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가끔 장미꽃과 충돌한다 - 김영남
맑은 날 나는 창가의 장미꽃과 충돌했다. 제일 크고 예쁘게 핀 것과 여러 번 충돌했다. 갑자기 부딪히니 아팠다. 눈이 아팠고, 생각이 아팠고, 옛날이 아팠다.
날씨가 너무 맑아 난 장미꽃과 다시 한번 충돌했다. 난 아픈 부위를 문지르며 그녀에게로 간다. 그녀는 내게 멋진 장소에서 커피를 마시자고 했다. 장미꽃이 날 때렸다고 그녀에게 일렀다. 손톱으로 꼬집고 침으로 찔렀다고...... 그랬더니 험하게 할퀴지 않은 것은 장미꽃이 아니라고, 진짜 장미꽃은 따귀를 때려오는 것이라고, 그래서 집에선 기를 수 없는 게 장미꽃이라고 주장했다. 그 주장이 나는 너무나 공허해 가져온 보리차를 엎질러 버렸다. 그녀는 날 때린 장미꽃을 탁자 위에 놔두고 찻집을 나가버렸다. 나는 장미와, 아니 장미가 아닌 것과 충돌했다. 돌아와 그 꽃을 쓰다듬어 주었다. 그랬더니 그 꽃이 나를 걱정스런 모습으로 쳐다보았다. 걱정 속에서 난 처음으로 향기로운 명상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아름다운 꿈도 오래도록 꾸게 되었다. 날마다 새로운 장미꽃 친구들도 내 창가를 찾아왔고 나는 더 이상 장미꽃과 충돌하지 않았다. - 시와 세계 (2004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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