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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설일 : 2008/08/21
 

흔히들 하는 이야기 가운데 하나가 '고시생 뒷바라지 했는데 합격하더니 차버리더라'라는 것이다.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옛날 드라마/영화 같은 곳에서는 심심찮게 나오는 이야기였다.
비슷한 이야기들도 많이 들었다. 국정원/한국은행...그밖에 어디를 들어가면 여자를 갈아버리더라는. 경찰간부/7급공무원쪽에서도 그런 얘기가 있는 것 같고. 금감원에 있는 내 친구는 사귀던 여자-조건이 좋지는 않다-랑 결혼할 때 직장에서 다 뜯어말리더란다. 이런 이야기들은 '뒷바라지' 얘기는 안 나오는 것이 고시생 이야기와 다르다.
아무튼, '고시합격후 변심'은 있을 수 있는 이야기들이고, 그럴 법한 말들이다. 얼마전엔 행시붙고 그런 짓했다가 소송까지 간 신문기사도 있었지? 오늘도 웹에서 몇년 뒷바라지 했더니 사시합격후 차버리더란 글을 봤다. 그 글을 보고, 예전에 했던 생각이 떠올랐다.

고시생 뒷바라지 다 하고나서 붙은 다음 차였다는 말은 저렇게 많은데, 왜 애인 뒷바라지로 공부하는 고시생은 없지?

물론 결혼하고 공부하는 사람들은 있다.
다른 일을 하다가 뒤늦게 고시준비를 시작해서 결혼 후에 공부를 하는 사람들도 있고, 2차시험 치고서 발표전에 결혼했는데 합격하지 못해 계속 공부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런 사람들은 여자 뒷바라지로 공부한다고 봐야지. 자기가 모아놓은 돈으로 공부하든, 친가돈으로 공부하든 아내 뒷바라지가 있다고 봐야겠지. 그런데 '합격후 이혼 스토리'는 들어본 바 없다. 따라서 제낀다.

다시 말해, 일반인들 사이에서 '애인의 뒷바라지로 고시합격 후 다른 여자와 결혼했다'는 말은 많이 떠도는데, 정작 고시생들 사이에서 '애인의 뒷바라지로 공부하는 사람'을 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다는 말이다.
나는 조용히 내 할 일만 하는 사람이라, 소문도 가장 늦게 듣는다. 다른 사람 다 아는데 나만 모를 수도 있다. 그래서 마당발인 친구녀석[물론 고시생]에게 물어봤다. 여자 도움받아 공부하는 사람도 있냐? 하니, '요즘 그런게 어디있냐?'는 턱도 없다는 반응. 물론 모든 걸 비밀로 하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런데 나같은 왕따가 아닌 이상, 하루이틀도 아니고 함께 사는 사람들 사이에서 그런 비밀 지키기 쉽지 않고, 일단 새 나오면 그런 소문은 잘 퍼지게 되어 있다. 나나 내 친구들이 대한민국 고시생 다 아는 것도 아니고, 고시촌에 첩보조직을 만들어 둔 것은 아니지만, 애인뒷바라지로 공부한다는 것이 흔한 일은 아닌 것 같다.

대신 그런 얘긴 좀 있다. 이른바 '보험'.
양다리로 고시생 사귀다가, 합격하면 고시생 잡고/떨어지면 다른 남자에게 가버린다는 이야기.
같은 남자들이나 사귀는건 아닌 그냥 아는 여자들도, 고시준비한다고 하면 '저놈 어찌될지 모르니 알아는 두자'해서 종종 연락은 하는데 뭐. 그런 면에서 이해가 안가는 것도 아니다. 어찌보면 양다리 걸치기 참 좋은 상대가 고시생이기도 하다. 나같은 경우, 평일/일요일에는 집에서 먹고자고공부하고, 운동할 때나 밖으로 나간다. 그러니 토요일만 같이 있어주면, 양다리 걸쳐도 알 수가 없다. 다른 고시생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여기저기 다니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래봐야 갈 수 있는 곳은 뻔하다.

고시생때 알고 지내다가, 고시합격 후 멀어지면 섭섭하긴 할 거다. 고시합격 후 이별은 더 하겠지. 그러다보면 안좋게 말 하고 싶은 건 인지상정이다. 뒷바라지 이야기도 그렇게 해서 나오는게 아닐까 싶다.

그렇더라도, '고시생 뒷바라지했다'고 하려면, 최소한 학원비를 여자 카드로 긁었다던가, 고시식당 월식권을 여자가 끊어주는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나도 어떤 친구에게 돈을 몇번 빌려준 적이 있다. 그 녀석 합격 후에도 우리가 연락할 것 같지는 않다[그녀석이 글러먹었다는 게 아니라, 친해지려해도 서로가 잘 안맞는다]. 그 친구가 붙은 뒤, 내가 '내 뒷바라지로 그 녀석이 붙었다'고 하면, 웃기지 않을까? 남녀관계에서 남녀가 서로 생각하는 게 다르다보니, 여자쪽에서 보는 '뒷바라지'가 남자쪽에서 보는 뒷바라지와 다를 수는 있지만, 도시락 싸가지고 몇번 찾아간 것 정도로는 뒷바라지라 보기 힘들 것 같다[사시1/2차 시험장에 여자친구가 도시락 싸들고 찾아오는 것도 그리 많지는 않다. 적어도 내가 시험본 곳에서는 몇 안되었다. 1차 시험장에서는 하난가 봤지 아마? 그 학교는 싸온 도시락 먹일만한 곳이 한 곳 뿐이었는데도 그랬다].

글이 쓸데없이 길어졌다. 언제나처럼 별 내용은 없고. 예전 일로 맺음말을 갈음할까 한다.

또다른 친구와 그 녀석의 동아리 사람들[법대동아리라서 다 고시생들]과 함께 걷는데, 그 녀석 동아리 선배[우리과 선배인데, 난 모르는 사람이다]얘기가 나왔다. 몇년[4년이던가? 생각이 잘 안난다]사귄 여자친구가 있었는데, 사시합격 후 헤어지고 미인과 결혼했다고. 내가 친구에게 '야, 그 사람 상종하지 마라'고 하려는데[아니, 말을 했던가? 생각이 잘 안난다], 그 사람 사정이야기가 나왔다.

몇년간 사귀면서, 그 여자의 동생도 마침 고시생이라 도와주고는-뭘 얼마나 도와줬는지는 모르겠다. 밥 한두번 사면서 이런저런 도움될 만한 이야기 해주는 정도 아니었을까?- 했단다. 그런데 알고보니 그 여자가 선배를 '보험'으로 만난 것이었다나? 다행히 사시합격 뒤에는 이를 알게 되었다. 그렇게 헤어지고 나서 몇달을 참 힘들어했다고. '사시합격 후 만난 미인'은 사법연수원에서 함께 공부하던 스터디 사람이었다.

그 선배와 헤어진 여자는 뭐라 말하고 다닐까? 사정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양다리 얘기 절대 안하고, 몇년 사귀었는데 합격하니 헤어졌다고만 말한다는데 한 표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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