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참을 지붕위에 수북하게 이고만 있던 눈 보퉁이가 슬금슬금 녹아내리면서 다시 꽁꽁 얼어버리기를 몇날 몇일을 반복하더니 어렸을적에나 보았었던 고드름이 지붕마다 삐쭉 빼쭉 매달리고 마당이며 길바닥 곳곳에는 신발바닥을 미끄러트려 놀았던 반들한 얼음판이 생겼었습니다.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 집을 나서는 누나를 매일 정거장까지 자전거로 태워다주는 일이 매우 귀찮았을 썰렁군에게는 미끄러운 길바닥이 몇일간은 핑게가 되어주었으니 좀 다행이었을지 모릅니다.
거짓말처럼 산들한 기운이 돌기 시작한 요 몇일. 쿵!쿵! 눈 뭉터기들이 처마밑으로 곤두박질을 쳐 댔고, 나는 물론 집안에서 꿈쩍도 않던 개들까지 놀라서 짖어대곤 했습니다.
햇살은 더욱 눈부셨고, 늙고 몸집이 큰 검은 고양이가 따스해진 담장을 어슬렁 어슬렁 타 넘어다니느라 강아지 콩순이가 촐싹대며 컹컹 짖어대며 수선을 피우다가 내게 야단만 맞았습니다. 나뭇가지에서 전봇대위로 콩콩 튀어오르는 작은 새들의 지저귐은 다시 다정해지고 수다스러워졌습니다.
그렇게 또 몇날을 흘려 보내고나니 연말정산에 부가세신고 서류를 챙기고 계산하느라 머리가 빙빙 돌 지경이 되었는데, 새해 새 달력은 어느새 반을 훌쩍 건너가 있습니다.
푹 해진 날씨가 수상스러워지더니 오늘은 비까지 추적추적 내립니다. 드디어,한참 희끗희끗 남아있던 바깥풍경들이 다 지워집니다.
이렇게 대문 바깥은 계속 진행형인 상태로 하루하루 달라지고 있는데, 모 이렇담! 그냥 흘려 보내는 날짜가 의미없이 지워지고 비처럼 멎지를 않습니다. 이제 그만 놀아야할텐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