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나라의 앨리스 (through the looking glass) 루이스 캐롤 9. 여왕이 된 앨리스 (queen alice)
「 와, 이것 정말 멋진데! 」 앨리스는 말했다. 「 이렇게 빨리 여왕이 될지는 정말 몰랐어. 이제 말씀 드릴 것이 있어요, 폐하 」 앨리스는 아주 엄한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앨리스는 자기 자신을 꾸짖는 것을 아주 즐겨했다.) 「 이렇게 풀밭에 축 늘어져 있는 것은 폐하께 맞지 않아요. 여왕은 항상 신성하게 행동해야 하니까요. 아셨죠! 」 앨리스는 일어나 주위를 걸어다녔다. 처음에는 왕관이 떨어질까봐 머리를 꼿꼿이 세우고 걸었다. 하지만 주위에 자신을 보는 사람이 없다는 생각에 조금 긴장을 풀었다. 「 만일 내가 진짜 여왕이라면, 」 주저앉으며 앨리스가 말했다. 「 조만간 잘 적응하게 될 거야 」 모든 일들이 아주 기괴하게 벌어졌기 때문에 앨리스는 흰말의 여왕과 붉은 말의 여왕이 자신의 양옆에 각각 붙어 앉아 있는 것을 발견했을 때도 별로 놀라지 않았다. 앨리스는 여왕들에게 어떻게 여기에 오게 됐는지 물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그렇게 하는 것은 아주 예의바르지 못한 일인 것 같았다. 하지만 이제 게임이 끝난 건지 물어 보는 것은 크게 해가 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 저, 죄송하지만... 」 앨리스는 붉은 여왕을 조심스럽게 쳐다보며 말을 걸었다. 「 말을 걸 때나 말을 해! 」 여왕은 날카롭게 앨리스의 말을 막았다. 「 하지만 사람들이 모두 그 규칙에 따른다면, 」 항상 작은 언쟁을 할 태세가 갖춰져 있는 앨리스는 말했다. 「 그래서 사람들이 남이 말을 걸 때에만 말을 하고, 다른 사람은 내가 시작할 때만 기다리고 있다면 아무도 말을 하지 않을 거예요, 그러니까~ 」 「 어처구니없군! 」 여왕이 소리쳤다. 「 자, 아가야, 잘 생각해봐 」 여왕은 말을 하다 말고 갑자기 찡그리며 멈췄다. 그리고 잠시 생각하더니 갑자기 말꼬리를 다른 곳으로 돌렸다. 「 '내가 진짜 여왕이라면'이라니 무슨 뜻이지? 무슨 권리로 자신을 여왕이라고 부르는 거야? 넌 아직 여왕이 아냐, 적절한 시험을 통과하기 전까지는 말야. 그리고 빨리 시작할수록 좋겠지 」 「 전 '만일'이라고만 말했다구요! 」 불쌍한 앨리스가 처량 맞은 목소리로 항의했다. 두 여왕은 서로를 쳐다보았다. 붉은 여왕이 조금 부르르 떨더니 말했다. 「 쟤는 '만일'이라고 말했다잖아 」 「 하지만 그보다 더 많이 말했다구! 」 흰 여왕이 손을 쥐어짜면서 잉잉거렸다. 「 그보다는 훨씬 더 많이! 」 「 그랬어, 맞아 」 붉은 여왕이 앨리스에게 말했다. 「 항상 진실만을 말해라. 말하기 전엔 생각하고. 그리고 다음에 적어 둬 」 「 전 그 뜻이 아니었는데 」 앨리스가 말을 꺼냈으나 붉은 여왕이 참을 수 없다는 듯이 중간에 끼여들었다. 「 내가 불만인 것이 바로 그거야! 뜻을 갖고 말했어야지! 아무 뜻도 없는 아이가 대체 무슨 소용이 있겠어? 심지어 농담도 의미가 있다구! 