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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설일 : 2008/08/21
 

새끼 고양이 기르실 분 글 남겨주세요.--고칩니다. 결국 방안에서 기르게 되었네요. 글은 이소리저소리로 옮깁니다./ 다시 고칩니다. 이젠 산에두고 돌보게 되었습니다-- 품종은 순종 도둑고양이입니다. ^^;;

토요일 오후, 집 뒷산에서 새끼 고양이가 어미를 부르더군요. 그러다가 옆집까지 내려와서 계속 어미를 찾았습니다. 오늘까지 어미를 찾는데, 어미는 오지 않더군요. 새끼를 데려온 지금도 새끼찾는 소리가 안 들리는 것을 보니, 아마 어딘가에서 죽은 것 같습니다.

오늘 저녁, 저희 집과 옆집 사이 담벼락 바로 밑에서 하도 울기에 먹을 것만 주고 오려고 담을 넘었는데 [미리 말씀을 드려 허락을 받는 것이 도리입니다만, 토요일부터 계속 고양이들이 울어대도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고, 불이 꺼져 있으며, 일부러 주위에 다 들리도록 어머니와 계속 큰소리로 말을 하면서-그집의 옆집에서 두번 내다보시더군요-한참을 있었는데도 아무 인기척도 없는 등 아무도 안계신 것 같아 실례를 범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세째녀석을 찾으러 골목길에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보니 불이 켜져 있더군요. 아무튼 이 자리를 빌어 사과드립니다], 빗방울이 한두방울씩 떨어지는데-데리고 오니, 언제 그랬냐는 듯 아무일 없더군요. 제가 갈등할 때만 두세방울 떨어졌습니다.- 비 피할 곳도 없는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서 떨고 있는 것을 보니, 놔두었다가는 이 겨울에 그냥 얼어죽을 것 같아 데려오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담벼락 바로 밑에 한마리만 있는 것 같았는데, 좀 떨어진 곳에서 한마리가 또 울어대더군요. 그래서 두마리를 데려오니, 또다른 한마리가 어딘가에서 울어댔습니다. 골목길을 돌아다니면서 여기저기 찾아보니 아까 그 집의 뒷편에 있더군요. 그래서 마저 데려가려고 가니, 신기하게도 저를 쫓아오더군요. 앞의 두녀석은 나름 키킥거리고 할퀴며 반항을 했는데, 이녀석은 그런 것도 없습니다. 세마리 모두 주먹만한 녀석들입니다. 나름 싸워보겠다고 제 손을 할퀴어 보지만, 안아플 정도로요.

저희 집에서 진돗[준 사람 말로는. 하는 짓을 보면 영 아닙니다만..]개 세마리를 기르는 데, 이녀석들 취미가 고양이 물어죽이기인 터라, 저희 집에선 기를 수가 없습니다. 지금은 개들이 못 가는 보일러실에 넣어두었습니다만, 거긴 한평도 못되는 곳이라서 뭘 기를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그래서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쌀가게/청과상/화훼상 기타 고양이가 필요하신 곳, 그밖에 고양이 기르고 싶으신 분들 글 남겨 주세요.-- 어쩌다 보니 방안에서 기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글은 알림에서 이소리 저소리로 옮깁니다. 다시 고칩니다. 산에 두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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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9일 밤: 개 먹이 주려고 했던 것과 우유를 먹였습니다. 게걸스레 먹더군요. 우유는 그냥주니 먹을 줄을 몰랐는데, 개먹이에 적셔 주니 먹는 요령을 알았나봅니다. 배불리 먹고 나니, 어미를 안 찾습니다. 개사료도 조금 주었는데, 먹으려 애는 쓰는데 딱딱해 못먹기에, 물에 넣어 두었습니다. 밤새 다른 새끼 고양이/어미가 있는지 귀 기울여 보았습니다. 환청이 들릴 정도로 귀기울였습니다만, 다른 고양이 소리 두번 난 것 말고는 별다른 소리를 못들었습니다[만약 새끼를 찾는 어미였다면 한번 야옹하고 가버리진 않았겠죠. 몇번은 불렀겠지요. 두번 다 한번 야옹하고는 가버리더군요. 그리고 새끼들도 그 소리에 화답하지 않았습니다.]

*11월 10일 오전: 도둑고양이 새끼라서 그런지 전혀 소리내지 않고 밤을 보냈습니다. 박스에서 나와 보일러실 어딘가에 숨어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제가 둔 그대로 박스안에 있더군요. 어제 밤 불려둔 개사료를 주니 잘 먹습니다. 저를 따르는 한마리만 제가 오니 야옹거리며 제 주위를 맴도네요. 전에도 두어번 도둑고양이가 사람을 따르는 것을 본 적이 있었는데, 이런 녀석을 또 만나게 되었군요. 나머지 두마리는 여전히 저를 싫어합니다. 어차피 좀 크면 달아나서 도둑고양이로 살아갈 녀석들이니, 그냥 사람에게 경계심을 갖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습니다.

