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잘츠부르크가 어딘지 제대로 몰랐다. 이름을 발음하기도 힘들다고 했다. ‘사운드 오브 뮤직’이라는 유명한 영화의 무대라고 했더니 “그게 무슨 영화죠?”라고 반문한다. 윽ㅋㅋ. 하긴 이제 겨우 13, 10살 된 아이들이 이 영화를 본 적이 없을 만도 하다.
어쨌거나 우리는 잘츠부르크를 빈 다음 여행지로 정했다. 나도 잘츠부르크를 잘 몰랐다. 처음에는 빈에서 스위스 취리히로 바로 가려다 기차를 무려 10시간 이상 타야 한다는 정보를 보고 중간에 쉬어갈 겸 해서 잘츠부르크에 머물기로 했다. 우리나라 여행객들은 잘츠부르크를 잘 가지 않는다고 했다. 결론적으로 잘츠부르크를 선택한 것은 대성공이었다. 그다지 크지 않은 도시지만 며칠 머물면서 편안하게 중세 유럽 도시의 풍미를 즐기고 음악도 듣고. 편안하고 천천히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여행지였다.
독일어를 주로 쓰는 잘츠부르크는 오스트리아에서 4번째로 큰 도시다. 잘츠부르크 옛 시가는 독일어 사용권에서 가장 잘 보존된 지역으로 유명하며 지난 1997년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잘자크 강이 가로지르는 이 도시는 모차르트의 고향이기도 하다. 옛 시가의 레지덴츠 광장에 모차르트 동상이 서 있다.
잘츠부르크라는 이름은 ‘소금의 성’이라는 뜻이다. 과거 이 도시 시민들이 배를 이용해 잘자크 강에서 소금을 퍼 올려 생계를 유지한데서 비롯했다.
우리 숙소는 카세르브로이 호텔이었다. 옛 시가 주택가에 위치해있다. 택시를 타고 옛 시가로 들어와 골목을 구불구불 들어가니 낡은 주택 앞에 멈춰 선다. 아내와 아이들은 다소 실망스러운 표정이다.
하지만 직원으로부터 받아든 열쇠로 호텔 방문을 여는 순간 모두 “와” 한다. 정말 이런 호텔은 처음이다. 옛날 오스트리아 사람들이 살던 그대로인 듯한 고색창연한 방이다. 방문은 물론 가구, 침대까지 어쩌면 이렇게 오래된 것일까? 정말 신기할 정도다. 침대는 많이 낡아 삐걱거리고 약간 기울기까지 하지만 호기심을 깎아내릴 정도는 아니다.
방에서 나와 1층으로 내려가니 휴게실이 있다. 그곳 역시 방과 마찬가지로 정말 오래됐다는 냄새가 물씬 풍긴다. 휴게실 가운데에는 원형 탁자가 있고 벽 쪽에는 긴 소파가 놓여있다. 여기서 얼마나 오랫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편안한 시간을 즐겼을까?
오늘 오후 일정은 간단하다. 그 유명한 게트라이데 거리를 걸어보고 돌아와 호텔 앞에서 저녁을 먹는 것. 게트라이데는 각양각색의 예술적인 간판으로 유명하다고 하는데 정말 얼마나 대단한지 궁금했다.
그런데 일정에 변경이 생겼다. 프런트에 열쇠를 맡기다가 식사와 클래식 연주 감상을 같이 할 수 있는 식당을 발견한 것이다. 아내와 상의 끝에 자리를 예약했다. 오후 7시에 연주를 시작한다니 3시간 정도 거리를 헤메다 가면 딱 맞을 것 같다.
게트라이데 거리는 호텔에서 가까웠다. 주택가 골목길을 이리저리 5분 정도 걷다보니 넓은 레지덴츠 광장이 나오고 그 한쪽 끝에 게트라이데 거리 초입이 나온다.
게트라이데 거리는 잘츠부르크에서 가장 유명한 쇼핑 거리다. 좁고 높은 주택들이 밀집해있고, 철제 간판이 매력적인 곳이다.
이 거리의 이름은 여러 번 바뀌었다. 처음에는 뚜벅뚜벅 걷는다는 뜻의 트라베 거리, 트라브 거리로 불렸다. 나중에 트라 거리, 트라이드 거리, 케트라이드 거리로 바뀌었다가 마지막에 게트라이데 거리로 변경됐다. 게트라이데는 ‘시리얼’(곡물)이라는 뜻이지만 실제 시리얼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한다. 게트라이데의 집들은 위로 올라갈수록 작아지는 유리창과 아름다운 문으로 유명하다. 문 앞에 9번이 붙어있는 집이 모차르트의 출생지다. 모차르트 가족이 살았던 이 집에는 모차르트 박물관이 들어서 있다.
과거에 게트라이데 골목은 주택들의 정원으로 사용됐지만 나중에 가게와 창고로 바뀌었다. 꼼꼼하게 연결된 건물들은 건축학적 아름다움을 발산한다. 각 건물은 그 자체로 예술작품이다. 여기에 기둥, 솟아오른 보도 등도 예술품으로 평가받는다. 오늘날 관광객들은 보석, 전통의상, 골동품, 가죽제품, 향수 등을 파는 많은 가게들에 유혹돼 게트라이데를 찾는다.
게트라이데 거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다양한 철제 간판이 눈길을 끈다. 하나하나가 모두 예술품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다양하고 예쁜 디자인을 자랑한다. 또 이 거리의 상점들은 어느 것 하나 빼놓을 수 없을 정도로 다 독특한 개성을 갖고 있다.
거리의 총 길이는 불과 300m 정도에 불과하지만 이것저것 보면서 걷다보면 3시간은 너무 짧다는 생각이 든다. 거리를 빠져나와 왼쪽으로 돌면 페스티벌 홀이 나온다.
잘츠부르크에서는 매년 8월에 음악 축제가 열리는데 매년 이 축제를 보러 수백만명이 몰린다고 한다. 매일 밤마다 다양한 공연과 연주회가 펼쳐진다. 우리가 이 도시를 방문한 기간도 축제기간이었지만 표를 사려면 2~3달 전에 예매를 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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