록스 실현을 기대해본다.

이신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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