*11월 10일 점심: 나무상자에 모래흙을 채워, 일 치를 곳을 만들어주었습니다. 나무상자를 넣어주며 보니, 이미 한 구석에 작은 일을 치렀더군요. 두녀석은 저를 싫어하면서도, 가보면 으슥한 구석이 아니라 제가 넣어준 종이박스 안에서 있고, 먹을 것이 그냥 있는데도 제가 있을 때만 먹는 것 같습니다. 왜그런지는 모르겠네요. 참, 가장 처음 찾아낸 녀석 한쪽 눈에 눈꼽이 많이 있었는데, 이젠 없습니다. 잘먹고 푹 쉬니 괜찮아진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두마리는 꼬리가 아주 짧습니다. 마치 잘라낸 것처럼. 장애가 있는 것인지, 괜찮은 것인지 모르겠네요. 셋다 암수는 모르겠습니다. 배쪽을 보긴 했는데, 털이 워낙 많아서 잘 안보입니다. 그렇다고 헤집어 보자니, 사람 손길 많이 타는 것도 안좋을 것 같아, 그냥 모르는 채로 지내기로 했습니다.

저를 따르는 녀석은 아주 이상합니다. 먹을 것도 마다하고 저에게 오더군요. 팔을 기어올라서[발톱이 날카로와 옷을 걸고 올라갈 수 있습니다] 제게 안겨있으려 합니다. 제가 문닫고 나오면, 야옹거리며 저를 부릅니다. 처음에도 몇미터 밖에서 저를 향해 달려오기에, 뭘 잘못알고 이쪽으로 뛰어오나보다 했는데, 그게 아니었나봅니다. 저보다 앞서 누군가가 돌봐주었는데, 저를 그 사람으로 착각한 것은 아닐까 생각해봤지만, 그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누군가 돌봐주었다면 이틀내 울어대진 않았겠죠. 또 처음 우유를 주었을 때 먹을 줄 몰랐거든요. 멀리서 얼핏 보았을 때는 몰라도, 이렇게 계속 안기는데, 냄새가 다르다는 것을 모를 수 없습니다. 예전에 도둑고양이 가운데 사람을 따르는 녀석들을 두어번 마주쳤을 때도, 이정도는 아니었습니다. 가까이 가면 도망을 안가고, 먹을 것 주면 먹는 정도였죠.

개들에게 미안합니다. 고양이 새끼라고, 잡아죽여야 한다고 난리법석인데, 그냥 무시하고 있거든요. 여러 해 지내오면서 충성을 다했는데, 처음 본 고양이새끼들 편을 드니 서운할만도 합니다. 예전에도, 참새가 샷시에 갇힌 것을 구해준 적이 있습니다. 새를 꺼내서 놓아주자, 처음 참새를 찾아낸 녀석이 아주 서운해 하더군요. 그걸 왜 놔주냐고. 아마 지금도 비슷한 심정이 아닐까 합니다. 아직 별 말이 없긴 합니다만.

11월 10일 저녁: 가끔 한번씩 울고 가는 고양이 때문에 걱정 많이 했습니다. 저게 혹시 어미 아닐까? 아니면 내가 못보고 온 새끼가 더 있는 것이 아닐까? 두어번 울 때마다 나가봤습니다만, 찾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다행히 제방 창문 앞에서 울더군요. 얼른 나가보았습니다. 이제 막 어미품을 떠났을 법한 녀석이더군요. 제가 데리고 있는 녀석들보다 훨씬 커서 형제는 아니고, 그렇다고 새끼를 낳았을만큼 크지는 않습니다. 아마 다 컸다고 어미가 떠났는데, 아직 어미를 찾고 있는 듯한 눈치였습니다. 어쩐지 새끼 고양이들이 대답을 안하더라니.. 아무튼 이제 안심입니다.

11월 10일 밤: 일이 이상하게 되가네요. 고양이 새끼들을 둔 보일러실은 셋집 화장실과 벽하나를 두고 있습니다[저희 집은 다가구주택입니다]. 그런데 세들어 사는 사람들이 부모님께 전화를 했군요. 가까운데서 고양이 소리가 나니 무섭다느니, 밤늦게 들어와 피곤한데 잠이라도 잘 자야하지 않겠냐느니..
사실 그녀석들은 거의 안울거든요. 제가 보일러실에 있을 때/제가 떠난 직후에만 저를 따르는 녀석[다른 녀석들은 안웁니다]이 조금 웁니다[보일러실 바로 위가 제방이라서, 울면 제가 모를 수 없습니다]. 도둑고양이 새끼라서 본능적으로 그러는 것 같습니다. 어미도 없는데 울어대서 천적을 불렀다가는 살아남기 힘들겠죠 [물론 제가 구해오기 전에는 어미가 하도 안와서 불렀던 것이죠. 먹을 것 잘 먹여놓고 오는데 울어댈 이유는 없습니다]. 시끄럽게 울어대는 것도 아니고, 새끼라서 아기울음소리 같은 소리를 내는 것도 아닙니다. 따라서 그사람들이 고양이 소리에 시달린(?) 건 일요일 저녁 잠시와 월요일 오전과 저녁 잠시 뿐입니다. 낮에는 그사람들이 일하러 가니까요. 결국 난 고양이 싫다 치워라쯤 되는 소린데, 자기 집도 아닌 곳에 둔 걸 저러니 솔직히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11월 11일 아침: 어머님께서 제 방 화장실에 두면 어떻겠냐고 물어보시네요. 사실 저도 제방에서 기르기로 마음먹었거든요. 제방에서 자던 개에게 미안합니다만.. 방은 고양이들에게 내줘야겠습니다[저희집은 개를 집안에서 기릅니다]. 방문에 철망으로 문을 하나 더 달려고 합니다. 개가 못들어가면서도 서로 익숙해질 수 있도록.