그리고 어린아이는 농담보다는 더 중요할거 아냐. 아무리 애써도 이건 부정할 수 없을걸 」 「 전 손으로 무언가를 부정하진 않아요 」 앨리스가 반박했다. 「 아무도 네가 그랬다고 말하지 않았다 」 흰 여왕이 말했다. 「 그러려고 노력해도 안 될 거라고 했지 」 「 저 애는 지금 그러고 싶은 거야 」 흰여왕이 말했다. 「 무언가를 부정하고 싶은 거지. 그 무언가가 뭔지를 모를 뿐이야! 」 「 아주 추잡하고, 사악한 기분이군! 」 붉은 여왕이 말하고 나자 얼마 동안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붉은 여왕이 침묵을 깨고 「 오늘 오후에 앨리스의 저녁 만찬에 초대할게 」 라고 흰여왕에게 말했다. 흰 여왕이 희미하게 웃으며 말했다. 「 난 너를 초대할게 」 「 전 제가 만찬을 여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요 」 앨리스가 말했다. 「 하지만 만일 만찬을 연다고 해도 제가 손님을 초대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 「 우리가 너에게 기회를 주는 거야 」 붉은 여왕이 말했다. 「 하지만 아직 예절에 관해서는 수업을 많이 받지 못했지? 」 「 예절은 수업에서 가르치지 않아요 」 앨리스가 말했다. 「 수업 시간에는 계산이나 그런 걸 가르치지요 」 「 더하기 할 줄 아니? 」 흰 여왕이 말했다. 「 1 더하기 1 더하기 1 더하기 1 더하기 1 더하기 1 더하기 1 더하기 1 더 하기 1 더하기 1은 뭐지? 」 「 모르겠어요 」 앨리스가 말했다. 「 세다가 놓쳐버렸어요 」 「 더하기를 할 줄 모르는군 」 붉은 여왕이 끼여들었다. 「 뺄셈은 할 줄 아니? 8에서 9를 빼면? 」 「 8에서 9는 빼지 못해요, 아시잖아요 」 앨리스는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 하지만~ 」 「 뺄셈도 못하는군 」 흰 여왕이 말했다. 「 나누기는 할 줄 알아? 빵을 칼로 나누면? 답이 뭐지? 」 「 제 생각에~ 」 앨리스가 대답하려 했으나 붉은 여왕이 대신 말했다. 「 버터 바른 빵이지. 물론. 다른 뺄셈을 해봐. 개에게서 뼈다귀를 뺏으면 뭐가 남지? 」 앨리스는 곰곰이 생각했다. 「 물론 뼈는 남지 않죠, 제가 빼앗았으니까, 그리고 개도 남지 않을 거예요. 날 물으려고 쫓아올 테니까요. 그러니까 나도 남아 있으면 안 되죠! 」 「 그럼 아무도 남지 않을 거란 말이니? 」 붉은 여왕이 말했다. 「 그게 답인 것 같아요 」 「 틀렸어, 그럼 그렇지 」 붉은 여왕이 말했다. 「 개의 이성은 남아 」 「 하지만 어떻게... 」 「 잘 봐! 」 붉은 여왕이 말했다. 「 개는 아마 이성을 잃을 거야. 그렇지? 」 「 그렇겠죠 」 앨리스가 조심스럽게 답했다. 「 그러니까 개가 다른 곳으로 가버리면 이성은 남게 되는 거지! 」 여왕이 의기양양하게 설명했다. 앨리스는 최대한 진지하게 말했다. 「 아마 다른 길로 가버리겠죠! 」 하지만 속으로는 ' 이 무슨 얼토당토않은 소리를 하고 있지! ' 하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 저 애는 계산을 저~언혀 못해! 」 아주 강조하며 여왕 둘이 함께 말했다. 