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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김일성은 죽었다. 2007년 지금 김일성은 여전히 죽은 사람이다. 1993년 김일성은 살아있었다. 1992년에도, 1991년에도, 내가 대학에 들어간 1990년에도 김일성은 살아있었다.
내게는 지금이 2007년이고 따라서 김일성은 죽은 사람이다. 김일성에겐 지금이 1970년이고 따라서 김일성은 살아있는 사람이다.
1994년 김일성이 마지막 숨을 거두고 세상에서 죽은 사람이 된 순간, 김일성 자신은 깊은 잠에서 막 깨어난 순간이 될 것이다. 1970년 어느 가을에 자신의 침실에서 그렇게 깨어난 김일성은 꿈을 기억하지 못한채 일어나서 평소처럼 먹고 마시고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남조선해방에 관한 공상을 펼쳐가고 있다.
그러다가 24년이 지난 1994년 김일성은 죽는다. 세상에서 죽은 사람이 된 그 순간에 김일성은 1950년 어느 봄에 잠에서 깨어날 것이다. 그리고는 군관들과 함께 남조선 해방에 관한 구체적인 잡담을 나눈다. 그러다가 44년이 지난 1994년에 김일성은 죽는다. 세상에서 죽은 사람이 된 그 순간에 김일성은 1980년 어느 호텔에서 잠을 깬다. 그러다가 14년이 지난 1994년에 죽는다.
사람은 플라우프 안에 갇힌 공기, 혹은 물과 같은 존재라서 플라우프의 한 지점을 통과한 공기, 혹은 물은 돌고 돌아서 한번 지나간 그 지점을 다시 지나가게 된다. 물론 플라우프를 역으로 돌리면 역으로 지나가게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플라우프 안에 갇힌 공기, 혹은 물이 플라우프 밖으로 빠져나가거나, 혹은 플라우프 밖에 있던 공기, 혹은 물이 플라우프 안으로 들어오거나 하는 일은 생기지 않는다라는 것이다.
즉 사람은 죽음으로서 어디론가로 간다라거나, 탄생으로서 어딘가에서 온다라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제자리를 늘 돌고 돈다라는 것이다. 그것이 우주의 법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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