아침에 먹이를 주는데, 일을 보더군요. 다행히 기생충은 없었습니다. 저를 싫어하는 녀석들도, 이젠 제 손가락을 가지고 장난을 치네요. 물론 지금도 절 싫어합니다만.

11월 11일 점심: 점심 먹자마자 동네 철공소들을 돌며, 개가 못들어오게 방문에 달 문을 알아봤습니다. 불황이라 기대를 하고 갔는데, 웬걸 다들 일하러 나가 없고, 있는 곳은 가진 알미늄그릴 구멍이 너무 큰데다가 그나마도 지금은 안된답니다. 빈 곳에 전화도 걸어봤는데, 그곳도 마찬가지로 지금은 안된다네요. 에이 내가 만들지 하고 자재파는 곳을 가보니, 아예 관심도 없더군요. 800*900짜리 철망문 하나 만드는 것 따위는 별로 돈이 안되니까요.

터덜거리며 집에 오니, 어머니께서 뒷산에서 기르면 어떻겠냐고 하시더군요. 제가 아버지와 사이가 안좋거든요. 제가 무슨 일을 하건 한마디 하셔야 하고, 제가 뭘 만들어 놓으면 싹 뜯어버리는 분인데, 역시나 이런 일을 그냥 넘어가실리 없습니다. 결국 뒷산에 가져다 놓고 돌보기로 했습니다. 막무가내로 버티기도 뭐한 것이, 끝이 뻔히 보이거든요. 방에 철망 문 달아놓고 기른다해도 다른 일 아무 것도 안하고 지킬 수는 없으니, 언젠가 한두번은 개가 방에 들어가거나 고양이가 방을 나오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면 예전에 우리집에 들어왔던 다른 고양이처럼 말그대로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며-꽤 섬뜩합니다- 죽게 되죠. 계속 보일러실에서 감옥생활을 하게 만들 수도 없구요.

나름 햇볕이 드는 곳을 골랐습니다. 종이박스안을 잘 채우고, 다른 박스를 갈라 외벽을 세웠습니다. 예전에 조경공사하느라 잔디 떼를 쌓아뒀다가 말라죽은 것들이 있길레 잔뜩 가져다 둘레에 쌓아주었습니다. 한참을 그러는데 공사하시는 분들이 잔디도둑[지난 여름에 던져둬서 다 죽은 잔디를 훔쳐가 뭐하겠습니까]인줄 알고 뭐하냐고 하시더군요. 몇걸음 떨어지지 않은 곳에 쌓는 걸 보시고는 다행히 이해해주셨습니다. 물이 배지 않는 개사료푸대 세개를 찢어서 덮고, 비닐 두겹을 더 덮었습니다. 아마 집만은 못해도, 야생에서 그보다 따뜻한 곳은 찾기 쉽지 않을 겁니다.

보일러실에서 나온 녀석들, 마냥 좋아서 뛰놀더군요. 그런데 저를 따르던 녀석은 눈치를 챘는지 춥지도 않은데 바들바들 떨더군요. 녀석들을 집[?]속에 넣어주는데, 배가 빵빵한 것이 묵직했습니다. 그동안 양껏 먹었으니까요[그거 딱 하나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일하다가 테잎이 다 떨어져 내려오는데, 저를 따르던 녀석이 제가 안보일 때까지 바라보더군요. 빨리 테잎과 물을 가지고 다시 갔습니다. 일을 마무리 짓고, 먹을 것을 놔두고 얼른 뛰어서 내려왔습니다. 그녀석이 따라올까봐.

가장 걱정이 추위입니다만, 먹을 것도 걱정입니다. 먹을 것을 많이 두면 다른 고양이나 짐승이 와서 뺏어먹고는 새끼들까지 죽일까봐 걱정되네요. 그냥 제가 자주 가서 조금씩 먹여야겠습니다.

11월 11일 밤: 저녁먹고 다시 가봤습니다. 불러도 안나오길레, 다른 곳으로 가버렸나 죽었나 걱정했습니다. 조금 있다가 나오더군요. 저를 싫어하던 녀석들은 좀 친해지나 싶더니 다시 쌀쌀해졌고, 저를 따르던 녀석도 조금 덜 따릅니다. 이게 서운한게 아니라 마음 든든하더군요. 다른 고양이[조금 밑으로 내려가면 다른 고양이들이 자주 와있는 곳이 있거든요]가 와서 해칠까 걱정했었는데, 해결책을 찾았습니다. 짐승들이 하는 경고를 해두었거든요. 그 주위에 제가 작은 일을 봐두었습니다. 밤이었으니까요. ^^;; 개나 그밖에 짐승들이 하는 방식인데, 그만큼 확실하지 않을까 해서요.