「 그럼 두 분은 하실 수 있나요? 」 앨리스는 갑자기 흰여왕을 돌아보며 말했다. 이렇게 다른 사람이 자신의 결점을 꼬치꼬치 들추어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여왕은 숨을 멈추더니 눈을 감았다. 「 난 더하기는 할 수 있어. 시간만 좀 주면.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뺄셈은 할 수 없어! 」 「 물론 네 이름의 철자는 알겠지? 」 붉은 여왕이 말했다. 「 물론이죠 」 앨리스가 말했다. 「 나도 」 흰 여왕이 조그맣게 말했다. 「 우린 함께 반복해서 외우기도 한단다. 그리고 이건 비밀인데~ 한 글자로 된 단어들을 읽을 수도 있단다! 멋지지? 하지만 기죽지는 마, 너도 곧 할 수 있게 될 테니 」 이때 붉은 여왕이 다시 말을 시작했다. 「 생활 상식도 아니? 빵은 어떻게 만들지? 」 「 그건 알아요! 」 앨리스가 신이 나서 소리쳤다. 「 먼저 밀가루를 조금~ 」 「 어디서 꽃을 꺾지? 」 흰 여왕이 물었다. 「 정원에서, 아니면 들판에서? 」 「 꺽는 게 아니에요 」 앨리스가 설명했다. 「 잘 갈아서~ 」 「 몇 평방미터의 땅에서? 」 흰 여왕이 말했다. 「 그렇게 얼렁뚱땅 넘어가지 마 」 「 저 애 머리를 식혀줘! 」 붉은 여왕이 걱정스럽게 끼여들었다. 「 그렇게 많이 생각했으니 열이 나겠지 」 그래서 그들은 나뭇잎이 달린 나뭇가지로 앨리스에게 부채질을 하기 시작했다. 머리가 여기저기 날려 헝클어지자 그만해 달라고 부탁해야 할 정도였다. 「 이제 괜찮아졌어 」 붉은 여왕이 말했다. 「 다른 나라 말도 할 수 있니? '시시하다(fiddle-de-dee)'가 프랑스어로 뭐지? 」 「 '시시하다'는 영어가 아니에요 」 앨리스가 엄숙하게 대답했다. 「 누가 그래? 」 붉은 여왕이 말했다. 앨리스는 이번에는 이 난관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방법을 알 것 같았다. 「 '시시하다'가 어느 나라 말인지 알려주시면 그 말이 프랑스어로 어떻게 되는지 말해 드릴게요! 」 앨리스는 의기양양하게 외쳤다. 하지만 붉은 여왕은 꼿꼿하게 머리를 쳐들더니 말했다. 「 여왕은 협상하지 않는다 」 ' 여왕은 질문도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 앨리스는 속으로 생각했다. 「 싸우지 말아 」 흰 여왕이 걱정스러운 어조로 말했다. 「 번개가 치는 이유는? 」 「 번개가 치는 원인은, 」 앨리스는 대답에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아주 단정적으로 말했다. 「 천둥이에요. 아니, 아니~! 」 앨리스는 급히 정정했다. 「 내 말은 그 반대라는 뜻이에요 」 「 정정하긴 이미 늦었어 」 붉은 여왕이 말했다. 「 한 번 말했으면 그만인 거야. 그리고 결과를 받아들여야지 」 「 그러니까 생각나는데, 」 흰여왕이 고개를 숙이고 손을 쥐었다 폈다 하면서 말했다. 「 지난 화요일에 아주 큰 폭풍이 쳤어. 아니, 지난 화요일 무리 중 하루에 말이야 」 앨리스는 의아스러웠다. 「 우리 나라에서는, 」 앨리스가 말했다. 「 화요일은 한 번에 하루밖에 없어요 」 붉은 여왕이 말했다. 