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이동통신 가입자는 4600만명으로 휴대폰 보급률이 95%에 달한다. 3세 이하 유아를 제외한 국민 대다수가 이동통신사에 가입해 휴대폰을 쓰고 있는 셈이다. 통신비는 가계 지출 비중에서 4.81%를 차지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을 정도로 생활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매월 최소 3만원에서 최대 20만원까지 통신 요금을 납부하고 있기 때문에 이동통신 요금에 대해 국민은 민감해 하고 있다. 지난 11일 OECD가 회원국 대상 통신비를 조사한 결과 한국이 상당히 높은 수준인 것으로 발표되면서 본격적으로 통신 요금에 대한 논쟁이 붙었다.
시민단체들은 통신 요금이 비싼 것으로 드러났으니 요금을 당장 내리라고 요구하고 있는 반면 SK텔레콤KTLG텔레콤 등 이동통신사들은 조사의 객관성을 의심하며 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선불제 도입, 제4이동통신사 설립 유도 등 경쟁을 통해 요금을 인하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다수 전문가들은 효과를 의심하고 있는 상황이다.
◆ 얼마나 비싼가? 외국과 무엇이 다른가?
= OECD 조사 결과에 따르면 OECD 평균에 비해 연간 10달러(중량 이용)~50달러(소량 이용)가량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발표 이후 SK텔레콤 등은 "조사 방법에 따라 동일한 국가라도 순위가 크게 차이가 나는 만큼 객관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 월평균 휴대전화 요금이 낮아지고 있다(2007년 대비 11~18% 인하)는 OECD 발표를 근거로 통신 요금은 실질적으로 많이 내렸다고 주장했다. 또 착발신 요금을 모두 내는 미국이나 휴대폰 보조금을 이동통신사가 지원해주는 유럽과 한국은 시장 상황이 다르다는 근거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통사들은 "한국 통신 요금이 싼 편"이라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한국 통신 요금이 내려간 것보다 외국의 요금이 더 내려갔기 때문이다. 외국은 1인당 평균 통화시간(MOU)이 늘어남에 따라 음성 통화요금(RPM)도 같이 큰 폭으로 내리고 있는데 한국은 평균 통화 시간이 늘어났지만 이에 따른 통화 요금을 내리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많이 쓰면 그만큼 할인 혜택을 줘야 하는데 한국은 휴대폰을 쓰면 쓸수록 더 많이 내기 때문에 요금이 점점 비싸지고 있는 셈이다.
◆ 왜 인하 못하나? 기본료ㆍ가입비 필요한가?
= 통신비를 가장 확실히 인하하는 방법은 기본료를 대폭 내리고 가입비를 면제하거나 소액으로 받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시민단체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지난 수년간 끊임없이 기본료와 가입비 인하(또는 면제)를 주장해 왔다. 윤철한 경실련 시민권익센터 부장은 "이용량과 상관없이 고액의 기본료와 필요 없는 가입비를 계속 받는 것을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동통신사들은 `절대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통신 사업을 유지하고 차세대 통신망에 재투자하기 위해서는 수익이 불확실한 요금제 수입보다는 1만3000~5만원(요금제에 따라 다름)에 달하는 고정비 수입이 보장된 기본료(가입비)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즉 1000~2000원씩 할인해주기보다는 투자를 확대해서 산업에 선순환을 만들겠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이동통신사 요금 인하 요구가 있을 때마다 망내 할인(같은 이동통신 사업자끼리 요금 할인)이나 유무선 결합 상품 할인 등 다양한 할인 상품을 출시했으나 기본료를 인하하지는 않았다.
◆ 정부가 나설 수는 없나?
= 방송통신위원회는 11일 소량 이용자를 위해 단기적으로 선불요금제를 도입하고 제4 이동통신사(MVNO) 설립을 유도하는 등 시장 경쟁을 통해 요금 인하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지속적인 규제 완화와 요금 할인 등을 통해 실질적으로 지불 요금 수준을 낮추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정책 도입은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선불요금제는 휴대폰이나 이동통신을 패션처럼 사용하는 한국 이용자들에게는 맞지 않고 제4 이동통신사 도입도 이를 먼저 실행한 미국 일본 등 외국에서 실패한 사업자가 많기 때문이다.
실질적인 요금 인하 효과는 없으며 오히려 시장 실패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SK텔레콤에만 적용되는 요금인가제(통신 요금을 정부에서 인가해야 움직일 수 있는 제도) 등 사업자 과점을 유도하는 정책은 서둘러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