처음 산에 다시 가져다 둘 때는 기분 정말 더러웠습니다. 죽도록 내버려두는 것 같아서요. 그런데 생각해보니, 보통 개집보다는 훨씬 따뜻하게 해두었고, 자주 가서 일을 봐두면 다른 고양이가 와서 해칠 일도 없을 것 같습니다. 녀석들이 저를 좀 쌀쌀맞게 대하는 것을 보니, 보일러실이나 제방에 가둬길렀다면 바보고양이가 되었을 뻔했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기분이 괜찮아졌습니다.

11월 12일 아침: 해가 뜨고 가봤습니다. 역시 별일 없었습니다. 두고갔던 먹이도 거의 다 먹었는데, 얘들이 먹었는지 다른 고양이들이 와서 먹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먹이를 만들어줘도 잘 안먹는 걸 보니 얘들이 먹은 것 같기도 한데... 좀 나와있다가 추워서인지 바로 다들 들어가더군요. 저를 따르던 녀석도 금방 들어가버렸습니다. 이녀석이 제가 떠나는데 잡지 않고 먼저 들어가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서운한게 아니라 대견하더군요. 다만 덜덜 떨고 있는 것과, 들었을때 배가 어제만큼 빵빵하진 않다는 것이 좀 걱정입니다.

11월 12일 점심: 점심먹고 가봤습니다. 셋이 나란히 앉아 해바라기를 하고 있더군요. 그걸 보니 감옥살이 시키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는 생각이 다시 들었습니다. 배가 홀쭉해져있더군요. 게걸스레 먹습니다. 먹이는 것은 별다를게 없는데.. 아마 추위때문에 에너지 소모가 많은가 봅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먹여야겠습니다. 위를 덮은 비닐은 테잎으로 대강 붙여놨었는데, 비닐끈으로 묶어두었습니다. 바람에 날리지 않도록. 그리고 빗물이 들어가지 않게 둘레에 도랑을 파두었죠. 낮에는 등산로/주택가에서 훤히 보이는 곳이라, 일을 볼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미리 병에 담아갔습니다. ^^;; 좀 지저분하긴 하지만, 짐승들 길목이 될만한 곳에 여기저기 뿌려두었습니다.

11월 12일 밤: 저녁먹고 가봤습니다. 부르니 한참만에 나오더군요. 역시 게걸스레 먹어대더군요. 다시 배를 통통하게 불려놨습니다. 처음 산에 가져다 놓고 난 다음엔 많이 차가와졌었는데[뭔가 눈치를 채긴 챘나봅니다. 저를 따르던 녀석은 박스에 담겨 옮겨질 때 계속 발톱으로 긁으며 울부짖었거든요], 이젠 더 친해졌습니다. 버린 건 아니라는 것을 느꼈나봅니다. 이 게으름뱅이들이 집앞에다 일을 보아 놓았군요. 이런 때 어미는 먹어버리는데, 제가 그것까지 따라할 순 없고, 낙엽으로 집어서 던졌습니다. 그런데 멀리가서 떨어지진 않네요. 저를 따르는 녀석은 제가 있을 때 일을 보니, 아마 저를 싫어하는 녀석들 짓인 것 같습니다.

저를 따르는 녀석은 암컷이더군요. 이녀석은 늘 제 팔다리를 잡고 올라오기에 왜 그러나 했는데, 제 얼굴까지 올라오는게 바람이었나봅니다. 사실 장갑/신발/옷 때문에, 제 살갗을 직접 볼 수 있는 곳이 얼굴뿐이거든요. 얼굴까지 못 올라오면, [쪼그리고 앉아 있을 때] 제 가슴 근처에서 저에게 파묻혀 있는 것을 좋아합니다.

집에 넣어줘도 계속 다시 나오길레, 그냥 두고 왔습니다. 오면서 멀리서 비춰보니 먹을 것을 다시 먹고 있군요. 이녀석들, 잘 먹고 물러섰다가도, 누구 하나가 다시 먹기 시작하면 다시 달려들어 먹거든요. 먹을 것을 남겨놓고 오길 잘 한 것 같습니다. 아직 다른 고양이가 와서 뺏어먹진 않는 것 같아요. 하긴 그렇게 뿌려댔으니까요. ^^;;

11월 13일 아침: 피곤해서 늦게 일어났습니다. 그래서 아침먹고 가봤죠. 먹을 것을 좀 남겼더군요. 하기사, 잘먹는다고 많이 놔주고 왔으니까요. 그런데 이제는 저를 싫어하던 녀석들도 저를 싫어하지 않더군요. 두번째로 찾아낸 녀석은 저를 따르기까지 했습니다. 이녀석도 처음부터 저를 따르는 녀석처럼 내 얼굴에 가까이 와보려 하나 싶어서, 들고서 얼굴을 가까이 댔습니다. 코를 할퀴더군요. -_-;; 그런데 이녀석 눈꼽이 좀 많이 있네요. 병은 아니길 바랍니다.