「 그것 참 형편없이 불편한 방식이구나. 여기에서는 한 번에 낮이나 밤을 두세 번씩 한꺼번에 있지. 겨울에는 때로 한 번에 밤을 다섯 번이나 지낼 때도 있어. 따뜻하게 하기 위해서지 」 「 그럼 하루 밤보다 다섯 번의 밤이 더 따뜻한가요? 」 앨리스가 용기를 내어 물어보았다. 「 물론, 다섯 배 따뜻하지 」 「 하지만 그렇게 따지면 다섯배는 추울 텐데 」 「 그래! 」 붉은 여왕이 외쳤다. 「 다섯 배 따뜻하고, 다섯 배 춥지. 내가 너보다 다섯 배는 부자고, 다섯 배는 영리한 것처럼! 」 앨리스는 한숨을 쉬고 포기했다. ' 꼭 정답이 없는 수수께끼 같아! ' 앨리스는 생각했다. 「 험프티 덤프티도 봤어 」 흰 여왕이 혼잣말하는 것같이 낮게 말했다. 「 손에 코르크 마개 뽑이를 들고 문으로 다가와서, 」 「 뭐하러? 」 붉은 여왕이 말했다. 「 들어오고 싶다고 말했어 」 흰 여왕이 말했다. 「 하마를 찾고 있댔거든. 하지만 그날 아침에는 우연히도 집안에 없었어 」 「 평상시에는 있나요? 」 앨리스가 깜짝 놀란 말투로 물었다. 「 목요일에만 」 여왕이 말했다. 「 왜 왔었는지 알 것 같아요 」 앨리스는 말했다. 「 물고기를 벌주려고 했을 거예요, 왜냐하면~ 」 이때 흰여왕이 다시 말하기 시작했다. 「 그건 대단한 폭풍이었어! 넌 아마 모를 거야! 」 「 그래, 그럴 리가 없지 」 라고 붉은 여왕이 말했다. 「 지붕 한쪽이 날아가고, 폭풍 속에는 지붕이 많았어, 뭉치가 되어 데굴데굴 굴러서 방으로 들어왔지. 탁자하고 물건들을 다 쓰러뜨렸어. 난 너무 겁나서 내 이름도 생각이 나지 않더라니까! 」 앨리스는 속으로 생각했다. ' 사고를 겪으면서 이름을 기억해 내려고 애쓰다니! 그게 무슨 소용이 있어? ' 하지만 불쌍한 여왕의 기분을 상하게 할까봐 겉으로 얘기하지는 않았다. 「 폐하가 양해해야 해 」 붉은 여왕이 흰 여왕의 한쪽 손을 잡고 살짝 때리면서 앨리스에게 말했다. 「 의도는 선하지만 바보 같은 얘기를 할 수밖에 없단다. 일반 법규거든 」 흰 여왕은 조심스럽게 앨리스를 쳐다보았다. 뭔가 친절한 말을 해야 할 것 같은데 당장은 어떤 말도 생각나지 않는 것 같았다. 「 자라온 가정 환경이 좋지 않았어 」 붉은 여왕이 말했다. 「 하지만 이렇게 성격이 온순하다니 놀랍지? 손을 머리에 얹어줘. 얼마나 좋아하는데! 」 하지만 앨리스는 그렇게 할 배짱이 없었다. 「 조그만 친절 - 종이에 머리칼을 싸서 - 그러면 아주 효과가 좋~ 」 흰 여왕은 크게 한숨을 쉬고 앨리스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 너무 졸려! 」 여왕이 잉잉거렸다. 「 피곤한가봐, 불쌍하게도! 」 붉은 여왕이 말했다. 「 머리를 쓰다듬어줘. 잘 때 쓰는 모자 좀 빌려주고. 그리고 자장가를 불러줘 」 「 지금은 잠잘 때 쓰는 모자가 없는데요 」 첫 번째 지시를 따르려던 앨리스가 말했다. 「 그리고 저는 자장가를 부를 줄 몰라요 」 「 그럼 내가 불러줘야겠군 」 이렇게 말하고 붉은 여왕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자장자장~ 아가씨, 앨리스의 무릎에 기대어! 저녁이 준비될 때까지, 낮잠 잘 시간이네. 저녁을 먹고, 무도회장으로 가야지~ 붉은여왕~ 흰여왕~ 앨리스~ 모두 다!
