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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 그 허무의 메아리여! 재앙이 뉘게 있느뇨 근심이 뉘게 있느뇨 분쟁이 뉘게 있느뇨 원망이 뉘게 있느뇨 까닭 없는 창상이 뉘게 있느뇨 붉은 눈이 뉘게 있느뇨 (잠언 23: 29) 술에 잠긴 자에게 있고 혼합한 술을 구하는 구하러 다니는 자에게 있느니라 포도주는 붉고 잔에서 번쩍이며 순하게 내려 가나니 너는 그것을 보지도 말지어다 이것이 마침내 뱀같이 물 것이요 독사같이 쏠 것이며 또 네 눈에는 괴이한 것이 보일 것이요 네 마음은 망령된 것을 발할 것이며 너는 바다 가운데 누운 자 같을 것이요 돛대 위에 누운 자 같을 것이며 내가 스스로 말하기를 사람이 나를 때려도 나는 아프지 아니하고 나를 상하게 하여도 내게 감각이 없도다 내가 언제나 깰까 다시 술을 찾겠다 하리라 (잠언 23: 30-35)
한 잔 먹사이다. 또 한 잔 먹사이다. 꽃 꺾어 수를 세며 무진무진 먹사이다. 이 몸 죽은 후면 지게 위에 거적을 덮어 꽁꽁 묶어 매어 가나, 아름답게 꾸민 상여에 실려 수많은 사람이 울면서 뒤따르거나, 억새풀 속새풀 떡갈나무 백양나무 숲 우거진 곳에 가기곳 가기만 하면, 누른 해 흰 달 가는 비 굵은 눈발 내리는 속에, 슬픔을 자아내는 쓸쓸한 바람 불 제 누가 한 잔 먹자 하겠는가. 하물며 무덤 위에 원숭이의 휘파람 소리가 쓸쓸할 때에 뉘우친들 어찌하겠는가.
송강 정철의 장진주사(將進酒辭)가 허무한 인생을 더욱 쓸쓸하게 노래한다.
 과송강묘유감(過松江墓遺感)
공산목락우소소(空山木落雨簫蕭) 빈 산엔 잎이 지고 궂은 비만 내리는데, 상국풍류차적막(相國風流此寂寞) 상국(相國)의 풍유로움이 이제는 적막하구나. 추창일배난경진(추창一盃難更進) 슬프다 한 잔 술을 다시 권키 어려우니 석무가곡즉금조(昔無歌曲卽今朝) 옛날의 그대 노래가 바로 그대로구려.
광해군 시절 자기성찰을 통한 울분과 갈등을 토로하고, 잘못된 사회상을 비판 풍자하여 이름을 떨쳤던 석주 권필이 송강의 묘를 지나며 인생의 덧없음을 노래한 것이 과송강묘유감(過松江墓遺感)이다. 청초(靑草) 우거진 골에 자는다 누엇는다 홍안(紅顔)을 어듸 두고 백골(白骨)만 뭇쳣는다 잔(盞) 잡아 권(勸)하리 업스니 글을 슬허 하노라
나중 백호 임제의 한탄을 담은 술 한잔이 그 무덤 앞에 올려진 걸 보면 사람들은 황진이를 동구밖에 내쳐 둘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일세의 명기의 죽음을 애달파한 사람들이 초라 하지만 청초 우거진 무덤을 쌓아 올린 걸 보면 썩어 없어질 육신이나마 잠깐이라도 황진이의 모습 그대로 눕도록 해주고 싶다는 갸륵한 마음이 울어났는가 보다.
무릇 산 자는 죽을 줄을 알되 죽은 자는 아무것도 모르며 다시는 상도 받지 못하는 것은 그 이름이 잊어버린 바 됨이라 그 사랑함과 미워함과 猜忌(시기)함이 없어진 지 오래니 해 아래서 행하는 모든 일에 저희가 다시는 영영히 分福(분복)이 없느니라 (전도서 9 : 5-6)
그 오래 전 이스라엘의 솔로몬 왕이 임제가 황진이의 무덤을 찾아 술 한잔을 따루어 놓고 죽은 자의 말 없음을 탄식할 것을 어찌 알았기에 이미 이런 경구를 남겨 놓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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