개사료푸대 세개가 더 있길래, 갈라서 집에 덮어줬습니다. 비닐과 종이가 두세겹으로 되어 있어서, 물도 배지 않고 따뜻할 것 같아서요. 그러고 나니 비닐/사료푸대로 된 덮개가 꽤 커져서, 둘레를 돌로 눌러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돌을 주워다가 둘레에 잘 눌러주니, 이제 웬만한 바람에는 날리는 일이 없을 것 같습니다.

아참, 저를 싫어하던 녀석들도 암컷이더군요.

11월 13일 점심: 점심먹고 가봤습니다. 멀리서 제가 다가가는 것을 얼핏 보더니, 두녀석은 쏜살같이 집안으로 뛰어들어가는데, 한녀석이 제게 달려오더군요. 예, 그녀석이요. 기분이 좋은게 아니라 걱정이 되네요. 이녀석 도둑고양이로 살아가야 하는데.. 이녀석들 이름을 붙여줄까 하다가도, 그래서 그만두게 됩니다. 전 그녀석들 주인이 아니라 친구일 뿐이고, 좀 자라면 제 갈길 가야할 녀석들이니까요.

걱정이 또 생겼습니다. 제가 개 세마리와 같이 살다보니, 제 옷 여기저기엔 개 냄새가 배어있을 겁니다. 가끔 길에서 개들이 제게 와서 킁킁거릴 때가 있는 걸 보면 확실하죠. 그런데 이녀석들이 개냄새에 익숙해져, 위험을 못느끼게 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그래서 일부러 개를 데리고 다닐 때 끼는 목장갑은 안끼고 가는데, 옷에 밴 냄새는 어쩔 수 없거든요. 더 나아가, 나중에 저 보러 온다고 우리 집에 왔다간[오는 길을 알지도 몰라요].. 끝장입니다.
그리고 이녀석들의 집이 길에서 좀 벗어난 숲속에 있긴 합니다만, 노인들이 많이 머무는 곳에서 그리 멀진 않습니다. 신경통에 좋다고 잡아먹을까봐 걱정되네요. 이런 말 하면 안되겠지만, 보고 있으면 노인에 대한 공경이 사라지게 만드는 사람들도 좀 있는 것 같거든요.

아무튼, 먹이 남긴 것 옆에 새로 먹이를 더 놔주고, 물을 더 부어주었습니다. 처음엔 꼭 물을 따로 부어뒀는데, 그래봐야 먹지도 않았습니다. 먹이에 물을 많이 부으면 물에 닿기 싫어서 먹이를 못 건져먹길레, 좀 불었다 싶으면 물을 따라내고 주었는데, 이젠 목이 말라서인지 물을 먼저 마실 때도 있거든요.

한쪽에, 지난 여름 잔디 떼를 대강 쌓아두었다가 죽은 것이 더 있길레, 가져다 쌓았습니다. 낙엽으로 덮어주려 했는데, 모아서 가져오기도 쉽지 않고, 바람불면 다 날릴 것 같거든요. 보통 개집보다는 훨씬 낫지만, 아무래도 걱정이 되서요.

11월 13일 밤: 눈꼽이 있던 녀석은 눈꼽이 없어졌더군요. 다행히 눈병은 아닌 듯 합니다. 세번째로 찾은 녀석이 쪼그려 앉은 제 무릎으로 기어올라와서는 머뭇거리더군요. 왜그러나 했더니, 제 얼굴을 핥네요. 사료냄새가 풍기는 입으로. ^^;; 고양이 혀는 까칠까칠한데, 이녀석은 워낙 어려서 그런지 느낌이 개혀같습니다. 개들이 핥는 건 좋다는 뜻인데, 고양이는 왜 핥는지 모르겠습니다. 좋은 뜻으로 그러는 것 같습니다만.

11월 14일 아침: 이제 한 시름 덜었습니다. 스티로폼으로 된 일회용 아이스박스 하나를 찾았거든요. 감자떡이 배달될 때 받은 것인데, 어머니께서 어디 쓸 데가 있을지 모른다고 두셨던 것입니다. 구멍을 하나 뚫고, 파고들어가서 잘 수 있도록 안을 채워넣었습니다. 물이 흘러가도 괜찮도록, 땅바닥에 나무토막 몇개를 놓고 그위에 올려놓았습니다. 그냥 둬도 비가 들이치진 않겠지만, 플라스틱 판으로 지붕을 만들고, 종이박스를 펼쳐 가림막을 만들어 세우고, 개사료푸대와 비닐 따위를 덮었습니다. 비닐끈으로 날아가지 않게 묶은 다음, 겉에 잔디떼를 입혔습니다. 멀리서 보면 잔디더미쯤으로 보일 뿐이니, 다른 사람들은 잘 모를 겁니다.

