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맨션 10층 계단을 내려오다 문득, 고개를 들어 바라본 저멀리 빌딩숲 사이로 보이는 새빨간 지평선, 새벽이라고 해야할 시간 5시반경에 바라본 저 하늘때문에 살짝 감동했다. 때론 너무나 선명한 모습에 가슴 쏠린다 비갠뒤 아직 채 마르지 않은 아스팔트위로 햇살이 부서질때 태풍이 깨끗이 쓸고간 청명한 푸른 하늘 일상의 어느 한컷을 잡은 너무나 선명한 사진한장 그리고 오늘아침에 바라본 검은 건물뒤로 너무나 빨간 새벽하늘의 조화 그래서 살짝 감동까지 해버렸다.
30년전, 한겨울의 어느 새벽에 뜬금없이 눈이 떠진 한 소년은 출근하시는 아버지를 배웅하기위해 쫄래쫄래 엄마따라 밖으로 나갔다가 새벽겨울의 찬 바람에 사시나무 떨듯 엄마치마폭에 안겨 추운 새벽길을 나서서 걸어가시던 아버지의 뒷모습을 오래도록 바라봤다 그때 아버지가 걸어가시던 길끝위의 너무나도 선명하던 그 아침노을이 문득 오늘 아침에 다시 떠올랐다. 돌아가신 아버지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아침노을이 너무나 예뻤기 때문이었을까 눈물이 날것같고해서 코한번 시원하게 풀었다.
나는 지금도 '아버지 보고싶습니다' 라기보다는 '아버지 미안합니다' 라고 달려가 안기고 싶다
작업(글쓰기) 하기위해 커피숖으로 갔다 사람들이 시끄럽게 떠들고 있다 김이 모락모락나는 커피한잔을 테이블 앞에 놓고 설탕 두개, 프림 세개를 넣고 저었다. 연한 갈색으로 예쁘게 바뀌어가는 커피를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without you 가 은은히 흐르는 동안 잠이 들었다. 한참뒤 정신차리고 일어나보니 시끄럽게 떠들던 사람들은 가고없고 한 여고생이 사뿐히 앉아서 노트를 펴놓고 보고있다. 정체불명의 누런 뭔가가 둥둥 떠있는 내 커피를 한모금 마셔본다 어느샌가 냉커피로 바껴져있다. 뭐 괜찮아. 달달하네 뭐
더이상 잠도 안오지만 더이상 작업 할 기분도 아니었다 하지만 꽉 막힌 지금 이 기분을 풀어줄 그 무엇도 없었기에 그냥 앉아있어 보았다. 한줄기 물을 빼고 돌아와 커피 한모금 홀짝. 그래 이 기분이야, 어느샌가 맑은 기분이 들고 그 참에 노트를 편다 20분 정도, 일사천리로 써내려간 상상속의 이야기들, 한장이 채워졌다
돌아오는 자전거위에서 부딪치는 밤바람이 시원하다 집을 나온지 다섯시간만에 이제야 겨우 세상이 선명하게 보인다 오늘 내가 건진 종이 한장이 내 밥벌이가 되어주기엔 역부족이지만 쓸쓸한 만족, 그 한움큼이 꼬리끝에 매달린 듯한 그런 기분, 밤바람에 내 미친 웃음을 흩뿌리며 가로등불 가로질러 달려간다
지난 월요일 밤 미수다에 나온 비앙카가 떠올랐다. 조권에게 키스하는 씬을 보다가 졸라 예쁘다라는 생각이 올라왔다 리드해줄께.... 나도 한번 리드해주면 안되겠냐^^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두루미가 건우에게 말했쟎냐 미안하다 건우야 내가 널 조금 갖고 놀았어... 괜찮으니 나도 좀 갖고 놀아주면 안되겠냐....^^ 내가 흘린 미친 웃음에 지나가던 개가 놀란듯 짖어댄다. 웡.웡.
보일러를 틀고 41도를 맞추고는 옷을 홀딱 벗고 뛰어들었다 물이 뜨뜨해서 그런지 코피가 나온다. 아침에 코털 자르다가 가위로 내 살을 잘랐는데 아직도 멈추지 않는군... 그러고보니 아까 맞은 편에 앉아 노트에 머리쳐박고 있던 그 여고생, 그녀 앞에 놓여있던게 커피였던가 쥬스였던가.... 비앙카는 바람둥이일까 순진할까... 두루미는 어떤 건우와 사랑해야 더 행복해질 수 있을까....
나는 왜 언제나 늘 우물쭈물하는 걸까 나는 왜 코털만 짜르지 못하는 걸까 나는 왜 비앙카와 두루미중에 하나를 선택하지 못하는 걸까
주머니에 돈을 구겨넣고, 자전거를 타고 밖으로 나간다 온동네 편의점을 다 뒤지며 내 입맛에 맞는 것들을 고른다 어떨때는 그렇게 뒤지고 다니다 서너정거장까지 가버리는 경우도 있다 며칠전엔 동네끝까지 갔다가 허탕치고 돌아와서는 결국 집앞에 있는 편의점에서 해결해따. 오늘도 아침을 해결하기위해 어슬렁어슬렁 여기저기 기웃거렸다 온기있는 밥에 따뜻한 국과 간이 잘맞는 찬이 올라오는 아침을 먹을 수 있는자들은 졸라 부러운 자들이다.....-.-
테레비를 보면서 펜을 돌린다. 너무 짧거나 너무 길어서도 안되고, 너무 굵거나 너무 가늘어도 돌리는 맛이 없다. 테레비위에 잡동사니 통이 있고, 그 안에 노란색 싸인펜이 하나 있다 언제인가부터 테레비를 볼때는 꼭 그 노란색 펜을 찾게되었다. 며칠전 테레비를 보면서 펜을 돌리다가 떨어뜨렸는데 손이 허전해서 집중이 안되었다. 그래서 펜을 찾기 시작했는데 결국 테레비가 끝날때까지 펜을 찾느라 온 집안을 다 뒤지고 말았다 펜하나 때문에 테레비를 못본것보다 방금전 발밑에 떨어뜨린 펜이 왜 부엌에 가 있는지 졸라 신기해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