「 이제 가사를 알겠지 」 붉은 여왕은 머리를 앨리스의 다른쪽 어깨에 기대면서 말했다. 「 나한테도 불러줘. 나도 졸리기 시작하니까 」 두 여왕은 곧 깊이 잠들어 크게 코를 골아댔다. 「 어떻게 하지? 」 앨리스는 당황해서 주위를 둘러보며 외쳤다. 첫 번째 사람은 머리가 빙빙 돌아가고, 다른 하나는 머리가 어깨에서 떨어져 무거운 덩어리처럼 무릎에 얹혔기 때문이다. 「 잠든 여왕을 한꺼번에 두 명씩이나 보살펴야 하는 사람은 없었을 거야. 영국의 역사를 죽 훑어봐도 없을걸! 불가능해, 한번에 여왕은 한 명씩밖에 없었으니까. 좀 일어나요! 무거워 죽겠어! 」 앨리스는 초조한 목소리로 말했지만 가볍게 코고는 소리 외에는 대답이 없었다. 코고는 소리는 조금씩 멀어지더니 점점 음악소리같이 들렸다. 앨리스는 가사까지 제대로 알아들을 수 있었다. 너무 열심히 귀기울이고 있었기 때문에 자기 무릎에서 그렇게 커다란 머리가 갑자기 사라졌는데도 앨리스는 알아차리지 못했다. 앨리스는 커다란 아치모양의 대문 앞에 서 있었다. 거기에는 커다랗게 <앨리스 여왕>하고 문패가 붙어 있고 양옆에 종 손잡이가 달려 있었다. 하나는 <방문자용>, 다른 하나에는 <하인용> 하고 쓰여 있었다. 「 노래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종을 울려야지. 어떤 종을 울려야하지? 」  종에 적혀있는 말에 어리둥절해서 앨리스는 생각했다. ' 난 방문자도 아니고, 하인도 아닌데. '여왕'이라고 쓰인 종이 하나 있어야 돼 ' 그때 문이 조금 열리더니 길다란 부리가 달린 생물이 잠시 머리를 내밀고 말했다. 「 다음 다음 주까지는 방문금지요! 」 그리고 쾅 소리를 내며 문은 닫혔다. 앨리스는 오랫동안 문을 두드리고 종을 울렸다. 하지만 아무 소용없었다. 이윽고 나무 아래 앉아 있던 늙은 개구리가 일어나서 천천히 앨리스 쪽으로 절름거리며 다가왔다. 밝은 노란색 옷을 입고, 무지막지하게 큰 부츠를 신고 있었다. 「 무슨 일이지? 」 개구리는 아주 깊고 쉰 목소리로 작게 말했다. 앨리스는 누구든지 혼을 내려는 심산으로 뒤돌아보았다. 「 문을 두드리면 응답해야 할 하인은 어디 있는 거지? 」 앨리스는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 「 무슨 무~운? 」 개구리가 말했다. 앨리스는 느릿느릿 일부러 모음을 길게 늘려 말하는데 화가 나서 펄펄 뛸 지경이었다. 「 당연히 이 문이지! 」 개구리는 잠시동안 크고 둔해 보이는 눈으로 문을 쳐다봤다. 그리고는 문으로 다가가 페인트가 벗겨지는지 알아내기라도 하려는 듯이 엄지손가락으로 문질렀다. 그리고 앨리스를 쳐다봤다. 「 응답한다구? 」 그가 말했다. 「 뭘 물어봤는데? 」 목소리가 너무 갈라져서 앨리스는 그의 말소리를 거의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 무슨 소린지 모르겠어 」 「 난 영어로 얘기하고 있어, 그렇지? 」 개구리가 말했다. 「 아니면 너 귀머거리니? 문에 뭐라고 물어봤는데? 」 「 아무것도 안 물어봤어! 」 앨리스가 초조하게 말했다. 「 문을 두드리고 있었어! 」 「 그러면 안돼, 안 되고 말고... 」 개구리가 중얼거렸다. 「 귀찮게 해야지 」 그러더니 문으로 다가가 커다란 발로 걷어찼다. 「 내버려 두라구 」 그는 나무로 절름거리며 걸어가면서 숨을 헐떡거렸다. 「 그럼, 문도 너를 내버려 둘 거야 」 바로 그 순간 문이 활짝 열리더니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가 노래하는 것이 들렸다.
거울 나라에 말한 것은 앨리스였네. 내 손에는 왕홀이, 머리에는 왕관이 있지. 거울 나라의 주민들이여, 누구든지 와서 함께 식사하세, 붉은여왕, 흰 여왕, 그리고 나와.