앞서도 여느 개집보단 낫게 지어놨다고 생각은 하면서도, 걱정이 되었거든요. 이젠 집때문에 걱정하는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한시간 반이 넘게 매달리긴 했지만, 보람이 있네요.

11월 14일 점심: 집에 잘 들어가 있더군요. 밥주고, 둘레에 뿌릴 것 뿌렸습니다. 세번째로 찾은 녀석이 땅을 파더니 일을 봤습니다. 그런데 묻는 것까진 못하네요. ^^;; 이녀석이 쪼그려 앉은 제 무릎위에 올라오더니, 머리로 제 얼굴을 미네요. 비비려는 것인가? 싫어서 하는 것같진 않은데, 무슨 뜻인지 모르겠습니다.

핫팩을 좀 샀습니다. 지금까지 날이 안 추웠던 게 참 고맙네요. 추워지기 전에, 집 다 짓고 핫팩 사둬 다행입니다. 화요일쯤 강추위가 왔더라면.. 걱정이 많았을 겁니다. 아무튼 올 겨울은 눈만 오고 비는 안왔으면 좋겠군요.

11월 14일 밤: 밥을 허겁지겁 먹더군요. 하루이틀은 배고프고, 하루이틀 배부른 그런게 있는 것인지?

11월 15일 아침: 여전히 밥을 허겁지겁 먹습니다. 밥을 적게 주진 않는데...애들이 큰건가? 기생충이 생겼나? 똥을 보니 기생충은 없는 듯 합니다만.. 밥을 좀 더 많이 줘야겠네요.

11월 15일 점심: 토요일마다 가는 곳이 있어, 얼른 갔다왔습니다. 먹을 것은 넉넉히 부어주었는데, 비맞으며[부슬비지만] 먹는 걸 보니, 비 피하면서 먹을 곳을 지어줘야 하나 생각도 들더군요. 밥도 마다하고 저에게 오려는 녀석을 다시 밥 앞으로 몇번 밀어놓고 왔습니다. 먹는 걸 보고 왔으니 좀 낫긴 합니다만, 그렇군요.

11월 15일 밤: 비가와서 밤늦게 갔습니다. 밥이 거의 그대로 남아있네요. 하루이틀 배고팠다가 불렀다가 하는 게 있나봅니다. 물에 불려간 걸 다시 가지고 돌아올 수도 없어서, 그냥 부어주고 왔습니다.

이제 두번째로 찾은 녀석이 제 동기를 가지고 사냥하는 연습을 하는군요.

11월 16일 아침: 늦게 일어나는 바람에 늦게 갔습니다. 비 그치고 날이 추워진다는 말이 있어서, 물을 좀 끓여갔습니다. 먹이가 많이 남았을테니, 먹이에 뜨거운 물을 부어서 다시 먹게 하려구요. 별로 안춥더군요. 아무튼 다행입니다. 먹이는 거의 그대로 남아있군요. 두번째로 찾은 녀석은 오늘도 제 동기를 사냥하고 있습니다.

11월 16일 점심: 가보니 초딩의 습격을 받았더군요. 초딩 둘이 뭘 어떻게 들쑤셔놨는지, 둘러친 종이박스가 허물어지고, 집이 기울어 있더군요. 사람을 잘 따르는 녀석도 좀 시달린 모양입니다. 나머지 둘은 아주 겁에 질려, 숨어서 나오질 않네요. 혹시나 하고 엄마허락 맡으면 가져다 길러도 된다고 했더니, 그럴 생각은 없나 봅니다. 이녀석들이 비밀기지 만든다고 잔디떼 쌓아둔 걸 거의 가져다 쌓다가 걸렸는데, 관리하시는 분이 그 잔디 곧 쓸 거라고 했다네요. 그래서 고양이 집에 쌓아둔 잔디를 다시 가져다 놓았습니다. 아무래도 인부들이 함부로 뜯어가다가 애들 다칠까봐서요.

11월 16일 밤: 먹이가 있는데도 안먹기에, 혹시나 해서 새 먹이를 주니 허겁지겁 먹네요. 물에 불려줘서 그런지, 겨울인데도 먹이가 쉰 것 같습니다. 하루쯤 지났을 뿐인데.. 조심해야겠습니다.

11월 17일 아침: 역시나 허겁지겁 먹는군요. 뜨거운 물에 불려줬습니다.

11월 17일 점심: 날이 추워 뜨거운 물을 가져갔습니다. 역시 허겁지겁 먹네요. 자꾸 물에 불린 먹이를 발로 밟고 먹는데, 그러다 발에 얼음박이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목장갑으로 대강 닦아주긴 하지만... 물에 불리지 않고 그냥 줄 수도 없고...
오늘 보니, 두째가 가장 크고, 첫째가 그 다음, 세째가 가장 작네요. 사람을 따르는 것을 보고, 무녀리일지 모르겠다고 생각은 했었지만.. 좀 어리버리한 것이 걱정 되네요.

11월 17일 밤: 배가고파서인지 부르기도 전에 튀어나오길레, 먹이를 넉넉히 주었습니다. 추워서 먹고 얼른 들어가네요.

