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강해졌다. 공격은 날카롭고 허리는 튼튼하며 수비는 단단했다. 한 경기, 그리고 강팀과 치른 경기는 아니었지만 지난 시즌보다 좀 더 강해진 그들을 확인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경기였다. 지난 7일 광양 축구전용구장에서 펼쳐졌던 '2009 K-리그' 개막전 경기에서, FC 서울이 전남 드래곤즈를 6-1라는 어마어마한 스코어로 대파하고 시즌을 상큼하게 시작했다. 이 경기에서 서울은 90분 내내 상대를 완벽하게 압도하는 뛰어난 경기력을 보여줬고, 상대인 전남은 젊고 강한 서울의 그런 공세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말았다.
지난 시즌에도 챔피언 결정전까지 오르며 강팀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줬던 서울이지만, 이번 시즌에는 좀 더 강하게 단련된 모습을 첫 경기부터 선보이며 다관왕을 향한 가능성을 제시해 보였다. 그리고 그렇게 더 강해진 서울에는 세 명의 핵심 선수들이 있었다. 김치우와 이청용 바로 기성용이 그들이다.
▲ 팔방미인에서 득점력까지 장착한 김치우
지난 시즌 서울로 이적한 김치우는 매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선수 가운데 한 명이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세대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중간에 낀 일명 '골짜기 세대'지만, 그는 K-리그와 대표팀에서 자신에게 주어지 임무를 잘 수행하며 빠른 기량 발전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김치우는 자신의 원래 포지션이었던 왼쪽 측면 수비수에서, 중앙 미드필더 혹은 왼쪽 측면 미드필더까지 여러 포지션을 소화하며 팀의 부족한 부분을 메워주는 팔방미인이었다.
그런 김치우가 2009 시즌 개막 첫 경기에서는 뛰어난 득점력까지 장착하고 나서며 한 단계 더 도약했음을 증명했다. 김치우는 전남과의 개막전에서 전반 12분 한태유의 크로스를 깔끔한 헤딩 슈팅으로 마무리하며 팀의 선제골을 뽑아냈고, 후반 10분에는 멋드러진 중거리 슈팅을 득점으로 연결하며 이 경기에서 유일하게 두 골을 뽑아냈다.
탁월한 활동량과 끈질긴 수비력 그리고 투지로 똘똘 뭉치며 팀에 없어서는 안 될 행주와 같은 역할을 하던 그가, 이제는 득점력이란 무기를 장착해 팀의 해결사까지 해내고 있는 셈이다. 팀 승리에 밑거름이 되는 선수에서 팀 승리를 책임질 수 있는 선수로의 진화 가능성을 보여준 경기였다.
▲ 공격적 재능에 경기 운영 능력까지 더한 기성용
지난 2008년 기성용은 한국 축구 최대의 발견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최고의 한해를 보냈다. 소속팀인 서울에서는 물론이고 대표팀에서도 120%의 역할을 해내며 10대라는 어린 나이가 믿기지 않는 활약을 펼쳐보였다.
그랬던 기성용이 약관(20세)의 나이에 들어선 2009년에는 한층 더 성숙한 기량으로 계속 성장하고 있음을 증명했다.
기성용은 이번 경기에 전체적인 경기를 조율하는 중앙 미드필더로 출전해 팀의 6-1 대승을 이끌었다. 공격과 수비 조율 능력도 탁월했고 수비 지원과 공격 가담 등 중앙 미드필더가 해야 할 일들을 빈틈없이 처리했다. 상대가 공격을 강화하면 수비에서의 틈을 노려 공략했고, 수비를 단단히 하고 있으면 뛰어난 패싱력으로 공간을 만들어 냈다. 기성용의 이런 환상적인 지휘에 힘입은 서울은 결코 쉽지 않은 상대인 전남을 상대로 무려 여섯 골의 폭풍을 일으키며 시원스러운 대승을 거둘 수 있었다.
매서운 공격력에 정확한 킥력 그리고 날카로운 득점력까지. 미드필더가 갖춰야 할 거의 모든 것을 갖추고 있었던 기성용이, 이제는 중원 사령관의 필수 항목인 탁월한 경기 운영 능력에서도 조금씩 완성도 높은 경기를 보여주고 있다.
▲ 탁월한 개인기에 시야까지 넓힌 이청용
뛰어난 스피드와 날렵한 몸놀림을 무기로 한 이청용의 개인기를 그만의 특징적인 장점이었다. 이제 21살의 그가 허정무 감독의 부름을 받으며 대표팀의 주전 자리를 꿰찰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런 개인기를 중심으로 한 그의 능력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청용은 경기력에 기복을 갖고 있었고, 측면 미드필더로서 갖춰야 할 넓은 시야를 보유하지 못했다는 점이 아쉬웠다. 득점보다는 도움에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하는 측면 미드필더는, 반대편 동료의 움직임도 정확히 읽어낼 수 있는 넓은 시야를 갖고 있어야 한다.
그랬던 이청용이 전남과의 개막전에서 무려 세 개의 도움을 기록하며, 자신의 개인기에 더할 수 있는 좋은 패스라는 무기까지 더했다. 이는 자신과 볼 이외에 다른 동료를 보는 시야가 향상됐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이청용이 이번 경기에서 기록한 도움은 단순히 주변 선수들에게 볼을 내어주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상대 수비와 동료의 위치를 파악하고 정확한 판단에 이은 빠른 타이밍의 패스를 내줬기에 가능했다. 그리고 이는 경기장 전체를 볼 수 있는 넓은 시야가 없다면 불가능한 것이었다. 이청용은 이 경기에서 경기장을 좀 더 넓게 볼 수 있는 안목을 길렀음을 세 개의 도움으로 증명한 것이다.
가지고 있던 능력에 조금씩 더 발전된 무기를 갖고 나타난 김치우와 이청용 그리고 기성용. 다관왕을 노리는 우승 후보 서울을 이끄는 그들의 발전이, 앞으로도 쉼 없이 진행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