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난초의 웅대한 전략 ( 1 / 2 부 )
사진 감상 먼저 ~



































식물군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며, 학계에 알려진 종만해도 3만여 종에 달하는 난초는 무척 교묘한 속임수를 쓴다. 색깔이나 향기나 생김새 등에 걸친 난초의 풍부한 위장 전술에 식물학자나 진화생물학지들은 탄복해 마지 않았다. 찰스 다윈도 난초에 깊이 심취하여 < 난초의 재생산 전략 >이라는 주제로 책 한 권을 썼을 정도이다. 그러나 생물학자들은 최근에 와서야 난초가 왜 그렇게 지독한 사기꾼 노릇을 하는지, 번식이나 생존, 생태계에서의 위치와 같은 중요한 문제에서 다른 식물들과 어떤 차이점을 갖고 있는지 정확히 알아냈다. 난초의 생태를 세세히 살펴보면, 어떤 식물은 일찍부터 자주 번식을 하는 반면 어떤 식물은 당당한 태도로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자신들의 유전자를 확실히 물려주는 방법을 선호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아름다움이 보는이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생김새와 냄새가 마치 암벌과 같은 난초는 먹이를 찾아 돌아다니던 수벌에게 저항할 수 없는 유혹의 미끼를 던진다. 또 어떤 난초는 암컷 말벌을 빼닮은 탓에 수컷 말벌들이 들러붙어 수시로 난초의 꽃가루 주머니를 들었다 내렸다 한다. 이를 위사(僞似) 교미라고 하는데, 물론 아무리 열심히 운동을 해도 이 수벌은 새끼 말벌의 아버지가 될 수가 없다. 단지 이 난초의 정자에 해당하는 물질을 저 난초의 씨방처럼 생긴 부위로 전해주어 가루받이들 시켜줄 뿐이다. 어떤 난초는 썩은 고기의 냄새를 풍겨서 근처에 날아다니는 파리를 유혹한다. 그런가하면 어떤 난초는 다른 꽃의 아름다움과 향기를 흉내내기도 한다. 전통적으로 꽃의 세계에서는 꿀을 제공하고 곤충들이 찾아오게 하는 것이 예절이건만, 인색한 난초는 굳이 귀중한 음료를 만들어 내지 않는다. 그저 속임수에 빠진 어리석은 벌에게 꿀대신 끈적끈적한 꽃가루 덩어리를 줄 뿐이다. 그러다보니 난초꽃 속에서 빠져나오는 벌 중에는 꽃가루 덩이가 너무 무거워 제대로 날지 못하는 벌도 있다. 난초들이 흉내내는 동식물과 난초의 닮은 점을 세세히 살펴보면, 곤충들이 자기 주위의 세상을 어떻게 지각하고 어떤 감각 능력을 갖고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모든 난초들은 몇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가장 두드러진 공통점은 입술꽃입과 속기둥이다. 잎술 꽃입은 삐쭉튀어 나와 있어서 활주로처럼 곤충들이 내려앉도록 유도한다. 그리고 속기둥에는 꽃가루 주머니와 씨방이 들어 있다. 난초는 정자에 해당되는 꽃가루를 다른 난초에 보내기도 하고 다른 난초의 꽃가루를 받아들이기도 하지만, 자가 수분을 할 수 있는 종은 거의 없다. 따라서 난초가 자신의 유전자를 전파하려면 가루받이를 해줄 매개체가 필요하다. 그리고 일단 가루받이를 하고 나면 수정된 씨앗이 꽃자루 밖으로 자란다.
또한 난초에게는 다소 기생적인 특성이 있다. 난초 씨앗은 크기가 먼지 입자밖에 되지 않아 단백질이나 영양소를 품을 수 없다. 따라서 일단 씨방에서 나와 땅에 떨어진 난초의 씨앗은 근처에서 자라는 균류에게서 영양분을 얻어야 살아갈 수 있다. 난초들은 저마다 다른 균류에 기대어 싹을 틔운다. 공짜로 얻는 것만이 난초의 유일한 생계수단인 듯하다. 많은 난초들은 나무에 붙어사는 착색식물이다. 나무에서 영양분이나 수분을 빼앗지는 않지만, 새의 배설물이나 썩은 나뭇잎 또는 비에 씻겨 내려온 물질에서 비타민을 얻기 위해 뿌리를 대롱거린다. 하지만 게으르다는 사실만으로 난초를 온전히 설명할 수 없다. 난초들은 대개 파멸을 자초하는 속성을 조금씩 갖고 있는 듯하다. 난초가 가루받이를 해줄 곤충들한테 비열한 속임수를 쓰기때문에 곤충들은 난초를 피하려고 한다. 예를 들어 어떤 난초는 새총과 비슷한 장치를 사용하여 자신의 꽃잎에 앉은 꿀벌에게 꽃가루가 든 캡슐을 쏘아 보낸다. 꽃가루 캡슐을 얼마나 세게 쏘는지 벌들이 그 캡슐에 맞고 나가 떨어지는 경우를 흔희 볼 수 있다. 이렇게 호되게 당하고 나면 벌들은 이내 저격수 같은 난초를 피하게 된다. 개불알꽃이라는 난초과의 식물은 꿀이 흠뻑 고여 있는 것처럼 보이고 달콤한 냄새까지 풍기지만 실제로 꽃속을 들여다보면 바싹 말라 있다. 역시 야비한 속임수이다. 벌이 맛있는 꿀을 얻으려고 아랫입술 모양의 꽃잎에 내려앉으면, 개불알꽃은 윗입술 모양의 꽃잎을 덮어 벌을 가두어버린다. 벌이 도망갈 곳이라곤 뒤쪽으로 난 통로밖에 없다. 꿀벌이 밖으로 나가려고 애쓰다 보면 꽃가루 기둥을 지나치게 되고 자기도 모르게 꽃가루 주머니를 집어들게 된다. 한번 그런 일을 겪은 벌은 다시는 개불알꽃 근처에 가지 않으려 할 것이다. 하지만 벌이 경계심을 품게 되면 난초의 입장에서는 아주 곤란하다. 같은 벌이 두번은 속아주어야 가루받이가 완성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꽃가루를 묻히고, 다음에는 다른 난초의 암술에 발라주어야 가루받이가 성공하는 것이다.
