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늘 자신의 한계와 상상력에 도전해 왔다. 특히 여행자들이 꿈꾸는 '최고의 품격을 지닌 여행'의 모습은 시대에 따라 끊임없이 변해왔다. 공기압을 이용한 '비행선'에서 오리엔탈 익스프레스, 호화유람선 퀸 엘리자베스 2호까지….

이 목록에 최근 또 다른 하나가 이름을 올리려 한다. 'A-380기'. 에어버스에서 만든 이 비행기 기종은 '완전 복층 구조'의 초대형 여객기다. 특유의 넓은 공간을 활용해 없는 것 빼고는 다 갖춰 '지상을 나는 궁전'이라 불리기도 한다.
인천공항 에서도 이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날 수 있는 기회가 왔다. 바로 오는 12월 14일
에미레이트항공 A380기가 국내 최초로 도입되기 때문.
총 정원 517명에 이르는 에미레이트항공 A380기의 2층은 퍼스트와 비즈니스 클래스 승객을 위한 공간, 1층은 이코노미 승객을 위한 공간으로 나뉘어 있다. 여객기 안에는 개인용 미니바와 옷장은 기본이고 사교 공간인 바라운지와 소파에 편히 앉아 스크린을 통해 밤하늘의 별을 감상할 수 있는 42인치 대형 화면, 따뜻한 물로 샤워까지 할 수 있는 샤워스파까지 갖췄다.
해외로 출장이 잦은 '나출장'씨는
두바이 로 가는 하늘길을 이 A-380기에 맡겨 보기로 했다. 제대로 이 길을 즐기기 위해 큰맘 먹고 퍼스트 클래스로 티켓을 끊었다. 인천에서 두바이까지 '나출장'씨는 비행기에서 어떤 일을 벌였을까? 밤 11시 50분에서부터 다음 날 아침 7시 50분까지 8시간 동안 여객기 안의 나씨를 '스토킹'해 봤다.
저기, 얼굴에 지친 표정이 역력한 '나출장' 씨가
인천공항 에미레이트항공 두바이행 EK323편 탑승구 쪽으로 터벅터벅 걸어가고 있다. 지금 시각은 12월 27일 밤 11시. 크리스마스 이브 파티 때 과음한 탓인지, 아니면 정확히 10시에 잠드는 모범적 생활 습관 때문인지 그의 발걸음은 무거워 보이기만 한다. 주머니에서 부스럭부스럭 꺼내 든 퍼스트 클래스 티켓. 피곤한 출장길에 나서는 자신을 위해 준비한 '연말 선물'이다. 탑승 절차를 마친 후 그는 어느새 총 정원이 517명에 이르는 지상 최대의 복층 항공기 에미레이트항공 A380기에 오르고 있다. 퍼스트클래스가 있는 2층으로 걸어가며 여객기가 신기한지 여기저기를 두리번댄다.
23:50 인천발 두바이행 퍼스트클래스에 오르다
드디어 퍼스트클래스에서 자신의 좌석을 찾은 나씨. 승무원이 나씨의 코트를 받아 좌석 사이의 개인 옷장에 걸어준다. 자리에 앉기 전부터 23인치의 대형스크린, 승무원 호출이 필요 없을 정도로 잘 갖춰진 개인 미니 바를 보고 나씨는 슬쩍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한쪽 벽에 꽂혀 있는 생화를 보더니 처음 비행기를 탔을 때의 설렘을 다시 느끼는지, 아니면 갑자기 감상에 젖어드는지 살짝 얼굴이 붉어진다. 자리를 잡고 승무원이 내미는 따뜻한 물수건으로 손을 닦은 나씨. 과음했던 사실도 잊었는지 이내 승무원이 권하는 모에샹동 샴페인 한 잔을 손에 들고 여유를 만끽한다.

01:20 바 라운지에서 이상형을 만나다
몸은 피곤하지만 자리에만 앉아 있기가 살짝 아쉬운 나씨. 본격적으로 여객기 탐방에 나선다. 여기 어딘가에 바 라운지(bar lounge)가 있다고 하던데….두리번거리는 그를 승무원이 친절하게 안내한다. 가보니 벌써 몇몇 승객들이 자리를 잡고 바텐더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나씨도 슬쩍 끼어든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칵테일인 롱아일랜드
아이스티와 카나페를 시켜 놓은 그의 눈은 어느새 옆 자리 여성에게로 향한다. '음….내 이상형인데.' 어느새 그의 머릿속에선 영화 타이타닉의 한 장면이 돌아가고 있다. 바다가 아닌 '상공에서의 로맨스'에 대한 상상은 훤칠한 그녀의 '남친'이 다가오자 산산이 부서진다. '밤하늘의 별이나 볼까.' 적적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42인치 대형 에어 쇼 화면을 통해 밤하늘의 별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을 찾는다. 3명까지 앉을 수 있는 널따란 소파가 2개나 설치돼 있다. 반쯤 눈이 감긴다. 이젠 자야 할 시간이다.
02:00 2미터가 넘는 침대에서 잠들다
자리로 돌아온 나씨는 달콤한 잠에 빠질 채비에 나선다. 상공에서 몸을 쫙 펴고 잘 수 있는 이 순간만을 기다려왔다. 정확히 2m 8㎝의 편평한 침대로 변하는 좌석. 나출장씨는 마음속으로 '빙고'를 외친다. 피로에 지친 그를 좌석에 설치된 전동 마사지 기능이 기다리고 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나출장씨는 강도와 마사지 종류를 선택한 후 외부와의 완벽한 '차단'을 위해 전동식 슬라이딩 도어를 닫는다. 작은 '호텔 객실'에 누운 나씨는 어느새 코를 골고 있다.
05:00 4만3000피트 상공에서 처음 느끼는 상쾌함, 샤워 스파
간만의 달콤한 잠에서 깨어난 나씨. '상공의 백미(白眉)라는 샤워 스파를 찾아야지'하는 생각에 스프링처럼 벌떡 튀어오른다. 퍼스트 클래스 앞쪽에 마련된 2개의 샤워 스파 중 비어 있는 오른쪽 문을 연다. 샴푸, 컨디셔너 등 샤워 용품도 '타임리스 스파', '불가리' 등 최고의 제품으로 구비돼 있다. 따뜻하게 준비된 프렛(Frette)의 타월에다 미리 주문해 둔 시원한 음료가 앙증맞다. 갑자기 몸에 한기가 느껴지는 나씨. 바닥 온열 기능을 켠다. 전신 거울로 돌연 몸매 감상까지 한다. 내일부터 당장
복부 다이어트에 돌입할 것을 다짐한 후 뜨거운 샤워로 피로를 녹인다. 샤워 중에도 내부에 설치된 15.4인치 스크린으로 비행 상태를 실시간으로 점검하는 센스까지. '4만 3000피트면 몇 미터일까'. 계산을 하다 보니 어느새 샤워가 끝났다. 헤어드라이어로 '바람머리'를 연출한 후 가벼운 발걸음으로 걸어나간다.
08:00 두바이 국제공항 터미널 도착
한국 시각으로 밤 12시에 출발해 8시간의 비행 후 나출장씨는 두바이에 도착했다. 손목에 있는 시계를 현지 시각 새벽 5시로 맞춰 놓는다. 또다시 활기찬 하루가 시작된다. 바 라운지와 하늘의 별 감상, 상공에서의 샤워까지 모두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할 것을 다짐해 본다. 사막의 바람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