11월 18일 아침: 어제 밤에 먹이를 남겼군요. 남긴 먹이에 뜨거운 물을 부어주었습니다. 다른 그릇에 부어준 물은 얼음막대가 되어 있습니다. 핫팩을 넣어줄 걸 후회하고 있었는데, 다들 무사해 다행입니다. 오늘 밤은 넣어줘야겠어요.

11월 18일 점심: 아침나절 게으름 피우다가 하루가 바빠졌습니다. 그래서 가서 먹이에 뜨거운 물 부어주고 먹는 것 조금만 보다가 바로 왔네요. 날이 추우니까 걔들도 먹자마자 들어가고, 저도 마냥 한가한 건 아니라 바로 오게 됩니다.

11월 18일 밤: 밥먹고나서, 추위에 세째는 얼른 집에 들어가는데, 첫째/둘째는 깡총깡총 뛰노네요. 마치 토끼처럼. 다른 고양이처럼 잘 달리지는 못합니다만, 몇걸음 정도는 잽싸게 뛸 수 있습니다. 하기사 춥다고 계속 틀어박혀 있었으니 심심하기도 할 겁니다.

핫팩을 넣어줬습니다. 공기중에서 몇분 흔들면 된다기에 좀 흔들었더니, 살짝 온기가 느껴지더군요. 그래서 웬만큼 따뜻해질때까지 흔들려고 한참을 뒤적거리며 속을 섞었습니다만... 뜨끈하진 않더군요. 화상을 입을 수도 있다느니 어쩌구 하기에 걱정까지 했는데 뭐 이런가 싶습니다. 그래도 없는 것 보다는 낫겠지 싶어서 넣어줬습니다.

그런데 두째가 가장 센가보네요. 혼자서 집에 들어앉아 다른 녀석들을 못 들어오게 합니다. 세째는 저와 친하니-첫째는 그걸 부러워하더라구요- 적당히 들여보내 주는데, 첫째가 들어가려니 꽤 오래 버티네요. 이게 장난으로 그러는지는 모르겠습니다.

11월 19일 아침: 제가 좀 늦게 가서 그런지, 나와서 기다리고 있네요. 미안합니다. 그런데 핫팩은 찢겨져 돌아다니고 있네요. 넣어주지 말아야겠습니다.

11월 19일 점심: 나와서 놀고 있더군요. 날이 추워도 나와 놀고 있는 걸 보니, 좋습니다. 찬찬히 보니, 복부비만이 심각하군요. 하지만 보기 좋습니다.

11월 19일 밤: 세째가 땅을 파고 일을 보긴 하는데, 아직도 다시 묻진 못하네요. 설사도 했습니다. 탈난 건 아니어야 할텐데.

11월 20일 아침: 세째는 별일 없습니다. 밥주러 왔다고 달려와서는, 얼른 달라고들 하네요. 확실히 먹는 게 늘었습니다. 날마다 보는 제 눈에도 크긴 컸군요.

11월 20일 점심: 이젠 밥주러 가면 부스럭 소리 듣고 얼른 달려나오네요. 처음엔 한참 불러야 나왔는데. 아무튼 둘째는 얼른 먹이 내놓으라고 난리고, 세째는 제 신발에 올라오는 게 낙인가 봅니다. 다행히 추위가 한풀 꺾이나 봅니다. 첫째는 자꾸 먹이를 안먹고 돌아다니네요.

11월 20일 밤: 여전히 첫째는 돌아다니고, 세째는 설사를 좀 합니다.-21일 아침에 보니 이상은 없습니다.

이젠 쓸 거리가 있을 때만 쓰려합니다.

11월 21일 밤: 첫째가 눈꼽이 껴서 한쪽 눈을 못 뜨는 군요. 전에도 한쪽 눈에 눈꼽이 좀 많았던 적이 한두번 있긴 했는데, 이번처럼 심하진 않았습니다.

11월 22일 아침: 첫째의 눈꼽이 조금 덜하긴 합니다만, 지금도 눈을 다 뜨진 못합니다. 내일까지 나아지지 않으면, 병원을 데려가 봐야겠습니다.

11월 22일 점심: 눈꼽이 거의 없습니다. 다 나은 것인지, 잠시 가라앉은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더 지켜봐야겠어요. 참, 초딩의 습격을 다시 받았습니다. 녀석들이 얼마 안떨어진 곳에 기지를 세우고 주말이라 다시 왔습니다. 세째는 녀석들에게 안겨서 시달리고 있고, 첫째와 둘째는 겁에 질려 집안에 틀어박혀 있습니다. 갈 곳이 있어서 밥만 주고 바로 왔는데, 잘 먹었나 모르겠습니다.