그리고 수백 명의 목소리가 합창을 했다.
서둘러 잔을 가득 채우고, 탁자를 단추와 겨로 반짝이게 하고, 커피에 고양이를, 차 속엔 쥐를 넣지. 그리고 앨리스 여왕을 맞이하세, 삼십 번 곱하기 세 번!
다음으로 왁자지껄하는 환호성이 들렸다. 앨리스는 속으로 생각했다. ' 삼십번 곱하기 세 번이면 구십 번이네. 누가 세기라도 할까? ' 잠시동안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더니 아까 그 떨리는 목소리가 다른 노래를 불렀다.
' 오, 거울 나라 주민들이여, ' 앨리스가 말했지, ' 가까이 오시오! 날 보고 듣는 것은 영광이고 즐거움이니 함께 식사하고 차 마시는 건 높은 특권이지. 붉은 여왕, 흰 여왕, 그리고 나와! '
그리고 다시 합창이 이어졌다.
꿀과 잉크로 잔을 가득 채워라, 아니면 마시기 즐거운 것이면 무엇으로든 재와 모래를, 양털과 포도주를 섞어라 그리고 앨리스 여왕을 맞이하세. 구십 번 곱하기 아홉 번!
「 구십 번 곱하기 아홉 번! 」 앨리스는 절망적으로 반복했다. 「 아, 언제 끝나지! 당장에 들어가는 게 낫겠어 」 그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앨리스가 나타나자 그 순간 주위는 적막에 휩싸였다. 앨리스는 긴장한 채로 커다란 방을 걸어가며 탁자를 죽 훑어보았다. 손님들은 50명쯤 되어 보였으며 가지가지의 생물들이 다 모여 있었다. 들짐승, 날짐승, 게중에는 심지어 꽃들도 있었다. ' 초대할 때를 기다리지 않고 와줘서 기뻐 ' 앨리스는 생각했다. ' 난 누구를 초대해야 할지 몰랐을 테니까! ' 탁자의 상석에는 의자가 세 개 있었다. 붉은 여왕과 흰 여왕이 두 자리를 이미 차지하고 있었고 가운데 자리 하나가 비어 있었다. 앨리스는 너무 조용한 것에 조금 어색해하며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누군가가 말을 걸어주기를 고대하였다. 이윽고 붉은 여왕이 말을 꺼냈다. 「 수프하고 생선 요리를 놓쳤어! 육류 요리를 가져와! 」 하인들이 양고기 다리를 앨리스의 앞에 놓았다. 앨리스는 전에 고깃덩어리를 베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그것을 걱정스럽게 쳐다보았다. 「 부끄러워하는 것 같군. 자 양고기 다리에게 소개시켜주지 」 붉은 여왕이 말했다. 「 앨리스, 양고기야. 양고기, 앨리스야 」 양고기 다리는 접시에서 벌떡 일어나 앨리스에게 살짝 절을 했다. 앨리스는 무서워해야 할지 재미있어해야 할지 모른 채 얼떨결에 인사를 받았다. 「 한쪽씩 드릴까요? 」 앨리스는 이렇게 말하며 칼과 포크를 들고 양쪽의 여왕을 번갈아 쳐다봤다. 「 물론 안 되지 」 붉은 여왕이 아주 단호하게 말했다. 「 인사한 상대를 자르는 것은 에티켓이 아니야. 고기를 치워라! 」 하인들은 양고기를 가져가고 커다란 건포도 푸딩을 대신 가져다 놓았다. 「 제발 건포도 푸딩은 소개시켜주지 마세요 」 앨리스가 급히 말했다. 「 그러면 저녁 동안 아무 것도 먹을 수 없을 거예요. 조금 드릴까요? 」 하지만 붉은 여왕은 뿌루퉁한 얼굴로 불만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 푸딩, 앨리스야. 앨리스, 푸딩이야. 푸딩을 치워라! 