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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설일 : 2008/08/21
 

1.노무현 영결식 때 경찰이 노란색 스카프/리본 등을 거두어들였다고 한다. 그 전에는 미네르바가 구속되었고.
근거없는 이야기에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 폭력사태로 번졌던 촛불집회를 생각해보면, 공안당국의 과민반응을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법치주의가 이 정도 일로 흔들릴 줄은 몰랐다. 지난 촛불집회는, 비록 폭력사태로 변질되었지만, 시위가 축제로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하지 않았던가. 게다가 공세에 대응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것이 저 모양일 줄이야.

무엇보다도 큰 문제는, 저런 일들을 바로잡을 제도상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는 가이다. 검찰의 행동은 법원에서 -일단은- 막았지만, 경찰의 저 행동은 국가배상과 헌법소원을 청구해야 할텐데 잘될까? 국가배상은 위법성이 인정되어도 몇 푼 안나올테고, 헌법소원은 본안까지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2. 그렇다고 민주주의를 내세우는 반대 편에 설 수도 없다.
나는 노무현을 좋아하지 않았고 유시민을 싫어하지만, 노무현이 저렇게 죽어야 할 사람은 아니라 생각하고, 유시민이 영정 앞에서 담배 한 개피를 바치는 사진을 보고 울컥했다.

그런데 요즘 돌아가는 걸 보면, 이건 정말 아니다.
재임 중 비리 혐의를 덮어두겠다는 것은 좋다. 죽음으로 갚았으니까.
그의 죽음을 계기로 수사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주장도 -좀 더 알아보고 생각해봐야겠지만- 그 취지에는 전적으로 공감한다.
하지만 비리혐의로 수사받다가 자살했을 뿐인 사람이 민주주의의 상징, 지켜주지 못한 꿈으로 둔갑해 버린 것은 동의할 수 없다.

3 노빠들이 통곡하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다른 사람들은 덩달아 왜 저러는지 모르겠다.
노무현 재임 중 그렇게 욕하고 이명박을 찍었던 사람들이, 촛불집회때는 황당한 얘기에 들고 일어나 이명박을 까더니, 며칠전까지 비리혐의로 손가락질하던 노무현의 죽음 앞에 통곡을 한다. 노무현은 아무런 잘못도 없는데 이것저것 조작하고 고문해서 뒤집어 씌운 것으로 믿고 있었다가 저런다면 모르겠지만, 얼마전까지 노무현측 변명에 사람들이 보이던 태도는 비웃음 아니었던가?

봉하마을 사람들이 보여주는 태도도 이해가 안간다. 봉하마을은 원래부터 진보성향이 강한 곳이었던가?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합천사람들이 전두환에게 보여주는 태도와 다른 건 뭔가? 철원이 고향이신 아버지 친구분께서, 철원에 도읍을 세운 궁예를 기리는 동네 노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라서는, 궁예의 복권을 시도하는 소설을 쓰시는 것을 보면...이게 하루이틀 된 이야기는 아니지 싶다.
나 자신도 비뚤어진 것 같다. 조갑제의 말은 또 헛소리하는구나하고 그냥 넘어가게 되는데, 진중권의 말은 아주 거슬린다.


우리나라의 법치주의와 민주주의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무척 허약한 듯 싶다. 이게 하루이틀 사이에 고쳐질 수도 없을 것 같다.
사람들도, 나 자신도 돌아보면 한숨만 난다.


덧붙여서, 위에 수사관행 바로잡자는 주장은
http://www.lawtimes.co.kr/LawNews/News/NewsContents.aspx?kind=AD&serial=47184&page=1
내가 더 알아볼 수 있는 상황은 아니고, 생각해 봐야할 것은 대강 이렇다.
가.외국은 정말 공소제기 이전에는 브리핑도 없고 보도도 안할까? 규정상이 아닌 실제에서도? 미국의 경우, 공소제기의 의미가 우리와는 다르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와 수평비교가 불가능할 수 있다는 말이다.

나.일반적인 경우라면 저 주장이 백번 지당하다. 하지만 정관계인사의 비리혐의라면 조금 더 생각해봐야하지 않을까?
이러네저러네해도 지금 우리가 50년대 같은 막장상황은 아니다. 검찰에서 언론에 유력인사의 수뢰사실에 대해서 발표할 정도면, 상당부분 혐의가 인정되는 상황이라고 봐야하지 않을까? 그런 상황이라면 피의자의 인격권 등과 공인의 수뢰혐의라는 사안에 대한 국민의 알권리의 충돌로 볼 수 있을게다. 앞의 것이 뒤의 것보다 상위라고 단언할 수 있을까?

내가 그냥 찬성하지 않고 한번 더 생각하게 된 까닭 가운데 하나는, 무죄판결이 꼭 피고인의 순결을 뜻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법원에서는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야만 유죄판결을 한다는데, 그건 무죄판결을 받은 경우도 살펴보면 상당히 수상한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무죄판결을 받은 사안 가운데, 돈이 오간 것은 맞는데 구성요건을 모두 충족하지는 못한 경우도 있지 않을까? 유죄판결 뒤에나 보도할 수 있다고 보면, 이런 경우는 다 빠져나간다는 이야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생각해 본 것은 대강 이쯤이다. 내가 저 바닥에 있어 본 적이 없어서 딱 잘라 말하지는 못하겠고, 그냥 좀 더 알아보고 생각해봐야겠다고 말할 수 밖에 없다.

뒤늦게 조금 더 해 본 생각.
유죄판결전에 멋대로 예단하고 떠드는 것은 물론 반대다. 그게 정관계 인사의 비리혐의든 뭐든. 그러면 그런 상황이 벌어지는 것은 막아야 하지 않을까? 언론보도가 되면 그 다음엔 사냥이 벌어질 것은 뻔한 일일테니까.

내가 생각했던 것은 국민들이 어떤 혐의로 이런 절차가 진행중이란 것은 알아야하지 않을까였는데, 알려주면 그다음엔 사냥이 벌어질 것 같다. 물론 언론에서 제대로 써주고 읽는 사람도 제대로 이해하면 그런 일이 없겠지만, 가까운 장래에는 그런 일이 없을 것 같다. '당분간은' 저런 주장에 따라야 하는 것일까?

역시나 모르겠다.

http://www.lawtimes.co.kr/LawNews/News/NewsContents.aspx?kind=AD&serial=47357&page=1
법무부에서 수사공보제도개선위원회를 만든단다. 법무부에서도 저러는 걸 보면, 내 생각이 짧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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