11월 26일 첫째가 눈병 앓던 때 즈음부터, 녀석들이 계속 설사를 합니다. 처음부터 사료만 줘서, 배탈날 일은 없었는데.. 아마 누군가가 뭔가를 주고 간 것 같습니다. 언젠가는 녀석들이 물을 들이켜는 걸로 봐서, 짭짜름한 사람음식을 준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어제도 고양이먹이 통조림 하나가 뒹굴고 있더군요. 녀석들의 집 입구가 넓혀져 있고. 예전에도 한번 그런 적이 있었습니다[초딩의 습격을 받은 때 말고]. 초딩들 짓과는 달리, 깔끔하게 마무리 되어 있더군요. 그걸 봐서, 아마 입구를 넓혀주고 싶어서 나름 열심히 고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입구가 넓어지면, 추위도 그렇고, 고양이들이 은신처가 드러나서 불안해 합니다. 그래서 다시 고쳐놨습니다.
그리고 오늘 아침, 고양이 기르고 싶으시면 데려가시라고 쪽지를 써놨습니다. 데려가실지는 모르겠습니다.

아침에 먹이를 주고 내려오는데, 둘째[가장 덩치 크고 사나운 녀석]가 안타깝게 울면서 저를 배웅하더군요. 배가 고픈 건 아니고, 이녀석이 왜이러나 싶었지만, 하도 울어대길래 다시 집에다 데려놓았습니다[그런데 제가 다가가니 피해요. 어?]. 아무튼 데려다 놓고 다시 내려오니, 또 안타깝게 울면서 따라옵니다. 그러다가 주택가에 들어서자 제 갈길을 가더군요. 계속 울어대는데, 그건 제갈길 가는 것이 불안해서였나 봅니다. 아직 그다지 날쌔지는 못한데.... 아주 떠난 것인지, 잠시 이리저리 둘러보고 다시 돌아올지는 모르겠습니다.

둘째가 저를 따라올 때,나머지 두녀석도 집 주위에서 안타깝게 울어대더군요. 첫째도 원래는 둘째와 맞먹을 정도의 덩치였는데, 설사때문에 요즘 세째보다 조금 클 뿐입니다. 그래서 첫째는 조금 더 머물지 않을까 싶습니다.

11월 26일 점심: 둘째가 돌아와 있었습니다. 점심을 주고 내려오자 또 따라 내려와서, 주택가에 이르자 울면서 제갈길 가더군요. 밤에 가니 또 돌아와 있었습니다. 밤에 돌아올 때는 첫째도 따라 내려오더군요. 이녀석은 며칠 더 있을 것 같았는데... 밤에 세째만 남기고 두마리가 내려왔습니다. 다시 돌아올지도 모르겠습니다만.

11월 27일: 모두 다 돌아와 있군요. 비가왔습니다. 그래서 다들 그냥 집에 틀어박혀 있기로 했는지, 제가 내려와도 따라오질 않네요.

11월 28일: 밤에 제가 내려올 때 세마리가 따라 내려오더군요. 세째는 조금 오다 돌아간 것 같고, 첫째와 둘째는 주택가 근처까지 따라왔습니다. 이젠 울지는 않고 조용히 오네요.

11월 30일: 상황 끝났습니다. 점심때 가보니, 여중[고?]생 셋이 있더군요. 기르고 싶으면 가져다 기르라고 하니, 못 가져간다고 합니다. 그러려니 하고 그냥 밥주고 내려왔습니다. 밤에 가니, 아무도 없습니다. 집이 파헤쳐있고, 스티로폼박스 안에 채워넣었던 것이 빠져나와 있더군요. 주위를 둘러보니, 핏자국 따위는 없습니다. 밤이긴 해도, led라이트라서 꽤 밝게 볼 수 있거든요. 핏자국 따위가 없고, 집 파헤쳐진 꼴로 보아 짐승 짓은 아닙니다. 사람이 데려간 게 아닌가 싶어요. 아마 겁많은 첫째[둘째도?]가 집안에서 끝까지 안나오고 버티다가 끌려나온 게 아닌가 싶습니다.

며칠전에는 미숫가루가 담겼던 듯한 비닐 봉지가 뒹굴고 있었고, 어젠가도 고양이 사료 통조림 세개와 생수병이 뒹굴고 있었는데, 그게 여자애들이 한 것 같아요. 다른 사람일지도 모르구요. 아무튼, 산에 모여있는 노인들이 신경통 때문에 잡아간 것만 아니면 다행입니다.

혹시나 다시 돌아올까해서, 집에 속을 다시 채워넣고, 파헤쳐진 것 대강 덮어놓았습니다. 앞으로도 가끔 가보려 합니다.

고양이들과 짧았던 인연이 여기서 끝난 듯 싶습니다. 사실 고시낭인 주제에 이 녀석들 때문에 날마다 시간 버리는게 마뜩찮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쪼그려 앉아 있으면, 무릎으로 기어올라와서 저를 핥거나 무릎위에 나란히 앉아 있을 때, 마음속에 뭉쳐있던 것이 많이 풀렸습니다. 비록 입에선 사료냄새가 났고, 엉덩이털에 달린 똥덩어리 때문에 구린내가 풍기긴 했지만. 그동안 즐거웠고, 고마웠다. 잘 가라. 잘 살아.
아, 이젠 개들에게 미안할 일 없겠네요. 개들에게도 그동안 미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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