한 식물학자가 매릴랜드 국립공원에서 십오년간 개불알꽃 1,000 포기의 운명을 추적했는데, 그중에 겨우 23포기만이 그곳에 사는 멍청이 벌들을 이용하여 운 좋게 가루받이에 성공했다. 난초의 번식전략에 대한 새로운 이론은 그 행동을 제법 그럴듯하게 설명해준다. 그 이론에 따르면, 난초들은 골수 도박꾼이어서 목돈을 쥘 한 번의 가능성에 모든 것을 건다고 한다. 꽃을 피우는 식물들은 대부분 해마다 수정을 하지만, 수정한 뒤 생산하는 씨앗은 딱 한 개 또는 한 줌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이와 대조적으로 난초는 대부분 번식하지 못하고 한 해를 나지만 그 중 하나라도 수정을 한다면 그것은 커다란 횡재나 다름없다. 보스톤 대학의 생물학 교수인 리처드 B. 프리맥(Richard B. Primack)박사는 이렇게 말한다. “ 난초들은 복권 시스템으로 살아간다. 수정이 될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일단 수정이 되면 수만에서 수십만 개의 씨앗을 만들어 낸다 “ 이러한 ‘ 모 아니면 도 “ 식의 전략은 난초들에게 잘 맞은 것 같다. 3만종에 이르는 난초들은 대부분 개체수가 얼마되지 않는다. 난초는 높은 나무나 외딴 곳에 드문드문 자라나는 태생적으로 휘귀한 꽃이다. 일반적으로 휘귀한 종은 과격하고 모험적이며 고도로 전문화된 번식전략을 만들어 낸다. 자신의 외딴 서식지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을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난초들은 대개 한 종류의 곤충을 집중적으로 유혹하여 가루받이의 매개로 삼는다. 그 때문에 난초는 암컷 말벌의 모습으로 진화하거나, 단 한 종류의 파리의 흥미를 끌 자극성 물질을 방출하거나, 한 종류의 벌을 유혹하여 바보하나를 두 번 속여넘기기까지 한다. 난초는 완벽하게 가루받이를 해주는 매개체를 기다릴 여력이 있다. 꽃을 피우는 식물 중에서 가장 오래 살고 천적도 거의 없는 것이다. 그 결과 다른 식물들보다 훨씬 많은 난초가 한해흫 넘기고 다음해 까지 산다. 속기쉬운 얼뜨기들이란 올 때도 있고 갈 때도있지만, 희대의 사기꾼들은 오래오래 살아남는 법이다. 제 2부 : 추가 사진 보기 - 클릭(아래) ! http://kr.blog.yahoo.com/mossben2002/2676.html
본문(발췌) 출처 : The Beauty of the Beastly by Natalie Angier, 살아 있는 것들의 아름다움 / 해나무
본문 작가 : 나탈리 앤지어(Natalie Angier) : 미국의 대표적인 일간지 ‘뉴욕타임스’에 이십 년 넘게 과학기사를 쓰고 있는 과학전문작가이다. 미시간 대학과 버나드 컬리지에서 물리학과 문학을 전공했다. 뉴욕 대학 언론대학원에 다니던 1980년 스물두 살의 나이에 과학전문잡지 ‘디스커버’의 창간 멤버로 참여했다. 유려하고 시적인 문체와 최신 과학지식을 담은 풍부한 글쓰기로 푤리처상을 비롯해 루이스 토머스 상, 미국 과학발전협회 언론상, 제너럴모터스사의 과학분야상, 전미도서상 등을 수상했다. 1994년 ‘포브스미디어가이드’에 의해 500명의 저널리스트 가운데 최상위 일곱 명 중 한 사람으로 선정되기도 했다.「자연스러운 집념들」「여자 ? 그 내밀한 지리학」등의 저서가 있다.
사진 : Ben Hur @ Arcadia Botanical Garden _ Los Angeles County Arboretum on November 17,2009
장소 : http://www.arboretum.org/ http://www.arboretum.org/index.php/visi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