」 하인들이 너무 재빨리 푸딩을 가져갔기 때문에 앨리스는 인사를 받을 여유도 없었다. 앨리스는 붉은 여왕만 명령을 내릴 수 있으란 법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번 시험해볼 심산으로 앨리스는 외쳤다. 「 여기, 푸딩을 도로 가져와! 」 그러자 푸딩이 금방 요술처럼 나타났다. 푸딩이 너무 커서 앨리스는 양고기한테 느꼈던 것처럼 조금 수줍음을 느꼈다. 하지만 앨리스는 수줍음을 억누르고, 한 조각 잘라서 붉은 여왕에게 건네주었다. 「 이렇게 무례할 수가! 」 푸딩이 말했다. 「 내가 너의 한 부분을 잘라내면 어떨 것 같아! 」 그 목소리는 두껍고 지방이 많은 것 같이 들렸다. 앨리스는 한마디도 하지 못하고 가만히 앉아서 푸딩을 쳐다보고 있었다. 「 말 좀 해 」 붉은 여왕이 말했다. 「 푸딩한테만 말하게 하다니 어처구니가 없군! 」 「 오늘은 시를 아주 많이 들었어요 」 자신이 입을 떼자 주위가 죽은 듯이 조용해지고 모든 시선이 일시에 집중되는 걸 느끼고 조금 겁먹은 앨리스가 말했다. 「 그리고 참 신기하게도, 그 시가 전부 어떻게든 생선하고 연관이 되어 있는 거예요. 여기 사는 사람들이 왜 그렇게 물고기를 좋아하는지 아세요? 」 앨리스는 붉은 여왕에게 물었다. 붉은 여왕의 대답은 초점에서 빗나간 것이었다. 「 생선이라면... 」 여왕은 입을 앨리스의 귀에 바짝 대고 아주 느리고 침울하게 말했다. 「 흰여왕 폐하가 아주 재미있는 수수께끼를 알아. 모두 시로 돼 있지. 모두 생선에 관한 얘기고. 읊어보라고 할까? 」 「 붉은 여왕 폐하가 그렇게 말씀하시다니 참 친절하시구나 」 흰 여왕이 앨리스의 다른 쪽 귀에 대고 중얼거렸다. 그 목소리는 비둘기가 구구하고 우는 듯한 소리였다. 「 아주 재미있을 거야! 해볼까? 」 「 그러세요 」 앨리스는 아주 공손하게 말했다. 흰 여왕은 기쁘게 웃고 앨리스의 볼을 살짝 쳤다. 그리고 시를 외우기 시작했다.
' 첫째, 물고기를 잡아야 해 ' 그건 쉽단다, 아기라도 잡을 수도 있지. ' 다음으로, 물고기를 사야 해 ' 그건 쉽단다. 1페니를 주면 살수 있단다.
' 이제 물고기를 요리해 줘! ' 그건 쉽단다. 1분도 안 걸릴 거야. ' 접시에 놓아줘! ' 그건 쉽지, 이미 놓았으니까.
' 이리 가져와, 먹게! ' 접시를 탁자에 놓은 건 쉽지. ' 접시 뚜껑을 열어! ' 아, 그건 할 수 없을 것 같아 어렵겠구나!
아교처럼 달라붙어서 접시의 덮개를 꽉 붙들고 있어, 그 한가운데 있는데 어느 것이 더 쉬울까? 접시 덮개가 없는 물고기와 접시 덮개가 있는 수수께끼 중에?
「 잠시 동안 생각해보고 답을 해봐 」 붉은 여왕이 말했다. 「 그 동안 우리는 너의 건강을 위해 건배할 테니까. 앨리스 여왕의 건강을 위해! 」 여왕이 목소리를 높여 외치자 모든 손님들이 즉시 마시기 시작했다. 하지만 모두 아주 이상한 방식으로 마시고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잔을 소등기처럼 머리 위에 뒤집어쓰고 얼굴로 흘러내리는 것을 빨아먹었다. 다른 사람들은 유리병을 뒤집어서 탁자의 가장자리로 흘러내리는 포도주를 받아 마셨다. 그 중 세 명은 (캥거루 같이 생긴) 구운 양고기 접시로 기어들어가 열심히 육수를 핥아먹기 시작했다. ' 여물통속에 들어간 돼지 같군! ' 앨리스는 생각했다.
「 간단한 연설로 고마움을 표시해야지 」 이렇게 말하며 붉은 여왕은 얼굴을 찌푸렸다. 이 말에 앨리스가 순순히 조금 겁먹은 표정으로 일어나자 흰여왕이 속삭였다. 「 우리가 도와줄 거야 」 「 정말 고마워요 」 앨리스도 대답으로 속삭였다. 「 하지만 그러지 않으셔도 잘해낼 수 있어요 」 「 그렇지 않을 걸! 」 붉은 여왕이 단호하게 말했다. 그래서 앨리스는 아주 정중하게 그렇게 해달라고 부탁하려고 애썼다. (' 이건 강요로 한 거야! ' 앨리스가 후에 자신의 언니에게 만찬의 경과에 대해 이야기 해줬을 때 이렇게 말했다. ' 그들이 날 눌러버리려고 하는 것 같았어 ') 사실 앨리스는 연설을 하며 그 자리에 그대로 서있기가 아주 어려웠다. 두 여왕이 앨리스를 하늘로 날려버릴 것 같이 양쪽에서 세게 밀어댔기 때문이다. 「 전 감사를 드리려고 일어섰습니다 」 앨리스가 말을 꺼냈다. 말하면서 몇 센티 미터는 하늘로 붕 떴다. 하지만 탁자의 모서리를 잡고 있었기 때문에 다시 내려올 수 있었다. 「 조심해라! 」 흰여왕이 두 손으로 앨리스의 머리카락을 붙잡고 비명을 질렀다. 「 곧 무슨 일이 벌어질 거야! 」 그때 (앨리스가 후에 묘사한 바에 따르면) 가지가지 일들이 한꺼번에 벌어졌다. 촛불은 모두 천장까지 자라서 꼭대기에서 불꽃놀이를 하고 있는 등심풀밭 같이 보였다. 포도주병은 접시 한 쌍씩을 들고 급히 날개처럼 달았다. 그리고 포크를 다리 대신 달고 여기저기로 퍼덕거리며 날아다녔다. ' 꼭 새 같군 ' 앨리스는 갑작스런 변화에 두려워하면서도 속으로 생각했다.
바로 이때 앨리스는 거친 웃음소리가 옆에서 들려오자 흰 여왕에게 무슨 일이 있나 해서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여왕 대신에 양고기 다리가 의자에 앉아 있었다. 「 나 여기 있어! 」 수프 그릇에서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앨리스는 다시 고개를 돌려 여왕이 넓적하고 사람 좋게 생긴 얼굴로 앨리스를 보고 빙그레 웃으며 그릇의 가장자리에 앉아 있다가 수프 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보았다. 한시도 쉴 틈이 없었다. 이미 손님들 중 여럿이 접시에 누워 있었고 수프 국자는 탁자로 올라가 앨리스의 의자 쪽으로 걸어와서 길을 비켜달라고 요구하고 있었다. 앨리스가 벌떡 일어나 탁자보를 양손으로 쥐며 외쳤다. 「 더 이상 못 참겠어! 」 그리고 탁자보를 한번 확 잡아당기자 접시, 쟁반, 손님, 촛대가 한꺼번에 마루로 떨어져 깨어졌다. 「 그리고 너! 」 앨리스는 이 모든 장난의 일으킨 장본인이라고 생각되는 붉은 여왕을 무섭게 쳐다보며 말했다. 하지만 여왕은 그 옆에 있지 않았다. 여왕은 갑자기 작은 인형만한 크기로 줄어들어 탁자 위에서 자기의 뒤에 달려있는 망토를 쫓아 즐겁게 빙빙 돌고 있었다.
보통 때 같았으면 앨리스는 이 광경을 보고 놀랐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앨리스는 무언가를 보고 놀라기에는 지나치게 흥분하고 있었다. 「 너! 」 탁자위로 내려앉은 포도주병을 뛰어 넘으려고 하는 붉은 여왕을 잡아채고 말했다. 「 널 흔들어서 작은 고양이로 만들어 버릴 거야! 두고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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